로제의 ‘APT.’는 빌보드 ‘핫 100’에 8위로 진입했다.
‘APT.’ 발표 하루 만에 로제는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차트와 미국 차트 동시 1위를 차지하고, 일주일 만에 스트리밍 수 1억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총 40개 지역 아이튠즈 차트 및 중국 최대 점유율 음원 사이트 QQ뮤직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와 ‘Excl. US’ 차트에서도 3주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메인 차트인 ‘핫 100’에 8위로 진입하여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차트 톱 10을 달성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도 2위까지 오르며 마찬가지로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뮤직비디오 또한 공개 22일 6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3억을 달성하여 싸이를 누르고 남녀 통틀어 K-팝 솔로 아티스트 최단 기간 기록을 세웠다. 그야말로 역대급 화제성이다.
노래의 인기를 방증하듯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APT.’의 훅과 안무를 따라 하는 챌린지가 수없이 이어졌고, 노래의 영감이 된 ‘아파트 게임’을 비롯한 술자리 게임 등 한국의 음주 문화가 글로벌 팬들에게 덩달아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한편 42년 전에 발표된 윤수일의 동명곡 ‘아파트’가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스트리밍 수가 급증하였고, 화제에 힘입어 장범준이 “재건축”이라는 명목으로 해당 곡의 정식 리메이크 음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APT.’의 글로벌한 인기는 국내 주류 브랜드의 주가 상승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주요 기록과 사건들만 살펴봐도 ‘APT.’가 올해 발표된 K-팝 노래들 중 세계적으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노래가 이렇게 글로벌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를 위한 팝 록, 오히려 좋아
사람들은 K-팝 대표 걸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와 세계 최정상급 인기를 자랑하는 팝 스타 브루노 마스가 지닌 커다란 글로벌 팬덤의 존재가 노래의 성공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물론 둘의 스타성이 노래가 처음 주목받는 데 큰 도움이 됐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유명 아티스트가 함께한다고 해서 늘 이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기에, ‘APT.’라는 노래 안에 두 아티스트의 매력이 어떻게 잘 어우러졌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노래는 로제의 아이디어가 브루노 마스의 프로듀싱 능력과 만나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물이다. 노래를 둘러싼 여러 배경을 제쳐놓고 보더라도, 노래 자체가 높은 완성도를 갖췄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만한 대중성이 있다.
‘APT.’는 강렬한 기타 리프와 경쾌한 드럼 비트가 어우러진 팝 록 장르의 노래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의 음악 전문지에서 이 노래의 성공 비결로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것이 바로 이 에너제틱한 사운드와 중독적인 훅의 조화다. 두 사람은 토니 배질의 1982년 싱글곡 ‘Mickey’를 차용하는 등 1980년대의 요소를 가져와 주제에 어울리는 장난기 어리고 통통 튀는 색깔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하고 신나는 구성과 귀에 꽂히는 훅으로 대중을 직선적으로 자극하고 매료할 수 있었다. 숏폼 콘텐츠에 활용하기 좋은 키치하고 반복적인 구간들이 갖춰져 있다는 점도 노래의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APT.’는 공개 직후부터 릴스, 쇼츠 등 SNS를 통해 수없이 재생산되고 바이럴화되면서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됐다.
글로벌 팬들에게 ‘APT.’는 반갑고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고, 동시에 최근 K-팝의 트렌드와는 차별화되기에 신선한 면도 있다. 로제가 새로운 시도를 위해 블랙핑크에서 보여주던 블랙 뮤직 기반의 음악과는 또 다른 스타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확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기존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 대신 장난기 있고 귀여운 면모를 강조하면서 누구나 다가가기 쉬운 이미지를 어필했다. 이처럼 가벼운 분위기에 균형을 잡는 브루노 마스의 세련된 편곡은 로제의 보컬과 훌륭한 궁합을 보이며 K-팝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팝 펑크 록을 완성했다.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그것이 전부 영어로 되어 있다는 점도 글로벌 팬들에게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앞서 ‘APT.’의 글로벌한 인기를 설명하기 위해 인기 팝송으로서의 보편적인 측면들을 먼저 이야기했지만, 사실 그 요소들만으로 이 곡의 매력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이 노래의 탄생에는 아주 특수한 문화적 배경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APT.’는 한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즐겨온 로제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로제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술자리 게임이 “아파트 게임”이며, 스튜디오에서 스태프에게 게임을 소개하면서 그 리듬을 노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로제는 이처럼 특수한 한국 문화의 요소를 흥미로운 소재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음악적 요소로 활용했다.
가사는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노래의 도입부는 한국에서 술 게임을 시작할 때 외치는 ‘랜덤 게임’ 구호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글로벌 리스너들에게는 아주 생경하면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또한 아파트가 영어 아파트먼트(apartment)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콩글리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파트’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훅 파트는 노래의 가장 한국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SNS에서 전 세계 팬들이 한국식 발음 그대로 “아~파트 아파트”를 따라 하는 모습은 이 구간이 노래의 재미와 개성을 입히는 데 중심적인 ‘킥’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하나, 멜로디 라인에서는 브루노 마스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지만, 특정한 단어나 구간을 반복하여 중독성을 높이는 후렴 부분은 2000년대 이후 K-팝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훅 송’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다음 아파트 시공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출연한 ‘APT.’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3억 7000만 회를 넘겼다.
브루노 마스의 참여로 완성된 단순하고 경쾌한 리듬과 세련된 멜로디 그리고 한국적인 문화의 색채가 어우러진 ‘APT.’는 두 사람의 스타성 그리고 숏폼 시대의 음악 소비 방식과 맞물려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됐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 2분 49초 안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히트곡 특유의 보편성과 K-팝 아티스트의 문화적 배경 및 창의적 접근이 만들어낸 고유성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제의 ‘APT.’는 단순히 한 곡의 성공을 넘어, K-팝의 글로벌 확장성과 문화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K-팝 아티스트가 어떻게 자신의 배경과 경험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보편성 있는 결과물로 연결시키는지 알려줄 뿐 아니라, 글로벌한 성공을 거두는 노래가 가져야 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로제의 새 앨범을 비롯해, 앞으로 많은 K-팝 아티스트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새롭게 선보일 독창적인 목소리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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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로제인스타그램 ‘APT.’뮤직비디오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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