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영상] “완벽한 부모 말고 행복한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부모 교육 전문가 김성곤 교수

윤혜진 객원기자

2025. 02. 06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은 생활 루틴이 무너지고 마음은 해이해진다. 그런 아이를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잔소리를 하고 싶어지는 게 부모 마음. 새 학기 전 아이도, 부모도 새로운 마음 세팅이 필요하다. 

인터뷰하기 위해 만난 날 건네받은 명함이 사전에 알고 있던 이력과 달랐다. 차 의과학대학교 로고가 박힌 명함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로 돼 있었다. 일대일 방문학습 기업 ‘공부이엔씨’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교육법인 대한재능개발원 연수원장이자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유튜브 채널 ‘0교시 부모영역’을 운영하는 교육 전문가로 알고 있었는데, 직업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김성곤 교수는 “일주일에 3일 수업을 하고 ‘아이 뇌과학’ 같은 교육과 관련된 연구도 한다”고 말했다. 영국 웨일스 렉섬글린더대학교에서 경영심리학 학사 과정을,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과정을, 차 의과학대학교에서 의학박사 과정을 공부했으니 교육과 의학, 심리학을 두루 아우른다 할 수 있다.



특히 김성곤 교수는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을 중심으로 19년 동안 2만 명이 넘는 학부모와 학생을 상담해온 경험 덕에 ‘부모 교육’에 강하다. 최근에는 ‘완벽한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라는 책도 펴냈다. 김성곤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더 완벽한 부모가 되리라 다짐했다면 오히려 힘 빼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공부 머리보다 중요한 환경, 책 읽는 모습 보여주기

7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부모와 자녀 교육의 상관관계를 밝혀냈고, 그 연구 결과를 현장에 전하고 있다.

7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부모와 자녀 교육의 상관관계를 밝혀냈고, 그 연구 결과를 현장에 전하고 있다.

대치동에서는 아이들이 새 학기 전 이맘때 뭘 하나요.
고등학생들 하루를 보면 학원 다녀와서 인강 듣고, 스터디 카페 가는 루틴으로 짜여 있어요. 초등학생은 영어 캠프를 기본적으로 다녀왔을 거고요. ‘의대 초등반’ 들어봤죠? 대치동에선 5학년쯤 되면 수1 정도를 선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어떤 시기에 뭘 해야 한다는 자체가 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의 학습 수준이나 학습을 받아들이는 공부 정서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지를 먼저 체크해야 하는데, 엄마들은 무조건 학원을 많이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학원에 다녀와 과제 때문에 힘들어하면 흐뭇해하고요. 아이에게 이만큼 투자했으니 어느 정도의 아웃풋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많은 부모가 방학은 선행 진도 나가는 시기로 생각하고 공부를 더 시키는 경우가 많죠. 방학 때 공부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초등학교 때는 엉덩이로 공부하는 게 맞아요. 고학년이 되면 90분 정도는 앉아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해요. 중학교는 2시간, 고등학교는 3~4시간 정도 ‘혼공’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혼공은 순수하게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에요. 예전에 ‘자기 학년×30분’이 적정 학습 시간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6학년이면 3시간인데요. 보통 영어, 수학, 국어 1시간씩 계획을 세웁니다. 시간 단위의 계획은 아이가 시간에 쫓기게 만들어요. 제가 예전에 소위 ‘스카이(SKY)’에 간 아이들 1만8000명을 조사해보니 그 친구들은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짜지 않았어요. 단원별로 짭니다. 오늘 할 분량을 다 해야 공부가 끝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자기주도학습이죠.

자기주도학습이 된다면 좋겠지만, 공부하는 방법부터 잘 모르는 아이들은요.
모르는데도 끙끙거리며 혼자 공부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공부하다가 모르는 부분을 본인이 찾아내야 해요. 학원이나 과외는 그다음이죠. 아이가 “내가 미적분을 해야 하는데 수1에서 방정식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여기를 보충하면 좋겠어요”라고 할 때 보충해주는 겁니다. 내가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을 구분하는 ‘메타인지’가 될 때 시간 분배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죠. 그렇다고 무조건 사교육을 하지 말란 얘기는 아닙니다. 저는 사교육 없이 하는 ‘엄마표’라는 말이 별로예요(웃음). 엄마표를 하다 보면 “이거 해라” “왜 모르니” 같은 모진 말을 하게 되거든요. 부모와 아이는 애착 관계로 먼저 맺어져야 해요.

