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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면, 자녀와 게임 갈등 안 끝나요”

‘게임하는 아이, 걱정하는 부모’ 이경혁 게임 평론가

이슬아 기자

2026. 06. 24

게임을 놓고 자녀와 씨름하는 부모들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PC방 1세대 부모들이 게임 좋아하는 자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은 무엇일까

“소위 말하는 PC방 1세대,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로 밤을 지새우던 청년들이 거의 학부모가 돼 있어요. 그러면 게임에 대해 잘 모르고 혼내던 이전 세대보다 아이들 마음을 이해할 것 같지만 오히려 위험하죠. ‘내가 옛날에 해봐서 아는데’가 되거든요.”

이경혁 게임 평론가는 요즘 가정에서 벌어지는 게임 갈등은 이전과 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자녀 교육 프로그램 ‘우리 아이 게임 사용 설명서’에 전문가로 출연하면서 게임으로 부딪히는 여러 가정을 만났다. 다양한 갈등 유형 가운데 포착한 한 가지는 ‘게임을 경험하며 자란 부모 세대의 등장’이다. “이들은 자신이 게임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게임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른다”며 “그러다 보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더 큰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게임 평론가라는 직업과 어딘가 어울리지 않게 교육 서적 ‘게임하는 아이, 걱정하는 부모’를 펴낸 이유다.

이 평론가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게임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게임 미디어 연구소 ‘드래곤랩’에서 게임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술 활동을 하고, 게임 문화 웹진 ‘게임제너레이션’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게임 때문에 자녀와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면 ‘아이들에게 게임이 어떤 의미인지’ ‘요즘 게임이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그에게 부모들을 위한 현실 게임 갈등 대처법을 물었다.

부모들의 ‘게임 아는 척’이 어떤 문제를 불러오나요.

쉽게 말해 “나도 요즘 노래 알아” 하면서 “배호가 말이야”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일단 여기서부터 대화가 안 통한다고 느끼는 것 같고요. 그래서 ‘안다’고 말하려면 부모님들이 정말로 ‘게임 문해력’을 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게임에서 한 발 나아가서 미디어 전반적인 얘기를 해볼게요. 요즘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왜 할까요?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자기 얼굴을 찍어서 온 사방에 퍼뜨릴까 봐 걱정하고, 심지어 아예 못 하게 하는 분도 계세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면 아이들이 자기 계정을 알아서 비공개로 설정해놨어요. 무엇보다 요즘 아이들은 카카오톡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메신저로 써요. 친구한테 뭘 물어보고 대화하려면 인스타그램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게 하니 답답한 거죠.



게임도 똑같아요. 아이들이 많이 하는 ‘로블록스’라는 게임의 경우 그냥 디지털 모임 장소라고 생각하면 돼요. 오프라인 놀이터가 디지털로 옮겨간 거죠. 저녁이 되면 같은 반 친구들이 여기 다 모여요. 그래서 이 게임은 뭔가 두들기고 부수고도 하지만, 메인은 아래에서 오가는 채팅이에요. “야, 내일 숙제 뭐야?” 이런 대화가 더 중요한 거죠. 이때 일부 부모님들은 “누구랑 채팅하는 거야? 위험한 거 아니야?” 하시기도 하는데, ‘로블록스’는 청소년이 모르는 사람과 채팅할 수 없게 제한을 두고 있어요. 우리가 “놀이터에서 다칠 수도 있으니까 친구랑 만나지도 말고 아예 나가지 마”라고 하지 않잖아요.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노는지, 어디에는 제한이 필요한지 확인할 뿐이죠. 게임도 부모님들이 직접 계정을 만들어서 접속해보고 그 환경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게임 관련 ‘이런 말만은 하면 안 된다’ 하는 게 있나요.

“자녀가 하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세요”라고 조언 드리면 부모님들이 가장 자주 하시는 실수가 있어요. 한창 팀으로 게임 중이라 바쁜 아이에게 계속 질문을 퍼부으시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는 “지금 바쁘니까 좀 이따” 하고 짜증을 내고, 부모님은 본인의 노력이 무시당하는 것 같으니까 “이 자식이” 하면서 PC를 꺼버리죠. 서로 감정이 팍 상하는 거예요. 이것도 결국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 벌어지는 일인데, 콘솔이나 PC 게임은 그 순간이 독립적인 시공간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팀전이 일반적이고, 일시 정지는 당연히 안 되고요. 그런 때는 일단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하나는 부모님 기준으로 쉽사리 아이에게 게임 중독이라는 낙인을 찍는 거예요.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친구들이랑 놀려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아이도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저, 게임 별로 안 좋아해요”라고 하는데, 부모님들은 “네가 무슨 게임을 안 좋아해? 맨날 PC방 다니잖아”라고 하시죠. 게임 중독이라면서요. 이렇게 덤터기를 씌우면 아이는 게임을 비롯한 자기 얘기를 부모님에게 점점 안 하려 할 거예요. 어차피 안 믿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서로 간에 불신이 커지는 악순환이죠.

“아이에게 게임 중독 낙인찍지 마세요”

게임에 여전히 부정적 이미지가 있긴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들이 싫어하는 듯하고요. 

