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입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난다. 이에 의대 입시에서 ‘인성’을 필수로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학문인 만큼 무분별한 선발을 막을 수 있게 인적성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적 위주의 평가로 이뤄지는 정시만으로는 인성 검증이 어렵다. 따라서 자질, 인성 등을 대면으로 확인하고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직접 선별할 수 있는 면접에 힘을 싣는 학교가 늘고 있다.
정시 면접은 크게 비율 반영 방식과 결격 여부 판단을 위한 합격·불합격 방식으로 나뉜다. 업계에서는 합격·불합격보다는 비율 반영 방식을 실시하는 대학들의 면접 영향력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합격선이 촘촘한 의대 입시에서 비율이 반영되는 면접 점수가 최종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인적성 평가를 위한 10분 내외의 간단한 면접을 진행하지만 다중미니면접(MMI)을 선택하는 학교도 느는 추세다. 보통 면접이 면접실 1곳에서 진행된다면, MMI는 상황에 대처하거나 제시문을 분석하는 식의 소규모 면접이 여러 면접실을 거쳐 이어지는 구조다. 일반 면접이 10분 내외로 종료되는 것과 달리 MMI는 30〜40분 내외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여러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다각도로 오래 관찰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사실 입시 준비 중 가장 막막한 것이 면접이다. 면접은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닌, 학생의 생각과 의견을 묻는 자리이기 때문.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자질을 최대한 부각하고, 지원 학교 및 학과에 대한 애정을 답변에 녹이는 방법 등을 터득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핵심 내용을 오재성 다원교육 입시연구소장에게 물었다.
실제 정시 면접을 진행하는 학과의 비율은 의대, 치대, 수의대 및 사범대가 높습니다. 그간 의대 대다수가 면접을 합격·불합격 자료로만 활용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연세대, 아주대 등 비율 반영 방식을 적용하는 학교가 늘었어요. 특히 동점자가 많이 분포하는 의대 입시에서는 면접 점수가 합격·불합격에 큰 영향을 줘요. 합격권 수능 성적임에도 면접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불합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따라서 면접에 자신 있는 수험생은 과감하게 비율 반영 전형으로, 그렇지 못하다면 면접 미반영이나 합격·불합격 전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면접 준비는 보통 수능을 치른 후 시작합니다. 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낼 방법이 있다면요.
일단 지원 대학, 학과의 면접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각 대학별 입학처 또는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웹사이트에 올라온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에 지난해 면접을 포함한 대학별고사 기출문제가 수록돼 있어요. 이 자료를 참고해 지원 대학, 학과의 면접 스타일을 분석하세요. 수시에 비해 정시는 상황별 제시문을 출제하는 경우가 많아요. 출제된 제시문을 쭉 모은 뒤 답변을 작성하고, 핸드폰으로 촬영하면서 발음이나 표정을 두루 파악하여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습니다.
MMI 면접을 선호하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맞아요. 다양한 제시문과 상황을 제시하는 MMI를 진행해보면 지원자의 빈틈과 부족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MMI의 기출문제를 분석해보면 그림에 대한 상황 설명, 상황에 대한 이유 등을 묻는 항목이 많아요. 사실 이런 문제들은 연습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식은 물론 평소 인성, 공감, 소통, 상황 대처 능력 등을 다방면에서 파악하려는 의도죠.
MMI 면접을 시행하는 대학은 어떤 관점에서 제시 문항을 설계하고 평가할까요.
자질, 가능성, 배려, 나눔이요. 이 중 자질이 일순위고요. MMI는 즉흥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꽤 있어요. 깊이 있는 생각과 발상, 사상이 갖춰져야 대답할 수 있는 항목들이 많죠. 이는 단시간에 습득하거나 레벨 업하기 힘들어요. 평소 사회적 문제나 지원 학과에 대한 이슈 등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식으로 자문자답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MMI는 검증에 검증을 거쳐 필터링하는 구조예요. 학교에서 “지원 학생에 대한 평소의 내공과 자질을 확인하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MMI 면접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출문제가 별로 없기 때문이에요. 시작한 지 약 10년 정도 됐고, 대부분 의대 위주로 해당 면접을 실시하기 때문에 기출문제가 풍부하진 않아요. MMI 면접을 준비한다면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우선이에요. 선생님께 MMI 면접에 나올 만한 문제들을 예측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그리고 수시 MMI 기출문제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시 면접이 정시보다 더 타이트해요. 수시는 현장 및 서류의 ‘검증’을 통해 학생들을 뽑는다면, 정시는 수능이라는 1단계의 검증을 거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빡빡하게 평가하진 않죠. 수시 MMI 기출문제들을 철저하게 리뷰한 뒤 정시 면접에 임한다면 좀 더 수월할 것 같아요.
