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출산 장려 영상”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종지부부 영상을 방송으로 송출하면 된다” 종지부부의 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유튜브 ‘종지부부’ 채널은 장은지(33)·채종태(33) 부부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다. 종지부부는 대면 만남이 자유롭지 않던 코로나19 시기에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부부의 일상을 전달하고자 처음 채널을 만들었다. 재작년에 첫째 ‘움’이, 올해 5월에는 ‘도’가 태어나며 자연스럽게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출산과 육아 과정을 담은 진솔한 영상에 은지 씨의 재치 있는 입담이 더해져 유튜브 채널의 인기는 나날이 올라갔다. 2022년 3월에 업로드한 첫째 움이의 출산 브이로그는 조회수 129만(2024년 10월 15일 기준)을 넘어섰다. 이제 종지부부 채널은 54만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브가 됐다.
출산과 육아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이 이토록 성장한 것은 저출산이 고질적 문제인 요즘 세대에게 이례적인 일이다. 장 씨에게 유튜브 성공 비결을 묻자, “첫째 움이의 출산, 육아 과정을 시청자들이 랜선 이모, 랜선 삼촌처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스튜디오에는 은지 씨와 둘째 딸 도, 남편 종태 씨가 함께했다. 장은지 씨는 인터뷰 직전에 도에게 모유수유를 했다. 은지 씨가 인터뷰하는 내내 종태 씨는 둘째 딸 도를 돌봤다. 가끔 칭얼거리는 도의 목소리도 마냥 사랑스러웠다. 유튜브에서만 지켜봤던 종지부부의 일상을 직관하니 이들이 왜 사랑받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중함을 잃지 않는 종지부부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을 물었다.
은지 종태, 뭘까?
종태 그냥 철없이 지내는 거지~
은지 저희는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은 아니에요. 대신 자기 전에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얘기를 자주 나눠요. 남편과 저는 지금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에 충실하려고 해요. 그리고 저희는 사과를 빨리해요. 또 상대방이 사과했을 때 바로 받아주는 편이고요. 왜냐하면 사과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알잖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1시간 내로 사과를 해요. 그날 일은 그날 대화로 푸는 게 원칙이에요.
어떻게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나요.
은지 내가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됐는지를 돌아보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되게 어불성설이잖아요. 저는 교회를 다니면서 배우자 기도를 할 때 배우자의 조건이나 외모를 바라진 않았어요. 다만 ‘게으른 상대를 만나더라도 제가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저의 부지런함을 조금 더 키워주세요’라는 식으로 기도했어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죠.
‘이 남자면 결혼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꾸준하게 실행하고 계획을 세워서 지켜나가는 모습이 저한테는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연애하면서 100일이 지날 때마다 매일 쓴 편지를 엮은 책을 받았어요. 3년 연애했으니까 10권을 받은 거죠. 그리고 지금도 생일이나 기념일에 꼭 손 편지를 써줘요. 그런 모습 하나 보고 결혼했어요.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하하).
연애와 결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부부가 된다는 건 배우자랑 제가 한 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연애 때는 상대방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죠.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을 상대가 알아줬으면 좋겠고, 나를 좀 더 좋아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기도 해요. 결혼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물론 결혼을 하면 연애 때보다 더 긴 시간을 같이 보내니 짜증 나는 일도 많아지긴 하죠. 그런데 내가 불편하면 배우자도 똑같이 불편해지거든요. 배우자를 내 몸 다루듯이 해야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는 것 같아요.
결혼, 출산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여성들도 많은데요.
제가 모든 여성의 마음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요. 임신, 출산, 육아 자체가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전보다 더 발전한 여성이 되는 거죠. 아이를 낳으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여요. 저는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에 수유실이 있다는 것에, 길에 경사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무언가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들 볼 때 그 아기 부모님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었고요. 혹시 내가 저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 없나를 생각해보는 사람이 됐죠. 그냥 쉬운 말로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출산 후 여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신체 변화에 대한 부분이요. 모유수유를 하면 가슴이 처져요. 또 출산하고 100일 정도 지나면 머리가 빠지거든요. 제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하면서 많이 질문받았던 게 가슴 처짐으로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고민이에요. 그러면 제가 역으로 물어봐요. 혹시 제일 좋아하는 친구 가슴 예뻐서 좋아하냐고요. 당연히 아니겠죠. 나의 겉모습이 변한다는 것이 나의 가치가 무너지는 일이 아니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미 아이를 낳았다는 것만으로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은지 씨도 출산 후에 우울했던 적이 있나요.
