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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럼에도 임재범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제는 세상·가족·팬들과 소통하며 살고 싶어요”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2012. 01. 17

2011년 연예계 핫 키워드로 ‘임재범 신드롬’을 빼놓을 수 없다. 임재범은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야의 고수’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그의 음악성과 함께 인생사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노래도 삶도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거칠고 걷잡을 수 없었던 임재범. 하지만 이제 그는 조금씩 세상과의 타협점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임재범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가수 임재범(49)은 요즘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하기 전 그의 암울했던 생활과 비교해보면 그는 분명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다. 물론 과거에도 그의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이는 많지 않았지만 숱한 잠적과 루머에 뒤덮인 삶을 살면서 그는 대중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갔다. 경제적 궁핍은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심지어 6년 동안 우울증·조울증으로 폐인의 삶을 살았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그가 마음의 병을 앓는 동안 뮤지컬 배우 출신인 아내는 갑상선암, 위암, 간암, 자궁암 무려 4개의 암에 걸려 병마와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렇게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그가 가족을 위해 마지막으로 택한 세상과의 타협이 바로 ‘나가수’ 출연이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지도 못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정신없이 지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방송 출연 중 연달아 잠적하는 등 임재범은 이해하기 힘든 돌출 행동을 보였고, 대중은 점차 그를 ‘역시 정상적인 연예 활동이 불가능한 기인’이라며 실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를 ‘세상과 대적하는 마초맨’이라 결론짓고 외면하기에는 그의 삶은 참으로 험난했고 그 과정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와 좌절, 분노는 일반인의 그것과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임재범의 속사정은 얼마 전 방송된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밝혀졌다.

그럼에도 임재범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방송에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아픔과 상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1960년대 명아나운서로 이름을 떨친 임택근의 혼외 자식인 임재범은, 어린 시절 한때 고아원에서 생활한 적이 있고 그 뒤 할머니의 손에서 컸다고 한다. 그러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때 집안에서 떠도는 소문으로 자신에게 이복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삐뚤어진 임재범은 오로지 음악 하나에 의지한 채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목숨과도 같았던 음악마저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그는 원망과 분노, 미움이 폭발하면서 끝내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대중 앞에서 노래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그 스스로 먼저 세상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임재범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아버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제는 아버지와의 화해를 원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지금껏 아버지와 왕래하고 지내지 않았지만 얼마 전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하반신 불구가 되셨다. 이제는 아버지를 찾아뵐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다.
아버지 임택근 또한 ‘여성동아’ 12월호를 통해 두 아들이 어릴 적부터 안고 살았던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한 바 있다.
또 임재범은 이복동생 손지창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지금껏 그가 방송에서 동생의 존재를 언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사람들은 형제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두 사람은 이미 20년 전 한 기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상봉할 수 있었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고 한다.

손지창·임택근, 처음으로 털어놓은 아픈 가족사



그럼에도 임재범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복형제인 임재범과 손지창은 이미 20년 전 한 기자의 주선으로 대면해 형제 관계임을 확인했다.



