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반려동물 보유세’가 화제다. 지난 3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이 반려동물 양육자의 책임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71.1%로 나타났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반려동물) 보유세 검토 계획은 있지만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며 “장점도 많이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많기 때문에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해외 사례를 찾아보던 중 흥미로운 역사 속 사건을 알게 됐다. 바로 1898년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반려견 세금 전쟁(Dog Tax War)’이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양을 공격하는 개의 수를 줄이기 위해 반려견 세금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많은 개를 기르고 있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에게 이 세금은 생계를 위협하는 부담이었고, 차별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마오리족은 일부 지역에서 세금 징수를 거부하며 강하게 저항했고, 결국 무장 충돌까지 발생했다. 유혈 사태는 피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뉴질랜드 정부와 마오리족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를 통해 현재 논의 중인 반려동물 보유세 정책의 방향을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보유세로 인한 기대 효과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우던 이들이 유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일찍이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한 독일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세금을 정하는데, 베를린에서는 반려견 세금으로 연간 120유로(약 17만 원)를 낸다. 1마리 추가 시 180유로(약 26만 원)를 부담한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불테리어 등 맹견으로 분류된 개 소유자는 연간 612유로(약 91만 원)를 내야 한다. 세금 도입 시 저소득층 반려동물 가구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단, 반려동물 보유세가 처음 대두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반려견 세금은 1810년 프로이센왕국 시절 사치세의 일종으로 시작됐다. 개를 키울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세금도 감당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것. 이러한 논리를 오늘날에 적용해보면 반려동물 보유세로 인해 유기 동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측이 나온다. 결국 보유세 부담으로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보유세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유로 유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영국은 1796년에 독일보다 먼저 반려견 세금을 도입한 국가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취했다. 당시 영국은 독일과 달리 스포츠에 사용되는 개를 사치품으로 분류해 연간 5실링의 세금을 부과했다. 단,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스포츠에 쓰이지 않는 개 1마리를 세금 없이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저소득층 반려동물 가구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영국처럼 현실적이고 상황에 맞춘 세금 정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영국은 1988년 보유세를 폐지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도입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한 이후의 단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를 부과하면 반려인들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반려견을 책임지게 된다. 앞서 급작스러운 징세는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마오리족의 사례로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반려인들의 진정성 있는 양육을 장려하면서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먼저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 양육 시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특히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입양부터 양육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등록 등의 제도를 활용하는 데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둘째, 반려동물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펫 숍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영국은 2018년부터 펫 숍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6개월 이하의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정부가 허가한 가정 브리더나 유기 동물 입양 센터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한 절차를 거친다면 반려동물 입양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할 기반도 마련돼 유기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온라인 반려동물 등록 시스템 운영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농무부는 최근 온라인 반려동물 등록 시스템을 개설했다.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으면 동물당 최대 100달러(약 13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부터 무척추동물 등 가정용으로 기르는 모든 동물에 적용된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선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우선시돼야 한다. 보유 수를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아예 신고하지 않는 불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나아가 반려동물 수, 유기견 입양 여부, 맹견 양육 여부 등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해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보유세를 납부하는 반려인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저소득층 가구에는 세금 감면 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시스템 마련부터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갑작스러운 시행은 정책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유럽에서도 일부 국가들이 시행착오 끝에 반려동물 보유세를 폐지한 사례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우리 가족이라면, 이들도 당당히 세금을 내고 그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보호자도 ‘세금 내는 떳떳한 반려동물’과 함께 더욱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보유세 #반려동물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이와 관련된 해외 사례를 찾아보던 중 흥미로운 역사 속 사건을 알게 됐다. 바로 1898년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반려견 세금 전쟁(Dog Tax War)’이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양을 공격하는 개의 수를 줄이기 위해 반려견 세금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많은 개를 기르고 있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에게 이 세금은 생계를 위협하는 부담이었고, 차별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마오리족은 일부 지역에서 세금 징수를 거부하며 강하게 저항했고, 결국 무장 충돌까지 발생했다. 유혈 사태는 피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뉴질랜드 정부와 마오리족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를 통해 현재 논의 중인 반려동물 보유세 정책의 방향을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적 부담으로 유기 우려 제기
보유세 도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찬성 혹은 반대보다는 이 세금이 이슈가 된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약 552만 가구로 2020년(약 536만 가구)에 비해 약 3% 증가했다. 매년 반려 가구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사고와 유기 동물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유기 동물 수는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관리 비용이 여전히 증가해 정부에 약 300억 원의 재정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에 정부는 보유세로 재정적 부담을 분담하는 동시에 확보된 재원을 동물보호 및 복지시설과 제도 강화에 투자해 전반적인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것. 세금 부담으로 인해 반려동물 입양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한다는 것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의 대표적인 순기능이다.