저도 조리원에서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울었어요. 저는 코로나19 기간에 출산해서 아무도 면회 올 수 없었고 조리원 모임도 없어서 혼자 방에만 있었거든요. 왜 이렇게 우울할까를 고민하면서 그 원인을 찾았죠. ‘열 달 동안 품고 있던 아기가 정말 단 5분 만에, 10분 만에 몸에서 빠져나갔는데 몸이 얼마나 슬플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퍼하는 것을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나는 아이를 뺏긴 것이 아니야. 내 아이는 저 방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야’라고 다독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죠.
출산과 육아를 두려워하는 여성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일 친한 친구 2명이 제왕절개를 했어요. 고통 없이 출산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자연분만을 했는데요. 무통 주사를 맞고 정말 그냥 아기가 나오는 느낌만 경험했거든요. 현대의학이 많이 발전했고 좋은 의료진도 많이 계시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둘째 만나니 셋째도 궁금
둘째를 출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랑 신랑 둘 다 남매로 자랐거든요. 그냥 막연하게 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둘째를 계획하게 됐죠. 한 번에 임신이 됐고 지금은 정말 200% 만족해요. 개인적으로는 셋째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첫째하고 둘째가 너무 다르다 보니까 ‘셋째는 어떤 아기가 나올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첫째랑 둘째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첫째 딸 움이는 정말 ‘유니콘 베이비’였어요. 저희 유튜브 채널이 빠르게 성장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이웃들이 “집에 아기가 있어요?”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울지도 않고 통잠도 빨리 들었어요. 부모한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줬던 아이여서 구독자분들이 저희 유튜브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꼈던 것 같아요. 둘째 도는 좀 많이 울긴 했어요. 그런데 도는 이름대로 좀 도도하달까요? 가끔 하루에 세 번 정도 피식 웃어주거든요. 요즘은 그런 도의 도도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어요.
은지 씨 같은 워킹 맘이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좋은 엄마, 나쁜 엄마는 없죠. 엄마, 아빠가 직장 생활을 해야 아이의 삶이 잘 지탱된다면 일을 하는 게 맞죠.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린이집 같은 아이를 봐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실 감사한 거고요. 아이를 위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보다 식사 잘하시고 비타민 잘 챙겨 드시면서 주말이나 하원 후에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건강한 체력을 만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인가요.
체력이 정말 중요해요. 왜냐하면 신생아 때는 1〜2시간 간격으로 아기가 계속 깨니까 짜증이 나기 마련이거든요. 근데 체력이 있으면 여유가 좀 나오잖아요. 직장 생활하면서도 점심시간 10분 전에는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나’ 생각하잖아요. 근데 밥 먹고 나서 좀 여유롭게 커피 한잔 마시면 ‘그럴 수도 있지. 팀장님 기분 안 좋으신가 보네’ 이렇게 생각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식사 잘하고 잠도 잘 자는 엄마, 아빠가 좋은 엄마, 아빠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식사도 잘하고 비타민도 잘 챙겨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육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육아 자체에서는 스트레스가 없는 편이에요. 다만 외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있을 때도 있죠. 아이를 낳으면 부부 외에 타인들이 정말 많은 간섭을 할 거예요. 저는 어제 놀이터 갔다가 추운데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고 동네 어르신한테 엄청나게 혼났거든요. 근데 그럴 때마다 그냥 ‘우리 아이 걱정해주신다’ 생각하고 지나가려고 해요. 또 저희 라이브 방송에도 ‘시어머니가 아기 태명을 가지고 간섭하신다’는 고민이 많이 들어와요. 시댁에서 ‘태명을 별이라고 하지 말고 달이라고 해라’ 하면 시댁에서는 달이라고 부르라고 말씀드려요. 그리고 집에서는 별이라고 부르면 되잖아요. 사실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잘되라고 하는 말씀이니까, ‘아이를 잘 키운다는 본질만 놓치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부모님과의 관계를 사자와 얼룩말에 빗댄 적이 있으신데요.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봐도 애교 많은 얼룩말이 제일 늦게 잡아먹히거든요. 쏜살같이 도망 다니는 얼룩말들은 사자한테 잡아먹히게 돼 있어요. 근데 얼룩말이 도망가지 않고 깡충깡충 뛰면서 애교를 부리면 사자가 가만히 구경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자가 넋을 놨을 때 얼룩말이 얼른 도망가요. 그러니까 일상에서도 그런 갈등의 순간들을 즐겁게 대처하시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잔소리도 ‘네 어머니 죄송해요’ 이렇게 하면 진짜 그냥 지나가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고요’ 하는 순간부터 갈등이 시작돼요. 그러니까 시댁에서의 갈등 문제는 집에서 신랑이랑 잘 해결하시고 어른들께는 그냥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해요.
