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영된 MBC 드라마 ‘백조의 호수’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중견탤런트 김창숙(54)을 서울 강남의 한 헬스클럽에서 만났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아름다운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30년 가까이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해온 운동 마니아다. 운동복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바삐 움직이는 그에게서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 해서 운동에 단련이 됐어요. 경희대 무용과에 다니다 탤런트가 돼서 운동을 못하다가 첫아이를 낳은 후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27년째예요. 요즘에는 살빼려고 운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이 들면 다리 살은 저절로 빠져요. 중요한 것은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거죠. 더욱이 저는 마른 체형보다 살이 적당히 붙은 몸매가 좋아요. 그래서 처녀 때보다 5kg이 불었어도 크게 개의치 않아요.”
[Health Secret] “해조류 즐겨 먹고 일주일에 3~4일씩 운동해요”
그는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적당히 하라고 조언한다. 지나친 운동은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 들어서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일주일에 서너 번 헬스클럽을 찾아 한시간 정도 가볍게 운동한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에어로빅. 먼저 20분 정도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고, 러닝머신 위에서 빠르게 걷는다. 허리를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훌라우프와 팔을 날씬하고 탄력 있게 만들어주는 아령 체조도 빼놓지 않는다. 컨디션에 따라 근육 강화운동, 스트레칭 체조, 골프 연습 등도 곁들인다.
“골프를 친 지 10년이 훨씬 넘었어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 속에서 운동하는 게 좋아 종종 즐겨요. 전에는 수영도 좀 했어요. 수영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아서 나이 든 사람에게 좋은 운동이죠. 하지만 저는 겨울에 수영을 하면 꼭 감기에 걸려서 요즘에는 자제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온 덕분에 건강을 지킬 수 있었지만 한때 잘못된 식습관으로 위장병을 앓았다고 한다. 프림커피를 하루에 다섯 잔씩 마시고, 운동하면서 갈증이 날 때마다 맥주를 마시다 보니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나타난 것.
“당장 맥주와 커피를 끊고 대신 찬물을 하루에 다섯 컵 이상 마셨더니 속이 편해지더라고요. 공복에 냉수를 자주 마시면 위가 깨끗하고 튼튼해진대요. 또 나이 들면 피가 잘 뭉치는데 그런 것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식사도 죽부터 시작해 조금씩 양을 늘이니까 위가 줄어 소식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식생활을 개선한 탓인지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도 군살이 빠지고 몸도 가벼워졌어요.”
그가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은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와 김치. 국을 끓이면 별다른 밑반찬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김치국, 미역국, 사골 곰탕 등을 물리지 않게 번갈아가며 식탁에 올리는데 국물을 우려낼 때는 꼭 다시마를 넣는다고 한다.
“다시마에 무, 양파, 멸치를 넣으면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해져요. 예전에는 고기를 즐겨 먹었는데 요즘에는 건강을 생각해 야채를 많이 먹어요. 그렇다고 셀러리 같은 입에 맞지 않는 야채를 억지로 먹지는 않아요. 오히려 김치를 잘 담가서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김치를 담글 때 맛과 영양을 생각해 미네랄이 풍부한 생새우나 굴을 듬뿍 넣어요. 하지만 육식이든 채식이든 어느 한가지만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어야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잖아요.”
아무리 바빠도 끼니를 거르지 않는 그는 건강을 위해 생선회도 즐겨 먹는다. 특히 자연산 생선회를 좋아하는데 체력이 달릴 때 회를 먹으면 힘이 난다고 한다.
[Life Style] “두 아들에게 친구 같은 엄마, 남편과도 많은 대화 나눠요”
연기생활을 하면서도 남편 내조와 동빈(27)과 경빈(25), 두 아들의 뒷바라지에 살림까지 도맡아온 억척주부 김창숙. 요즘 들어 모처럼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는 물 한 컵을 마신다. 그런 다음 느긋하게 신문을 읽고 나서 밥이나 빵을 간단히 먹고 집 근처의 헬스클럽을 찾는다.
