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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 날마다 행복한 초보엄마 설수진

“하루하루가 믿기지 않은 행복, 이제부터가 진짜 인생”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2012. 03. 22

2003년 검사와 결혼한 미스코리아 출신 설수진은 두 번의 유산 끝에 지난해 드디어 첫아이를 낳았다. 기적 같은 임신과 출산으로 누구보다 행복한 엄마가 된 그는 최근 사회복지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  날마다 행복한 초보엄마 설수진


1996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 탤런트 설수진(38)은 2003년 결혼 후 방송 활동이 뜸했다. 검사인 남편 박길배씨(42)를 따라 강원도 원주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탓에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방송 활동을 하기 쉽지 않았다. 5년 가까이 EBS ‘효도우미 0700’ 진행을 맡긴 했지만 연기 활동은 결혼과 동시에 그만뒀다. 결혼 생활도 언론에 자주 공개하지 않아 대중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결혼 8년 만에 아이를 낳아 그토록 바라던 엄마가 된 것. 지난 1월 첫돌을 맞은 아들은 요즘 그의 가장 큰 삶의 활력소다.
더는 임신에 조바심 내지 않기로 마음먹자 기적이 찾아왔다. 당시 설수진은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부터 화상 환자들을 후원하는 복지재단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 중이었는데, 고심 끝에 대표직을 수락하자 임신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경사가 찾아왔다고 한다. 2월 초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베스티안 화상후원재단 집무실에서 만난 설수진은 “좋은 일을 시작하니까 아이도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많은 분들이 의학의 힘을 빌려 아이를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자연임신이에요(웃음).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기쁘면서도 ‘어떻게 아이가 생겼지?’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동안 아이를 가지려고 안 해본 게 없는데,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까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화상후원재단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제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평소 ‘효도우미 0700’을 하면서 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당분간 아이는 잊고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보자고 선택했는데 아이까지 생겨서 이 일에 의미가 남달라요.”

좋은 일 시작하자 그토록 바라던 아이도 생겨
2011년 설립된 베스티안 화상후원재단은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화상 환자들의 재활과 삶의 질 개선 등을 돕는 복지단체. 또 화상의 위험성을 알리고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화상 예방과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후원금 모금을 위해 ‘설수진의 콘서트 아·름·답·게’ 나눔콘서트를 열었다. ‘아름답게’는 ‘아픈 시름 해답을 얻게 하소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공연 수익금 전액은 화상 환우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화상은 심할 경우 ‘신의 저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겨운 병이에요. 피부가 흉측하게 일그러지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숨어 지내는 경우도 많죠.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들을 도와주는 단체가 없었어요.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진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일해보려고 해요. 봉사에 참여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만큼 행복하고 뿌듯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맛에 조금씩 중독돼가고 있어요(웃음).”
그가 사회활동에 팔을 걷어붙인 바람에 육아에서는 한 발 물러서게 됐다. 그는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함께 있을 때 얼마나 임팩트 있게 놀아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주말이면 몸이 부서질 것 같아요(웃음). 온몸으로 아이와 놀아주거든요. 함께 뒹굴고 기어다니다 보면 허리가 얼마나 아픈지 몰라요. 제 키가 172cm인데, 1m도 채 안 되는 아이한테 맞춰서 움직이려니 힘들죠(웃음). 더군다나 남자아이라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어요.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를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게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옹알이하는 발음으로 ‘엄마 엄마’하면서 저를 졸졸 쫓아다닐 때면 정말 감동이에요. 온전한 제 팬이 생긴 것 같아서요. 그럴 때면 저밖에 모르는 아이에게 온 힘을 다해 사랑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돌잔치는 가족끼리 단출하게 치렀다. 귀하게 얻은 아이인 만큼 조용히 지내는게 좋겠다는 시어머니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시어머니는 돌잔치 하는 비용 대신 재단에 기부하라며 금일봉을 건넸다고 한다.
설수진은 아이를 낳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동안 남편 근무지를 따라 대구에서 생활했던 그는 남편이 출근한 뒤 커튼을 치고 혼자 술을 마신 날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서울 토박이인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에서 생활하려니 외롭기 그지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두 번째 잃은 곳도 대구였다.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마치 유배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가 내 인생의 암흑기였다”고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늘 친구,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시끌벅적하게 살다가 갑자기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생활하려니 정말 갑갑하고 힘들더라고요. 남편은 늘 바쁘고, 주변에 마음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었거든요. 아이라도 있으면 아이 키우는 재미에 삶의 무료함을 덜 느꼈을 텐데 그렇지 못했어요. 두 번이나 유산을 하자 ‘나는 아이 갖기 힘든 사람이구나’ 하는 자괴감에 한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더욱이 그보다 한 해 먼저 결혼한 동생(설수현)의 임신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자매의 이름을 혼동하고 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 때문에 곤란한 적도 많았다. 그 무렵 우울증 때문에 살이 많이 쪘던 그는 사람들로부터 임신했다는 오해를 종종 샀다고 한다. 그는 “심지어 동네 아주머니들이 두툼한 내 배를 만지며 ‘임신 축하한다’는 얘기를 할 때면 너무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 안 생기면 입양해도 좋다고 말한 남편