남편과 저는 ‘아이들이 즐겁게 집에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에요. 지친 하루를 보냈을 때 ‘빨리 집에 가서 엄마, 아빠랑 밥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라방에서 “움이가 나중에 남자 친구 데리고 집에 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런 질문도 해요. 그러면 저는 “우리한테 남자 친구 보여주는 거야!” 하면서 기뻐할 거예요. 아이들이 본인의 일상을 저희와 공유해주고 엄마, 아빠랑 보내는 시간을 너무 편안하게 생각하는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게 저희의 꿈이에요.
성인이 된 움이와 도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직 결혼은 안 했죠? 제가 움이랑 도를 너무 좋아해서요(눈물). 움아, 도야! 건강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고 엄마, 아빠랑 진짜 평생 즐겁게 많이 놀러 다니자. 엄마가 스위스 기차 여행 가고 싶어 하는 거 알지(웃음)? 열심히 돈 모아서 엄마 스위스 기차 여행 한번 보내주면 너무 좋겠어. 너희가 안 되면 엄마라도 열심히 모을게! 우리랑 평생 여행 다니면서 즐겁게 놀자. 사랑해!
#종지부부 #장은지 #다둥이 #저출산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장은지 본인 제공
출산과 육아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이 이토록 성장한 것은 저출산이 고질적 문제인 요즘 세대에게 이례적인 일이다. 장 씨에게 유튜브 성공 비결을 묻자, “첫째 움이의 출산, 육아 과정을 시청자들이 랜선 이모, 랜선 삼촌처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스튜디오에는 은지 씨와 둘째 딸 도, 남편 종태 씨가 함께했다. 장은지 씨는 인터뷰 직전에 도에게 모유수유를 했다. 은지 씨가 인터뷰하는 내내 종태 씨는 둘째 딸 도를 돌봤다. 가끔 칭얼거리는 도의 목소리도 마냥 사랑스러웠다. 유튜브에서만 지켜봤던 종지부부의 일상을 직관하니 이들이 왜 사랑받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중함을 잃지 않는 종지부부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을 물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은 철없이 살기
성공적인 결혼 생활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은지 종태, 뭘까?
종태 그냥 철없이 지내는 거지~
은지 저희는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은 아니에요. 대신 자기 전에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얘기를 자주 나눠요. 남편과 저는 지금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에 충실하려고 해요. 그리고 저희는 사과를 빨리해요. 또 상대방이 사과했을 때 바로 받아주는 편이고요. 왜냐하면 사과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알잖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1시간 내로 사과를 해요. 그날 일은 그날 대화로 푸는 게 원칙이에요.
어떻게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나요.
은지 내가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됐는지를 돌아보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되게 어불성설이잖아요. 저는 교회를 다니면서 배우자 기도를 할 때 배우자의 조건이나 외모를 바라진 않았어요. 다만 ‘게으른 상대를 만나더라도 제가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저의 부지런함을 조금 더 키워주세요’라는 식으로 기도했어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죠.