지원자가 긴장한 탓에 제대로 답변을 못 한 경우 다음 면접실 또는 서류 기반 면접실에서 추가로 답변할 기회도 주어지나요.
그렇진 않아요. 해당 면접실에서 이뤄진 시험은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만회하고 싶다면 보통 마지막에 이뤄지는 서류 기반 면접실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는 것이 좋아요. 서류 기반 면접은 자신이 지금껏 해온 것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질문하는 자리예요. 제시문 등을 제시하는 면접실보다는 부담감이 적죠. 또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좀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관들도 이 같은 태도를 어느 정도 메모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생활기록부(생기부) 예상 질문을 골라내는 방법이 있다면요.
기본 항목인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 지원자의 장단점, 졸업 후 희망 진로에 대한 답변은 필수로 준비해놓아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생기부 중 핵심이 될 만한 키워드를 공책에 쭉 적어보세요. 여기서 빼놓지 말아야 할 키워드는 동아리 활동입니다. 면접관들은 주로 동아리 활동 사항을 통해 지원자의 평소 관심 분야와 창의성, 가능성 등을 확인하려 하거든요. 동아리 활동 내역 및 느낀 점, 지원 학과와의 연관성 등을 정리한 뒤 스토리텔링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왕이면 지원하는 학과를 거론하며 답변하는 것이 베스트고요. 사범대의 경우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할 수도 있어요. “특정 과목의 성적이 안 좋은데 이유가 무엇이냐” “이 수업을 들었는데 무엇을 배웠느냐” 등과 같이 학업 성적과 과목에 대해 디테일하게 꼬집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업 소양을 좀 더 꼼꼼하게 평가하기 위해서죠. 사범대를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생기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지원자들이 가장 당황해하는 질문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해당 학과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왜 지원했냐?”예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고 싶은 학과가 명확한 학생도 있지만,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을 지원하는 이들도 많잖아요. 이와 같은 질문에는 선생님과 수업을 녹여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과목을, 선생님을 보며 꿈을 키웠다” “수업을 통해 과목의 재미를 느꼈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등의 답변을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학업과 관련된 동기부여를 강조하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또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거나 말문이 막혔을 때는 면접관에게 예의를 갖춰 “교수님 잠시만요”라는 멘트를 한 뒤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말문이 막혀 적막이 흐르면 긴장되면서 준비했던 답변마저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솔직하게 시간을 달라고 말한 뒤 자신감 있게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에 남을 수 있고요.
수능 성적이 부족한 경우 면접으로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까요.
의대 정시 면접을 진행하는 가톨릭대(수능 95%+면접 5%), 한림대(수능 100%(5배수)/수능 90%+면접 10%), 연세대(수능 100%(2.5배수)/수능 90%+면접 10%), 아주대(수능 95%+면접 5%)의 경우 면접 비율에 따른 변수가 있을 수 있어요. 서울대 일반전형은 수능 성적으로 1단계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면접으로 합격·불합격을 나누는 사례로, 면접 변수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서 뒤집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수능 동점자가 많이 배출될 경우 면접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요. 그러니 더욱더 자신 있고 절도 있게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어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면접관들은 수험생들의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평가할까요.