하지만 보유세로 인한 기대 효과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우던 이들이 유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일찍이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한 독일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세금을 정하는데, 베를린에서는 반려견 세금으로 연간 120유로(약 17만 원)를 낸다. 1마리 추가 시 180유로(약 26만 원)를 부담한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불테리어 등 맹견으로 분류된 개 소유자는 연간 612유로(약 91만 원)를 내야 한다. 세금 도입 시 저소득층 반려동물 가구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단, 반려동물 보유세가 처음 대두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반려견 세금은 1810년 프로이센왕국 시절 사치세의 일종으로 시작됐다. 개를 키울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세금도 감당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것. 이러한 논리를 오늘날에 적용해보면 반려동물 보유세로 인해 유기 동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측이 나온다. 결국 보유세 부담으로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보유세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유로 유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영국은 1796년에 독일보다 먼저 반려견 세금을 도입한 국가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취했다. 당시 영국은 독일과 달리 스포츠에 사용되는 개를 사치품으로 분류해 연간 5실링의 세금을 부과했다. 단,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스포츠에 쓰이지 않는 개 1마리를 세금 없이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저소득층 반려동물 가구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영국처럼 현실적이고 상황에 맞춘 세금 정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영국은 1988년 보유세를 폐지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도입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1인분의 세금 내는 어엿한 가족으로
한편 보유세를 도입하기 전에 반려동물 등록제부터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등록되지 않은 반려동물에게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어 제도의 형평성이 떨어지고, 세금 징수와 관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반려견 세금이 정당화된 배경에는 오래된 정책과 더불어 엄격한 반려동물 등록제가 있다. 독일에서는 반려견을 키우려면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되지 않은 개가 불시에 적발되면 최대 1만 유로(약 14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반려동물 등록제가 미비한 상태에서 보유세 도입이 적절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논의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반려동물 등록부터 보유까지 계속되는 세금 부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느낀 반려인이 유기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한 이후의 단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를 부과하면 반려인들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반려견을 책임지게 된다. 앞서 급작스러운 징세는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마오리족의 사례로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반려인들의 진정성 있는 양육을 장려하면서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먼저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 양육 시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특히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입양부터 양육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등록 등의 제도를 활용하는 데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둘째, 반려동물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펫 숍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영국은 2018년부터 펫 숍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6개월 이하의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정부가 허가한 가정 브리더나 유기 동물 입양 센터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한 절차를 거친다면 반려동물 입양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할 기반도 마련돼 유기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온라인 반려동물 등록 시스템 운영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농무부는 최근 온라인 반려동물 등록 시스템을 개설했다.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으면 동물당 최대 100달러(약 13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부터 무척추동물 등 가정용으로 기르는 모든 동물에 적용된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선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우선시돼야 한다. 보유 수를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아예 신고하지 않는 불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나아가 반려동물 수, 유기견 입양 여부, 맹견 양육 여부 등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해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보유세를 납부하는 반려인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저소득층 가구에는 세금 감면 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시스템 마련부터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갑작스러운 시행은 정책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유럽에서도 일부 국가들이 시행착오 끝에 반려동물 보유세를 폐지한 사례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우리 가족이라면, 이들도 당당히 세금을 내고 그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보호자도 ‘세금 내는 떳떳한 반려동물’과 함께 더욱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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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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