8년 동안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도 눈물겹다. 친정어머니의 성화에 전국에서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은 다 가봤을 정도. 이번에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기쁜 마음과 함께 혹시 또 잘못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들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는 임신기간 내내 더욱 의연하게 마음먹으려 애썼다.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  날마다 행복한 초보엄마 설수진


“시간이 흐를수록 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순간순간 ‘어차피 네 운명이다. 엄마 안에 머물려면 머물고, 또 가려면 가라’ 하고 배 속 아이한테 냉정하게 말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인연이란 오묘한 것인지 내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해서 놓아지지 않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를 갖고 낳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또 한 번 배웠어요.”
남편은 아이 문제로 그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에게 아픔이 되는 말은 일절 피하고, “영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입양해도 되지 않겠냐”며 위로했다.
현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으로 재직 중인 남편 박길배씨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술렁이게 했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에 참여한 바 있다. 언제나 바쁜 남편을 위해 그가 해주는 최고의 내조는 잔소리하지 않기.
“남편이 큰 수사에 들어가면 집에 못 들어오는 날이 많은데, 한 번도 남편을 심문(?)해본 적이 없어요. 늦게 들어오면 일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죠. 아무래도 남편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남편 역시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간섭하지 않아요. 이번에 화상후원재단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제가 육아에 집중하지 못할 것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좋은 일인 만큼 기회가 되면 자신도 돕겠다고 하더군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박씨는 무뚝뚝한 성격에 애정 표현도 약하지만 속정이 깊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1월1일, 평소 설수진과 친분이 있던 언니의 소개로 만나 3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당시 동생 설수현이 언니를 3개월 앞질러 한독어패럴 대표와 결혼해 화제가 됐는데, 정작 혼사 얘기는 언니인 그가 먼저 오갔다고 한다.
“어느 날 동생이 갑자기 결혼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남편을 만난 지 3년이나 됐을 때고 동생은 석 달도 채 안 됐을 때거든요. 그렇게 좋으냐고 했더니 너무 좋아서 죽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자매가 한 해에 결혼하는 건 좋지 않다고 하고, 마침 그해 제가 아홉수여서 동생한테 양보했어요. 12월23일에 동생이 결혼하고 저희도 부랴부랴 날짜를 잡아서 이듬해 2월에 결혼했죠.”

남다른 자매애, 유별난 조카 사랑
어려서부터 남다른 자매애를 지녔던 두 사람은 각자 가정을 이룬 뒤에도 변함없는 정을 나누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 많은 것도 큰 힘이 됐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은 물론, 결혼 후 방송일을 포기하고 한동안 남편 내조에만 힘써온 것도 비슷하다. 먼저 결혼해 아이까지 먼저 낳은 동생에게 질투심을 느꼈을 법도 한데 설수진은 그런 감정은 전혀 없다고 한다.
“동생네 아기 때문에 운 적은 많아요.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자주 만날 수 없잖아요. 어쩌다 한번 가면 아기가 낯가림 하면서 저를 외면할 때 정말 서럽더라고요. 한번은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하고 울먹이며 거실로 나온 적이 있어요(웃음). 솔직히 조카 사랑이 유별나요. 대구에 살 때는 조카들 먹이려고 복숭아 박스를 신주단지 모시듯 안고 KTX에 오르기도 했어요. 요즘 조카들이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 나오는 걸 보면 깜짝깜짝 놀라요. 어쩌면 말도 그렇게 잘하는지, 기특해 죽겠어요(웃음).”
자매간 정이 돈독한 건 다 친정어머니 덕분이다. 어려서부터 자매끼리는 늘 함께해야 한다며 같은 방을 쓰게 했다고 한다. 설수진이 서울에 올라온 뒤 자매는 친정을 중심으로 인근에서 삼각형 구도를 이루며 모여 산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까 이제야 친정엄마의 고마움을 알 것 같아요. 워낙 딸들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분이신데, 방송일 할 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매니저 노릇을 해주세요. 제가 운전을 못해 엄마가 대신 운전대를 잡으세요. 오늘도 인터뷰 촬영을 위해 미용실에 다녀왔는데 아침 일찍 집으로 데리러 오시고, 미용실에서 2시간이나 기다리셨다가 이곳까지 데려다주셨어요. 요즘은 친정엄마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요. 그동안 저보다 더 아이를 애타게 기다린 사람이 엄마일 거예요. 그걸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고 또 감사하죠. 동생은 애교도 많고 살가운 성격인데 저는 무뚝뚝한 편이거든요. 앞으로는 엄마한테 애정 표현도 많이 하고, 좋은 거 많이 해드리고 싶어요.”
올해 그는 복지사업과 관련해 더욱 바빠질 계획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3월부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다. 재단 설립 과정을 지켜보며 “착한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복지사업에 대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쌓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밖에서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아들에게 멋진 엄마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화사하게 웃었다.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  날마다 행복한 초보엄마 설수진

1 2 지난해 화상후원재단 베스티안 대표로 취임한 설수진은 얼마 전 후원금 모금을 위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3 결혼 8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 설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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