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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도 위고비?” 청소년 위고비 허용이 불러올 파장

정세영 기자

2025. 07. 04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꿈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에 대해 청소년 대상 허가를 검토 중이다.
비만 청소년에겐 위고비가 꼭 필요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나 위장 관련 부작용, 근육량 감소
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청소년 위고비 투약의 득과 실에 대해 취재했다.

영양 과잉의 시대에서 비만은 더 이상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 역시 비만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16.7%로 집계됐다. 이는 초중고 학생 6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의미다. 대한비만학회 발표에 따르면 2012년 9.7%였던 소아와 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2021년 19.3%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어른이 되면 저절로 살이 빠진다’ ‘나중에 다 키로 간다’는 막연함으로 비만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소아 비만의 60~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고혈압, 지방간, 당뇨 등 비만으로 인한 각종 대사질환이 소아와 청소년에게도 예외 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뚱뚱하다면 식습관 개선과 적절한 신체 활동 등을 통해 체중 감량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미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에 길든 아이가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 살을 빼기란 쉽지 않다. 어른도 힘든 다이어트를 아이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 이런 와중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고비에 대해 청소년 이용 허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미국, 유럽에선 청소년 위고비 사용 허가 

위고비는 이제 대중적인 비만 치료제나 다름없다. 일론 머스크나 오프라 윈프리,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위고비를 꼽으면서 전 세계가 순식간에 위고비 열풍에 휩싸였다. 한국에는 지난해 10월 처음 들어왔다. 위고비는 ‘오젬픽’이라는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개발됐다. 그 후 체중 감량 효능이 추가 입증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처방 범위를 넓혔다. 물론 기존 먹는 비만 치료제는 있다. 이들 대부분이 뇌의 기능을 조절해 식욕을 떨어뜨린다면,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로 호르몬에 관여해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때문에 이를 주사하면 뇌에 신호를 보내 먹고 싶은 충동이 억제되고 포만감이 느껴져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먼저 개발된 비만 치료제는 삭센다다. 하지만 삭센다는 매일 같은 시간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위고비는 투약 주기를 일주일로 늘려 편의성을 높인 데다, 체중 감량 효과 역시 삭센다에 비해 2배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 국내 출시 9개월 차를 맞은 요즘, 곳곳에서는 부작용 사례도 들려온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총 143건의 위고비 관련 이상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울렁거림 증상’이 총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구토 22건, 설사 15건, 두통 13건 등의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를 둘러싼 여러 설왕설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글로벌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위고비의 12세 이상 청소년 투여 적응증 허가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한국 청소년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해외 일부 국가는 청소년 위고비 사용을 허가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를 투약한 시험군 중 25.4%가 정상 체중까지 감량에 성공했다고 밝히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의 위고비 투여를 승인한 것이다. 2022년 말 12세 이상 청소년의 위고비 사용을 승인한 미국에서는 매년 위고비 처방률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트루베타가 최근 12~17세 청소년 130만 명의 전자 건강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위고비 신규 처방률은 10만 명당 14.8건으로 전년 대비 약 50% 상승했다. 올해는(6월 기준) 평균 17.3건으로 올라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내 12~19세 청소년 중 23%인 약 800만 명이 비만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1980년대 청소년 비만율이 5%였던 것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증가세다.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심각한 청소년 비만을 해결하고자 미국은 위고비를 선택했다. 실제 체중 감량 효과도 어느 정도 증명됐다. 미국 델라웨어주 네무르 아동병원의 ‘건강 체중 클리닉’은 지난해 2000여 명의 청소년 환자 중 약 25%에게 위고비, 삭센다 같은 GLP-1 계열 약물을 처방했다. 그 결과 처방을 받은 환자는 6~12개월 내 평균 6.8kg, 1년 이상 사용 시 최대 13.6kg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오남용이다. 현재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비만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만 처방 가능하다. 하지만 정상 체중이거나 심지어 저체중인 사람들조차 어렵지 않게 위고비를 처방받는 사례가 속속 등장해 오남용 문제가 불거졌다. 극세사 다리, 뼈 마름 몸매 등을 동경하며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일부 청소년들이 위고비를 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신준수 바이오생약국장은 “너무 마른 청소년이 처방 대상이 되지 않도록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장 발달 저해 및 오남용 우려 

위고비의 부작용이나 장기 투여에 대한 안정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극히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일례로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청소년에게 GLP-1 계열 약물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것은 과의학화의 일례”라며 “신진대사나 성장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보 노디스크는 “청소년 대상 임상에서 성장이나 사춘기 발달에 악영향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는 존재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용현 비만 전문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Primary Care Near Boston’을 통해 청소년 대상의 위고비 실험 결과를 소개하며 부작용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파라셀서스의대 다니엘 베크후버 교수 팀이 12~18세 비만 청소년 2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언급하며 “청소년 5명에게서 담석이 발견되는 등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위고비의 장기 사용에 대한 안정성도 파악해봐야 한다. 위고비는 2021년 FDA 허가를 받은 약물이다. 이를 장기간 투여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장담하긴 어렵기 때문. 물론 노보 노디스크가 FDA 허가 당시 제출한 임상 3상 자료에 따르면 성인이나 청소년 대상 특별한 부작용이 발견된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껏 시장에 등장했던 비만 치료제 가운데 장기 안전성 문제로 퇴출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더욱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으로 시부트라민, 벨빅 등을 들 수 있다. 시부트라민은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10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됐고, 벨빅은 암 발생 가능성이 확인돼 판매가 중단됐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생활 습관의 변화를 먼저 시도해보라”고 조언한다.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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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노보노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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