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52)과 한국계 여성 그레이스 리(30·본명 이경희)의 열애설이 필리핀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필리핀의 한 언론은 1월31일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그레이스 리와 아키노 대통령이 저녁을 함께하며 데이트를 했다. 리가 대통령과의 만찬 분위기를 매우 재미있게 이끌더라. 디너 후에 그들은 커피를 마셨다. 이어 아키노 대통령이 리를 집까지 데려다줬다’고 한다.
두 사람의 교제는 2011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한국전력발전소 준공식에 참가한 아키노 대통령은 TV중계 진행을 맡은 그레이스 리에게 “매우 아름답다”고 칭찬하며 눈길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아키노 대통령은 마르코스 정권 하에서 민주화 운동을 펼치던 남편이 사망하자 뒤이어 정치에 뛰어들어 1986년 대통령에 당선된 코라손 아키노 여사의 아들.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정치에 입문했고 하원의원, 상원의원 등을 거쳐 2010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 임기는 6년이다. 52세의 미혼인 그는 깨끗하고 신사적인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가 높아 대통령에 취임할 때부터 현지 언론들은 ‘누가 말라카냥 궁(대통령 관저)의 안주인이 될 것인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레이스 리는 부모를 따라 10세 때 필리핀으로 이민을 가 마닐라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지상파와 라디오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기 방송인이다. 영어는 물론 세부어와 타갈로그어 등 현지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세부 행사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두 차례 더 재회했다. 그레이스 리는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 대표로 연설을 했으며, 12월에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아키노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레이스 리 “22세 나이 차 문제 없다” vs 아키노 대통령 “여전히 배필감을 찾고 있다”
지난해 12월 라디오 인터뷰 후 함께 포즈를 취한 그레이스 리와 아키노 대통령.
교제설이 보도되자 대통령의 대변인은 “사생활”이라며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반면 아키노 대통령은 사실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음, 우리는 지금 서로 보고(만나고) 있다(Well, we are seeing each other)”고 답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한국에서도 열애설이 화제가 되자 그레이스 리는 2월 초 케이블채널 tvN 연예 프로그램 ‘enews’와의 인터뷰에서 아키노 대통령과의 러브스토리를 털어놓았다. 그는 “연애 소식이 알려진 지 얼마 안 돼 주변 사람들이 자주 물어본다. 상대방이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 조심스럽다”고 말하면서도 “(아키노 대통령이) 처음에 연락을 주셨을 때 왜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나 생각했다. 그때는 워낙 일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저녁을 처음 먹고 또다시 만나면서 관심을 느끼게 됐다”며 연인으로 발전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과의 데이트 코스에 관해서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디저트를 먹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기도 한다”고 답했다. 스물두 살의 나이 차로 인해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만나보니 나이는 상관없더라. 아키노 대통령은 매우 따뜻하고 안정되고 건실한 분”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언론에 의하면 그레이스 리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아키노 대통령에 대해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지금까지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며 그의 매력을 설명했다고 한다.
아키노 대통령과 그레이스 리 주변에서는 결혼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월12일 필리핀의 한 기자는 ‘그레이스 리는 대통령과의 결혼을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특별경호팀 경호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데일리인콰이어러’ ‘필리핀 스타’ 같은 신문 1면에 실린 것은 물론 각종 인터넷 언론에도 즉각 보도됐다. 이에 그레이스 리는 다음 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당 기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자신은 결코 아키노 대통령과의 ‘결혼’을 언급한 적이 없으며, 특히 특별 경호 건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보의 출처를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그레이스 리는 ‘해당 언론 보도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거짓 기사를 써서 한 개인의 삶을 이슈거리로 만드는 기자를 정말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은 인터넷 판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으나 처음 보도한 기자는 여전히 이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고 있다.
이렇게 그레이스 리가 현지 언론과 결혼설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벌이는 사이 아키노 대통령이 그레이스 리와의 관계에 대해 뒤로 한 발 물러선 듯한 발언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아키노 대통령은 2월2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년 간 배필감을 찾았지만 아직 만나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찾고 있는 중이며, 결혼을 하면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그레이스 리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필리핀 국민들은 여전히 두 사람을 ‘커플’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 두 사람이 결혼에 성공할지는 아키노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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