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바라본 와인 라벨 속 춤. 전 세계 와인과 그에 얽힌 춤 이야기를 연재한다.
라벨 속 1920년대 파티 의상을 입은 두 여성의 모습은 단숨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성대한 파티에서 샴페인을 들이켜며 재즈에 맞춰 춤을 추는 화려한 복장의 사람들. 영화처럼 라벨 속 모든 것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축하할 일이 있거나 흥겨운 모임에서 샴페인(champagne)이 등장한다. 프랑스 북부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이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샹파뉴에서 재배된 포도가 아니거나 전통 양조법이 아니면 감히 샴페인이라 할 수 없다. 대신 ‘크레망’이나 ‘뱅 무소’라고 부른다.
‘기 미셸 에 피스 파리 폴리 브뤼 밀레짐(Guy Michel & Fils Paris Folie Brut Millesime Magnum) 1996’이라는, 거의 30년 된 와인을 마시는 귀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숙성이 잘 진행된 샴페인으로, 산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깊은 매력은 숨길 수 없다.
샹파뉴 몬텔론 마을에 위치한 기 미셸 샴페인 하우스는 1847년 설립돼 베누아 미셸이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2023년부터 베누아 미셸 하우스로 명칭도 바꿨다. ‘기 미셸 에 피스’라는 브랜드는 아직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2명의 여성이 표현된 라벨만 봐도 구매 욕구가 끓어올라서 해외 직구로 빈티지 1989, 1996을 확보했다. 기 미셸 에 피스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평균 생산 연도는 40년. 샤르도네의 날카로운 산도를 낮추기 위해 젖산 발효 대신 병 숙성을 선택하고 있다. 빈티지 1996은 포도 품종인 피노 뫼니에 35%,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15%의 블렌딩 와인이다. 빈티지 1989는 피노 뫼니에 35%, 샤르도네 40%, 피노 누아 10%로 블렌딩했다.
이제 라벨을 살펴보자.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여성은 담뱃대를 들고 상체를 기울이고 있다. 다른 여성은 어딘가에 기댄 채 한 다리를 의자에 걸치고 다른 다리는 뻗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두 여성은 목선이 깊게 파인 미니드레스를 입고 단발머리에 깃털 장식의 띠를 둘렀다. 라벨 하단에는 프랑스 화가이자 아르데코풍 여성을 주로 그리는 베르나르 펠트리오(Bernard Peltriaux)의 사인이 있다.
두 여성의 패션은 아르데코 스타일로 1900~1930년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사이 흔히 ‘벨 에포크’라고 하는 시기에 유행했다. 아르데코라는 명칭은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현대 장식미술·산업미술 국제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네모반듯하며 완벽한 대칭 구도에 기하학적 무늬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조르주 바르비에(George Barbier·1882~1932)의 ‘부채(Eventails)’ 그림에는 큰 깃털과 일직선 머리 장식, 보석 등 아르데코 패션이 잘 드러난다. 당시 새로운 발레를 추구했던 발레뤼스에서 니진스키가 안무한 ‘파란 기차’(1924)는 파리와 코트다쥐르(지중해 연안)를 달리는 특급열차 제목에서 따왔다. ‘파란 기차’는 이전 발레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단발머리에 아르데코 스타일의 샤넬 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등장하는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폴란드 출신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1898~1980)는 부드러운 입체주의라는 아르데코 양식을 발전시켜 훗날 ‘아르데코의 여왕’이라 불렸다. 직선과 도형이 상징적인 아르데코의 기하학적인 부분을 되살리고 초상화에 아르데코 양식의 관능미를 포함시켰다. ‘위대한 개츠비’ 책 표지에 실렸던 ‘아플리토 후작의 초상화’(1925)도 렘피카의 그림이다.
이 시기 여성들은 긴 담뱃대를 물고 밤새 술을 마시며 재즈를 즐겼다. 파리 폴리의 라벨에서 춤을 추는 건지, 누군가 추는 것을 바라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당당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이 샴페인은 마치 아르데코 시대를 병 안에 가둬두고 영원히 변치 않을 것처럼 고집스럽게 느껴진다. 맛도, 산도도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으며 개성이 넘치고 고유의 색채가 뚜렷하다.