오랜 세월 출생의 비밀을 안고 살아온 임재범·손지창이 서로 대면할 수 있게 된 건 1991년, 한 잡지에 실린 사진 덕분이었다. 잡지를 보던 중 우연히 낯익은 이름과 사진을 보게 된 임재범은 드디어 소문의 이복동생이 사진 속 손지창임을 직감했다. 당시 그룹 ‘시나위’ 보컬로 활동하던 임재범은 평소 친하게 지낸 기자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했는데, 뜻밖에도 이미 기자는 두 사람의 사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손지창 역시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꽤나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기자의 주선으로 여의도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그야말로 ‘눈물의 상봉’이었다. 반가우면서도 낯선 두 사람은 그동안 마음에 쌓여 있던 아픔과 원망, 하나뿐인 혈육에 대한 그리움에 통곡했다고 한다. 이후 손지창은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작은 아파트로 임재범을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두 사람은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각자 어떤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손지창과 임재범이 형제인 만큼 오연수와 임재범은 당연히 시아주버니와 제수 사이가 된다. 지난여름 오연수가 임재범 콘서트에 참석한 사실이 보도돼 눈길을 끈 적이 있는데, 그때도 임재범과 손지창 사이가 어느 정도 가까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임재범은 ‘승승장구’ 이후 다른 방송에서 오연수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며 “제수씨, 남편보다 나를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임재범의 솔직 발언은 12월 초 진행된 리메이크 앨범 ‘풀이(Free)’ 쇼케이스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10년 만에 앨범을 발표한 그는 1시간 분량의 공연을 마친 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들과 마주했다. ‘나가수’ 출연 이후 정식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그는 질문을 받기 전 “오늘 할 수 있는 얘기는 다 하겠다”며 뭔가 작심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인터뷰는 자연스레 음악 얘기로 시작됐다. 평소 그가 방송을 통해 록 음악에 대한 애정을 많이 내비쳤기에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 자신의 음악 색깔이 묻어난 게 아니라 기존의 히트곡들을 리메이크했다는 것이 다소 의아했는데 그는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부터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예전 같으면 안 한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나가수’를 통해 다시 조명을 받으면서 이제 더는 독단적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음악도 물론 저는 여전히 록을 좋아하고, 가요계에 록을 전파하고 싶어요. 그래서 록 리메이크 앨범을 내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나와서 ‘한풀이’한다고 생각하실까 봐 우선 제가 사랑하고 즐겨듣는 음악 중에서 대중도 공감해주시는 곡들로 골랐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동안 닫고 지냈던 제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는 “임재범이란 이름을 걸고 나오는 앨범이라고 해서 모든 결정권이 내게 있는 게 아니다. 회사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동안 ‘욱’하는 성격에 방송관계자들 혹은 동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순응하고 타협하려는 임재범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역시 “많이 변했다”며 항변했다. 한편 자신이 타인의 말에 순응하려는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십분 이해하는 듯 보였다.
“당연히 저의 전력이 있으니까요. 제가 아무리 변하겠다고 해도 쉽게 믿지 못하실 거예요. 하지만 많이 노력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저 역시 갑자기 변한 제 모습이 걱정되고 염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그냥 가보려고요. 일단 하나하나씩 부딪치다 보면 이해 못하던 부분도 이해하게 될 테고, 대중 역시 때로는 채찍과 당근을 주시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솔직히 지금은 당근을 주시면 좋겠어요. 이 나이 먹어서 돈이나 명예, 인기 때문에 어려운 도전을 시작하는 건 아닙니다. 제 인생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제 고집 때문에 못했던 것들을 남을 위해서 하나하나 해보자, 그러면 하기 싫던 일도 나로 인해 기뻐하는 분들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고집을 꺾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닫고 지낸 마음의 문 활짝 열고파

그럼에도 임재범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임재범은 ‘바람에 실려’ 촬영 중 함께 출연했던 탤런트 김영호와 불화를 빚기도 했다.



임재범에게 2011년은 평생 잊지 못할 해임이 분명하다. 그는 ‘나가수’를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르자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진짜 속마음을 듣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아닌 척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대중의 관심에 목말라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읊조림이었다고.
“제 속마음을 들여다봤더니 ‘참 많이 숨기고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예도 원했고, 인기도 원했고, 돈도 원했던 거죠.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그러면 안 된다며 제 자신을 포장하고 살았던 거예요. 그러다 ‘나가수’를 통해 갑자기 그동안 원했던 걸 다 얻게 됐는데, 막상 길거리에서 ‘임재범씨’ 하고 부르면 또 그게 익숙지 않아요. 예전에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볼 때와 달리 뭔가 참 따뜻하고 기분도 좋은데, 어색하고 불편한 게 사실이에요. 제가 아직 프로가 안 됐기 때문이겠죠.”
기자회견에서도 손지창에 대한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손지창과 듀엣 앨범을 낼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임재범은 “예전에 지창이를 만나서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했더니, 지창이가 실력으로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면서 거절한 적이 있다”며 웃었다.
새해에는 6집 정규 앨범을 준비할 계획이다. 리메이크 앨범 활동을 시작으로 다시금 가수로서 비상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팬들과의 소통은 물론 방송 출연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적어도 제 개인적인 기분 때문에 방송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방송도 열심히 하다 보면 행복해질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제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기로 했어요. 물론 예전처럼 절대로 증발할 리 없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지금껏 저를 둘러싼 안 좋은 얘기들은 결국 다 제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 녹화를 끝내고 한 달 동안 미국에 머물렀는데, 그때 마음속에 흩뜨려놓은 책들을 다시 책장에 차례대로 꽂아봤어요. 그 책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니까 모든 사건의 시작점은 제게 있었더군요. 이제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부끄럽지 않게 살 거예요.”
최근 그에게는 원대한 목표 하나가 생겼다. 미국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것.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한편 왜 그가 그래미상을 음악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됐는지 궁금했다.
“‘바람에 실려’ LA 공연 날 아침 호텔 앞에 주차돼 있는 차를 봤는데 번호판에 그래미라고 써 있더군요(미국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스펠링으로 임의대로 차량 번호를 기재할 수 있다). 순간 ‘하늘에서 내려주신 사인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그래미상 수상을 위한 몇 가지 전략이 있어요. 새해부터 하나씩 펼쳐 보여드리겠습니다.”
실제로 ‘바람에 실려’ 촬영 중 만난 그래미상 심사위원 한 명은 내년에 열릴 위원회에 그의 노래를 추천해도 되겠냐는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임재범이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파수 대역을 만들어냈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고. 임재범은 “그동안 아무 목표가 없었다. 앞으로 꿈이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오로지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열심히 최선을 다할 거다.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임재범의 비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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