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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신승용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방세동 치료, 뇌경색 예방하는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

최영철 기자

2024. 12. 31

신승용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신승용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방세동(心房細動)’이란 질환이 있다. 글자 그대로 혈액이 모이는 심장에 있는 심방(心房)이 가늘게 떨려(細動)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심장의 맥박이 비정상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 현상이 일어난다. 숨이 차다거나 두근두근, 옥죄임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특이 증상이 없다.

문제는 심방세동이 뇌경색(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선행질환이라는 사실이다. 심방세동이 발병하면 심장의 혈액에 피떡(혈전)이 생기고 이것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키는 것. 뇌경색은 혈관이 갑자기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과 함께 뇌졸중이라 불리는데, 이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과 함께 중노년의 삶을 파괴하는 치매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심방세동은 202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 이상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2022년 기준 평균 발생 나이는 70.3세다. 하지만 심방세동은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국내의 경우 20세 이상 성인의 유병률은 최근 10년 사이 1.1%(2013년)에서 2.2% (2022년)로 2배 증가한 추세이며, 성인이 평생 심방세동을 1회 이상 경험할 확률은 20~35% 정도다.

심방세동의 치료를 위해서는 주로 항응고제 등을 이용하는 약물이나 이를 보조하는 각종 절제술이 함께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심장 혈액의 혈전 생성 주범인 좌심방의 ‘좌심방이(左心房耳)’를 최첨단 시술로 아예 막아버리는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이 주목받고 있다. 과연 심방세동은 무엇이고 어떻게 뇌경색을 일으키며 이를 예방·치료하는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은 어떤 시술인지, 이 시술을 100여 건 이상 집도한 신승용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직접 만나 답을 구했다.

심방세동, 뇌경색 위험 5배 증가

심방세동은 어떤 질환인가?
“심장은 2심방과 2심실로 구성돼 있으며 우측은 폐순환을, 좌측은 체순환을 담당한다. 심방은 심실에 혈액을 채우고, 심실은 혈액을 짜내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심방은 심실을 도와주는 보조 펌프다. 심장에 심방세동이 생기면 심방의 효과적 수축이 이뤄지지 못하고 혈류가 정체된다. 혈류가 정체되면 혈액이 굳으면서 피떡(혈전)을 만들고, 이것이 혈관을 타고 뇌로 올라가면서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킨다.”

대표적 증상이 있다면?
“심방세동은 심장의 맥박이 비정상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이 특징이다. 숨이 차다거나 가슴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옥죄임, 실신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지만, 전체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증상이 없거나 미미하다. 증상이 있다 해도 발생 초기에는 문제가 생긴 심방의 수축 기능을 심실이 일부 수행하는데다 심방세동 또한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진단이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서서히, 오랜 기간에 걸쳐 병이 진행되기 때문에 흔히 노환으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로 오진되기도 한다.”

주요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모든 만성질환이 그렇듯 고령, 고혈압, 스트레스, 음주, 비만 등 위험인자들이 심방의 근육을 병들게 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병든 근육으로 인해 불규칙한 박동이 시작되고, 불규칙한 박동의 빈도가 점차 잦아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지면 만성 심방세동이 된다. 고혈압, 당뇨, 좌심실 비대, 뇌졸중이 있으면 발생률이 올라간다는 통계도 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심전도검사다. ‘표준 12유도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방세동을 진단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심전도 기록법들이 개발되고 있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심방세동이 일으키는 질환은?
“우선 심방과 심실이 조화롭게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심장 기능이 감소하는 심부전(心不全)이 있다. 심해지면 심방의 혈전이 혈관을 통해 뇌혈류를 막으면서 뇌경색을 일으키고 이는 치매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고 뇌경색 위험도 5배 증가한다.”

뇌경색 발병 과정을 설명해달라.
“심방세동이 생기면 혈액의 흐름(혈류)이 저하되고 혈전이 만들어지는데, 혈전의 90~95%가 좌심방에서 귀(耳)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는 ‘좌심방이’란 곳에서 생성된다. 좌심방이의 혈전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점점 커지다가 떨어져나가(색전) 뇌혈류를 막는 것이다.”

