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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Y2K 가고 더 큰 쇠 맛이 온다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4. 11. 04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세대의 표현 방식, Y3K 트렌드 이야기. 

지난 몇 년간 Y2K 트렌드가 2000년대 초반 복고풍 감성을 되살리며 패션과 뷰티업계를 강타했다. Y2K 스타일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일깨우고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에게도 반향을 일으켰다. 크롭트 톱, 슬렁 진, 형형색색의 컬러 액세서리로 대표되는 뉴트로 스타일이 인기를 얻으며 일상 패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이대로 영원할 것만 같던 Y2K가 저물고 최근 Y3K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Y2K에서 1000년이 지난 미래를 의미하는 Y3K는 복고 감성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감각을 강조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테크놀로지적 감성과 SF적인 미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3000년대 패션이란 무엇일까? 메탈릭 질감, 홀로그램 색상, 글리치 아트 등 디지털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를 활용해 공상 과학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 SF 영화나 사이버 펑크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요소들을 패션에 담아내고, 디지털 시대의 감성을 한 방울 떨어뜨려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 이를테면 메탈릭 소재의 톱과 팬츠에 홀로그램 백을 들고 네온 컬러 슈즈나 액세서리 등을 더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PVC나 실리콘 같은 반투명 소재도 Y3K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Y3K 트렌드는 메이크업을 통해 보다 세밀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메탈릭한 아이섀도와 네온 컬러 아이라인, 홀로그램 립글로스는 신비로우면서도 여전사 같은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피부 위에 페이스 주얼리를 얹거나 전위적 느낌의 네일 아트를 더해 매력을 강조할 수도 있다.

이미 K-팝 걸 그룹 사이에서 Y3K 트렌드는 현재진행형이다. 인기 걸 그룹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의상에서 일명 ‘쇠 맛’ 감성의 Y3K 패션을 발견할 수 있다. 걸 그룹 에스파는 Y3K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다. 에스파는 데뷔 이래로 줄곧 가상 아바타와 함께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통해 사이버 펑크와 미래지향적 패션을 강조해왔다. 지난 5월 발매된 정규앨범 1집 타이틀곡 ‘Supernova’ 활동에서도 우주 분위기의 콘셉트 포토와 메탈릭한 의상, 볼드 주얼리를 통해 AI와 가상의 세계가 결합된 세계관을 표현했다. 특히 멤버 윈터의 필오프팩을 활용한 홀로그램 메이크업은 유약을 발라 구운 듯한 남다른 광채감을 선사하며 화제가 됐다. 그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조은비 아티스트는 “사랑스러운 외계인 느낌이 나도록 얼굴 전체에 필오프 마스크팩을 덮고 그 위에 메이크업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 21일에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Whiplash’는 혀끝에 금속을 가져다댄 듯 한층 짜릿한 쇠 맛을 선사한다. 에스파와 양극단에 서 있는 걸 그룹 뉴진스 역시 Y2K 일색인 룩에 실버 메탈 주얼리를 슬쩍 더해 복고적이면서도 어딘지 미래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외에서는 가수 도자 캣이 Y3K 스타일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디지털 아트에서 툭 튀어나온 듯 과감하고 기발한 사이버 펑크 룩은 그만의 미래적이면서도 독창적인 감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싱어송라이터 로살리아 역시 ‘MOTOMAMI’ 앨범에서 강인한 메탈 소재 보디슈트와 헤어피스로 Y3K 스타일을 이끌었다.

패션계에서 Y3K 패션은 예술과 테크의 경계를 허무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된다. 발렌시아가는 Y3K 스타일의 디지털 미학을 고급 패션에 반영한 대표적인 예. 이번 2024 F/W 컬렉션에서는 사이버 펑크의 미래와 디스토피아적 혁신을 담은 피스들로 무대를 꽉 채웠다. 색색의 반투명 마스크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델들 뒤로 도시와 해변, 설산까지 AI가 만들어낸 장엄한 디지털 풍경이 펼쳐지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모바일 자동차경주 게임 ‘니드 포 스피드’와의 이색 협업 소식을 전해왔다. 게임 속 모델들이 착용한 의류 제품들은 내장된 NFC 칩을 통해 게임 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해 즐거움을 더했다. 겐조와 스텔라맥카트니 역시 딱 달라붙는 실버 메탈 보디슈트를 내세우며 미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Y2K가 복고 감성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면, Y3K는 디지털 시대와 미래적 감각을 반영한 새로운 미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Y3K 패션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다. 그리고 이 경계를 허무는 건 Y3K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티스트와 패션 브랜드들이다. Y3K는 미래적인 스타일을 넘어 변화하는 기술과 문화적 감각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트렌드로 봐야 할 것이다. 패션과 뷰티에 국한되지 않고 테크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Y3K는 새로운 세대의 표현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Y3K트렌드 #쇠맛감성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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