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탤런트 강문영(37)이 본격적인 연예활동 재개를 선언하고 나섰다. 99년 MBC 베스트극장 ‘노란 잠수함’을 끝으로 일체 방송활동을 하지 않고 지내왔으니 5년 만이다.
“5년이 아니라 사실 8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셈이에요. MBC 드라마 ‘미망’에서 중도하차하면서 거의 방송활동을 중단했다고 봐야죠. 저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들도 부담스러웠고 심적으로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곱지 않은 시선’이란 이혼한 뒤 그에게 쏟아진 관심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쇼 프로그램의 진행자,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 그는 가수 이승철과 결혼해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얼마 후 파경을 맞으면서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 얘기(이혼)라면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모두 지나간 얘기고 솔직히 다 잊어먹었거든요. 기억에서 희미해진 일을 자꾸 끄집어낼 필요가 뭐 있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여자에게 이혼은 상처예요.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추억이기도 하고, 제가 살아가는 데 밑받침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금은 모두 잊어버리고 연기자 강문영으로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지난해 초부터 방송 복귀를 준비했다.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정신적인 무력감에 빠졌던 그는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코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으면서 부득이 복귀가 미루어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재건 수술’을 받았지만 한 TV 연예 정보프로그램을 통해 패션쇼장을 찾은 그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일부에서 ‘강문영의 얼굴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성형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맹세코 저는 코 성형을 한 적이 없어요. 운동하다가 코뼈가 조각이 나서 뼈를 조합하는 수술을 받았을 뿐이에요. 그러니 코 성형을 했다는 소문은 사실 무근이죠. 눈 성형이야 데뷔 초기에 했던 거고요.”
그는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부기가 빠지려면 1년쯤 걸린다며 속상해했다. 연예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그는 어떻게 지냈을까. 그는 남들처럼 가끔 카페에도 가고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고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지냈다고 한다. 연예인이지만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잘 어울리는 탓에 이상하게도 그의 주변에는 좋지 않은 루머들이 자주 떠돌곤 했다.
“그 동안 낸 축의금이 얼마인데 비밀 결혼식을 하겠어요?”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제가 술집을 하고 있다, 비밀 결혼을 했다는 소문도 있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묻고 싶어요. 제가 무슨 일을 저지를 사람처럼 보이나요? 제 별명이 ‘집순이’에요. 바깥 외출도 잘 안하고 늘 집에 박혀 있거든요. 그리고 그 동안 낸 축의금이 얼만데 비밀 결혼을 하겠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주변에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거 아닌가요?”
그가 가장 어이없어하는 것은 자신이 술집을 운영한다는 소문인 듯했다. 떠도는 소문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연예활동을 그만둔 그가 서초동에서 고급 술집을 경영하고 있고, 정치권과도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가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사귄다는 얘기까지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느 날 (이)상아한테 전화가 왔더라고요. ‘언니 서초동에서 술집해?’하고 묻길래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물었어요. 상아가 바를 운영하는데 손님 중에서 제가 하는 술집이 어디냐고 묻더래요. 제가 술을 마시러 다니기는 해도 술집 할 성격은 못된다는 걸 상아도 잘 알거든요. 제가 말도 안된다고 하니까 ‘그렇지?’하면서 상아도 어이없어 하더라고요. 오죽하면 술집 마담 중에 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미간에 점을 찍고 활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겠어요.”
최근에도 그에 관한 새로운 루머가 급격히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얼마전 이혼한 모 재벌부인의 자서전에 언급된 연예인들 중 ‘고양이상의 K양’이 강문영이라는 억측이 바로 그것. 그는 이 소문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화가 나요. 고양이상의 K양이 왜 저예요? 그분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어요. 집까지 찾아가서 경호원하고 싸웠다고 하던데 저는 주변머리가 없어서 누구집에 찾아가 싸울 성격도 못돼요. 인터넷에서 누군가 차라리 실명을 밝히라고 했을 때 저 박수쳤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그 ‘K양’이 강문영이 맞는지, 아닌지만이라도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활달해 보이지만 그는 자신이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한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했지만 깊이 사귀는 연예인 친구가 거의 없을 정도도 낯가림도 심하다는 것.
“이혼 후에 제가 방송을 중단하고 숨어버린 이유도 그거예요. 저는 남들이 무심코 하는 말에 상처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이런 말로 위로해주더라고요. 저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이 저보다 더 심한 루머에 시달린다고요. 그래서 이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스타일방송활동 안한 것도 모두 그 때문
루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나니 그는 큰 짐을 털어버린 듯 한결 후련해 보였다. 방송복귀로 화제를 돌리자 그는 오랜만에 방송활동을 재개하는 만큼 의욕도, 열정도 커 보였다. 사실 그는 방송활동을 접고 나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재작년은 그에게 최악의 해였다고 털어놓는다.
“그동안 방송활동을 너무 하고 싶었고, 그리웠지만 자신이 없었어요. 솔직히 저에 관한 구설이 두려웠어요. 그런 생각하면서 다시는 연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부러 부정하곤 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제 모습이 싫더라고요. 생각이 많아지니까 자는 시간도 놓치게 되고 남들 일하러 갈 때 잠드는 등 일상도 규칙적이지 못했어요. 그러다 이제는 뭔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연기이고 그것이 천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자신이 없었던 적은 있었어도 연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는 지난 12월19일 SBS 오픈드라마 ‘남과 여’의 ‘아름다운 선택’ 편을 통해 본격적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나선 촬영장 풍경이 낯선 것은 당연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선배가 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신기했다고 한다.