심장 혈전 90~95% 발견, 좌심방이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경색이 특히 위험하다는데?
“심방세동 뇌경색으로 심장과 가까운 뇌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를 광범위하게 손상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치료 결과에서도 1개월, 1년 내 사망률이 동맥경화 등 심방세동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발생한 뇌경색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또 심방세동 뇌경색은 대부분 젊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데, 비교적 젊은 나이의 뇌는 수분이 많고 평소 혈액 공급이 활발해 갑자기 혈류가 차단되면 피해가 더 크다. 또 뇌의 부종이 더 심하게 오기 때문에 조금만 뇌압이 상승해도 위험해진다.”

심방세동의 주요 치료법은?
“약물치료가 주를 이루는데, 맥박을 정상으로 만들거나 심박수를 조절하는 리듬치료와 혈전에 의한 뇌경색을 예방하는 항혈전치료(항응고제)로 나눌 수 있다. 리듬치료는 약물의 효율이 아직은 좋지 않아 각종 절제술(고주파·냉각풍선·레이저 절제술 등)이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항혈전치료의 경우 항응고제를 복용하면 뇌경색 위험을 60~90% 낮출 수 있지만,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으로 장기간(거의 평생) 항응고제 복용이 어려운 환자들은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을 시행하면 도움이 된다.”

좌심방이는 어떤 기관인가?
“좌심방이는 태생기에 좌심방 역할을 하던 조직이었지만 심방이 만들어지면서 옆쪽으로 밀려나 조그마하게 남은 좌심방의 부속기관이다. 매우 잘 늘어나는 특성이 있으며 평소에는 별 기능을 하지 않지만, 갑자기 혈액량이 증가하고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심부전 급성 악화 등)이 오면 좌심방의 피를 받아들여 심장의 급격한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한다. 다만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는 생김새 때문에 심장 내 혈전 대부분(90~95%)이 여기서 발견된다. 따라서 좌심방이를 절제하거나 차단하면 심장에서 발생하는 혈전의 위협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좌심방이 폐색술은 이곳을 특수 기구로 차단하는 시술이다.”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은 어떻게 하나?
“우선 사타구니 피부에 직경 3~4mm, 길이 1.2~1.6m의 관을 넣고 하대정맥을 따라 올라가 심방중격에 바늘로 구멍을 낸다. 그 구멍을 통해 좌심방과 좌심방이 안으로 들어가서 작은 우산 모양 폐색 기구를 펼쳐 좌심방이를 완전히 틀어막는 시술이다. 심방중격을 뚫고 들어가는 과정도 고도로 복잡하고 힘들지만, 좌심방이 내부로 폐색 기구를 넣는 과정에서 공기가 소량이라도 들어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숙련된 시술자가 보조자와 함께 힘을 합해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좌심방이 폐색술의 장점은?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서 하는(경피적) 시술인 데다, 시술 시간도 숙련된 의료진이라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적다. 별 부작용이 없다면 당일 퇴원한다. 고령이거나 수술 고위험군에게 시행이 가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좌심방이 폐색술’ 건보 혜택 늘려야

건강보험이 적용되나?
“일반적으로 입원 질환은 70%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데, 좌심방이 폐색술은 선별급여로 20%만 적용된다. 좌심방이 폐색술의 필요성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미국은 2023년 한 해에 13만여 명의 환자가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100명 미만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전체 시술 케이스가 500~600건 정도인데, 이 중 100여 건이 내가 한 거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좌심방이 폐색술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많이 아쉽다.”

숙련된 의료진과 시술 보조 수단은 많은가?
“숙련된 시술자는 국내에 10명 남짓이다. 더 많은 전문의 양성을 위한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고도화되고 복잡한 시술이라 다양한 시술 보조 수단(3D 프린팅 시뮬레이션 등)이 필수적이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

심방세동의 예방법이 있다면?
“고혈압, 과체중,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 위험인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나친 운동도 심장을 과하게 불규칙적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길 권고한다.”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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