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탈컴퍼티 주여진 대표
불교는 유쾌하고 체험 가능한 방식에 중점을 두고 이미지 탈바꿈을 시도 하고 있다. 팝업 스토어, 필사, AI 출가 체험 등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문화를 생산하며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한 콘텐츠로 MZ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해탈컴퍼니의 주여진 대표(30)가 있다. ‘불교계의 핵인싸’로 불리는 주 대표는 B급 감성의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티셔츠, 불경 필사책 등으로 불교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1울 6일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해탈컴퍼니의 신년맞이 팝업스토어 현장.
“아버지는 스님, 지금도 절에서 생활해요”
어린 시절 절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보통 절에서 지낸다고 하면 불경을 읽으며 조용하게 지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절에도 컴퓨터, TV를 비롯해 각종 놀거리가 갖춰져 있어요.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며 친구들과 문화생활을 즐겼고요. 절에서 사는 삶이 특별하진 않아요. 평범한 일상에 불교가 조금 가미된 거죠.
스님이자 아버님이 추구하신 불교의 철학과 정신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불교를 강요하지 않으셨어요. 종교를 떠나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르침을 주셨죠. 그렇다고 방임을 하신 건 아니에요.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명확하게 이야기 해주셨거든요. 아버지는 제가 하는 이야기에 항상 귀기울여주셨어요. 작은 고민도 정성껏 해답을 주시며 생각이 특정 관념에 가로막히지 않게 도와주셨죠. 사실 어렸을 때는 ‘이 정도면 무교인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사는 곳만 절일뿐이지, 불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버지 역시 불교를 강조하지 않으셨고요. 나중에 여쭤보니 “어릴 때부터 종교를 강조하면 오히려 반감을 가질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불교를 받아들이길 바라셨던 거죠. 덕분에 종교에 대한 특별한 인식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평범하지 않은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사실 저는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여기며 살아왔어요. 아버지가 스님인 것을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거든요. 또 당시 불교를 공격적으로 포교하던 시기여서 종교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고요. 저희 아버지가 스님인 것을 안 몇몇 아이들이 “부처님이 마귀 아니냐”며 저를 조롱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상처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종교에 대한 정체성을 숨기게 됐던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문화 사업을 하는 계약직 회사에 입사했는데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정해진 틀 안에서 업무를 보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죠. 그래서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 두고 백수로 집에서만 지냈어요. 그때가 제 인생 최고의 암흑기였던 것 같아요. 주위에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요. 그러다 2023년 아버지를 따라 찾아간 불교박람회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됐죠.
불교박람회를 통해 종교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건가요.
맞아요. 불교박람회에 가니 종교가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불교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하고,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굿즈 등을 보며 문득 ‘불교로도 재미있는 것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해인 2024년에 “깨닫다”라는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제작했어요. 불교는 깨달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티셔츠에 ‘깨닫다’라는 텍스트만 넣으면 너무 심플할 것 같아 번뇌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도 추가했죠. 또 ‘중생아 사랑해’ ‘응~수행정진하면 돼~’와 같은 재미있는 문구를 넣은 티셔츠도 제작했고요. 사실 이 티셔츠들은 판매 목적이 아니었어요. 오로지 제가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티셔츠 40장을 준비해갔는데 순식간에 완판이 되면서 예약주문까지 받았거든요. 구매자들이 티셔츠를 SNS에 올리며 갑자기 바이럴이 됐고요. 행사 이틀 차부터는 저희 부스를 빙 둘러싸고 남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티셔츠 물량이 모자라 가족과 친구를 동원해 추가 제작했지만 감당이 안 될 정도였죠.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해탈컴퍼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불교박람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요. 세금 문제가 얽혀 있어서 사업자를 내야했거든요. 사실 저는 사업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원래 꿈은 연예인이었거든요. 세계적인 록 스타가 되고 싶었어요(웃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결국 포기했지만요. 하지만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대학교도 제 꿈과 조금이나마 관련이 있는 미디어 콘텐츠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축제, 행사 등 문화계와 관련된 학문을 공부할 수 있었거든요. 저는 해탈컴퍼니를 통해 원래 제 꿈을 조금이나마 이뤘다고 생각해요. 불교박람회에서 디제잉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으니까요. 이 모든 게 아직도 놀랍고 신기해요.
