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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보고 싶은 남자

‘몸짱’ 이미지 벗고 신학생으로 연기 변신하는 권상우

■ 글·구미화 기자 ■ 사진·홍상표‘프리랜서’

2004. 06. 04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명실공히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권상우. 전작들에서 미끈한 몸매를 과시하며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가 새 영화 ‘신부수업’에서는 성직자를 꿈꾸는 신학생으로 변신한다. 대구에서 영화 촬영이 한창인 권상우를 만났다.

‘몸짱’ 이미지 벗고 신학생으로 연기 변신하는 권상우

지난 2월 종영된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당당히 톱스타 대열에 합류한 권상우(28). 드라마가 막을 내린 뒤 휴식의 시간을 보낸 그가 다가오는 여름,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을 만나기 위해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8월 개봉 예정인 영화 ‘신부수업’을 촬영중인 것. 영화의 주무대인 대구에서 만난 권상우는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사제복이 잘 어울렸다.
“제가 맡은 ‘규식’은 평생 하느님만을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는 서품식을 한달 앞둔 엘리트 신학생이에요. 그런데 자신을 버린 약혼자를 찾기 위해 미국에서 야반도주한 ‘봉희(하지원)’를 만나면서 일이 꼬이죠. 대구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참 좋아요. 지금까지 촬영한 분량을 보니까 장면 하나하나가 참 예쁘더라고요. 영화가 개봉하면 저 권상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신부수업’은 신학교 규칙을 목숨과 같이 지키는 모범생 규식이 사제 서품식을 앞두고 성당의 귀한 물건을 훼손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변두리 작은 성당에서 ‘영성강화훈련’을 받게 되고, 그곳에서 천방지축 말괄량이 봉희를 만나면서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신부수업’이 예측불허의 소동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물과 기름처럼 조화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성당이라는 은밀하고도 성스러운 공간에서 벌이는 좌충우돌하는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려나갈 예정이다.

“사람들이 근육질 몸매 좋아한다는 걸 알지만 이번에는 사랑스런 모습으로 승부할래요”
규식은 권상우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오로지 하느님께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착한 청년’으로 세상의 모든 진리가 성경책 안에 담겨 있다고 믿는 모범 신학생. 여자에게 해본 말이라고는 전도용 멘트가 전부인 순진한 캐릭터다. 즐겨 입는 옷 역시 구겨진 남방에 면바지 차림. 때문에 삼성동과 청담동 등 서울 시내에서 영화 촬영을 할 당시 구경하던 사람들조차 지극히 평범한 모습의 그를 한동안 알아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근육으로 단련된 몸매를 과시했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나 고급스럽고 세련된 차림의 재벌 2세를 연기한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달리 자신의 매력을 오히려 감춰야 하는 상황.
“지금까지 제가 해온 역할이 대개 동적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신부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마 ‘잘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하고 생각했을 거예요. 사람들이 그렇게 의외로 받아들이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저 역시 사람들이 저의 근육질 몸매를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나중에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 제대로 활용하면 되고, 이번 영화에서는 어설픈 행동과 말투,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신부의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새로운 변신을 위해 권상우는 지난 4월 중순 크랭크인을 앞두고 1박2일 동안 대구 가톨릭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생활하며 실제 신학생 체험을 하기도 했다. 아침 5시에 기상해 수업과 미사에 참여하고, 기숙사 청소와 설거지, 3시간 동안 독방에서 침묵하며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대침묵까지 신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빠짐없이 소화했다. 또한 영화에 나오는 성가대 장면을 위해 한동안 노래와 춤 연습도 했다.

‘몸짱’ 이미지 벗고 신학생으로 연기 변신하는 권상우

영화 속에서 권상우와 호흡을 맞추는 하지원은 권상우에 대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화에 나올 성가대 장면을 위해 안무와 노래를 연습하느라 자주 만났는데 겉보기와 달리 무게 잡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주고, 이야기도 잘하는 소탈한 사람”이라며 “촬영하는 동안 오빠가 너무 웃겨서 NG가 많이 났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하나 ‘신부수업’ 촬영장에서 권상우가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풍경은 촬영 틈틈이 외국인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것. 권상우는 최근 캐나다 출신의 한 여성을 영어회화 전담 강사로 고용하고, CF 촬영장이나 영화 촬영장에 동행해 영어 회화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권상우가 영어회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천국의 계단’ 종영 직후 CF 촬영과 패션쇼 참석을 위해 호주와 중국 등을 다녀오면서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 더욱이 한류 열풍이 불어닥친 일본과 중국은 물론 할리우드 진출까지 내다보고 있어 능통한 영어회화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권상우는 최근 주윤발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골든 드래곤’에 출연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치솟는 인기를 반영하듯 KTF와 삼성 애니콜, 두 이동통신업체는 경쟁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권상우를 모델로 발탁했다. 이효리와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트라이와 해태음료 아미노 업 등도 최고의 개런티를 보장하며 권상우를 모델로 기용했다. 어려서부터 검소한 생활습관이 몸에 밴 권상우는 적지 않은 수입을 차곡차곡 모았고, 그 결과 올해 초 어머니를 위해 대전에 60평형대 아파트를 장만한 데 이어 최근 강남에 아파트를 마련, 어머니와 생활하고 있다.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좋은 집을 마련해 함께 지내고 싶다고 말해왔던 그의 바람이 이뤄진 것. 마음 따뜻한 권상우가 올여름 관객들에게 선사할 시원한 청량제 같은 웃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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