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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K-패딩, 어디까지 입어봤니?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4. 12. 12

영하 18℃ 이하의 강추위가 예보된 올겨울. 역대급 한파를 잠재울 K-패딩이 격전을 시작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패션업계가 월동준비로 바쁘다. 특히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른 다운재킷은 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성과의 지표가 된다. 매년 겨울이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며 총력전을 기울이는 이유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웃도어 브랜드 간 겨울 패딩 대전에 불이 붙었다. 특히 국내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다. 아웃도어 업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계 매출은 디스커버리(3239억 원), K2(2698억 원), 코오롱스포츠(2653억 원), 네파(2291억 원), 블랙야크(2076억 원) 순으로 국내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패딩의 대명사로 불리는 몽클레르와 에르노를 비롯해 구찌,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들이 신상품을 쏟아내며 기선 제압에 나섰지만,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의 화력이 한 수 위였다. 이는 한국 고유의 패션 브랜드가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과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비록 11월 중순까지 낮의 온도가 20℃를 웃도는 이상기온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2.5%대로 역신장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국내 아웃도어 업계는 12월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됨에 따라 객단가가 높은 다운재킷 매출이 늘면서 4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따뜻한 날씨가 길어지고 강한 추위 기간이 짧아지면서 10월에 집중되던 헤비 아우터 판매가 11월과 12월에 집중되고 있다”며 “남은 기간 동안 매출 성적표가 좋지 못했던 브랜드들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루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개인화 시대, 딥 큐레이션이 대세

올해 다운재킷 경향은 다양성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해 Y2K 트렌드와 함께 짧은 기장의 크롭트 다운재킷이 유행이었다면, 올해는 크롭트부터 미들 그리고 롱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취향을 고루 반영한 다양한 기장과 스타일의 다운재킷이 대세를 이룬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은 작년 폭발적인 인기로 매장마다 동이 나는 사태를 일으킨 ‘켈리 구스다운 패딩’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경쾌한 기장의 ‘켈리 미드 다운 패딩’과 허리까지 오는 짧은 기장의 ‘켈리 숏다운 패딩’을 추가해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 K2도 널뛰는 날씨를 고려해 일상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경량 소재의 ‘KTR 엣지 패딩’과 솜털 비율을 95%로 끌어올려 극강의 보온력을 자랑하는 ‘골든 K95’를 선보였고, 코오롱스포츠 역시 벨티드 장식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쿠치 다운’, 박시하게 떨어지는 크롭트 스타일의 ‘뉴볼륨’, 코트처럼 단정하고 격식 있는 ‘웨더 다운’ 등을 차례로 출시하며 상황에 따라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대응했다. 이 외에도 프리미엄 라인과 남성 라인을 늘리며 소비자층을 강화한 네파와 일상과 아웃도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다운재킷을 제안한 블랙야크도 있다.

불붙은 스타 마케팅, 팝업 경쟁 후끈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의 톱스타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열기도 매우 뜨겁다. 전속모델과 팬들이 만날 수 있는 사인회나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이 대표적. 가수 겸 배우 수지를 8년째 모델로 기용하며 수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K2는 이번 시즌 서울 성수동의 베이글 카페 성지 ‘코끼리베이글’과 손잡고 이색적인 팝업스토어를 열어 화제를 일으켰다. 동글동글한 베이글을 연상시키는 코쿤 실루엣의 다운재킷인 골든 K95 시리즈 출시를 기념한 것. 카페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초대형 베이글 다운재킷이 전시된 포토 월을 비롯해 신제품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쇼룸과 다양한 체험 공간을 구성해 긍정적인 평을 얻었다. 팝업스토어 행사에는 수지가 깜짝 방문해 K2와의 오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형 프로그램, 브랜드 모델인 보이 그룹 라이즈와 함께하는 팬 사인회를 개최해 일평균 3000명 이상, 총 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모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네파 역시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 무중력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다운재킷의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한 팝업스토어를 열고 홍보대사인 배우 이준호의 팬 사인회를 개최하며 신상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디스커버리도 일찌감치 배우 변우석을 모델로 발탁해 인기 상승과 함께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는 케이스다. 그가 출연한 캠페인 영상은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누적 조회수 192만을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유를 내세운 블랙야크도 매년 꾸준히 히트템을 내면서 완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빈폴냅·알래스카·논타입 신규 브랜드 시장 가세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패션업계는 라인업 확대는 물론 신규 브랜드 론칭으로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서 선보이는 남성복 브랜드 빈폴맨은 야외 활동에 특화된 캡슐 라인 빈폴냅을 지난 11월 론칭했다. 빈폴냅은 ‘빈폴’과 작은 언덕을 뜻하는 ‘냅’의 합성어로, 일상과 레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흐름에 맞춘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를 표방한다. 대표 아우터인 다운재킷은 클래식한 사각 퀼팅 디자인에 천연 다운보다 방수성과 보온성이 우수한 프리마로프트 충전재를 적용해 친환경 패션에 주력했다. 알래스카는 캐주얼 브랜드 폴햄의 캠핑 및 아웃도어를 위한 겨울 시그니처 라인으로 숍 in 숍 형태로 출범한 후 고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상품 라인을 대폭 확대하면서 발전했다. 현재 30개의 단독 매장을 운영 중에 있으며, 올해 추가로 10개 점 오픈을 확정 짓고 단일 브랜드로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최근 발표한 2024 F/W ‘알래스카 다운’ 컬렉션은 트렌디한 디자인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긍정적인 매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8월 론칭한 (주)지엔코의 하이브리드 캐주얼 브랜드 논타입은 유스 컬처에 주목, MZ세대가 열광할 만한 쇼트 다운재킷을 출시하며 레이스에 본격 가세했다. 스키 점퍼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스테디셀러 ‘코듀로이 콘트라스트 파이핑 다운 파카’는 나일론과 코듀로이의 조화로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유니크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다운재킷을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웃도어는 더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을 위한 취미 활동이 아닌 엄연한 패션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밝다. 논타입의 정상구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아웃도어를 소비하는 연령층이 젊어지면서 여행이나 레저에 집중됐던 예전과 달리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1세대가 정통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했다면, 2세대는 일상복으로서 확장을 주도했다”며 “3세대는 굳이 정통 브랜드 제품이 아니더라도 젊은 소비자들 취향과 니즈에 맞는 도전적이고 감도 높은 디자인의 고프코어 스타일을 이끄는 신생 브랜드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어째 됐든 올해도 어김없이 다운재킷 전쟁이 점화됐다. 당분간 디자인과 기능성을 갖춘 아웃도어 룩이 겨울 트렌드를 이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긴긴 한파가 지속되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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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사진제공 노스페이스 논타입 코오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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