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법정물 중 하나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많은 시청자가 여검사 마이듬의 마법 같은 매력에 빠져들었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마이듬을 연기한 배우 정려원(37)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 됐다.
6%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마녀의 법정’은 2017년 11월 28일 최종회에서 14%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막을 내렸다.
기사 댓글마다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응원이 가득하다.
‘정려원의 재발견’이라는 극찬도 이어졌다. 정려원은 애써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저를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이 너무 기분 좋았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이고 싶어 하잖아요. ‘마녀의 법정’ 회식 때 다 같이 약속했어요. 작가님이 ‘시즌2 고(Go)!’ 하면 배우들 모두 그대로 따라가기로. 저희는 완벽히 준비돼있습니다. 하하.”
마이듬은 합법과 위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과감한 수사를 펼치는 성범죄 전담부 여검사다. 나사 풀린 사고뭉치였다가도 어느새 해결사가 되는 반전의 연속으로 시청자에게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안겼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린 작품이라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숙제를 안고 있었다.
“다소 예민한 소재라 걱정이 많았어요. 우리 드라마를 보고 성범죄 피해자들이 상처를 받으면 2차 피해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잖아요. 제 캐릭터도 자칫하면 가볍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수위 조절을 정말 잘해주셨죠.”
그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촬영할 때 실제 수사관들이 지나가며 자신을 향해 엄지 척을 해준 일을 떠올리며 “사법 관계자들까지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는 실제 검찰 조사에서 1차와 2차 때 만나는 검사가 다르다는데 우리 드라마에서는 한 검사가 전담하는 걸로 그려졌어요. 여러 검사에게 힘든 진술을 반복해야 하는 피해자의 처지가 안타까워 작가님이 그렇게 설정하신 거예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성범죄가 그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기는지를 조금이라도 깨달았길 바라요.”
실제 정려원은 시원시원한 마이듬의 성격과 정반대다. “미친 거 아냐?”라는 말도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해봤다. 돌직구는커녕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순간에도 머뭇거리다가 늘 타이밍을 놓친다고 했다.
“처음엔 캐릭터를 ‘입기’가 쉽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마침 마이듬과 성격이 비슷한 친구가 떠올랐어요. 언제 어디서든 할 말을 하는 친구거든요. 그 친구에게 대본을 읽어보라고 시켰더니 정말 너무 재미있게 잘하는 거예요. 돌직구 날리는 방법을 코치 받은 덕분에 감을 잡을 수 있었죠.”
극에서 마이듬은 동료 검사 여진욱(윤현민)에게 “오늘부터 1일 하자”고 먼저 대시할 만큼 매사에 적극적이다. 겁이 많아 연애할 때도 소극적이라는 정려원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였다면 무작정 남자가 먼저 고백하기를 기다렸을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애가 타겠지만, 먼저 표현을 하거나 그러지는 못하는 성격이에요. 이듬이로 살면서 해보지 못한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배우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따라 성격도 변한다. 정려원 역시 요즘 들어 활발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마이듬 놀이’를 즐기고 있어서다.
“요즘 돌직구 날리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이럴 때 해보지, 제 성격에 또 언제 할 수 있겠어요. 근데 좀 세게 말해도 저를 이듬이로 보셔서인지 다 받아주시더라고요(웃음).”
상대 배우 윤현민과의 연기 호흡은 ‘찰떡궁합’이라는 평을 받았다. 윤현민은 정신과 의사 출신 초임 검사로, 극 중 마이듬과 앙숙 콤비를 이뤄 사건을 함께 수사하다 애정이 싹튼다. 정려원은 윤현민에 대해 “정말 최고다. 남을 배려하는 따뜻함이 남다르다. 사랑을 참 많이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친구였다”고 평했다. 또 그에겐 어려운 선배일 수도 있는 전광렬, 김여진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처음엔 기(氣)에 눌릴까 걱정했는데 후배들이 편히 연기할 수 있게 디딤돌이 되어주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마이듬의 맛깔스러운 ‘캔맥주 원샷’도 매번 화제가 됐다.
