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초록 베란다 품은 냥집사 부부의 집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6. 06. 19

집을 들여다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과 취향이 짐작되기 마련이다. 냥집사이자 식집사인 부부의 집은 좋아하는 물건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보석처럼 빛난다.

노승관 씨가 가장 아끼는 공간. 아침에 눈을 뜨면 베란다를 바라보며 식멍(식물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노승관 씨가 가장 아끼는 공간. 아침에 눈을 뜨면 베란다를 바라보며 식멍(식물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공간에 다채로운 소재와 디자인의 소품들이 리드미컬한 입체감을 더하는 거실. 타일 느낌의 바닥재는 착화감이 좋은 강마루다.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공간에 다채로운 소재와 디자인의 소품들이 리드미컬한 입체감을 더하는 거실. 타일 느낌의 바닥재는 착화감이 좋은 강마루다.

현관문을 열면 고양이가 먼저 반기는 이 집은 노승관·박기륜 부부의 네 번째 보금자리이자 결혼 후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이다. “올해로 결혼 9년 차인데, 그사이 이사를 세 번 했어요. 물론 대부분 저희 뜻이 아니었죠(웃음). 언제부턴가 ‘이사 그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교통을 포함한 인프라, 자연환경을 우선순위에 두고 지역을 정한 뒤, 그 안에서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지금의 집을 만나게 됐죠.” 이 집은 158㎡(약 47평) 규모의 아파트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공간감은 훨씬 넓다. 시야를 가로막던 가벽을 철거하고 우물천장 등 장식적인 요소를 모두 걷어내 단순함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그럼에도 리드미컬한 입체감이 살아 있는 건 곳곳에 배치된 빈티지한 감성의 가구와 개성 있는 조명, 다채로운 소재들이 공간 안에서 저마다 리듬을 만들어내기 때문.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 현관.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달려 나오는 고양이를 보고 싶어 중문은 투명한 유리 슬라이딩 도어를 선택했다.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 현관.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달려 나오는 고양이를 보고 싶어 중문은 투명한 유리 슬라이딩 도어를 선택했다.

또 다른 가족은 반려묘 치치와 페퍼다. 올해 여덟 살이 된 남매 고양이를 위해 부부는 집 안 곳곳에 이들을 위한 요소를 세심하게 마련했다. 대표적인 공간은 주방이다. 거실과 주방 사이의 가벽을 모두 없애는 한편, 철거할 수 없는 내력벽 옆에는 고양이를 위한 낮은 가벽을 별도로 설치했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 특성상, 부부가 요리할 때면 치치와 페퍼가 어김없이 그 위에 올라앉아 집사들을 구경한다고. “제 공간인지 고양이 방인지 모를 정도로(웃음) 서재에 캣타워를 비롯해 다양한 플레이존을 만들었는데, 그것 말고도 집 안 곳곳에 고양이가 놀 수 있는 자리를 두고 싶었어요. 주방 파티션과 침대 헤드보드가 그렇게 탄생했죠. 요리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절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요. 시공한 곳 중 가장 잘했다 싶은 공간 중 하나예요.”

부부의 취향을 녹인 ‘드림 홈’

노승관·박기륜 부부의 집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취향 집’ 혹은 ‘드림 홈’이 어울린다. 그만큼 이곳에는 부부가 평소 꿈꿔온 집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편의 취향은 침실과 연결된 베란다에서 엿볼 수 있다. 온실을 만들려다 포기했을 정도로 식물을 사랑하는 노승관 씨를 위해 베란다는 오롯이 가드닝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침실에서 베란다의 식물이 잘 보이도록 창문을 통창으로 시공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박기륜 씨의 취향 역시 집 안 곳곳에 닿아 있다. 주방의 레이아웃과 아일랜드 조리대의 컬러, 가구와 조명 하나하나가 모두 그의 위시 리스트에 있던 것이거나 직접 수집한 것들. “동네는 물론 여행지에서도 인테리어 숍을 찾아다닐 정도로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요. 집에 있는 조명들도 빈티지 숍이나 인테리어 숍에서 하나씩 사 모은 것들이고요. ‘핀터레스트’ 등을 통해 모아둔 레퍼런스도 꽤 많았는데, 그중 꼭 실현하고 싶었던 게 바로 하늘색 아일랜드 조리대였어요. 평소 좋아하는 색이기도 했고, 우드와 화이트의 편안한 베이스에 하늘색이 포인트로 들어오는 컬러 매칭을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어느새 고양이 방이 되어버린 박기륜 씨의 서재.