최근 의대 입시에서 ‘인성’ 확인은 면접의 필수 항목이 됐어요. 의학적 자질 외에도 공동체의식에 대한 시각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거죠. 사범대는 학과 적성, 교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과 인성, 교직에 대한 이해 등을 평가하고요. 이러한 부분을 유의하면서 예상 문제를 만들고, 답변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사실 정시 면접은 자신을 어필하는 것보다 제시문에 대한 기본적 학업 역량 및 잠재력 등을 평가하는 자리예요. 일반적 답변보다는 진정성 있게 왜 이 학과를 지원했고, 이 학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해당 학문을 평소 얼마나 탐독 및 연구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자신의 비전과 각오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아무리 철저히 연습해도 면접관 앞에서 긴장감과 압박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현장에서 면접 수업을 진행해보면 확실히 강심장 여부가 표정에서부터 보여요. 평소 학교나 집에서는 연습을 잘했는데 면접장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의 압박감이 있던 사례도 많습니다. 특히 지방 학생들은 습관적인 사투리로 인해 전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도 있어요. 따라서 멘털 관리 및 또박또박하게 전달하는 연습은 필수입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덜 하고 싶다면 평소 알던 장소, 선생님이나 지인들보다는 생소한 장소와 초면인 사람들 앞에서 연습할 것을 추천해요. 이를 통해 압박 면접을 연습하면서 어느 정도 실전에 맞는 긴장감을 체감해볼 필요가 있어요.
전문적인 용어와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답변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맹목적으로 아는 척하기보다는 팩트와 기본 상식을 곁들인 답변이 면접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죠. 그렇다고 너무 고차원적인 답변을 하라는 건 아닙니다. 모든 답변은 해당 제시문과 질문에 대해 “〜을 느꼈고, 나라면 〜할 것이다”가 기본이 돼야 합니다. 그 안에 전문적인 용어와 지식을 녹여야 해요. 특히 의대, 사범대의 경우는 배려와 희생의 덕목을 중시해요. 따라서 너무 주관적인 입장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저는 지금 조금 부족하지만 〜한 비전이 있다”와 같이 자신의 미래를 강조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면접관들에게 호감을 사는 태도, 말투, 자세 등이 궁금합니다.
면접실에 들어가서 면접관들에게 인사한 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품과 내성이 보인다고 하죠. 사실 면접실에 들어갔을 때 눈도 안 마주치는 면접관들이 많아요. 이와 같은 분위기에 위축되는 학생들이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 없습니다. 분위기는 신경 쓰지 말고 인사한 뒤 의자에 허리를 붙이고 정자세로 앉아 면접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답변은 소신껏 절도 있게 합니다.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면접관의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자기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좋아요.
2025 정시 면접에서 예상되는 시사 문제가 있다면요.
시사적인 부분은 미국 대선, 중동 분쟁, 북한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개입, 인구 감소에 의한 문제점 등을 꼽을 수 있어요. 의대의 경우 의대 증원에 따른 후유증, 학과 수업에 대한 고민 외에 “본인이 대한의사협회 회장이라면 현재 직면한 의대 관련 난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와 같은 의견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 고려대 의대 정시 면접에서는 건강보험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했어요. 의학적 상식 체크 외에 의학과 연관된 시사적 내용도 다룬다는 의미죠. 이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 사범대의 경우 미래 인공지능 교육, AI 시대에 맞는 올바른 교육법, 교과서 없는 학교가 될 때의 장단점, 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를 해결할 방안 등 현재와 미래의 교육을 연관해서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올해 정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정시 상담이 수월했던 해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선발 방식, 인원, 신설 학과가 매년 다르니까요. 하지만 올해는 더욱 역대급일 거라 생각합니다. 의대 증원, 무학과 자유전공 신설, 가·나·다군별 선발 변화, 탐구 방식 변화(사회탐구 이과생 선택) 등 단순하게 수능만 잘 봐서 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처럼 합격·불합격을 좌우할 요소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올해는 눈치작전을 펼치는 이들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수능 후 가채점 기준 입시 업체들의 예상 점수를 체크하고, 수시 합격 발표 이후 공개되는 대학별 환산 점수를 확인한 뒤 지원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거든요. 유념해야 할 부분은 가·나·다군 중 다군의 변수가 가장 많다는 거예요. 가·나군은 선발 대학과 충원 인원이 많으나, 다군의 선발 인원은 한정되어 있거든요. 따라서 가·나군은 소신껏 지원하고 다군은 다소 하향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2025정시 #정시면접 #면접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게티이미지
