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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물가 시대, 무한리필 식당이 뜬다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5. 04. 09

치솟는 물가로 인해 소비자의 발길이 인심 후한 식당으로 몰리고 있다.

무한 리필 식당의 인기가 뜨겁다. 유튜브에서 ‘무한 리필’을 검색하면 #무한리필식당 #한우무한리필 #무한리필가성비맛집 #수산시장무한리필 #빵무한리필 등 다양한 키워드가 쏟아진다. 조회수도 어마어마하다. ‘강릉홍게무한리필’을 타이틀로 단 쇼츠는 조회수가 549만 회에 달하고 ‘거짓부렁인 줄 알았던 킹크랩 무한리필(내돈내산)’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가 397만 회나 된다. ‘무한 리필’을 주제로 한 웬만한 인기 동영상은 조회수가 수십만 회에 달해 뜨거운 관심을 수치로 체크할 수 있다.

무한 리필 식당이 인기 있는 이유는 나날이 고공 행진 중인 물가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 포털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첫째 주 돼지고기 삼겹살 100g 가격은 평균 3400원대다. 삼겹살 한 근(600g)을 사는 데 2만 원이 넘게 드는 것. 4인 가족이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면 고깃값만 최소 4만~5만 원이 들고, 상추나 깻잎 등 쌈 채소와 버섯 등을 곁들이면 한 끼에 10만 원은 족히 필요하다.

외식을 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삼겹살구이 전문점에서 제공하는 1인분은 150~180g 수준인데, 가격은 업소에 따라 1만8000원에서 2만 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다. 전문점에서 어른 2명이 배부르게 삼겹살을 먹는 데도 10만 원은 있어야 하는 것. 반면 무한 리필 식당이나 뷔페형 식당은 1인당 2만~3만 원 정도면 푸짐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쇼트케이크나 아이스크림 같은 간단한 디저트를 준비해두는 곳도 많아 후식까지 모두 해결 가능하다.

고기로 무한 리필

초등학생 둘과 중학생 한 명으로 아들만 셋을 둔 주부 박은혜(47) 씨도 이런 이유로 무한 리필 식당을 즐겨 찾는다. 박은혜 씨가 식구 5명의 외식 장소로 가장 자주 가는 곳은 돼지갈비를 비롯한 고기구이를 무한 리필로 먹을 수 있는 체인점이다. “한창 클 때라 그런지 아이 한 명이 치킨 한 마리도 먹더라고요. 삼겹살은 굽는 족족 없어지는 데다 치우기도 힘들고요. 장바구니 물가도 천정부지로 올라서 차라리 외식이 낫다 싶을 때 무한 리필 고깃집을 알게 됐어요.”

박은혜 씨가 방문한 식당의 자유 이용 메뉴는 1인당 1만9900원으로 식구 5명이 저녁 한 끼를 먹는 데 10만 원이면 충분하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고기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주저하던 남편이 방문 후에는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며 합격점을 주었다고. “애들은 실컷 먹어 좋고, 어른들은 외식비를 절약할 수 있어 만족하죠. 양념갈비 외에 돈마호크나 닭갈비처럼 선택지가 다양해, 자주 찾아도 지겹지 않고요. 아이 친구 엄마들 단톡방에서도 무한 리필 식당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처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갈비 무한 리필 체인점 앞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의 웨이팅이 당연한 풍경처럼 이어진다. 주말 저녁은 물론, 낮 시간에도 갈비를 굽는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돼지갈비 무한 리필 전략’을 앞세워 전국적으로 시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명륜진사갈비는 최근 2년간 신규 점포 160여 곳을 오픈했고, 전국에 600여 점포가 성업 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듯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업체 측에서는 ‘체인점 시스템을 통한 원재료 대량·저가 수매’를 첫 번째 비결로, ‘120분 시간제한’을 두 번째 비결로 꼽는다.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면 매장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임대료 부담이 적어진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고기싸롱’ ‘엉터리생고기’ ‘통큰갈비’ ‘청년고기장수’ 등 명륜진사갈비의 성공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후발 주자들도 속속 시장에 합류하며 파이를 키우고 있다.

가성비 좋기로 입소문 난 명륜진사갈비(왼쪽)와 애슐리퀸즈.

가성비 좋기로 입소문 난 명륜진사갈비(왼쪽)와 애슐리퀸즈.

불황일수록 인기 있는 뷔페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화려하게 부활한 업종이 바로 뷔페다. 201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중저가형 뷔페는 치열해진 경쟁과 빠르게 변화하는 외식업 트렌드로 인해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매장을 점점 줄여가던 중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터지면서 뷔페는 사양 산업이 되는 듯했다. 호캉스와 함께 대표적인 SNS 인증 사진의 배경이 됐던 호텔 뷔페마저 한파를 피하지 못했을 정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불경기가 뷔페 업종의 구세주가 됐다. 뷔페 레스토랑은 불황형 소비 업종으로 손꼽힌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한 없이 맛볼 수 있는 데다 음료나 디저트까지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내 동호회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영은(38) 씨도 최근 지역에 위치한 호텔 뷔페에서 신년 모임을 가졌다. “아무래도 여러 명이 모일 때는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장소를 찾기가 어렵잖아요. 뷔페 레스토랑은 여러 사람의 취향을 적당히 만족시킬 수 있고, 장소도 여유로운 편이라 대규모 모임을 갖기 좋더라고요.” 식대만 놓고 보면 조금 비싼 듯했지만 할인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꼼꼼히 활용해 비용 부담은 크지 않았다는 게 김영은 씨의 설명이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단체 방문 시 주류 무제한 프로모션이 있더라고요. 주류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도움이 됐죠. 과일과 디저트, 커피와 맥주 중에서 원하는 걸 즐길 수 있으니 멤버들도 만족했고요.”

뷔페 레스토랑의 이용률이 크게 상승했다는 건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무한 리필 식당과 중저가 뷔페 이용률은 2022년 상반기에 비해 24%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액 역시 상승했다. BC카드가 발표한 업종별 매출액과 매출 건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8월 뷔페 업종의 매출액과 매출 건수는 2020년 1월에 비해 각각 연평균 8.9%, 1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요식업종의 카드 매출액은 1.6% 증가하고, 매출 건수는 1.6% 감소한 데 비하면 놀라운 상승 폭이다.

사라졌던 매장도 다시 증가세에 접어들었다. 가성비 좋은 뷔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애슐리퀸즈’는 2023년 77곳이었던 매장이 2024년 12월 110곳으로 늘었다. 1년 만에 매장 수가 43% 증가한 것. 애슐리퀸즈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는 지난해 연 매출이 4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매출액 2360억 원 대비 70%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샐러드 바 콘셉트의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도 유동 인구가 많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하는 ‘리로케이션’ 전략을 통해 재도약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마곡 원그로브몰에 입점해 리뉴얼 오픈한 ‘빕스 마곡 원그로브점’은 개점 2주 만에 누적 방문객 1만 명을 돌파했을 만큼 고객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성비 측면에서는 평일 점심 기준 성인 1인당 이용료가 1만9900원인 애슐리퀸즈가 3만7900원인 빕스에 비해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다는 반응이다. 이런 니즈는 네이버 키워드 검색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월 10일부터 3월 12일까지 1개월간 ‘빕스’를 검색한 횟수는 39만4300여 회, 애슐리퀸즈를 검색한 횟수는 80만5000회에 달해 뷔페 식당의 인기 요인이 가성비에 있다는 주장을 강화한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무한 리필 식당과 뷔페 레스토랑의 인기가 이어질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무한리필식당 #가성비뷔페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명륜진사갈비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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