어느새 고양이 방이 되어버린 박기륜 씨의 서재.

고양이가 올라와 놀 수 있도록 침대 헤드보드에 단차를 두었다.

고양이가 올라와 놀 수 있도록 침대 헤드보드에 단차를 두었다.

박기륜 씨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감도 높은 취향은 자유롭게 놓인 가구와 소품에서도 드러난다. 흥미로운 것은 메탈, 패브릭, 나무 등 무드가 다른 소재와 디자인, 컬러가 뒤섞여 있음에도 지저분하거나 복잡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세련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시공을 담당한 카멜레온디자인의 현은지 대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배경을 꼽는다. 몰딩까지 모두 제거한 화이트 벽면과 바닥이 캔버스가 되어, 그 위에 놓인 가구와 소품들이 저마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빛을 발한다는 것. 여기에 소재는 다양하게 활용하되 컬러 아이템은 포인트로만 제한한 것도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요소다.

하늘색 페인트로 도장 마감한 아일랜드 조리대가 싱그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방. 대형 아일랜드와 벽면을 가득 채운 키큰장 덕분에 늘 깔끔하게 수납이 유지된다.

하늘색 페인트로 도장 마감한 아일랜드 조리대가 싱그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방. 대형 아일랜드와 벽면을 가득 채운 키큰장 덕분에 늘 깔끔하게 수납이 유지된다.

주방 한 면을 장식한 오픈 선반. 패키지가 마음에 드는 술병들을 전시해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했다.

주방 한 면을 장식한 오픈 선반. 패키지가 마음에 드는 술병들을 전시해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했다.

넓어 보이는 레이아웃의 비밀

이번 리모델링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 중 하나는 구조 변경이다. 시야를 가로막는 요소 없이 시원한 개방감을 원했기 때문. 가장 크게 변화를 준 곳은 주방이다. 전형적인 40평대 구축 아파트의 고립형 주방 구조는 박기륜 씨가 원하는 개방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베란다를 확장하고 주방 입구를 가로막던 비내력벽을 모두 철거해 공간을 최대한 넓혔다. 주방 중앙에는 대형 아일랜드 조리대를 배치해 거실과 주방 어디서든 막힘없이 공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부부 침실도 대대적인 구조 변경을 감행했다. 침실 문을 열고 파우더룸을 거쳐야만 욕실로 이어지던 기존 동선을 바꾸고 싶었던 것. 그래서 가벽을 철거하고 욕실에 별도의 출입문을 설치해 침실을 통과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선을 완성했다. 덕분에 파우더룸까지 복도가 일직선으로 깊게 이어지며 한결 쾌적하고 넓어 보이는 공간이 탄생했다.



지난해 열렸던 ‘워너 브롱크호스트: 온 세상이 캔버스’ 전시 세트장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하늘색 타일 욕실.

지난해 열렸던 ‘워너 브롱크호스트: 온 세상이 캔버스’ 전시 세트장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하늘색 타일 욕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배치해 세탁부터 정리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되는 드레스룸.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배치해 세탁부터 정리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되는 드레스룸.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곳, 그 안에서 고양이 2마리와 함께 일상을 쌓아가는 부부. 이 집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예쁜 인테리어뿐 아니라 오래 꿈꿔온 삶의 모습이 구석구석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취향과 애정으로 빚어진 공간에서 부부의 일상이 더욱 풍요롭게 익어가길 바란다.

#냥집사인테리어 #인테리어트렌드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제공 카멜레온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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