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여성동아’ 91주년 팝업 ‘용기백배: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
이번 행사는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 극복 대책을 MZ세대에게 알린다는 취지다. ‘여성동아’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서울시가 후원했다.
1933년 창간한 ‘여성동아’의 전신 ‘신가정’은 당시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는 역할을 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1967년 ‘여성동아’로 복간해 현재에 이르렀다. 91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여성동아’는 대한민국 여성의 주도적인 삶, 그 안에서 누리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지지해왔다. 그리고 2024년 ‘여성동아’가 주목한 것은 바로 저출생 문제다.
6월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해 인구 절벽 위기를 타개할 정책을 내놓았다. 저고위가 발표한 대책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다양한 부처를 포괄하는 범정부적 대책이다.
‘용기백배: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 2층에 마련된 포토 부스(뒤). 용기백배: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왼쪽부터).
“결혼과 출산 두려워하지 않길”
11월 22일 ‘여성동아’ 91주년 팝업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썬데이 파더스 클럽’ 강혁진 씨,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차지완 동아일보 출판국장(왼쪽부터).
차지완 동아일보 출판국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구 위기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대한민국을 언급할 만큼 인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최근 2개월 연속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는 실낱같은 희망의 뉴스가 전해졌다”며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여성동아’가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를 써나갔듯,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결혼과 출산, 육아의 즐거움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 위해 이 행사를 열었다”고 개회사를 밝혔다.
내빈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은 “저조한 출생률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성적표와도 같은 것”이라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여기 계신 다양한 부처 구성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난임부부, 위기임산부에 대한 대책에 힘쓰고 있으니 이 기회를 통해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위기임산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위기임산부는 임신, 출산, 앙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로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임산부 등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을 위해 전용 상담 전화(1308)를 개통하고 지자체와 협업해 전용 쉼터를 열었다.
신영숙 차관은 “저도 일과 양육을 함께 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여성가족부는 2008년부터 가족친화기업을 인증해 일·가정 양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연근무제, 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 등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심사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3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이기도 한 김병민 정무부시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힘쓰고 있는 다양한 정책을 젊은 세대가 알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해주는 취지의 행사가 열려 반갑다”며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를 위한 서울시의 ‘미리내집’ 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운영하는 강혁진 씨는 “저출생에 대한 정부와 대중의 인식에 아직 괴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통해 아빠들의 육아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창구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프닝 행사 말미에는 준비된 팝업 프로그램을 미리 체험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내빈을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용기백배 마을’을 구하는 게임을 하며 저출생 극복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신 차관은 “여러 부처의 정책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었다”며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젊은 세대가 걱정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기백배 마을을 구하러 온 사람들
이번 ‘용기백배’ 행사는 게임과 다양한 저출생 극복 정책을 접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용기백배 마을’은 이를 위해 조성한 가상의 마을로, 평화롭던 마을에 최근 ‘저출생 스톰’이 찾아와 둑이 무너지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이곳에 사는 용감해·기운나 부부는 마을을 방문한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참가자들은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부스를 차례대로 방문해 게임을 통해 3가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용기’로 둑에 뚫린 구멍을 막으면 마을을 구할 수 있고, ‘용기백배 마을 명예주민증’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 문제 대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양육 부스에서는 양육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각 부처의 대책이 소개됐다. 정부는 매달 1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아동수당을 기존 3세에서 7세 아동으로 범위를 넓혔다. 2025년부터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2027년까지 아이돌보미를 30만 명까지 늘려 양육의 어려움을 국가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계획이다. 오른 집값으로 아이 키울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주거 문제 역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 키워드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주택을 12만 호 이상으로 확대하고, 신생아특례대출, 전세자금대출 요건을 연 소득 2억5000만 원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게는 출산 시 소득, 자산과 무관하게 재계약을 허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여성동아’는 이 중에서도 일·가정 양립을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다. “대한민국 망했네요”로 유명해진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경제적 목표를 달성 가능한 업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라테 파파’의 성지인 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자의 46%(2022년 기준)가 남성으로,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28%(2023년 기준)에 불과한 한국에 비해 일·가정 양립이 잘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의 합계출산율 1.66명(2022년 기준)을 유지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팝업 행사 참가자들은 ‘일·가정 양립’이 정답인 주관식 문제를 풀며 이에 대한 중요성을 새기기도 했다.
이기일 차관을 비롯한 행사 내빈들이 저출생 극복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남긴 저출생 극복 메시지.
11월 22~24일 열린 ‘여성동아’ 91주년 팝업 ‘용기백배: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에 많은 시민들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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