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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가방을 대하는 4가지 방식, 2026 백티튜드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6. 02. 05

이번 시즌 백 트렌드는 무엇을 드느냐보다 어떻게 드느냐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스타일 무드를 결정짓는 중요한 제스처로 떠오른 가방 사용법.

힘주어 백 들기

어깨에 가볍게 걸치거나 크로스로 멘 가방은 잠시 접어두자. 백 스트랩을 손으로 꽉 움켜쥔 제스처가 2026 S/S 컬렉션 곳곳에 등장했으니까. 일례로 발렌시아가는 다채로운 색감의 트렌치코트에 미니 소프트 백을 주먹 쥐듯 들어 강인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가브리엘라허스트는 보다 여성스러운 드레스 차림에 백 스트랩을 단단히 틀어쥔 모습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에르메스 역시 버킷백을 한 손으로 콱 움켜진 절제된 제스처로 페미닌 룩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런웨이 중반에는 모델들이 버킷백을 한쪽 어깨에 척 메고 등장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언뜻 무겁고 불편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독특한 ‘백티튜드’가 올 시즌 두드러진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가방을 집어 드는 힘 있는 동작 하나에, 스스로 주체가 되어 나아가고자 하는 여성의 의지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가방 열렸어요

2026 S/S 컬렉션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 바로 가방을 활짝 열어젖힌 채 무심한 표정으로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모습이다. 가방은 꼭 닫고 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 예상치 못한 연출은 시대가 지향하는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대변한다. 이번 시즌 샤넬은 고전의 상징인 퀼팅백을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듯 구기고 플랩까지 활짝 벌어지도록 연출했다. 정돈된 수트 차림과 묘하게 어우러지며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오피스 룩으로 컬렉션을 채운 셀린 역시 마찬가지. 시크한 블랙 수트에 반쯤 열린 토트백을 들어 단정한 룩에 느슨한 리듬을 더했다. 고전미가 돋보인 펜디 쇼에서는 안쪽 카드 포켓의 배색 컬러가 드러나도록 플랩을 열어젖힌 토트백으로 절제된 위트를 드러냈다. 로에베는 아예 토트백의 한쪽 핸들만 남기고 지퍼를 끝까지 열어 백이 축 늘어지도록 연출해 트렌드의 방점을 찍었다.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보다 불안정한 아름다움이 오히려 멋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 아닌가. 이젠 길에서 누군가 “가방 열렸어요!”라고 말하는 게 더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옆구리 활용법



올해도 옆구리 허전할 일은 없겠다. 토트백을 손에 들지 않고 옆구리에 끼는 연출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스타일링 핵심은 백 핸들을 팔꿈치까지 높이 끌어올려 가방을 손바닥으로 고이 받쳐 들어야 한다는 것. 트렌드의 선두에는 메종마르지엘라가 있다. 하우스 상징인 ‘포 스티치’ 마우스피스로 익명성을 강조한 초현실적 콘셉트에 맞춰, 구조적인 형태의 토트백을 옆구리에 바짝 붙인 채 무대 위를 걸으며 미스터리한 무드를 극대화했다. 이 흐름에 합류한 스키아파렐리는 시스루 트렌치코트에 오버사이즈 박스백을 허리춤에 걸쳐 한 폭의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또 빅토리아베컴은 유연한 실크 드레스에 각 잡힌 사각형 토트백을 팔꿈치에 끼워 넣어 남성성과 여성성을 절묘하게 조화시켰고, 미우미우는 백 핸들을 팔뚝에 끼운 채 움켜쥐듯 추켜들어 쿨한 무드를 배가했다. 신년에 백을 새로 구입할 예정이라면 올 시즌 컬렉션이 제안한 옆구리 활용법을 미리 숙지해두자. 옆구리에 힘차게 끼워 넣는 순간, 스타일 감도는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

바닥까지 늘어뜨리기 

가방이 바닥에 닿을 만큼 길게, 아래로 축 늘어뜨리는 연출도 눈에 띄었다. 힘을 주기보다 일부러 힘을 뺀 듯한 제스처가 한층 여유로운 스타일을 만들어준다. 대표적으로 알렉산더맥퀸은 풍성한 프린지 장식 숄더백을 바닥에 끌리도록 연출하며 말 그대로 무대를 휩쓸었다. 걸을 때마다 찰랑이는 프린지 장식은 리듬감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틴로즈 역시 마찬가지다. 스카프로 한 겹 감싼 듯한 미니 백 밑단을 발끝까지 늘어뜨리는 식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방한 매력을 드러냈다. 가방이 바닥에 닿든 말든 개의치 않는 느긋한 태도가 룩에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또 프라다는 비비드한 컬러 룩에 숄더백을 아래로 처지듯 손에 쥐어 연출했고, 모스키노는 차분한 모노톤 룩에 숄더백 스트랩을 자연스럽게 내려뜨리며 절제된 우아함과 위트를 동시에 잡아냈다. 이처럼 늘어뜨리기의 미덕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올봄 가장 세련된 힘 빼기 방식일지도 모른다. 

#샤넬백 #가방스타일링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마틴로즈 메종마르지엘라 빅토리아베컴 스키아파렐리 알렉산더맥퀸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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