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지호영 기자]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비율이 10:3에 이를 만큼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문제는 목 앞부분의 피부를 크게 절개하는 개경 수술의 경우 수술 후 흉터가 너무 크고 뚜렷하게 남는다는 점 때문에 기피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는 것. 겨드랑이를 통한 로봇수술의 경우도 절개창이 크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수술이 상당히 까다로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겨드랑이에 2cm의 작은 구멍 하나를 통해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로봇수술(GOSTA로봇수술)이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정밀하면서도 흉터와 통증은 훨씬 적은 GOSTA로봇수술을 개발하고 이미 수 백 차례 성공시킨 장영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에게 이 수술법과 다른 수술법의 차이점 및 특장점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장 교수는 “GOSTA로봇수술이 최근 국내외 학회에서 매우 주목받고 있어 큰 영광이지만, 아직 많은 환자분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고 밝혔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갑상선암 증상 없고 원인도 몰라
갑상선암은 어떤 질환인가?“갑상선은 목 앞쪽에 나비 모양으로 생긴 기관으로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그곳에 생긴 악성종양을 갑상선암이라 한다.”
대표적 갑상선암은?
“갑상선암은 유두암과 여포암으로 크게 나뉘며 대부분은 유두암이다. 둘 다 전이가 더디고 예후가 좋다. 드물게 발생하는 수질암과 미분화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다.”
증상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거의 증상이 없다. 만져지지도 않고 피검사에도 안 나온다. 암세포가 많이 자라면 목 앞부분에 단단한 혹이 만져질 수도 있다. 쉰 목소리, 피곤함 등의 증상은 갑상선암이 꽤 진행되었을 때나 생길 수 있는 드문 증상이다.”
원인과 예방법은?
“드물게 방사선 노출, 유전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다른 증상이나 예방법이 없기 때문에 방사선 위해가 없는 초음파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음파검사로 확진이 가능한가?
“초음파검사상 암이 의심되는 경우 아주 가는 바늘을 사용해 종양의 세포를 빨아내서 그 모양을 보는 세침흡인검사를 한다. 가끔 세침흡인검사로 도저히 종양을 판별할 수 없을 때는 굵은 바늘로 종양의 조직을 뜯어내는 중심침생검을 시행한다. 갑상선은 혈류량이 많고, 기도와 경동맥, 경정맥 등 손상됐을 때 치명적인 구조물과 붙어 있어 이 검사는 항상 최후에 한다.”
갑상선암의 대표적 치료법은?
“갑상선암 치료의 기본은 물리적 제거술인 수술이다. 갑상선전절제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방사성요오드치료도 많이 시행되며, 암이 많이 진행되어 수술이 힘든 경우에는 외부 방사선 조사,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한다.”
한쪽, 양쪽 갑상선을 떼어내는 기준은?
“암 크기가 작고 수술 전 검사상 주변 임파선으로의 전이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주로 한쪽 갑상선만 떼어내는 갑상선반절제술을 시행한다. 반면 양쪽 갑상선에 악성종양이 있거나 암 크기가 크거나 수술 전 검사상 갑상선 주변의 임파선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확인된 경우, 주변 근육이나 조직을 침범한 경우, 갑상선에 여러 개의 암이 있는 경우 등은 양쪽을 다 떼어내는 갑상선전절제술을 시행한다. 한편 갑상선암이 진행되어 목의 옆 부분에 있는 임파선(측경부임파선)까지 전이된 경우에는 갑상선전절제술과 측경부임파선절제술(한쪽 또는 양쪽)을 함께 한다.”
갑상선암의 수술법을 크게 구분한다면?
