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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명품 왕국 수장 프랑수아 피노의 아트 컬렉션

김명희 기자

2024. 09. 26

생로랑과 구찌를 보유한 케링그룹의 창업자이자 미술계의 큰손인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에서 꼭 봐야 할 것들. 

로비에 전시된 베트남 출신 덴마크 작가 얀 보의 설치 작품들.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로비에 전시된 베트남 출신 덴마크 작가 얀 보의 설치 작품들.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진짜 부자들의 마지막 취미는 예술품 수집’이라는 말이 있다. 명품과 보석, 자동차,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고 과시해도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건 결국 예술이기 때문이다. 생로랑, 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럭셔리 브랜드들을 보유한 케링그룹의 창업자 프랑수아 피노(88)는 억만장자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슈퍼 컬렉터다. 2023년 ‘포브스’ 선정 세계 23위 부자(자산 약 54조 원)인 그는 1999년 설립한 피노 컬렉션을 통해 약 1만 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베니스의 팔라초 그라시와 푼타 델라 도가나, 프랑스 파리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 등 미술관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도 운영하고 있다.

피노 회장은 케링그룹의 경영권을 2001년에 일찌감치 아들 프랑수아 앙리 피노에게 물려주고 현재는 미술품 수집과 재단 운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피노 컬렉션은 피카소, 몬드리안, 마티스 등 거장들의 작품도 보유하고 있지만 동시대 미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 이유는 “기업가로서 미술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오늘과 미래를 보기 위해서다.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피노 회장의 수집 철학에 답이 있다.

동시대 미술에서 미래에 대한 답을 찾다

데이비드 해먼스의 ‘Rubber Dread’(왼쪽)와 영국 작가 라이언 갠더의 설치 작품 ‘The End’.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데이비드 해먼스의 ‘Rubber Dread’(왼쪽)와 영국 작가 라이언 갠더의 설치 작품 ‘The End’.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올가을 서울에서 피노 컬렉션의 일면과 마주할 수 있다. 갤러리 송은이 개최하는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을 통해서다. 피노 컬렉션은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송은(구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회를 열고 컬렉션 중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참여 작가인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신디 셔먼, 무라카미 다카시와 피노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밝힌 이우환 등은 국내 미술품 시장에서 인기가 급등했다. 따라서 1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작가들에 대한 따끈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송은의 이번 전시는 피노 컬렉션이 40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파리의 상품 거래소 부르스 드 코메르스를 현대미술관으로 단장하며 선보인 개관전 ‘우베르튀르(Ouverture)’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해당 전시에서 소개되었던 마를렌 뒤마, 뤽 튀망, 피터 도이그, 플로리안 크레버, 라이언 갠더 등의 비디오, 설치, 조각, 드로잉, 회화 작품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작가로는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전개하는 설치미술가로,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아니카 이가 포함됐다.

슈퍼 컬렉터들은 미술품에 투자해 큰돈을 벌어들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독특한 정체성에 주목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메디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시의 출발점인 로비에선 베트남 출신 덴마크 작가 얀 보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공간을 표류하듯 전시된 작품을 통해 보트피플이라는 작가의 정체성과 만난다. 이어지는 웰컴룸은 데이비드 해먼스의 작품 6점으로 구성됐다. 공간 가운데 자리한 작품 ‘Rubber Dread’는 흔히 레게 머리로 알려진 드레드록스를 떠올리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작가의 정체성에 다가서도록 한다. 아시아에 처음 소개되는 해먼스는 주류 미술계로의 편입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도발적이고 비판적인 어법을 구사해왔다.

전시는 네이버 사전 예약을 통해 매주 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 가능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관람료 무료. 문의 02-3448-0100


#송은미술관 #피노컬렉션 #케링그룹 #여성동아

사진제공 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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