정시 면접은 크게 비율 반영 방식과 결격 여부 판단을 위한 합격·불합격 방식으로 나뉜다. 업계에서는 합격·불합격보다는 비율 반영 방식을 실시하는 대학들의 면접 영향력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합격선이 촘촘한 의대 입시에서 비율이 반영되는 면접 점수가 최종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인적성 평가를 위한 10분 내외의 간단한 면접을 진행하지만 다중미니면접(MMI)을 선택하는 학교도 느는 추세다. 보통 면접이 면접실 1곳에서 진행된다면, MMI는 상황에 대처하거나 제시문을 분석하는 식의 소규모 면접이 여러 면접실을 거쳐 이어지는 구조다. 일반 면접이 10분 내외로 종료되는 것과 달리 MMI는 30〜40분 내외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여러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다각도로 오래 관찰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사실 입시 준비 중 가장 막막한 것이 면접이다. 면접은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닌, 학생의 생각과 의견을 묻는 자리이기 때문.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자질을 최대한 부각하고, 지원 학교 및 학과에 대한 애정을 답변에 녹이는 방법 등을 터득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핵심 내용을 오재성 다원교육 입시연구소장에게 물었다.
지원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정시 면접
2025 정시 면접에 변수가 많다고요.실제 정시 면접을 진행하는 학과의 비율은 의대, 치대, 수의대 및 사범대가 높습니다. 그간 의대 대다수가 면접을 합격·불합격 자료로만 활용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연세대, 아주대 등 비율 반영 방식을 적용하는 학교가 늘었어요. 특히 동점자가 많이 분포하는 의대 입시에서는 면접 점수가 합격·불합격에 큰 영향을 줘요. 합격권 수능 성적임에도 면접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불합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따라서 면접에 자신 있는 수험생은 과감하게 비율 반영 전형으로, 그렇지 못하다면 면접 미반영이나 합격·불합격 전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면접 준비는 보통 수능을 치른 후 시작합니다. 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낼 방법이 있다면요.
일단 지원 대학, 학과의 면접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각 대학별 입학처 또는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웹사이트에 올라온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에 지난해 면접을 포함한 대학별고사 기출문제가 수록돼 있어요. 이 자료를 참고해 지원 대학, 학과의 면접 스타일을 분석하세요. 수시에 비해 정시는 상황별 제시문을 출제하는 경우가 많아요. 출제된 제시문을 쭉 모은 뒤 답변을 작성하고, 핸드폰으로 촬영하면서 발음이나 표정을 두루 파악하여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습니다.
MMI 면접을 선호하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맞아요. 다양한 제시문과 상황을 제시하는 MMI를 진행해보면 지원자의 빈틈과 부족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MMI의 기출문제를 분석해보면 그림에 대한 상황 설명, 상황에 대한 이유 등을 묻는 항목이 많아요. 사실 이런 문제들은 연습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식은 물론 평소 인성, 공감, 소통, 상황 대처 능력 등을 다방면에서 파악하려는 의도죠.
MMI 면접을 시행하는 대학은 어떤 관점에서 제시 문항을 설계하고 평가할까요.
자질, 가능성, 배려, 나눔이요. 이 중 자질이 일순위고요. MMI는 즉흥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꽤 있어요. 깊이 있는 생각과 발상, 사상이 갖춰져야 대답할 수 있는 항목들이 많죠. 이는 단시간에 습득하거나 레벨 업하기 힘들어요. 평소 사회적 문제나 지원 학과에 대한 이슈 등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식으로 자문자답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MMI는 검증에 검증을 거쳐 필터링하는 구조예요. 학교에서 “지원 학생에 대한 평소의 내공과 자질을 확인하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MMI 면접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출문제가 별로 없기 때문이에요. 시작한 지 약 10년 정도 됐고, 대부분 의대 위주로 해당 면접을 실시하기 때문에 기출문제가 풍부하진 않아요. MMI 면접을 준비한다면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우선이에요. 선생님께 MMI 면접에 나올 만한 문제들을 예측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그리고 수시 MMI 기출문제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시 면접이 정시보다 더 타이트해요. 수시는 현장 및 서류의 ‘검증’을 통해 학생들을 뽑는다면, 정시는 수능이라는 1단계의 검증을 거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빡빡하게 평가하진 않죠. 수시 MMI 기출문제들을 철저하게 리뷰한 뒤 정시 면접에 임한다면 좀 더 수월할 것 같아요.