마이듬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맥주 생각이 난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극에서 ‘혼술’을 즐긴 마이듬과 달리 정려원은 평소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드문드문 와인을 한두 잔 마시는 정도인데 그마저도 작년부터 시작된 ‘일탈’이다.
“맥주 마시고 트림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해야 해서, 탄산이 든 음료를 마셨어요. 한 번에 그걸 다 들이켜니 목이 너무 따갑더라고요. 모든 트림 소리를 다 제 힘으로 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효과음의 도움을 좀 받았죠.”
연기 활동을 쉴 때 그는 그림을 그린다. 취미가 같은 친구와 공동 작업실을 마련한 지도 벌써 3년째. ‘마녀의 법정’을 찍기 전에도 2년간 그림에 매달렸다. 이 작업실과 작품 몇 점을 방송에 공개한 적도 있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연예 활동을 6개월 이상 쉰 적이 없는데, 미술에 미친 듯이 빠져들면서 휴식기가 길어졌죠. 대본이 많이 들어오지 않으면 초조할 수도 있는데 그림 덕분에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어요. 그림과 연기 둘 다 매력이 있어요.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가수는 제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무렵 KBS 일일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2002)에 출연하게 됐어요. 그게 제 배우 데뷔작이죠. 이후 15년 만에 ‘마녀의 법정’으로 KBS 드라마를 다시 하다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너무 반갑고 그랬어요.”
정려원의 이름 앞엔 오래전부터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지금도 어디서든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스타일로 눈길을 끌어 사진 기자들의 셔터 본능을 자극한다. 그 비결이 뭘까.
“전 제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알아요. 트렌디하지 않은, 빈티지룩이 딱 맞아요. 제가 연출한 스타일링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건 특별한 감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어서일 거예요. 스타일리스트가 일상복 위주로 잘 연출해준 덕분이죠.”
정려원만의 패션 철칙은 좀 별나다. 바로 ‘새 옷 안 입기’다.
“새 셔츠를 사면 그날 밤 입고 자요. 일부러 헐렁하게 만들기 위해서요. 헐렁함이 자연스러워지면 그때 입고 나가요. 뻣뻣한 새 옷은 저랑 안 맞으니까요. 반면 절친인 (손)담비는 새 옷이 잘 어울려요. 화려하고 에지 있는 옷을 너무 잘 소화하죠. 저랑은 정반대예요. 각자에게 어울리는 핏이 따로 있는데, 그걸 깨닫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같은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한예슬, 손담비와 막역한 사이다. 최근 한예슬이 출연한 MBC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와 ‘마녀의 법정’은 동시간대에 편성돼 불가피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두 사람은 “시청률 잘 나오는 사람이 해외여행 경비를 대자”고 약속했는데, 결과는 정려원의 완승.
기분 좋은 ‘여행 한턱’을 쏘게 됐다.
“예슬이와 공교롭게 같은 시간대에 경쟁해야 했지만, 워낙 친해서 서로 응원해줄 수 있었어요. 예슬이는 제 표정만 봐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아는 친구죠. 매사에 솔직하고 정이 많은 데다 새벽 기도에서 저를 위해 기도해줄 만큼 진심으로 제가 잘되길 바라는 친구예요.”
손담비와 그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이웃사촌이다. 그가 연기 연습을 할 때 상대역 대사를 도맡아주는 최고의 조력자라는 손담비는 ‘마녀의 법정’에 특별 출연하는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양이를 키우면 결혼 못 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전 네 마리를 키우거든요. 저 때문에 담비도 고양이를 키우게 됐는데, 이거 어쩌죠?”
정려원은 요즘 여러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신중하게 검토한 후 다음 작품을 결정할 계획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지만, 저는 이듬이와의 작별을 서두르고 싶지 않아요. 현재의 감흥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이듬이를 보내주고 싶어요.”
director 김지영 기자 photographer 이재돈 designer 최정미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사진제공 키이스트
6%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마녀의 법정’은 2017년 11월 28일 최종회에서 14%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막을 내렸다.
기사 댓글마다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응원이 가득하다.
