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행운도 돈 주고 사는 ‘러키슈머’ 인기

오한별 객원기자

2026. 06. 12

의지만으로는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느끼는 현실 속에서 작은 행운을 소비하는 신인류, ‘러키슈머’가 떠오르고 있다.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부른다는 의미를 담은 세이투셰 ‘액막이 명태’ 3만5000원.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부른다는 의미를 담은 세이투셰 ‘액막이 명태’ 3만5000원. 

누구나 일이 잘 풀리는 하루를 바라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작은 징크스 하나쯤 붙드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재미 삼아 운세를 보는 수준을 넘어 일상 속에서도 좋은 기운을 끌어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행운(lucky)과 소비자(consumer)를 합해 ‘러키슈머(Luckysumer)’라 불리는 이들은 사주와 운세, 행운의 상징이 담긴 아이템을 소비하며 위안을 얻는다. 

AI 로봇이 직접 사주와 관상을 봐주고 부적도 제공하는  AI 사주 카페 ‘비나이다’.

AI 로봇이 직접 사주와 관상을 봐주고 부적도 제공하는  AI 사주 카페 ‘비나이다’.

용하다고 입소문 난 AI 철학관

요즘 러키슈머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분야는 단연 사주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PMI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3%가 운세 서비스를 이용해봤으며, 그 중 43.1%는 ‘심리적 위안’을 위해 운세를 본다고 답했다. 이제는 철학관이 아닌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운세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사주 서비스는 ‘사주아이’다. 이름과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명리학 기반의 사주 풀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웹에서 간편하게 이용 가능하다. 990원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대와 예상보다 디테일한 분석 덕분에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성비 사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운세 앱 ‘포스텔러’의 경우 현재 누적 가입자 수 9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용자의 80% 이상이 2030세대로 대표 콘텐츠인 ‘신년운세’는 결혼, 연애, 재물, 이직, 사업 등 월별 총운과 주의점을 쉽게 풀이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전문 상담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실시간 일대일 전화 상담 서비스 ‘포스텔러 상담소’를 출시했다. 

제미나이, 챗GPT, 클로드 등 생성형 AI 기반 사주 서비스는 이제 오프라인 공간으로까지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다. 최근 서울 익선동에는 AI 로봇이 직접 사주와 관상을 봐주는 AI 사주 카페 ‘비나이다’가 등장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한 뒤 수화기로 대화를 나누면, AI 로봇이 원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주 풀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관상 역시 사진 촬영만 하면 AI가 얼굴을 분석한 결과지를 출력할 수 있고, 상담 후 QR 코드가 담긴 부적까지 제공된다.



전통적인 철학관이나 점집은 비용이 비싸고 낯선 사람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이 존재했다. 반면 AI 사주나 온라인 사주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심리적 장벽을 낮추면서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주는 이제 부담 없는 콘텐츠이자, 불안한 현실 속에서 잠시 기대볼 수 있는 정서적 버팀목이 된 셈이다.

BTS 멤버 RM이 2019년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달항아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RM @rkive

BTS 멤버 RM이 2019년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달항아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RM @rkive

액운 쫓아내는 개운 굿즈

일상의 소품을 통해 운을 관리하는 ‘개운 굿즈’도 요즘 러키슈머들 사이에서 대세다. 최근 가장 인기 있었던 아이템은 ‘액막이 명태’.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부른다는 의미를 담아 집 안이나 자동차에 걸어두는 민속 신앙 기반의 상징물이다. 과거에는 북어에 명주실을 감아 문 앞이나 주방에 걸어두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인형과 키 링, 도어벨 등 감각적인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해석되며 인기다. 실제로 카카오커머스에 따르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액막이’ ‘행운’ ‘명태’ ‘부적’ 키워드를 포함한 상품 판매 규모는 최근 1년 기준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한국조폐공사가 선보인 ‘돈명태 마그넷’ 역시 화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활용했다는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지며 품절 행진을 이어갔다.

방송인 최화정의 집 거실을 장식한 윤병락 작가의 사과 그림.

방송인 최화정의 집 거실을 장식한 윤병락 작가의 사과 그림.

탐스러운 사과 그림은 풍수적으로 결실과 풍요, 재물, 건강을 상징하는 인테리어 아이템이다. 특히 빨간 사과는 재물과 행운을, 파란 사과는 생기와 금전 운을 불러온다고 알려져 거실이나 주방에 많이 걸린다. 방송인 최화정 역시 자신의 집 거실에 윤병락 작가의 사과 그림을 배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선백자 달항아리 역시 운테리어(운+인테리어) 오브제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둥글고 풍요로운 보름달을 닮은 모양 덕분에 풍수지리학적으로 재물 운과 다복을 의미하며, 주로 현관이나 거실에 두는 경우가 많다. BTS의 멤버 RM이 2019년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러키슈머들은 이처럼 좋은 의미를 지닌 소품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며 자신의 공간에 운을 불어넣는다.

부족한 기운을 채우기 위해 특정 장소를 찾아가는 ‘개운 투어’ 역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관악산 등반 열풍이 대표적이다. 사주와 관상으로 유명한 박성준 역술가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관악산은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준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고 언급한 이후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관악산 연주대 비석 앞에서 인증 사진과 영상을 찍은 젊은 등산객들은 이를 SNS에 올리며 저마다의 소망을 공유한다. 

관악산은 역술가 박성준이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줄 만큼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 언급해 ‘개운의 성지’로 인기다. 장영란 @jangyoungran0919

관악산은 역술가 박성준이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줄 만큼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 언급해 ‘개운의 성지’로 인기다. 장영란 @jangyoungran0919

러키슈머 트렌드는 미신 문화라기보다 불확실한 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소비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사주와 행운의 상징, 루틴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을 버텨낼 작은 확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주타로 #운테리어 #행운마케팅 #여성동아

사진제공 사주아이 아트앤에디션 텐트서울 사진출처 유튜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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