회사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 아버님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해보라”며 적극 지원해주셨어요. 아버지 스님은 제게 항상 불교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을 기획해보라고 하셨어요. 분명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요. 저 역시 그 말씀에 어느 정도 동의는 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불교박람회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어요. 아버지 스님은 약 10년 동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세요. 불경을 대중가요의 음률에 맞춰 부르는 등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시죠. 제가 퇴사하고 2년 정도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어요.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잠만 잤죠. 그때 아버지 스님은 단 한 번도 저에게 핀잔을 주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침대 연구 잘 하고 있냐”며 장난을 치셨죠. 어느 날은 아버지 스님께 “이런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하다”고 말씀드렸더니 “나중에 잠 잘 시간도 없이 바빠지려고 그런 거야”라며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다”고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버지 스님의 말씀이 맞았던 것 같아요. 지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매일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아버님께서 지금도 조언 많이 해주시나요.
그럼요. 언제나 저를 응원하고 함께해주세요. 사실 사업 초기에는 힘든 일이 많았어요. 불안감도 컸고요. 그때 아버지 스님께서 “앞으로 10년은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수행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단지 연습의 과정이니 너무 목숨 걸지 말라”고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편해지는 거예요. 저는 어리석게도 해탈컴퍼니를 단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했던 거죠. 아버지 스님 말씀처럼 ‘해탈컴퍼니는 세상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곳’이라고 정의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지금은 전혀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아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요. 현재 하는 일들은 실전이 아닌 연습의 과정일 뿐이거든요.
불교 정신 깃든 언어유희로 MZ마음 적중
해탈컴퍼니는 특히 M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어떤 점이 이들의 마음을 공략한 걸까요.아직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전 단지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을 뿐이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컸어요.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주위 친구들도 다 같은 마음인 거예요. “괜찮아”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한 거죠. 저는 해탈컴퍼니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거든요. 또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던 불교를 위트 있고 트렌디하게 활용했다는 점도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주여진 대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은 굿즈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불교 문화를 알리고 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분야든 고정관념 없이 바라보려 노력하거든요. 또 저는 그림이든 유튜브든 새로운 걸 봤을 때 느낀 감정을 분석하는 습관이 있어요. 제가 한 동영상을 보면서 웃거나 울었다면 그 이유에 대해 파악해보는 거예요. 어떤 점이 재미있었는지, 감동을 준 포인트는 무엇인지 등을요. 그리곤 제 콘텐츠를 만들 때 이러한 것들을 활용하는 거죠. 새로움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걸 생각해내는 게 아니라, 제가 좋다고 느꼈던 걸 표현하는 방식에 달린 것 같아요.
가장 애정 하는 굿즈는 무엇인가요.
‘번뇌 닦이는 수건’이요. ‘번뇌를 닦아낼 수 있는 수건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거든요. 또 ‘그냥 존재 머그컵’도 애착이 가요. ‘그냥 존재하는 님들아, 의미 부여하지 말고 그냥 하루를 즐겁게 사세요’라는 의미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본격적으로 MZ감성의 밈을 접목해 만든 ‘중생아 사랑해’ ‘응~수행정진하면 돼~’와 같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도 애정 합니다.
해탈컴퍼니를 통해 사람들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요.
위로와 행복이요. 해탈컴퍼니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요. 또 그들이 저희의 소품, 문구 등을 통해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고요. 가끔은 사람들이 해탈컴퍼니를 이렇게 많이 좋아해주시는 게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어요. 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불교의 정신인, 사랑과 자비를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나누고 싶을 뿐이거든요. 평범하고 소소하다고 생각했던 이 마음이 누군가에겐 특별함으로 다가간 것 같아 놀라우면서도 뿌듯해요.
해탈컴퍼니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요.
의류를 더 많이 제작할 계획이에요. 최근에 승복 바지를 트렌디하게 디자인한 팬츠를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승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어패럴을 선보이고 싶어요. 더불어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마음이 맞는 분들과 불교를 함께 체험할 계획도 갖고 있고요. 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보육원을 꼭 만들고 싶어요. 이런저런 상황으로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거든요. 이를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야죠(웃음)!
#해탈컴퍼니 #중생아사랑해 #MZ불교
사진 박해윤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