‘정려원의 재발견’이라는 극찬도 이어졌다. 정려원은 애써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저를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이 너무 기분 좋았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이고 싶어 하잖아요. ‘마녀의 법정’ 회식 때 다 같이 약속했어요. 작가님이 ‘시즌2 고(Go)!’ 하면 배우들 모두 그대로 따라가기로. 저희는 완벽히 준비돼있습니다. 하하.”
마이듬은 합법과 위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과감한 수사를 펼치는 성범죄 전담부 여검사다. 나사 풀린 사고뭉치였다가도 어느새 해결사가 되는 반전의 연속으로 시청자에게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안겼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린 작품이라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숙제를 안고 있었다.
“다소 예민한 소재라 걱정이 많았어요. 우리 드라마를 보고 성범죄 피해자들이 상처를 받으면 2차 피해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잖아요. 제 캐릭터도 자칫하면 가볍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수위 조절을 정말 잘해주셨죠.”
그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촬영할 때 실제 수사관들이 지나가며 자신을 향해 엄지 척을 해준 일을 떠올리며 “사법 관계자들까지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는 실제 검찰 조사에서 1차와 2차 때 만나는 검사가 다르다는데 우리 드라마에서는 한 검사가 전담하는 걸로 그려졌어요. 여러 검사에게 힘든 진술을 반복해야 하는 피해자의 처지가 안타까워 작가님이 그렇게 설정하신 거예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성범죄가 그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기는지를 조금이라도 깨달았길 바라요.”
‘사이다’ 마이듬과 실제 성격은 정반대
정려원이 직접 그려 자선 경매에 기증한 그림.
“처음엔 캐릭터를 ‘입기’가 쉽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마침 마이듬과 성격이 비슷한 친구가 떠올랐어요. 언제 어디서든 할 말을 하는 친구거든요. 그 친구에게 대본을 읽어보라고 시켰더니 정말 너무 재미있게 잘하는 거예요. 돌직구 날리는 방법을 코치 받은 덕분에 감을 잡을 수 있었죠.”
극에서 마이듬은 동료 검사 여진욱(윤현민)에게 “오늘부터 1일 하자”고 먼저 대시할 만큼 매사에 적극적이다. 겁이 많아 연애할 때도 소극적이라는 정려원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였다면 무작정 남자가 먼저 고백하기를 기다렸을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애가 타겠지만, 먼저 표현을 하거나 그러지는 못하는 성격이에요. 이듬이로 살면서 해보지 못한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배우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따라 성격도 변한다. 정려원 역시 요즘 들어 활발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마이듬 놀이’를 즐기고 있어서다.
“요즘 돌직구 날리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이럴 때 해보지, 제 성격에 또 언제 할 수 있겠어요. 근데 좀 세게 말해도 저를 이듬이로 보셔서인지 다 받아주시더라고요(웃음).”
상대 배우 윤현민과의 연기 호흡은 ‘찰떡궁합’이라는 평을 받았다. 윤현민은 정신과 의사 출신 초임 검사로, 극 중 마이듬과 앙숙 콤비를 이뤄 사건을 함께 수사하다 애정이 싹튼다. 정려원은 윤현민에 대해 “정말 최고다. 남을 배려하는 따뜻함이 남다르다. 사랑을 참 많이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친구였다”고 평했다. 또 그에겐 어려운 선배일 수도 있는 전광렬, 김여진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처음엔 기(氣)에 눌릴까 걱정했는데 후배들이 편히 연기할 수 있게 디딤돌이 되어주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마이듬의 맛깔스러운 ‘캔맥주 원샷’도 매번 화제가 됐다.
마이듬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맥주 생각이 난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극에서 ‘혼술’을 즐긴 마이듬과 달리 정려원은 평소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드문드문 와인을 한두 잔 마시는 정도인데 그마저도 작년부터 시작된 ‘일탈’이다.
“맥주 마시고 트림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해야 해서, 탄산이 든 음료를 마셨어요. 한 번에 그걸 다 들이켜니 목이 너무 따갑더라고요. 모든 트림 소리를 다 제 힘으로 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효과음의 도움을 좀 받았죠.”