“제가 활동할 때는 후배보다 선배님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촬영장에 가니까 스태프 대부분이 저보다 어리거나 또래인 거예요. 연기자들도 저에게 언니나 누나라고 부르는데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아름다운 선택’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이혼한 전남편의 부인을 위해 장기를 이식해주는 웨딩디자이너 역할. 호사가들은 하필 복귀작이 이혼녀냐는 꼬투리부터 잡았다.
“말했지만 저 이혼한 거 잊었거든요. 아마 2~3년 전이었다면 그 역할을 안 맡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우선 역할이 괜찮았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거예요. 사실 제가 그동안 똑 부러지는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이젠 그런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어요.”
그는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특히 SBS ‘완전한 사랑’이나 KBS ‘로즈마리’ 같은 드라마를 보면 극중 김희애나 유호정 역할이 탐도 난다고. “나이만 젊다면 배두나가 맡은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는 그는 맡고 싶은 역할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그가 맡은 배역은 대부분 부잣집딸이거나 그의 말처럼 “남의 남자 빼앗는 여자”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형광등 같은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한다.
“왜 있잖아요. 깜빡깜빡하고 멍한 여자들. 시골 아낙네처럼 푼수기도 좀 있는 역할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 여자들은 고민도 별로 안하고 아주 밝게 살잖아요. 주인공을 많이 해보았지만 이제는 꼭 주연이 아니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단역이라도 좋은 역할이라면 망설이지 않을 거예요.”
틈틈이 방송활동을 했다지만 다른 부업도 없이 8년을 보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 무엇보다 공백기에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했다. 다행히 그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예활동을 시작했어요. 아무렴 그동안 펑펑 쓰기만 했겠어요? 한창 활동할 때에 비하면 씀씀이가 줄어들기도 했고요. 의상비도 줄었고 사람들과 만나는 일도 줄어들었죠. 활동할 때는 예쁜 옷을 보면 무조건 샀는데 지금은 알뜰한 편이에요. 얼마 전 집 인테리어 공사를 했는데 수건이랑 커텐 가격까지 꼼꼼히 적어두었는 걸요.”
현재 그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연예활동 재개를 위해 가장 애써준 사람들도 그의 가족들이다. 특히 유명 역술인 백운산씨를 새아버지로 두고 있는 그는 부모님이 든든한 후원자이며 냉철한 모니터라고 한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제 일을 도와주셔서 저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하시는 편이에요. 모니터를 하시다가 ‘이번엔 밉게 나왔다’는 식으로 직설적으로 말씀하시죠. 반면 아버지는 자신감을 잃지 않게 배려해주시는 편이세요. 제가 자신감을 잃지 않을까 많이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방송을 쉬는 동안 잃은 것도 있었지만 얻은 것도 많다. 뭐니뭐니해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 요즘 그와 가족들의 즐거움은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라고.
“가족들과 맛있는 집 찾아다니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특히 엄마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태국음식을 너무 좋아하세요. 경상도 음식하고 조금 비슷하거든요. 깔끔한 일식집도 자주 가는 편이고요.”
유명 역술인을 아버지로 두었으니 새해 토정비결쯤은 진작에 알아보았을 터. 올해 신수가 어떠냐고 묻자 그는 “가족이라서 더 안 봐준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올해는 어때요’라고 여쭤보면 그냥 ‘응, 좋아 좋아’라고만 하세요. ‘언제 결혼하냐’고 물어도 ‘내년에 나타난다’고 하시는데 벌써 3년째 똑같은 대답이세요. 운명이란 정해지는 것보다 노력으로 되는 것 같아요. 다행히 앞으로 제 사주에 결혼운이 있다고 하니까 기대해봐야죠.”
“다시 실수할까봐 그런지 사랑에 푹 빠지지 못하겠어요”
한때 그는 새아버지 백운산씨의 소개로 만난 재미 변호사와 진지하게 결혼 얘기가 오간 적도 있었다고. 그도 재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단호하게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예전처럼 사랑에 푹 빠지지 못하겠더라고요. 아마 다시 실수할까봐 그런 것 같아요. 앞으로 짝을 만난다면 ‘멋진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는 남자 있잖아요. 아버지 같고 친구 같은 남자, 기념일에 꽃 한송이 챙길 줄 알고, 새벽에 갑자기 불러내서 정동진 해돋이 보러 가자고 할 수 있는 남자. 그런데 키 큰 남자는 싫더라고요. 이상하게 175cm가 넘으면 부담스러워요.”
그는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위해 매니저와 계약도 맺었다. 철저하게 ‘관리’받으며 본격적으로 연예활동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단막극 출연 이후 홍콩 영화계로 진출할 계획이라는 그는 현재 유명 감독이 진행중인 멜로영화 출연을 협의중인 상태. 멜로영화의 히로인으로 아시아 진출까지 꾀하고 있다.
“신인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에요. 달라진 게 있다면 책임감이겠죠. 데뷔할 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아직도 저를 기억하는 분들한테 ‘저것밖에 못하나’라는 소리 들을까봐 너무 걱정스러워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는 “모진 소문을 툴툴 털고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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