지원자가 긴장한 탓에 제대로 답변을 못 한 경우 다음 면접실 또는 서류 기반 면접실에서 추가로 답변할 기회도 주어지나요.
그렇진 않아요. 해당 면접실에서 이뤄진 시험은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만회하고 싶다면 보통 마지막에 이뤄지는 서류 기반 면접실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는 것이 좋아요. 서류 기반 면접은 자신이 지금껏 해온 것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질문하는 자리예요. 제시문 등을 제시하는 면접실보다는 부담감이 적죠. 또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좀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관들도 이 같은 태도를 어느 정도 메모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생활기록부(생기부) 예상 질문을 골라내는 방법이 있다면요.
기본 항목인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 지원자의 장단점, 졸업 후 희망 진로에 대한 답변은 필수로 준비해놓아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생기부 중 핵심이 될 만한 키워드를 공책에 쭉 적어보세요. 여기서 빼놓지 말아야 할 키워드는 동아리 활동입니다. 면접관들은 주로 동아리 활동 사항을 통해 지원자의 평소 관심 분야와 창의성, 가능성 등을 확인하려 하거든요. 동아리 활동 내역 및 느낀 점, 지원 학과와의 연관성 등을 정리한 뒤 스토리텔링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왕이면 지원하는 학과를 거론하며 답변하는 것이 베스트고요. 사범대의 경우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할 수도 있어요. “특정 과목의 성적이 안 좋은데 이유가 무엇이냐” “이 수업을 들었는데 무엇을 배웠느냐” 등과 같이 학업 성적과 과목에 대해 디테일하게 꼬집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업 소양을 좀 더 꼼꼼하게 평가하기 위해서죠. 사범대를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생기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말문 막히면 “교수님 잠시만요”라며 생각할 시간 가질 것
돌발 질문이 나오거나 말문이 막히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지원자들이 가장 당황해하는 질문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해당 학과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왜 지원했냐?”예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고 싶은 학과가 명확한 학생도 있지만,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을 지원하는 이들도 많잖아요. 이와 같은 질문에는 선생님과 수업을 녹여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과목을, 선생님을 보며 꿈을 키웠다” “수업을 통해 과목의 재미를 느꼈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등의 답변을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학업과 관련된 동기부여를 강조하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또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거나 말문이 막혔을 때는 면접관에게 예의를 갖춰 “교수님 잠시만요”라는 멘트를 한 뒤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말문이 막혀 적막이 흐르면 긴장되면서 준비했던 답변마저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솔직하게 시간을 달라고 말한 뒤 자신감 있게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에 남을 수 있고요.
수능 성적이 부족한 경우 면접으로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까요.
의대 정시 면접을 진행하는 가톨릭대(수능 95%+면접 5%), 한림대(수능 100%(5배수)/수능 90%+면접 10%), 연세대(수능 100%(2.5배수)/수능 90%+면접 10%), 아주대(수능 95%+면접 5%)의 경우 면접 비율에 따른 변수가 있을 수 있어요. 서울대 일반전형은 수능 성적으로 1단계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면접으로 합격·불합격을 나누는 사례로, 면접 변수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서 뒤집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수능 동점자가 많이 배출될 경우 면접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요. 그러니 더욱더 자신 있고 절도 있게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어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면접관들은 수험생들의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평가할까요.