연기 활동을 쉴 때 그는 그림을 그린다. 취미가 같은 친구와 공동 작업실을 마련한 지도 벌써 3년째. ‘마녀의 법정’을 찍기 전에도 2년간 그림에 매달렸다. 이 작업실과 작품 몇 점을 방송에 공개한 적도 있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연예 활동을 6개월 이상 쉰 적이 없는데, 미술에 미친 듯이 빠져들면서 휴식기가 길어졌죠. 대본이 많이 들어오지 않으면 초조할 수도 있는데 그림 덕분에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어요. 그림과 연기 둘 다 매력이 있어요.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새 옷 안 입기’가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비결
2000년 걸 그룹 ‘샤크라’로 가요계에 데뷔한 정려원에게서 이제 가수로서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런 그가 최근 엄정화의 10집 앨범 수록곡인 ‘포토그래퍼’에 영어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가수 활동에 미련이 없냐고 묻자 그는 “노래를 잘하지 못한다”며 웃었다.“가수는 제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무렵 KBS 일일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2002)에 출연하게 됐어요. 그게 제 배우 데뷔작이죠. 이후 15년 만에 ‘마녀의 법정’으로 KBS 드라마를 다시 하다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너무 반갑고 그랬어요.”
정려원의 이름 앞엔 오래전부터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지금도 어디서든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스타일로 눈길을 끌어 사진 기자들의 셔터 본능을 자극한다. 그 비결이 뭘까.
“전 제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알아요. 트렌디하지 않은, 빈티지룩이 딱 맞아요. 제가 연출한 스타일링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건 특별한 감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어서일 거예요. 스타일리스트가 일상복 위주로 잘 연출해준 덕분이죠.”
정려원만의 패션 철칙은 좀 별나다. 바로 ‘새 옷 안 입기’다.
“새 셔츠를 사면 그날 밤 입고 자요. 일부러 헐렁하게 만들기 위해서요. 헐렁함이 자연스러워지면 그때 입고 나가요. 뻣뻣한 새 옷은 저랑 안 맞으니까요. 반면 절친인 (손)담비는 새 옷이 잘 어울려요. 화려하고 에지 있는 옷을 너무 잘 소화하죠. 저랑은 정반대예요. 각자에게 어울리는 핏이 따로 있는데, 그걸 깨닫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예슬, 손담비와 둘도 없는 절친 사이
결혼 계획에 관한 질문을 자주 들을 만한 나이다. 하지만 정려원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단다. 호주에 사는 부모님도 결혼을 독촉하지 않고, 주위에 친구가 많은 것도 싱글 라이프를 즐기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선배들이 ‘너희는 그렇게 계속 몰려다니면 영영 결혼 못 한다’며 말릴 정도”라고 했다.그는 같은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한예슬, 손담비와 막역한 사이다. 최근 한예슬이 출연한 MBC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와 ‘마녀의 법정’은 동시간대에 편성돼 불가피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두 사람은 “시청률 잘 나오는 사람이 해외여행 경비를 대자”고 약속했는데, 결과는 정려원의 완승.
기분 좋은 ‘여행 한턱’을 쏘게 됐다.
“예슬이와 공교롭게 같은 시간대에 경쟁해야 했지만, 워낙 친해서 서로 응원해줄 수 있었어요. 예슬이는 제 표정만 봐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아는 친구죠. 매사에 솔직하고 정이 많은 데다 새벽 기도에서 저를 위해 기도해줄 만큼 진심으로 제가 잘되길 바라는 친구예요.”
손담비와 그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이웃사촌이다. 그가 연기 연습을 할 때 상대역 대사를 도맡아주는 최고의 조력자라는 손담비는 ‘마녀의 법정’에 특별 출연하는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양이를 키우면 결혼 못 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전 네 마리를 키우거든요. 저 때문에 담비도 고양이를 키우게 됐는데, 이거 어쩌죠?”
정려원은 요즘 여러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신중하게 검토한 후 다음 작품을 결정할 계획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지만, 저는 이듬이와의 작별을 서두르고 싶지 않아요. 현재의 감흥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이듬이를 보내주고 싶어요.”
director 김지영 기자 photographer 이재돈 designer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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