“제 나이쯤 되면 괜한 피해의식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골다공증 우울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러가지 변화가 생겨요. 그것을 흔히 갱년기라고 하는데, 제게도 지난해 갱년기가 왔어요. 멀쩡하게 잘 있다가도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더라고요. 전 운동으로 갱년기를 극복했어요. 운동에 열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기분도 상쾌해지거든요.”
그가 요즘 재미를 붙인 취미는 요리라고 한다. 최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둘째아들이 유학 하던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잘 먹여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김치찌개, 떡국, 곰국, 갈비찜, 부침개 등의 음식을 한껏 솜씨를 발휘해 만들어주는 것. 엄마의 정성에 비해 아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햄버거, 샌드위치 등 해주는 대로 잘 먹더니 이제는 뭘 해줘도 조금밖에 안먹어요. 아침도 우유에 시리얼과 바나나를 넣어서 먹고 말아요. 저희 오빠나 동생들은 어릴 때 깍두기, 김치를 넣어 냄비채 들고 밥을 먹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건강과 몸매 관리를 위해 적게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죠.”
최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둘째아들 경빈을 위해 한껏 요리 솜씨를 발휘한 김창숙.
연기생활로 바쁜데다 한국의 교육 환경에 염증을 느껴 아이들을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 보낸 그는 지금껏 눈높이 교육을 실천해왔다.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편지나 전화로 자주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
“흔히 세대차라고 말하는 거리감을 좁히려면 권위의식을 버려야 해요. 젊은 아이들은 잔소리를 하면 할수록 스프링처럼 튕겨나가거든요. 일할 때도 내가 연장자고 선배라는 것을 내세워 권위적으로 행동하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아요. 저는 후배들을 다그치기보다 딸처럼, 아들처럼 대하는데, 그래서인지 참 잘 따라요. 덕분에 저도 젊어지는 느낌이고요.”
동갑내기인 남편은 현재 무역업을 하고 있다. 젊을 때는 서로 바빠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서로 다독여주고 배려하면서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 밖으로 나돌고, 남자는 집을 찾는다고 하잖아요. 아이들 아빠가 그래요. 귀가 시간도 빨라지고 건강도 알아서 챙기더라고요. 담배도 끊고, 중독에 가까웠던 콜라도 안 마시고, 고기도 전처럼 많이 먹지 않고요. 그런 남편을 보면서 덩달아 저도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게 돼요.”
팔을 날씬하게 만들어주는 아령 체조를 즐겨 하는 김창숙. 초보자는 1kg짜리 아령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68년 TBC 공채 5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후 자상하고 선한 엄마 역할로 단골 출연하며 36년간 연기 외길을 걸어왔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보고 또 보고’‘온달 왕자들’‘태양은 가득히’ 등이 대표작. 하지만 그는 요즘 들어서는 전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드라마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저는 건강에 무리가 와도 링거를 맞으며 악착같이 연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20년 넘게 쉬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쉬엄쉬엄 일할 거예요. 몸도 몸이지만 요즘에는 드라마 가운데 상식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 연기하다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려니 스트레스도 심하고요. 그래서 쉬는 거예요. 섭외는 많이 들어오지만 마음에 드는 좋은 작품을 만날 때까지 쉬면서 재충전하려고요.”
스트레스가 많은 연기생활을 하면서도 지금껏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온 것. 독실한 기독교도인 그는 주로 기도로 마음을 다스린다.
“운동도 좋고, 음식을 가려 먹는 것도 좋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기도하면서 마음을 비워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조금 손해본 듯하게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는 운동도, 일도 지나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30년 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PD가 갑작스럽게 임파암 선고를 받은 데 이어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다.
“어제 병원에 갔다가 가슴이 미어져 혼났어요. 사람도 못 알아보고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누워 있더라고요. 정말 착하고 성실한 사람인데, 그동안 고생한 보상을 이제 막 받으려는 순간에 이런 불행이 닥치다니…. 하나님이 이렇게 잔인한가! 인생이 허무해지더라고요.”
욕심내지 않고 현실에 만족하면서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김창숙. 그의 건강비결은 바로 이 평범함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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