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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미국 ‘빅컷’ 단행, 하반기 부동산 시장 판세 분석

조지윤 기자

2024. 09. 26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잇따라 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를 내놓았지만 서울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미 연준이 4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국내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모인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집값과 가계 부채 급등세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9월 9일 기준 25주 연속 상승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됐다. 이에 대출 수요도 높아지는 추세다. 앞서 8월 한 달간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은 8조9115억 원가량 늘어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9월 들어 지난 9일까지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중 수도권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9.6%(2조1322억 원)에 달했다. 이는 71.8%를 기록했던 2021년 8월(수도권 5조136억 원, 전체 6조9837억 원) 이후 최대치다.

‘대출 조이기’ 효과 나왔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고자 정부는 지난달 ‘8·8 주택공급 확대방안(8·8대책)’을 내놓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주택 공급이 골자다. 성태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9월 8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계속적인 공급 확대와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며 “정부의 대규모 공급 확대 예고 정책 발표 이후 3주 연속 상승세 자체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모인 상황이지만 공급 부족을 단기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8·8대책에 이어 급증하는 가계 부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출 규제에도 나섰다. 금융 당국은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2단계로 강화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기존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수도권 1.2%p, 그 외 지역 0.75%p)를 추가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신용대출을 받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도 크게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본인 결혼이나 직계가족 사망, 자녀 출산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용대출을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예외 조건 없이 신용대출 신규(증액 포함) 취급 시 연 소득 이내로 대출 가능 금액을 제한한다. 이에 대출 수요가 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한다는 지적에 따라 삼성생명도 무주택자에게만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자산인 부동산은 규제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집값이 비싸 아파트 매수 시 대출을 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에 비해 가계대출 규제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배경이다. 실제 올 상반기 아파트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집값에 불이 붙었지만, 9월 들어 대출 규제가 도입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3513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3000건을 넘긴 것은 지난 6월 26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자의 대출 여력이 떨여진데 반해 매도자는 최근 가격 상승세를 반영해 호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측이 가격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거래량이 감소해 매물 적체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편 대출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부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구의 신고가 비중은 지난 6월 16%에서 7월 25%, 8월 들어 35%까지 늘었다. 이 같은 상승세에 따른 기대감은 소유주들 사이에서 여전히 팽배한 모양새다. 지난 9월 18일 유선으로 이야기를 나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A 공인중개사는 “최근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주변 아파트들이 신고가를 계속 경신함에 따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귀띔했다. 인근에 위치한 현대아파트는 9월 6일 전용면적 84㎡가 47억 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다시 썼다. 동일 면적의 직전 거래인 7월(42억 원)보다 5억 원 뛰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둘째 주(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0.44%)와 송파구(0.35%), 강남구(0.31%) 등 강남 3구는 물론 강남권에 인접한 성동구(0.41%), 광진구(0.34%)가 대체로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도 호가가 급등한 데 이은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 심리적 간극이 커지면서 거래량과 가격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하 당장 기대하긴 어려워”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잠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했다. 연준은 9월 17〜18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열고 정책 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에서 4.75〜5%로 0.5%p 낮췄다.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4년 6개월 만에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에서 완화로 바뀐 것.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수준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도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아졌다. 현 금리 수준(5.25〜5.5%)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0.5%p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의 빅컷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등이 금리를 인하한 만큼 이번 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된 바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제 한국과 인도 등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역시 금리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연 3.5% 수준으로 13회 연속 동결됐다. 물가상승률도 2%를 향해 꾸준히 내려가면서 전문가들은 인하 여건도 마련됐다고 입을 모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추세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도 현재 금리를 고수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 물량이 부족하고 전세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 인하로 인해 유동성이 유입되면 전체적으로 매수 심리가 촉발될 우려가 있다”며 “대출 규제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설 수는 있지만,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 속에서는 규제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으로서는 집값과 가계 부채 급등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하 결정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9월 10일 공개된 지난 8월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주택 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돼 금융 불균형 누증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국제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외환 시장의 경계감도 남아 있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 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총재는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 관련 질문에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인하할 수도 있다”면서도 “어느 방향이라고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미국의 빅컷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내다보는 의견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금융 시장은 이미 빅컷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선반영된 상태”라며 “미국이 인하한 금리가 여전히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는 높은 상황인 만큼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단행한 대출 규제가 시장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팀장 역시 “미국이 금리를 인하했다고 해서 당장 국내 금리를 빠르게 내릴 상황이 아닌 만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자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며 흐름에 휘둘리면 실수하기 쉽다”며 “기본적으로 자신이 사고 싶은 지역과 매물의 고점과 낙폭을 분석해서 구매하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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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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