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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줄 세운 ‘K-뷰티 예쁜 맛’

김명희 기자

2026. 06. 24

올리브영 미국 1·2호점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K-뷰티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올리브영 미국 패서디나점 개점 행사의 리본 커팅식.빅터 고도 패너디나 시장(왼쪽 여섯번째)도 참석했다. 

올리브영 미국 패서디나점 개점 행사의 리본 커팅식.빅터 고도 패너디나 시장(왼쪽 여섯번째)도 참석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 노리는 한국 뷰티 공룡의 등장(The Korean Beauty Giant Coming for America’s Dollars)’.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을 다루며 붙인 기사 제목이다. 올리브영은 지난 5월 29일 미국 LA 패서디나 지역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개점 당일 매장이 위치한 콜로라도 일대에는 수백 m에 달하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안전을 위해 매장 내 동시 입장 인원을 약 200명으로 제한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6월 13일 문을 연 올리브영 센추리시티점 역시 오픈 당일 새벽부터 오픈런이 이어졌고, 쇼핑몰 내부에는 100m가 넘는 대기 줄이 형성됐다. 패서디나점이 K-컬처와 체험형 쇼핑에 관심이 높은 고객층을 겨냥했다면, 센추리시티점은 프리미엄 소비자와 글로벌 고객층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진출은 미국 현지 SNS에서도 빠르게 화제가 됐다.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틱톡과 X(옛 트위터)에는 매장 방문 인증 샷이 쏟아졌다. “한국 여행 갈 때마다 캐리어 가득 털어오던 올리브영 상품이 드디어 미국에 왔다” “줄이 길어서 놀랐지만 무료 피부 진단을 받고 피부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아 만족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창에는 뉴욕 등 다른 지역에도 매장을 열어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같은 반응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올리브영은 이미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경주 황리단길 매장을 방문해 구매한 화장품을 SNS에 인증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 방문 시 경험했던 K-뷰티 소비가 이제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된 셈이다.

현지 소비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 것은 올리브영의 체험형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셀프 피부 진단 기기 ‘스킨스캔’으로 피부 상태를 측정한 후 ‘더 뷰티 랩’에서 세안법이나 제품 사용 순서 같은 기본적인 뷰티 가이드부터 맞춤형 제품 추천까지 받을 수 있다. 품목별 매출에서는 스킨케어, 선케어, 마스크팩, 클렌징 등 기초 화장품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으며 립스틱, 쿠션 등 메이크업 제품과 헤어·보디 케어, 건강식품 등 웰니스 상품도 고르게 판매됐다. 다만 이러한 체험 요소가 초기 방문 수요를 넘어 반복 구매와 충성 고객 확보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패서디나점 현판식에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패서디나점 현판식에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올리브영 패서디나 매장 내부 모습.  

올리브영 패서디나 매장 내부 모습.  

피부 진단, 제품 추천, 화장 레슨까지… ‘K-뷰티 놀이터’

이번 미국 매장 오픈은 CJ그룹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매장 오픈 직전 현장을 직접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올리브영 미국 1호점 오픈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내딛는 첫걸음”이라며 “역량 있는 중소 K-브랜드를 발굴해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교두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리브영 미국 매장에 입점한 400여 개 브랜드 중 80% 이상이 K-뷰티 브랜드다. 올리브영은 LA와 캘리포니아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5개 매장을 오픈하고, 이후 동부 핵심 상권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글로벌 K-컬처 페스티벌인 ‘KCON’ 등 그룹이 보유한 마케팅 자산도 연계해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제품력과 빠른 트렌드 대응력으로 주목받았지만,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히트 제품 중심의 단기 성장 구조, 중국 시장 의존도,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제한적인 오프라인 유통망이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많은 K-뷰티 브랜드가 SNS를 통해 단기간 화제를 모았지만, 그것이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시장에서 K-뷰티는 이전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 채널 CNBC는 그 배경으로 ‘틱톡을 통한 바이럴 효과, 젊은 소비층 유입, 월마트 같은 대형 소매업체들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꼽았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은 22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수출국 1위에 올랐다.

지난 4월 코첼라 공식 스폰서로 참여한 메디큐브 부스 전경. 행사 기간 약 5만4000명이 방문했다.

지난 4월 코첼라 공식 스폰서로 참여한 메디큐브 부스 전경. 행사 기간 약 5만4000명이 방문했다.

CJ 올리브영 외에도 K-뷰티 기업들의 미국 유통망 확대가 빨라지고 있다. 뷰티 테크 기업 APR의 간판 브랜드 메디큐브는 지난 4월 미국 대형 할인점 타깃 1500여 곳, 월마트 3000개 매장에 입점했다. 코스트코 입점도 조율 중이며, 연내 미국 입점 매장 수를 60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로모공패드, 콜라겐 젤크림, 콜라겐 나이트 랩핑마스크, PDRN 핑크 콜라겐 겔 마스크 등이 주력 제품이다. 아울러 최근 출시한 ‘부스터 프로 X2’를 미국과 영국 이커머스 시장에 잇따라 선보이는 등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영향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등을 보유한 구다이글로벌 역시 뷰티 편집 숍 세포라 입점을 확대하는 한편,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미국 오프라인 진출은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 대세로 자리 잡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픈런과 SNS 화제성이 꼭 성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뷰티 시장은 트렌드 소비가 빠른 동시에 유통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K-뷰티 기업들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 개발과 브랜드 차별화,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그리고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친 매끄러운 고객 경험 제공이 수반돼야 한다.  

#올리브영 #K-뷰티 #여성동아 

사진제공 APR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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