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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potlight

현대家, 배우 길용우와 사돈 맺은 날

editor 김지영 기자

2016. 11. 2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손녀와 배우 길용우의 아들이 최근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현대가 여성들의 아름다운 한복 패션과 스타들의 대거 참석으로 화제를 모은, 소박해서 더욱 인상 깊었던 그 현장을 다녀왔다.

“기쁩니다. 좋습니다.”

지난 11월 11일 정오,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뜰에서 하객들을 맞이하던 배우 길용우는 아들을 장가보내는 소감을 묻자 말을 아끼면서도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그의 아들 길성진(32) 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손녀 선아영(30) 씨를 아내로 맞았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 사랑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신랑 길씨는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현대차그룹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현재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평범한 학생이다. 신부 선씨는 정몽구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맏딸로, 미국 미술 명문 카네기멜론대학에서 파인 아트를 전공했다. 여느 재벌가라면 쉽지 않은 결혼이었겠지만, 당사자의 뜻을 존중하는 현대가의 가풍과 신랑, 신부가 같은 가톨릭 신자여서 혼사가 순조롭게 성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신랑, 신부보다 스포트라이트 받은 정몽구 회장

정성이 고문은 1985년, 대전선병원 설립자인 고(故) 선호영 회장의 차남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이들 부부는 지난 4월 15일에도 명동성당에서 아들 선동욱 씨의 혼사를 치렀다. 당시 선동욱 씨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차녀 채수연 씨와 화촉을 밝혔는데, 재벌가 간의 혼사임에도 소박하게 진행돼 훈훈한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이날 결혼식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재벌가와 유명 연예인 집안의 혼사여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는데, 양가는 축의금과 화환을 일절 사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객을 맞았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은 모두 8백여 명. 신랑 측 하객으로는 배우 이순재 · 사미자 · 노주현 · 김영철 · 독고영재 · 김용건 · 서인석 · 안성기  · 최명길 · 이혜숙 · 박상원 · 이아현 · 연정훈, 성우 배한성, 개그우먼 김미화, 개그맨 임하룡 등 연예인이 대거 참석했다. 연예인 주식 부자인 배우 박순애도 남편 이한용 풍국주정 대표와 함께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가 어느 쪽 하객으로 왔는지 묻자 박순애는 “양쪽 다 아는 분들”이라는 말을 짧게 남기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결혼식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범현대가 사람들이 모였다. 일찍 도착해 자리를 빛낸 정의선 부회장은 “비가 올까 봐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흐뭇해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김영명 예올 이사장 부부는 두 딸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의 부인인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분홍 저고리에 꽃무늬 치마를 입은 화사한 모습으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녀 외에도 현대가의 기혼 여성들은 하나같이 한복 차림이었다.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예식 5분여를 앞두고 도착한 정몽구 회장이었다. 최근 정치적 이슈까지 겹쳐 수십 명의 취재진이 한꺼번에 정 회장을 에워싸는 바람에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고 밝은 얼굴로 취재진을 맞은 정 회장은 결국 하객들과 차분하게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성당으로 들어가 외손녀의 결혼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세례명이 각각 ‘안젤로’와 ‘안나’인 신랑, 신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50분 동안 명동성당 안에서 혼인미사로 예식을 치렀다. 양가 가족과 친지, 지인들도 이들의 경건한 결혼식을 함께하며 백년해로를 기원했다. 예식이 끝난 뒤 신랑, 신부는 하객들과 성당 뒤뜰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몽구 회장은 예식이 끝나자마자 대기하던 차를 타고 식장을 떠나 가족사진 촬영은 함께하지 못했다.


성실하고 후덕한 배우로 소문난 길용우

한편 이번 결혼 소식으로 길용우의 이력이 새삼 화제를 모았다. 1976년 MBC 9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길용우는 〈제1공화국〉을 시작으로 〈간난이〉 〈어머니〉 〈은혜의 땅〉 〈금 나와라 뚝딱!〉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오자룡이 간다〉 〈내 사위의 여자〉 등 많은 드라마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신인 시절이던 1980년 MBC 방송연기상 남자신인상과 우수연기상을 받으며 훈훈한 매력으로 인기를 끈 그는 2011년 MBC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고두심의 남편 황남봉 역으로 열연해 그해 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황금연기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오랜 연기 경험과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가야대학교와 장안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활동했으며 1997년 국민신당에 입당해 정치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정몽준 이사장, 이인제 전 의원은 신랑 측 하객 줄에 서서 길용우와 악수를 나눴다.

길용우는 서울 관악구 남현동과 용산구 이태원동에 각각 건물을 소유한 자산가이기도 하다.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2002년 대략 72억원에 매입한 남현동 건물은 현재 시세가 2백80억원에 이른다. 2014년 약 63억원에 사들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은 리모델링을 한 후 시세가 100억 원을 호가하고 있다.   

양가는 결혼 기념사진 촬영으로 이날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거품을 뺀 소박한 결혼식으로 주위를 훈훈하게 만든 아름다운 신랑, 신부의 앞날에 꽃길이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사진 박해윤 기자
디자인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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