최근 의대 입시에서 ‘인성’ 확인은 면접의 필수 항목이 됐어요. 의학적 자질 외에도 공동체의식에 대한 시각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거죠. 사범대는 학과 적성, 교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과 인성, 교직에 대한 이해 등을 평가하고요. 이러한 부분을 유의하면서 예상 문제를 만들고, 답변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사실 정시 면접은 자신을 어필하는 것보다 제시문에 대한 기본적 학업 역량 및 잠재력 등을 평가하는 자리예요. 일반적 답변보다는 진정성 있게 왜 이 학과를 지원했고, 이 학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해당 학문을 평소 얼마나 탐독 및 연구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자신의 비전과 각오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아무리 철저히 연습해도 면접관 앞에서 긴장감과 압박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현장에서 면접 수업을 진행해보면 확실히 강심장 여부가 표정에서부터 보여요. 평소 학교나 집에서는 연습을 잘했는데 면접장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의 압박감이 있던 사례도 많습니다. 특히 지방 학생들은 습관적인 사투리로 인해 전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도 있어요. 따라서 멘털 관리 및 또박또박하게 전달하는 연습은 필수입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덜 하고 싶다면 평소 알던 장소, 선생님이나 지인들보다는 생소한 장소와 초면인 사람들 앞에서 연습할 것을 추천해요. 이를 통해 압박 면접을 연습하면서 어느 정도 실전에 맞는 긴장감을 체감해볼 필요가 있어요.
가·나군은 소신 지원, 다군은 하향 지원
지원자는 전문적인 지식을 강조한 답변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전문적인 용어와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답변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맹목적으로 아는 척하기보다는 팩트와 기본 상식을 곁들인 답변이 면접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죠. 그렇다고 너무 고차원적인 답변을 하라는 건 아닙니다. 모든 답변은 해당 제시문과 질문에 대해 “〜을 느꼈고, 나라면 〜할 것이다”가 기본이 돼야 합니다. 그 안에 전문적인 용어와 지식을 녹여야 해요. 특히 의대, 사범대의 경우는 배려와 희생의 덕목을 중시해요. 따라서 너무 주관적인 입장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저는 지금 조금 부족하지만 〜한 비전이 있다”와 같이 자신의 미래를 강조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면접관들에게 호감을 사는 태도, 말투, 자세 등이 궁금합니다.
면접실에 들어가서 면접관들에게 인사한 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품과 내성이 보인다고 하죠. 사실 면접실에 들어갔을 때 눈도 안 마주치는 면접관들이 많아요. 이와 같은 분위기에 위축되는 학생들이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 없습니다. 분위기는 신경 쓰지 말고 인사한 뒤 의자에 허리를 붙이고 정자세로 앉아 면접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답변은 소신껏 절도 있게 합니다.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면접관의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자기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좋아요.
2025 정시 면접에서 예상되는 시사 문제가 있다면요.
시사적인 부분은 미국 대선, 중동 분쟁, 북한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개입, 인구 감소에 의한 문제점 등을 꼽을 수 있어요. 의대의 경우 의대 증원에 따른 후유증, 학과 수업에 대한 고민 외에 “본인이 대한의사협회 회장이라면 현재 직면한 의대 관련 난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와 같은 의견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 고려대 의대 정시 면접에서는 건강보험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했어요. 의학적 상식 체크 외에 의학과 연관된 시사적 내용도 다룬다는 의미죠. 이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 사범대의 경우 미래 인공지능 교육, AI 시대에 맞는 올바른 교육법, 교과서 없는 학교가 될 때의 장단점, 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를 해결할 방안 등 현재와 미래의 교육을 연관해서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올해 정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정시 상담이 수월했던 해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선발 방식, 인원, 신설 학과가 매년 다르니까요. 하지만 올해는 더욱 역대급일 거라 생각합니다. 의대 증원, 무학과 자유전공 신설, 가·나·다군별 선발 변화, 탐구 방식 변화(사회탐구 이과생 선택) 등 단순하게 수능만 잘 봐서 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처럼 합격·불합격을 좌우할 요소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올해는 눈치작전을 펼치는 이들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수능 후 가채점 기준 입시 업체들의 예상 점수를 체크하고, 수시 합격 발표 이후 공개되는 대학별 환산 점수를 확인한 뒤 지원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거든요. 유념해야 할 부분은 가·나·다군 중 다군의 변수가 가장 많다는 거예요. 가·나군은 선발 대학과 충원 인원이 많으나, 다군의 선발 인원은 한정되어 있거든요. 따라서 가·나군은 소신껏 지원하고 다군은 다소 하향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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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균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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