그게 쉽지 않아서 문제예요. 당장 방학 때만 해도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공부해라” “휴대폰 그만 봐라” “책 읽어라”인데요.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긴 한데,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하는 말은 잔소리예요. “하지 마”라는 말 안에는 아이를 구속하려는 게 있어요. 원하는 바로 이끌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하면 됩니다. 저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하지 않고 제가 먼저 공부를 했어요. 아내도 TV 보는 걸 좋아합니다만 제 방법에 동참해줬고요. 또 아이에게 “네가 그렇게 하니까 안 되는 거야”란 식으로 말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과정에서는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온 걸 수도 있잖아요. 부모가 결과만 보고 아이가 놀았다고 생각하면 아이한테 나쁜 공부 정서가 들어갈 수 있어요.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환경, 즉 부모가 중요하네요.
공부 머리보다 환경이 중요하죠. 우리가 부모로부터 받는 유전자 중에는 지능과 기질이 있어요. 부모의 높은 지능을 60~80%까지 물려받아요. 나머지는 환경으로 채울 수 있다는 얘기예요. 특히 초등학교 시절은 뇌의 가소성이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공부 환경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모님은 아이 앞에서 책을 많이 읽으세요. 그리고 공부는 원래 재미가 없습니다. 공부에 재미를 붙여보라고 하지 마세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 SKY에 간 아이들은 재미없고 하기 싫은 공부를 꾹 참고 한 겁니다. 사회에서 SKY를 인정해주는 건 그 아이들의 성실함을 본 거예요. 실제로 그 아이들 평균 IQ는 110 정도밖에 안 됩니다.

공부는 힘듦을 견뎌내는 것이란 얘기인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힘들면 아예 포기를 하잖아요. 자퇴도 늘고 있어요.
중학교 2학년만 돼도 학교에서 자는 애들이 수두룩합니다. 왜 잘까요? 흔히 말하는 무기력 때문이에요. 갑자기 찾아오는 급성 무기력이 있고, 유아 때부터 실패에 대한 좌절감이 오래 쌓이면 만성 무기력이 되죠. ‘어차피 해도 혼나는데 그냥 안 할래’란 생각이 우울증,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이런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가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안 될 거라고 미리 포기합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도 만족해. 소확행이야’라고요.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는 건 맞지만 꿈 자체가 소확행인 건 잘못된 부분 아닐까요.

“중학생부터는 함께 진로 탐색의 시간을 꼭 가져야 해요”

보통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계속 노출돼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고 느낄 때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동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이 스스로 에너지원이 될 목표를 찾아야 한다. 새 학기를 앞둔 요즘은 학기 중보다는 조금은 여유가 있어 아이가 부모와 함께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갖기 좋다. 김성곤 교수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아이와 함께 자료를 찾아보고 진로 목록을 작성한 뒤 우선순위를 매겨보라”며 “관련 책을 읽거나 현장 체험도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진로를 탐색할 때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요즘 좋아하는 분야를 일로 하는 ‘덕업일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만, 좋아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죠. 이 문제는 정확하게 어떤 쪽이 맞다고 할 순 없어요. 다만 저는 지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창의성도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학교 공부에 충실하면 자신이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게 됩니다. 비싼 돈 주고 웩슬러 지능검사, TCI(기질 및 성격 검사)를 할 필요가 없어요. 이렇게 지식을 기반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오래 할 수 있고, 오래 하다 보면 잘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조언해드리고 싶어요.

그럼 방향을 어느 정도 잡은 후에는 꿈을 크게 가져야 하나요. 아니면 현실적인 꿈이 낫나요.
꿈은 직업 같은 명사형이 아니라 동사형이 돼야 해요. 아이가 “BTS를 보니까 그런 아이돌을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 내 노력 덕분에 그 아이돌들이 더 빛날 수 있잖아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죠. 제자 중에 상위권 의대에 들어간 아이가 있어요. 그런데 1년 다니고 자살했습니다. 유서에 “엄마가 원하는 꿈을 이루고 나니 더 이상 꿈이 없는 것 같아요. 에너지를 이미 다 쓴 듯해요”라고 썼어요. 그때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의대 입학은 목표지 꿈이 아니에요. 목표는 실현이 가능한 데 비해 꿈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야 해요. 그러니 어떤 꿈 이야기든 들어주고, 대신 그 꿈을 향해 갈 수 있게 가이드를 해주세요.

