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다. 피카소를 잇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상업미술의 대가 앤디 워홀이 1975년 출간한 자전 에세이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돈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라 강조했듯이, 예술의 탄생은 재능과 자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4대째 헤리티지를 이어오는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 벨루티의 앤디 워홀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1962년 견습생이던 올가 벨루티가 앤디 워홀을 위해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앤디 로퍼’는 지금까지도 브랜드 아이코닉 모델로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패션과 예술은 사이좋은 연인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루이비통을 일례로 들어보자.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고루한 명품 브랜드로 치부받던 루이비통이 세대를 초월하는 브랜드로 회춘한 데는 예술계 거장의 공이 크다. 동양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구사마 야요이, 리처드 프린스, 제프 쿤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예술가와 활발한 아트 프로젝트를 지속하며 새로운 형태의 미학을 창조해온 것. 결국 루이비통은 현대미술의 발전과 후원을 위해 직접 미술 재단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예술에 기조를 둔 프라다 역시 마찬가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업복합시설단지를 개조한 폰다지오네 프라다 미술관을 설립해 다양한 예술 작품과 건축물을 소개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자청했다. 패션 하우스의 이 같은 행보는 패션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하우스의 위상을 널리 떨치고, 예술은 패션계의 상업적 특수성을 이용해 대중에게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선다.
매 시즌 패션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고 구현되는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패션과 예술은 어떤 교감을 나눴을까? 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스키아파렐리는 살바도르 달리에게 열렬한 사랑을 고백했다. 과거 초현실주의 예술가와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던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1937년 달리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제작한 로브스터 드레스를 오마주한 피스가 컬렉션에 등장한 것. 당대 예술가들에게 로브스터는 성적인 은유와 암시를 드러내는 모티프로 자주 활용됐다. 하우스의 상징과도 같은 로브스터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과시한 스키아파렐리의 환상적인 피스들은 캔버스가 아닌 몸 위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로에베는 미국의 회화 작가, 앨버트 요크 쪽으로 눈을 돌렸다. 평생 은둔 생활을 하다시피 하며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그의 작품은 몽환적인 풍광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에덴동산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까? 쇼의 시작을 알린 꽃과 나무로 점철된 로에베의 플로럴 드레스에서는 따스한 바람마저 풍겼다. 1960년대 아카이브를 간직한 발망은 또 어떤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젊은 색채 예술가 프린스 기아시의 사진을 각색한 프린트 피스들로 힘 있고 낙천적인 기조를 연출했다. 여기에 카메룬계 영국 세트 디자이너 이비 은조야가 합세해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뤘다. 그런가 하면 해체주의를 표방하는 요지 야마모토는 20세기 초 입체파 화가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에 의해 시작된 프랑스 미술운동 큐비즘에 영감을 받은 피스들을 쏟아냈다. 그는 조각품을 다루듯 패브릭을 분해하고 덕지덕지 붙여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감탄을 이끌어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실루엣은 쇼를 감상하는 또 다른 묘미다. 이 외에도 오스트리아 상징주의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 명화 ‘키스’(1908)를 연상시키는 황금빛 피스들로 런웨이를 휩쓴 크리스찬디올,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를 오마주한 듯 화려한 금속 실과 스톤 장식으로 런웨이를 풍요롭게 채워나간 루이비통, 네덜란드의 근대미술 화가 피터르 몬드리안 작품의 색채가 주가 된 마크제이콥스, 무의식의 세계를 복잡한 선과 면으로 표현한 추상주의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을 떠오르게 한 보테가베네타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졌다.
앞으로도 패션과 예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하며 새로운 형태의 미학을 창조해나갈 것이다. 이를 두고 예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논조는 큰 의미가 없다.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말처럼, 패션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지 않겠는가.
#패션과예술 #예술작품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매 시즌 패션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고 구현되는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패션과 예술은 어떤 교감을 나눴을까? 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스키아파렐리는 살바도르 달리에게 열렬한 사랑을 고백했다. 과거 초현실주의 예술가와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던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1937년 달리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제작한 로브스터 드레스를 오마주한 피스가 컬렉션에 등장한 것. 당대 예술가들에게 로브스터는 성적인 은유와 암시를 드러내는 모티프로 자주 활용됐다. 하우스의 상징과도 같은 로브스터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과시한 스키아파렐리의 환상적인 피스들은 캔버스가 아닌 몸 위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로에베는 미국의 회화 작가, 앨버트 요크 쪽으로 눈을 돌렸다. 평생 은둔 생활을 하다시피 하며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그의 작품은 몽환적인 풍광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에덴동산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까? 쇼의 시작을 알린 꽃과 나무로 점철된 로에베의 플로럴 드레스에서는 따스한 바람마저 풍겼다. 1960년대 아카이브를 간직한 발망은 또 어떤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젊은 색채 예술가 프린스 기아시의 사진을 각색한 프린트 피스들로 힘 있고 낙천적인 기조를 연출했다. 여기에 카메룬계 영국 세트 디자이너 이비 은조야가 합세해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뤘다. 그런가 하면 해체주의를 표방하는 요지 야마모토는 20세기 초 입체파 화가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에 의해 시작된 프랑스 미술운동 큐비즘에 영감을 받은 피스들을 쏟아냈다. 그는 조각품을 다루듯 패브릭을 분해하고 덕지덕지 붙여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감탄을 이끌어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실루엣은 쇼를 감상하는 또 다른 묘미다. 이 외에도 오스트리아 상징주의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 명화 ‘키스’(1908)를 연상시키는 황금빛 피스들로 런웨이를 휩쓴 크리스찬디올,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를 오마주한 듯 화려한 금속 실과 스톤 장식으로 런웨이를 풍요롭게 채워나간 루이비통, 네덜란드의 근대미술 화가 피터르 몬드리안 작품의 색채가 주가 된 마크제이콥스, 무의식의 세계를 복잡한 선과 면으로 표현한 추상주의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을 떠오르게 한 보테가베네타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졌다.
앞으로도 패션과 예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하며 새로운 형태의 미학을 창조해나갈 것이다. 이를 두고 예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논조는 큰 의미가 없다.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말처럼, 패션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지 않겠는가.
#패션과예술 #예술작품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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