“크게 개경술과 로봇수술로 나눌 수 있다. 개경술은 목 앞부분의 피부를 5~6cm 절개해 갑상선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목 옆 임파선 전이가 확인된 경우 한쪽 측경부임파선절제술을 시행하면 약 13~15cm, 양쪽에서 측경부임파선절제술을 시행하면 약 25cm를 절개해야 한다. 로봇수술은 외과의사가 수술용 로봇 기구를 이용해 수술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로봇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로봇수술은 개경술에 비해 목의 상처가 없다는 장점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10배 이상 넓은 수술 시야에서 손 떨림이 없는 로봇 기계로,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신경들이나 혈관들을 손상하지 않고 보다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GOSTA로봇수술’ 350차례 이상 시행
현재 많이 하는 로봇수술의 종류는?“TA(Transaxillary Approach·겨드랑이 접근)방식, BABA(Bilateral Axillo Breast Approach·양측 겨드랑이 유륜 접근)방식, TORT(TransOral Robotic Thyroidectomy·경구강 접근)방식 등이 있다. TA방식은 수술할 팔을 든 상태로 겨드랑이에 약 6~8cm의 절개창을 낸 후 견인기를 사용해 수술을 진행한다. BABA방식은 겨드랑이에 2개, 유륜에 2개의 구멍을 내고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TORT방식은 입에 3개, 겨드랑이에 1개의 구멍을 내고 수술을 시행한다.”
새로운 로봇수술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현재까지 로봇 갑상선 수술을 600차례 이상 진행했다. 초기에는 TA방식으로 250차례 시행했고, 작년 초부터는 새로 개발한 ‘GOSTA(Gas-insufflation One-step Single-port Transaxillary·가스 주입 원스텝 단일공 겨드랑이 접근)방식’으로 350차례 이상을 수술했다. GOSTA로봇수술은 겨드랑이에 2cm 구멍 하나만 뚫어 다빈치SP라는 장비를 사용해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간단히 ‘겨드랑이 단일공 수술’이라고 말한다.”
‘GOSTA로봇수술’의 장점은?
“위에 설명한 3가지 로봇수술이 수술 절개 부위에서 갑상선까지 공간을 만든 후에 로봇을 사용하는 수술법(Two-step)이라면, ‘GOSTA로봇수술’은 수술을 시작해 공간을 만드는 술기부터 로봇을 사용한다. 이 경우 피부 아래의 감각신경까지도 로봇의 확대된 시야를 이용해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매우 적다. 2cm라는 작은 절개선을 내는 이유는 억지가 아니라 이 구멍 하나만 있어도 로봇수술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갑상선반절제술 뿐 아니라 갑상선전절제술과 측경부임파선절제술을 함께 하는 경우에도 2cm의 구멍만으로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인튜이티브 에피센터 지정 도전
개경술과 비교한다면?“개경술은 일반적으로는 6~8cm, 갑상선전절제술과 측경부임파선절제술을 함께 하는 경우에는 15cm의 상처가 남지만, GOSTA로봇수술은 겨드랑이에 2cm 구멍만 하나 뚫는 데다 보다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젊은 여성 갑상선암 환자들에게서 만족도가 아주 높다. 그 때문인지 전국 각지의 환자가 이 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온다.”
2025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이 GOSTA로봇수술로 세계적 로봇수술 기기 제조사인 인튜이티브(Intuitive)의 ‘에피센터(Epicenter)’ 지정에 도전한다고 한다.
“GOSTA로봇수술은 겨드랑이의 작은 절개로 큰 갑상선암 수술까지 깔끔하게 할 수 있어 국내외 학술 대회에서 여러 번 수술법에 관한 발표가 있었고, 타 대학병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수술 참관을 온다. ‘에피센터’는 로봇수술 기기 조작 숙련도 및 누적 수술 건수 등 인튜이티브사의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병원이 선정되며, 전 세계 의료진을 대상으로 수술 참관 및 교육을 진행한다. 요식업계와 비교하면 ‘미쉐린 가이드’ 별점을 받은 것과 같다. 에피센터로 지정된 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이다. 우리 병원이 에피센터로 지정되면 국내 의사들뿐 아니라 GOSTA로봇수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 의사들에게 우리의 수술법 자료가 표준으로 공급되며, 직접 고려대 안산병원을 방문해 수술법을 배워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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