‘이 남자면 결혼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꾸준하게 실행하고 계획을 세워서 지켜나가는 모습이 저한테는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연애하면서 100일이 지날 때마다 매일 쓴 편지를 엮은 책을 받았어요. 3년 연애했으니까 10권을 받은 거죠. 그리고 지금도 생일이나 기념일에 꼭 손 편지를 써줘요. 그런 모습 하나 보고 결혼했어요.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하하).
연애와 결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부부가 된다는 건 배우자랑 제가 한 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연애 때는 상대방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죠.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을 상대가 알아줬으면 좋겠고, 나를 좀 더 좋아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기도 해요. 결혼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물론 결혼을 하면 연애 때보다 더 긴 시간을 같이 보내니 짜증 나는 일도 많아지긴 하죠. 그런데 내가 불편하면 배우자도 똑같이 불편해지거든요. 배우자를 내 몸 다루듯이 해야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는 것 같아요.
결혼, 출산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여성들도 많은데요.
제가 모든 여성의 마음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요. 임신, 출산, 육아 자체가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전보다 더 발전한 여성이 되는 거죠. 아이를 낳으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여요. 저는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에 수유실이 있다는 것에, 길에 경사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무언가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들 볼 때 그 아기 부모님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었고요. 혹시 내가 저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 없나를 생각해보는 사람이 됐죠. 그냥 쉬운 말로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출산 후 여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신체 변화에 대한 부분이요. 모유수유를 하면 가슴이 처져요. 또 출산하고 100일 정도 지나면 머리가 빠지거든요. 제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하면서 많이 질문받았던 게 가슴 처짐으로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고민이에요. 그러면 제가 역으로 물어봐요. 혹시 제일 좋아하는 친구 가슴 예뻐서 좋아하냐고요. 당연히 아니겠죠. 나의 겉모습이 변한다는 것이 나의 가치가 무너지는 일이 아니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미 아이를 낳았다는 것만으로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은지 씨도 출산 후에 우울했던 적이 있나요.
저도 조리원에서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울었어요. 저는 코로나19 기간에 출산해서 아무도 면회 올 수 없었고 조리원 모임도 없어서 혼자 방에만 있었거든요. 왜 이렇게 우울할까를 고민하면서 그 원인을 찾았죠. ‘열 달 동안 품고 있던 아기가 정말 단 5분 만에, 10분 만에 몸에서 빠져나갔는데 몸이 얼마나 슬플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퍼하는 것을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나는 아이를 뺏긴 것이 아니야. 내 아이는 저 방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야’라고 다독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죠.
출산과 육아를 두려워하는 여성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일 친한 친구 2명이 제왕절개를 했어요. 고통 없이 출산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자연분만을 했는데요. 무통 주사를 맞고 정말 그냥 아기가 나오는 느낌만 경험했거든요. 현대의학이 많이 발전했고 좋은 의료진도 많이 계시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둘째 만나니 셋째도 궁금
둘째를 출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랑 신랑 둘 다 남매로 자랐거든요. 그냥 막연하게 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둘째를 계획하게 됐죠. 한 번에 임신이 됐고 지금은 정말 200% 만족해요. 개인적으로는 셋째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첫째하고 둘째가 너무 다르다 보니까 ‘셋째는 어떤 아기가 나올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첫째랑 둘째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첫째 딸 움이는 정말 ‘유니콘 베이비’였어요. 저희 유튜브 채널이 빠르게 성장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이웃들이 “집에 아기가 있어요?”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울지도 않고 통잠도 빨리 들었어요. 부모한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줬던 아이여서 구독자분들이 저희 유튜브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꼈던 것 같아요. 둘째 도는 좀 많이 울긴 했어요. 그런데 도는 이름대로 좀 도도하달까요? 가끔 하루에 세 번 정도 피식 웃어주거든요. 요즘은 그런 도의 도도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어요.
