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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책 읽고 싶어지는 동네 책방 4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9. 06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도 개성 넘치는 북 큐레이션을 살피다 보면 읽고 싶고, 사고 싶은 책이 생기는 게 바로 동네 책방의 매력이다. 사람 냄새 나는 사랑방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책 마실 떠나볼까.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을까
문학소매점

문학소매점은 한국 소설과 시, 산문 등을 주로 취급하는 한국문학 전문 서점이다. “개항로가 외세로부터 아픈 역사를 가진 동네인 만큼 우리나라 작가 책만 다루고 싶었다”는 정웅 대표의 바람을 담았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문학소매점 안에서도 유독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단골들이 직접 꾸려가는 일명 ‘문학중매점’ 코너다. 아무래도 독립 서점은 사장의 취향이 묻어나기 쉽다 보니 고객에게 좀 더 다양한 책을 소개해보고자 마련했다. 책장을 내줬다고 해서 책 판매 수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갖가지 아이디어로 자신이 추천하는 책을 홍보하는 책 애호가들의 순수함을 보고 있으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귀여운 문학중매점 외에도 문학소매점에 가면 웃음 지을 일이 많다. 책 구입 시 포장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데, 실링 왁스 도장까지 찍어주는 수준급 포장이 무료다. 매주 적힌 글귀가 달라지는 영수증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마일리지 적립과 책을 담아주는 예쁜 종이 가방까지 인심 넉넉한 책방지기 덕분에 얻어가는 게 더 많다. 다만 비가 많이 오면 종종 문을 닫는다. 비 오는 날은 출발 전 문의가 필수이나 헛걸음해도 근처에 차이나타운이 있다.

주소 인천시 중구 신포로27번길 89 1층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8시


다양한 책을 읽게 만드는 서점
주책공사

부산 중앙동 골목을 걷다 보면 “서점입니다 주책공사”란 친절한 간판을 단 가게가 보인다. 간판 아래에는 현장소장이 그날그날 추천하는 ‘오늘의 공사’ 책이 자리한다. 입구에서부터 친절함이 가득한 이곳은 정보가 많은 일반 도서는 책장에 두고, 매대 위에는 일부러 독립 출판 도서를 배치했다. 그리고 책마다 해당 작가가 직접 손 글씨로 써서 보내온 소개 글을 붙여놔 손님이 책을 고를 때 도움이 되도록 신경 썼다.

친절함은 북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 ‘주책가방’에서도 느껴진다. 현장소장이 출간 1개월 내 일반 신간 중 고객 성향과 서점의 취향, 트렌드 등을 반영한 책을 골라 집으로 보내준다. 모든 책을 직접 읽고 고르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지만 중소형 출판사의 보석 같은 책을 소개하기 위해 3년째 이어가고 있다. 주책가방은 6개월 단위로 운영하고 신청 기간을 놓치면 다음번 모집까지 기다려야 한다. 관심이 있다면 SNS를 팔로하도록. 독서 정기 모임 ‘주책꽃이’,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주책극장’, 밤새 같은 책을 완독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주책야독’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주소 부산시 중구 대청로141번길 15-1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일요일 휴무)


어린이와 어른이를 위한 곳 책방
사춘기

지난 2017년 문 연 책방 사춘기는 매달 한 권의 책을 정해 옷을 갈아입는다. 외부 유리창부터 내부 벽 그리고 천장을 총동원해 책 속 콘텐츠로 깨알같이 꾸미고, 작가가 책방 일일지기로 변신하거나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 알차기로 입소문이 나다 보니 협업을 요청하는 출판사들로 벌써 올해 전시 일정이 다 찼다. 9월에는 그림책 ‘시장에서’로 책방을 시끌벅적 재미난 풍경의 시장으로 꾸밀 계획.

어린이·청소년 문학 전문 서점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그림책이 전체의 60% 정도 차지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어린이 독서 모임 ‘꼬리독서교실’도 열린다. 물론 그림책을 사랑하는 ‘어른이’도 언제든지 환영이다. 사춘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에 빠진 어른이를 위한 에세이와 소설도 갖추고 있으니 더욱 자신 있게 알록달록한 서점 안으로 들어가 볼 것. ‘아침독서신문’ 기자 출신의 친절한 ‘춘기이모’가 대부분 맞아주겠지만, 이따금 책방을 비울 때도 있다. 책방에 사람이 없으면 직접 결제하고 가면 된다. 지금까지 무인 책방으로 운영하는 동안 도난 사고 한번 없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9길 30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7시

책으로 즐거운 조선시대 테마 책방
책쾌

수원의 핫 플레이스 행궁동 카페 거리에 위치한 책쾌는 근처 화성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일단 ‘책쾌’란 이름부터가 서점업이 금지된 조선시대 때 책을 사고팔던 서적 중개상을 뜻한다. ‘책으로 쾌하다, 즐겁다’란 중의적인 의미도 있다. 게다가 안에 들어서면 조선 후기 문장가들에게 반한 논술 교사가 직접 큐레이션한 역사 관련 책들이 가득하다. “‘왕의 골목’에 음식점과 카페는 많은데 수원 화성과 정조를 다루는 문화 콘텐츠가 부족한 게 아쉬워 조선을 알리고자 조선시대 테마 책방을 열었다”고 한다. 2층 규모의 한옥은 책방지기의 남편인 한옥 목수가 솜씨를 살려 직접 지었다.

역사 테마라 해서 고루할 것이란 편견은 책쾌에서 통하지 않는다. 주전부리 안주와 함께 시원한 ‘책맥’을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두 손 가볍게 온 손님이 읽을 만한 비치용 역사책도 마련해놓았다. 판소리 공연이나 민화 전시 등도 진행한다. 책쾌를 즐기는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이곳으로 시간 여행을 떠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좋겠다. 주말에는 행리단길 나들이객이 몰려 근처에 주차하기 쉽지 않고, 또 골목길은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며 누벼야 제맛이다.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48번길 26-1 
영업시간 오후 1~8시(월~화요일 휴무)


#동네책방 #서점 #여성동아

사진제공 문학소매점 책쾌
사진출처 주책공사 책방사춘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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