사실 어른도 대학 전공대로 일하며 사는 경우가 많지 않죠. 나도 잘 모르는데 아이가 꿈을 찾도록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 됐을 때 아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게 해주세요. 우리 아들은 외고 출신인데, 특정 대학의 경영학과를 가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 학교에 간, 아이 선배를 찾아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어줬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예요. 나중에 같이 ‘대학가요제’에 나가기로 약속했대요. 한번 해보세요. 100마디 말보다 효과가 좋을 겁니다.

진로나 학과, 전공은 빨리 정하는 게 낫나요. 특히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잖아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더라도 최소 성취 수준을 밑도는 아이들이 학점을 채울 수 있도록 학교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고안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수시 전형 때문에 꿈을 빨리 결정해 학생부가 일관된 게 좋은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서울대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서울대에서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덜 반영하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꿈이 어떻게 3년 내내 일정할 수 있겠냐는 거죠. 또 하고 싶은 일이 바뀌더라도 어느 정도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일 거예요. 무용하다가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애는 거의 없죠. 적어도 아이가 중학교 때부터는 꿈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세요. 이때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고요. “네 꿈이 정말 멋있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라고요.

방황은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자녀가 진로 문제로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하겠지만, 그 방황이 건전하다면 오히려 값진 자산이 된다. 김성곤 교수가 불안해하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모범 사례로 드는 사람이 3명 있다. 바로 가수 김동율과 이적, 장기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고 싶은 음악을 더 잘하기 위해 원래 잘하는 공부를 먼저 했다는 것이다.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다양하게 견문을 넓히니 색다른 시각의 깊이 있는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너무 완벽하려니 스트레스, 함께 성장해야 서로 행복

인생에 정답은 없다. 부모는 아이를 믿고 아이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꿈을 찾아 전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김성곤 교수가 사교육 시장에서 배운 점이다. 김 교수는 “부모가 자녀 교육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아이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서적·경제적 독립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올 5월 제대하는 큰아들과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작은아들에게도 일찍부터 독립하는 연습을 시켰다. 심지어 “아빠처럼 사업해서 편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는 아들의 씀씀이가 커지자 사업이 망했다고 거짓말하고 잠깐 다른 집에서 산 적도 있다. 당시 “예전 집으로 가기 위해 아빠가 일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네 일은 네가 알아서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는 아빠의 말을 듣고 아들은 변했다. 충격 요법이긴 했지만,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배운 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자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해주나요.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요. “엄마, 아빠는 재산을 너희에게 다 물려주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어요. 아이는 독립된 개체예요. 나에게 찾아온 언젠가 떠날 귀한 손님이라 생각하고, 집 떠나는 손님으로부터 “그동안 고마웠어요. 행복했어요”라는 말을 듣도록 해야죠. 얼마 전 둘째 아이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아빠가 내 아빠여서 나는 행운아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챙겨주고,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워킹 맘은 워킹 맘대로 일과 가정을 완벽하게 챙기려 하고, 전업 맘은 전업 맘대로 아이에게 오롯이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워킹 맘이라고 아이에게 미안해할 것 없어요. 엄마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엄마의 성취감이 아이에게도 전달돼요. 또 엄마가 일이 힘들고 실패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아이가 곁에서 지켜보면서 회복탄력성을 배웁니다. 전업 맘도 마찬가지예요. 아이에게 쏟는 시간의 일부를 자기 계발에 써보세요. 그럼 아이에게 잔소리할 시간도 줄고 서로 행복해요. 우리는 완벽한 부모 말고 행복한 부모가 되어야 해요.

교수님은 행복한 부모인가요.
아직 아이들이 완벽한 독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행복한 부모라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아요. 대신 제가 아이와 함께 성장 중이란 걸 요즘 많이 느껴요. 첫째가 군에서 휴가 나왔을 때 술 한잔을 했어요. 아이가 저한테 “예전에는 아빠가 논문 쓴다고 수험생처럼 앉아 있을 때 왜 저걸 하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군에 와서 더 큰 세상을 접하고 나니 이제야 아빠가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좀 알 것 같다. 나라면 아빠 나이에 짜증 한번 안 내고 할 수 있을까?” 하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내가 앞으로도 더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나이가 들어도 아이와 아이돌 얘기하고 유행어 알아듣는 부모이고 싶어요.


#부모교육 #진로 #김성곤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