#와인라벨 #위대한개츠비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IMDB
기 미셸 에 피스 파리 폴리 브뤼 밀레짐 빈티지 1989(왼쪽), 빈티지 1996.
영화 ‘위대한 개츠비’(2013)의 한 장면.
‘기 미셸 에 피스 파리 폴리 브뤼 밀레짐(Guy Michel & Fils Paris Folie Brut Millesime Magnum) 1996’이라는, 거의 30년 된 와인을 마시는 귀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숙성이 잘 진행된 샴페인으로, 산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깊은 매력은 숨길 수 없다.
샹파뉴 몬텔론 마을에 위치한 기 미셸 샴페인 하우스는 1847년 설립돼 베누아 미셸이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2023년부터 베누아 미셸 하우스로 명칭도 바꿨다. ‘기 미셸 에 피스’라는 브랜드는 아직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2명의 여성이 표현된 라벨만 봐도 구매 욕구가 끓어올라서 해외 직구로 빈티지 1989, 1996을 확보했다. 기 미셸 에 피스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평균 생산 연도는 40년. 샤르도네의 날카로운 산도를 낮추기 위해 젖산 발효 대신 병 숙성을 선택하고 있다. 빈티지 1996은 포도 품종인 피노 뫼니에 35%,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15%의 블렌딩 와인이다. 빈티지 1989는 피노 뫼니에 35%, 샤르도네 40%, 피노 누아 10%로 블렌딩했다.
이제 라벨을 살펴보자.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여성은 담뱃대를 들고 상체를 기울이고 있다. 다른 여성은 어딘가에 기댄 채 한 다리를 의자에 걸치고 다른 다리는 뻗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두 여성은 목선이 깊게 파인 미니드레스를 입고 단발머리에 깃털 장식의 띠를 둘렀다. 라벨 하단에는 프랑스 화가이자 아르데코풍 여성을 주로 그리는 베르나르 펠트리오(Bernard Peltriaux)의 사인이 있다.
두 여성의 패션은 아르데코 스타일로 1900~1930년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사이 흔히 ‘벨 에포크’라고 하는 시기에 유행했다. 아르데코라는 명칭은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현대 장식미술·산업미술 국제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네모반듯하며 완벽한 대칭 구도에 기하학적 무늬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조르주 바르비에(George Barbier·1882~1932)의 ‘부채(Eventails)’ 그림에는 큰 깃털과 일직선 머리 장식, 보석 등 아르데코 패션이 잘 드러난다. 당시 새로운 발레를 추구했던 발레뤼스에서 니진스키가 안무한 ‘파란 기차’(1924)는 파리와 코트다쥐르(지중해 연안)를 달리는 특급열차 제목에서 따왔다. ‘파란 기차’는 이전 발레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단발머리에 아르데코 스타일의 샤넬 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등장하는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폴란드 출신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1898~1980)는 부드러운 입체주의라는 아르데코 양식을 발전시켜 훗날 ‘아르데코의 여왕’이라 불렸다. 직선과 도형이 상징적인 아르데코의 기하학적인 부분을 되살리고 초상화에 아르데코 양식의 관능미를 포함시켰다. ‘위대한 개츠비’ 책 표지에 실렸던 ‘아플리토 후작의 초상화’(1925)도 렘피카의 그림이다.
이 시기 여성들은 긴 담뱃대를 물고 밤새 술을 마시며 재즈를 즐겼다. 파리 폴리의 라벨에서 춤을 추는 건지, 누군가 추는 것을 바라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당당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이 샴페인은 마치 아르데코 시대를 병 안에 가둬두고 영원히 변치 않을 것처럼 고집스럽게 느껴진다. 맛도, 산도도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으며 개성이 넘치고 고유의 색채가 뚜렷하다.
#와인라벨 #위대한개츠비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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