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한국의 ‘아파트(APT.)’에 열광하고 있다. 블랙핑크의 로제와 팝 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APT.’는 발매와 동시에 국내 음원차트를 휩쓴 것은 물론 국내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미국 스포티파이 1위와 글로벌 스포티파이 톱 송 차트 1위, 40개 지역 아이튠즈 차트 1위,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 1위 등 인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발매 2주 만에 2억5000만 뷰를 기록했으며, 중독성 강한 후렴 부분 때문에 수능 금지곡 1순위에 올랐다. 외국에선 노래의 모티프가 된 한국의 술자리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반면 국내에선 노래 제목 때문에 부동산과 연결 짓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 강연에서 로제의 ‘APT.’를 언급하며 “아파트 가격이 오를까 봐 걱정”이라는 우려를 드러내는가 하면 1982년 발표된 윤수일의 ‘아파트’를 구축, 로제의 ‘APT.’를 신축에 빗대기도 한다. 로제가 실제로 사는 아파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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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아름다운 갈대숲을 지나’면 나오는 윤수일의 ‘아파트’는 서울 잠실이 무대다. 윤수일은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1970년대 후반 한강 다리를 건너는 도중 옆에 들어선 잠실 아파트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가사를 썼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해당 아파트는 잠실대교 옆에 있는 잠실주공5단지로 추정된다. 로제의 아파트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정비창 전면2구역을 재개발한 자리에 2017년 들어선 용산푸르지오써밋이다. 실제로도 윤수일의 아파트는 구축, 로제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신축인 셈이다.

조합원 70명, 자산가치 2조5000억… ‘부동산 로또 신화’ 용산푸르지오써밋

용산푸르지오써밋이 위치한 용산역 일대는 최근 20년 사이 서울에서 스카이라인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뀐 곳이다. 황량했던 세계일보 주차장 자리에 2007년 용산시티파크, 노후 주택 밀집지에 2009년 파크타워가 들어선 게 그 시작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에 따르면 용산시티파크와 파크타워 분양 당시 ‘강북의 타워팰리스’라는 수식어와 함께 3억~6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한다. 2017년에는 용산역을 중심으로 왼쪽에 래미안용산더센트럴, 오른쪽에 용산푸르지오써밋이 차례로 들어선 데 이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건축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완공되며 강남 중심지 못지않은 웅장하고 모던한 위용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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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푸르지오써밋은 오피스(39층, 24~48㎡ 오피스텔 650세대)와 주상복합(39층, 112~273㎡ 아파트 151세대) 2개의 건물이 연결돼 있고, 그 사이에 수영장이 위치한다.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푸르지오써밋이 처음 적용된 아파트이기도 하다. 이곳은 원래 용산역을 오가는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유흥가와 군장점들이 있던 자리다. 김학렬 소장은 “조합원 수는 70여 명에 불과했는데 용산 역세권에 남산과 한강 조망,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호재 등을 갖춘 금싸라기 땅이다 보니 당시 자산가치 2조5000억 원에 달했다. 조합원 수가 적어 사업 진행도 빨랐다”고 설명했다. 세대수가 적은 만큼 매물이나 거래는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 전용면적 137.57㎡(41.6평대)가 종전 22억4000만 원에서 9억6000만 원 오른 32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재 해당 평형은 호가가 더 올라 35억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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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는 용산푸르지오써밋의 전용면적 273㎡(83평) 복층 펜트하우스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펜트하우스는 방 4개, 욕실 5개, 거실과 가족실, 알파룸, 주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로제가 몇 달 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면 창밖으로 남산과 서울 강북 일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당 평형은 2017년 2월 42억7000만 원에 거래된 후 매매가 아예 없다가 최근 100억 원에 매물이 나왔다. 용산푸르지오써밋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로제의 ‘APT.’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용산푸르지오써밋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용산푸르지오써밋 상가나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종종 로제를 목격하기도 한다고. 로제 외에도 블랙핑크 멤버들은 유난히 용산과 인연이 깊다. 제니는 지난해 유엔빌리지 내 고급 빌라를 사들였고, 지수는 용산푸르지오써밋 바로 옆에 위치한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에 거주 중이다. 리사는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에 살다가 지난해 성북동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신라호텔에서 웨딩마치를 울린 방송인 조세호는 용산푸르지오써밋 바로 옆, 용산역 정면에 위치한 래미안용산더센트럴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래미안용산더센트럴은 2017년 저층 상가 밀집 지역이던 용산정비창 전면3구역을 재정비해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다. 지하 9층~지상 40층, 2개 동, 아파트 195세대와 오피스텔 782세대로 구성됐다. 지상 20층에는 랜드마크나 고급 단지의 상징인 스카이 브리지가 적용됐다. 아파트는 전용면적 135㎡ 이상 대형 평형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조세호는 135㎡에 전월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39억 원, 매도 호가는 40억 원 선이다. 조세호는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혼집을 공개했는데, 용산공원과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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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푸르지오써밋과 래미안용산더센트럴은 입지가 겹치는 데다 분양 및 입주 시기가 비슷한 주상복합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비교가 되는 라이벌이다. 김학렬 소장은 “래미안용산더센트럴은 지하를 통해 용산역과 연결되는 게 장점이고, 용산푸르지오써밋은 한강과 조금 더 가까운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용면적 50평형대 기준 용산푸르지오써밋은 44억~50억 원, 래미안용산더센트럴은 46억~55억 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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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지수가 살고 있는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는 저층 상가 밀집지였던 용산국제빌딩 4구역에 들어섰다. 최고 43층, 5개 동, 총 1140세대 규모다. 2009년 용산 참사의 아픈 흔적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2017년 분양 당시 3.3㎡당 평균 3630만 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으나 현재 시세는 분양가의 2배 이상으로, 부동산 불패 신화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만 이런 용산역 인근의 주상복합건물은 서울의 노른자위 땅이라는 희소성에 교통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따른 미래가치가 높지만 학군이나 학원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때문에 가족 단위보다는 고소득 싱글이나 신혼부부, 외국 대사관 직원이나 주재원 등 외국인 임대 수요가 높은 편이다.

김학렬 소장은 용산역과 한강로 일대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곳으로 하이브 사옥 뒤쪽에 부영건설이 짓고 있는 아세아아파트를 꼽는다. 해당 부지는 원래 군인아파트 등 군부대 용지로 사용되던 곳인데 부영이 2014년 사들여 10년 만에 공사를 시작했다. 최고 36층, 10개 동, 999세대 규모이며 이 가운데 150여 세대는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용산과 동부이촌동 사이에 위치해 양쪽의 편의시설과 인프라, 교통망 등을 모두 누릴 수 있다. 김학렬 소장은 “한강과 가까운 데다 주로 임대주택을 지어온 부영이 최신 커뮤니티를 갖춘 고급 아파트 건설을 표방하고 있어 용산의 새로운 랜드마크 단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철도를 끼고 있는 것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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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도움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삼성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