이건 게임을 둘러싼 미디어 담론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통상 미디어에서는 게임을 2가지로 해석해요. 하나는 게임의 위험성을 부각한 중독 담론, 다른 하나는 게임이 돈이 되니까 발전시켜야 한다는 진흥 담론이죠. 둘 다 문화로서의 게임은 얘기하지 않아요. 그러면 미디어의 영향을 받고 있는 대부분 학부모는 ‘게임을 할 거면 제대로 해서 프로 게이머가 되든지, 그게 아니면 중독이니까 하지 마’라는 모순된 결론으로 흘러가게 돼요. 한때 게임을 즐기고 좋아했던 부모님들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않죠. 그래서 자신의 아이가 제삼자 눈에 심각한 수준이 아닌데도 게임하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 정말 아이 때문인지,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어떤지 정리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게임 종류마다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진짜로 위험한 게임이 있다면요.

부모님들이 제가 무조건 아이들 편만 든다고 오해하시기도 하는데(웃음), 저는 절대 안 되는 것에는 단호해요. 웹 기반 게임은 이유를 불문하고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웹 게임은 말 그대로 웹상에 게임을 올려놓은 거예요. 보통 국내에서 게임을 출시하면 이용 가능 연령대 판정이나 선정성, 폭력성, 약물 등 관련 심의를 받아요. 그런데 웹 게임은 그 모든 것을 우회할 수 있어요. 성인 게임이 있기도 하고, 게임 형식을 취한 사실상 도박 사이트도 있죠. 물론 웹 게임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왜 굳이 웹으로 만들까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아이들이 익명의 누군가와 채팅을 할 수 있는 게임이에요. 뉴스에 나오는 ‘게임에서 만난 사람과…’ 하는 게 바로 이런 게임이죠. 온라인상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위험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아이들과 접촉하게 둬서는 결코 안 되죠. 마지막으로 절대 안 된다는 아니지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데, 소위 ‘현질’을 해서 강해질 수 있는 게임이에요. 저는 게임에 교육적 기능이 있다고 믿어요. 도전적인 과제를 받아들고, 수많은 실패 끝에 그것을 성취함으로써 배우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죠. 그런 점에서 돈을 내고 노력하는 과정을 건너뛰어 버릇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산다든가, 그런 걸 친구와 생일 선물로 주고받는다든가 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요.

게임의 교육적 기능을 이용하는 법, 더 소개해주세요.

트리플 A 등급의 게임에서는 아이들이 인문 사회학적 소양을 자동으로 기를 수 있어요. 트리플 A 등급은 대형 게임사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서 만드는 고퀄리티 게임이에요. 예를 들면 ‘어쌔신 크리드’ 같은 게 있어요. 이 게임은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하는데, 맵을 짤 때 실제 18세기 프랑스 건물의 구조도, 설계도를 기반으로 했어요. 2019년 노트르담대성당 화재 당시에 ‘어쌔신 크리드’의 3D 구조도로 복원 작업을 할 정도였죠. 이렇게 공을 들인 게임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프랑스혁명기 한복판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느끼게 돼요. 교과서에서 관련 내용을 배울 때도 훨씬 관심을 갖게 되고요. 비슷하게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해본 아이들은 유럽의 신항로 개척 과정이나 각 나라의 항구 위치를 다 알아요. 또 저는 지금 ‘당근’이라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 일반화된 것도 ‘메이플스토리’ 같은 국민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등가 교환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놀면서 배운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걸 의미하는 것 같고요.

게임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추천하나요.

보통 프로 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거나,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요. 프로 게이머를 희망하는 아이들은 자기 실력을 정말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롤)’를 기준으로 전체 100위 안에는 들어야 2군 후보 선수에 도전할 수 있는 정도가 되죠. 그래서 오히려 이건 답이 있어요. ‘롤’ 서버에 접속해서 아이의 랭킹이 어느 정도인지 함께 확인해보면 돼요. 이후 일정 기간 게임에만 매달려보게 하는 것도 괜찮아요. 유의미한 순위 상승이 없으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본인이 먼저 납득하죠. 게임 개발은 결국 게임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건데, 이 경우 게임사가 어떤 사람들을 뽑는지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게임사는 게임 많이 한 사람을 뽑지 않아요. 일반 대기업과 비슷한 인사 기준을 갖고 있죠. 까놓고 말해 학벌을 본다는 뜻이에요. 앞서 말한 것 같은 트리플 A 등급의 좋은 게임을 만들려면 인류의 역사와 문화, 기술 발전에 대해 높은 수준의 교양이 있어야 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협업하는 만큼 소통 능력도 뛰어나야 하고요. 그래서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말은 ‘대기업에 가고 싶다’는 말과 같은 것이고,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하죠.

“시간 아닌 주기로 게임 규칙 정해야죠”

게임으로 갈등하는 부모와 자녀가 게임 규칙을 정할 때 포함하면 좋은 내용을 하나 귀띔해주세요.

아이가 하는 게임 메커니즘에 맞는 규칙을 정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무슨 말이냐면, 보통은 부모님들이 “게임 1시간만 해” 혹은 “저녁 8시까지만 해” 이렇게 시간 단위로 규칙을 세운단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하는 게임은 팀으로 퀘스트를 깨거나 다른 팀과 대항전을 치르는 형식이 많아요. 그러면 규칙은 시간 단위가 아닌 주기 단위가 돼야 해요. 만약 거기서 시간을 강요하면 아이는 친구들이랑 협업하던 중에 갑자기 빠져나와야 하니까 사회성에 타격을 입어요. 아이가 정말로 “저 지금 못 꺼요”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는 걸 인정해줘야 하는 거죠. 이것만 바꿔도 평소 게임으로 씨름하던 일이 반으로 줄어들 거예요.

#이경혁 #게임 #자녀교육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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