은지 씨 같은 워킹 맘이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좋은 엄마, 나쁜 엄마는 없죠. 엄마, 아빠가 직장 생활을 해야 아이의 삶이 잘 지탱된다면 일을 하는 게 맞죠.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린이집 같은 아이를 봐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실 감사한 거고요. 아이를 위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보다 식사 잘하시고 비타민 잘 챙겨 드시면서 주말이나 하원 후에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건강한 체력을 만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인가요.
체력이 정말 중요해요. 왜냐하면 신생아 때는 1〜2시간 간격으로 아기가 계속 깨니까 짜증이 나기 마련이거든요. 근데 체력이 있으면 여유가 좀 나오잖아요. 직장 생활하면서도 점심시간 10분 전에는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나’ 생각하잖아요. 근데 밥 먹고 나서 좀 여유롭게 커피 한잔 마시면 ‘그럴 수도 있지. 팀장님 기분 안 좋으신가 보네’ 이렇게 생각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식사 잘하고 잠도 잘 자는 엄마, 아빠가 좋은 엄마, 아빠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식사도 잘하고 비타민도 잘 챙겨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육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육아 자체에서는 스트레스가 없는 편이에요. 다만 외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있을 때도 있죠. 아이를 낳으면 부부 외에 타인들이 정말 많은 간섭을 할 거예요. 저는 어제 놀이터 갔다가 추운데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고 동네 어르신한테 엄청나게 혼났거든요. 근데 그럴 때마다 그냥 ‘우리 아이 걱정해주신다’ 생각하고 지나가려고 해요. 또 저희 라이브 방송에도 ‘시어머니가 아기 태명을 가지고 간섭하신다’는 고민이 많이 들어와요. 시댁에서 ‘태명을 별이라고 하지 말고 달이라고 해라’ 하면 시댁에서는 달이라고 부르라고 말씀드려요. 그리고 집에서는 별이라고 부르면 되잖아요. 사실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잘되라고 하는 말씀이니까, ‘아이를 잘 키운다는 본질만 놓치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부모님과의 관계를 사자와 얼룩말에 빗댄 적이 있으신데요.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봐도 애교 많은 얼룩말이 제일 늦게 잡아먹히거든요. 쏜살같이 도망 다니는 얼룩말들은 사자한테 잡아먹히게 돼 있어요. 근데 얼룩말이 도망가지 않고 깡충깡충 뛰면서 애교를 부리면 사자가 가만히 구경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자가 넋을 놨을 때 얼룩말이 얼른 도망가요. 그러니까 일상에서도 그런 갈등의 순간들을 즐겁게 대처하시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잔소리도 ‘네 어머니 죄송해요’ 이렇게 하면 진짜 그냥 지나가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고요’ 하는 순간부터 갈등이 시작돼요. 그러니까 시댁에서의 갈등 문제는 집에서 신랑이랑 잘 해결하시고 어른들께는 그냥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해요.
성인이 된 움이와 도에게
움이나 도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남편과 저는 ‘아이들이 즐겁게 집에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에요. 지친 하루를 보냈을 때 ‘빨리 집에 가서 엄마, 아빠랑 밥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라방에서 “움이가 나중에 남자 친구 데리고 집에 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런 질문도 해요. 그러면 저는 “우리한테 남자 친구 보여주는 거야!” 하면서 기뻐할 거예요. 아이들이 본인의 일상을 저희와 공유해주고 엄마, 아빠랑 보내는 시간을 너무 편안하게 생각하는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게 저희의 꿈이에요.
성인이 된 움이와 도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직 결혼은 안 했죠? 제가 움이랑 도를 너무 좋아해서요(눈물). 움아, 도야! 건강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고 엄마, 아빠랑 진짜 평생 즐겁게 많이 놀러 다니자. 엄마가 스위스 기차 여행 가고 싶어 하는 거 알지(웃음)? 열심히 돈 모아서 엄마 스위스 기차 여행 한번 보내주면 너무 좋겠어. 너희가 안 되면 엄마라도 열심히 모을게! 우리랑 평생 여행 다니면서 즐겁게 놀자. 사랑해!
#종지부부 #장은지 #다둥이 #저출산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장은지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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