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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한번 재생하면 멈출 수 없는 숏폼 드라마

오한별 객원기자

2025. 02. 05

들숨에 사랑하고, 날숨에 배신한다! K-막장 드라마도 한 수 접을 만큼 자극적인 내용이 눈길을 끄는 숏폼 드라마의 인기 비결.

숏차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

숏차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

릴스, 틱톡, 쇼츠 등 숏폼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지금 무섭도록 성장하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숏폼 드라마’가 그 주인공. 숏폼 드라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숏폼처럼 미끼용 콘텐츠가 아니다. 영상 하나에 기승전결이 모두 담긴 ‘진짜 드라마’다. 편당 최대 2분 정도로 제작되며, 에피소드는 50~150편으로 구성된다. 드라마 한 작품을 감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3시간. 빠른 전개와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연간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숏차 ‘내 남편이 나를 죽였다’.

숏차 ‘내 남편이 나를 죽였다’.

숏폼 드라마의 흥행은 틱톡의 나라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숏폼 드라마는 저품질 콘텐츠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2020년부터 강력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세를 넓혀나갔다. 지난 1월 중국 CNAA(인터넷시청각협회)가 발표한 ‘2024년 중국 숏폼 드라마 산업 발전 백서’에서는 지난해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가 약 504억4000만 위안(약 10조37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9% 성장한 수치로, 해당 연도 중국 영화 시장 총규모를 초과한 것이다. 실제로 2024년 8월 기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영된 중국 내 숏폼 드라마는 대략 2만2600편에 달한다. 같은 기간 TV 시리즈가 876편, 극장 영화가 516편 제작됐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숏폼 드라마가 중국의 대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숏폼 드라마는 중국 플랫폼인 ‘릴숏’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릴숏은 2023년 미국 iOS 다운로드에서 틱톡을 제치고 엔터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인스턴트 소비와 맞닿아

비글루 ‘전학생은 좀비’.

비글루 ‘전학생은 좀비’.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숏폼 드라마에 열광하는 걸까? 숏폼 드라마의 인기는 현대인의 소비 트렌드인 ‘인스턴트 소비’와 맞닿아 있다. 인스턴트 소비는 시간은 없지만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경향을 가리키는 용어다. 영화나 드라마를 빨리 감기 또는 요약본으로 보는 등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것을 일컫는다. 요즘처럼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알맞은 콘텐츠인 셈이다. 뻔하지만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 만화를 보는 듯한 연출 등으로 빨리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플롯 역시 숏폼 드라마의 흥행 요인 중 하나. 1~2분짜리 숏폼 특성상 초반 수십 초 안에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성 드라마와는 다른 신선한 소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억만장자를 낚아채 내 남편 만들기’라는 제목의 숏폼 드라마는 릴숏에서 공개 직후 미국 중년 여성들의 마음을 훔쳐간 작품으로 꼽힌다. 시놉시스는 ‘한때 억만장자 상속녀였던 코라는 이제 파산했다. 비열한 약혼자는 약혼을 끝내버렸다. 상심한 코라는 바에 갔고 그 도시에서 가장 부자인 남자와 자게 됐는데, 그 남자는 바로 전 약혼자의 삼촌이었다’는 내용. 이처럼 숏폼 드라마는 상당수가 소위 ‘마라 맛’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제목처럼 직관적이며, 개연성이 전혀 없지만 이 또한 도파민 생성에 제격이다. 이런 전략 덕분에 시청자들은 더욱 쉽게 결제를 하고 더 많은 숏폼 드라마를 찾아보게 된다.

릴숏 ‘엄마, 내가 사랑을 찾아줄게’.

릴숏 ‘엄마, 내가 사랑을 찾아줄게’.

제작자 입장에서는 숏폼 드라마의 수익모델 또한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드라마 초반 10~20회를 무료로 시청하고, 이후부터는 편당 500~1000원을 결제하는 방식. 그렇게 드라마 시리즈 한 편을 다 시청하면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월 구독료를 지불한 꼴이 된다. 반면 제작비는 기존 드라마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존 드라마의 한 회 제작비가 보통 20억 원이라면, 숏폼 드라마는 50부작 기준 1억5000만 원 정도면 제작이 가능하다. 영상 제작 속도 또한 기획에서 업로드까지 2~4개월이면 충분할 만큼 빠른 편이다. 저비용으로 고효율 구조의 수익을 낼 수 있어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도 숏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전 세계 시청자 눈길 끄는 K-숏드

탑릴스 ‘네명의 남자를 획득했다’와 ‘나의 복수 파트너’,  릴숏 ‘억만장자를 낚아채 내 남편 만들기’ 처럼 숏폼 드라마의 포인트는 자극적인 제목이 포인트다.

탑릴스 ‘네명의 남자를 획득했다’와 ‘나의 복수 파트너’, 릴숏 ‘억만장자를 낚아채 내 남편 만들기’ 처럼 숏폼 드라마의 포인트는 자극적인 제목이 포인트다.

점점 숏폼 드라마 열풍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도 숏폼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24년 4월 정식 출시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 ‘탑릴스’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공개해 숏폼과 K-드라마의 성공적인 결합을 보여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나의 복수 파트너’ ‘세 명이서 결혼 생활 중입니다’ ‘네 명의 남자를 획득했다’ ‘너에게만 몹쓸 짓’ ‘나쁜 남자의 사랑법’ 등 오리지널 드라마로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OTT 플랫폼 중에서는 왓챠가 처음으로 숏폼 드라마 플랫폼인 ‘숏차’를 출시하고 ‘초고속 결혼 후 연애중’ ‘가르쳐 주세요’ ‘앗, 고백을 까먹었다!’ ‘내 남편이 나를 죽였다’ 등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할 수 있는 흡입력 높은 스토리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최근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게스트하우스의 맛’도 눈길을 끌고 있다. 다양한 손님이 찾아오는 게스트하우스라는 특수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각자만의 현실 연애를 가감 없이 담은 로맨스 코미디로, 출연진 간의 색다른 케미가 돋보인다. 좀비 치료제를 통해 인간으로 돌아온 재현과 그를 돕는 소영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 ‘전학생은 좀비’ 또한 인기 드라마다.

짜릿한 복수극에서 달콤한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숏폼 드라마는 이제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숏드’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동시대적 콘텐츠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숏폼드라마 #막장 #가성비드라마 #여성동아

사진제공 릴숏 비글루 숏차 탑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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