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SBS 라디오 ‘김지영·남성진의 좋아 좋아’를 진행하는 김지영(34)·남성진(38) 부부는 실제인지 방송인지 모를 정도로 꾸밈없는 방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라디오 진행 경험이 없음에도 남성진은 방송 내내 청취자와의 전화통화는 물론 콩트에 나오는 각종 효과음 연기까지 매끄럽게 해내 합격점을 받았다고 한다.
드라마 ‘전원일기’에 7년간 함께 출연한 인연으로 ‘평생의 반려자’가 된 이 부부는 2004년 결혼 이후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피해왔다. 그런 그들이 라디오 방송을 함께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함께 출연해보라는 제의는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부부가 같이 나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서로에 대해 걱정하다 보면 자신의 연기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거든요.”
김지영은 결혼 직후 남성진이 출연 중이던 시트콤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단 몇 장면밖에 안 나오는 특별출연이었는데도 촬영장에 있는 남편이 신경 쓰여 연기를 할 수 없었다는 것. 남성진 역시 부부 동반 출연은 쉽지 않다며 부모인 김용림(68)·남일우(70) 이야기를 꺼냈다.
“두 분이 드라마 ‘왕꽃 선녀님’에 함께 출연한 이후 다시는 같이 작품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어요. 다른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보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으셨다면서요.”
자상한 친정아버지 닮은 남편, 시어머니 김용림처럼 열정적인 아내
그러다 이번에 부부 DJ 제의를 받고는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꾸밈없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라디오가 부담이 적다는 판단 아래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매일 출퇴근 도장을 찍으며 두 시간씩 방송을 하다 보니 오랜만에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반면 집안 살림은 엉망이 돼가는 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바쁘지 않은 사람이 집안일을 도맡아 했는데 같이 일하다 보니 집안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 김지영은 이런 하소연을 하는 남편을 보며 “만날 집을 어지럽히고 치우지 않아도, 무턱대고 일을 벌여놓아도 뒷수습을 잘해줘 편할 때가 많다”며 웃었다.
“여자는 아버지와 닮은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결혼할 때는 남편이 친정아버지와 닮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나 항상 주변을 챙기는 따뜻한 모습에서 저희 친정아버지와 비슷한 면을 많이 발견해요.”
남성진은 김지영이 자신의 어머니, 김용림과 닮았다고 말한다. 자신이 맡은 일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언제나 열정이 넘친다는 것. 그는 “어머니는 일주일만 일을 안 해도 병이 나는 분인데 아내도 어머니처럼 일을 좋아해 몸에 탈이 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김지영은 연기 욕심을 이해해주는 시어머니 김용림 덕분에 결혼 후에도 부지런히 드라마, 영화, 연극 등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역을 맡아 실전을 방불케 한 고된 연습을 해 걱정을 끼치기도 했다고.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어 시어머니께 힘든 촬영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상황을 알고는 ‘왜 너는 꼭 몸으로 하는 힘든 연기만 하느냐’면서 염려하시더라고요.”
그러나 김용림은 영화를 보고 나서 “참 재미있게 봤다. 촬영하느라 고생했겠다”며 “다들 예쁘지만 그중에서 우리 며느리가 제일 예쁘더라”며 김지영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지난 1월 MBC ‘놀러와’에 출연했던 김지영은 “다시 태어나면 남성진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때의 기억에 대해 묻자 그는 “부부로 산다 해도 서로를 끝없이 챙겨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함께 살면서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 다시 태어난다면 엄마와 아들로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늘 남편에게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해 한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되면 더 잘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 말을 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다른 사람을 통해 그 말을 전해 듣고는 며칠 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내가 그렇게 철딱서니없어 보여요. 난 모자지간 싫어요. 다시 태어나도 우리 그냥 같이 살아요’ 하더라고요(웃음).”
매사에 적극적이고 씩씩한 김지영과 달리 남성진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두 사람은 결혼 후 크게 싸워본 적이 별로 없다고 한다. 설령 다툰다 하더라도 금방 화해한다고.
“낮에 싸우면 저녁 먹으면서 풀거나 같이 쓰레기를 치우면서 화해해요. 몇 번 말싸움을 해보니까 둘 다 그런 데 익숙한 편이 아니라 이내 어색해 견디지 못하겠더라고요.”
소꿉친구처럼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 부부가 가장 진지해지는 순간은 바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라고 한다. 김지영의 출연작 대부분이 의지가 강한 캐릭터에 몸으로 부딪치는 장면이 많아 걱정했을 것 같다고 묻자 남성진은 “안쓰럽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아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좋은 배역이라도 힘이 들면 안 하길 바라죠. 하지만 연기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요. 쉽고 편안한 역할만 맡으면서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없으니까요.”
김지영도 ‘편하고 쉬운’ 역은 하기 싫다고 한다. 색다른 역할들을 통해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저는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되는 스타는 되고 싶지 않아요. 그때 그때 새로운 배역에 맞춰가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거든요. 만약 몇 백 억원을 벌 수 있는 스타라는 자리와 그냥 죽을 때까지 다양한 연기를 하는 연기자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저는 무조건 후자를 택할 거예요.”
“돈이나 명예보다도 연기를 사랑해 다른 것을 할 수 없다”는 이 부부는 ‘공연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 뮤지컬 ‘달콤한 안녕’을 제작했던 김지영은 앞으로 연극이나 뮤지컬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다고 한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면 나중에 꼭 소극장에서 창작극을 올리고 싶어요. 해외에서 들여오는 작품 중에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도 않는데 억지로 끼워 맞춰서 공연하는 것도 많거든요. 그보다는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창작극을 보여주고 싶어요.”
건강한 아이 갖기 위해 김지영은 몸에 좋은 음식 많이 먹고, 남성진은 금연 중
김지영과 남성진은 결혼 초부터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일 욕심이 앞서다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김지영은 라디오 진행 이외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남성진 역시 금연을 시작했다.
“우유와 야채주스같이 몸에 좋은 음식을 아내가 정말 싫어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비타민이나 엽산제를 먹으라고 챙겨 주죠. 거기다 운동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대신 어디를 가든지 걷는 것을 좋아해 주로 걸어다녀요.”
남성진은 아내가 15년 이상 연기생활을 하며 불규칙적으로 살아온 만큼 ‘아내의 건강’만은 챙기고 또 챙겨도 모자라다고 말한다. 어렸을 적 혈관이 뭉치는 희귀병에 걸려 여덟 번의 수술을 받았던 김지영 역시 건강의 소중함을 알기에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적어도 3개월 정도는 모유 수유를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선 제 몸 먼저 건강하게 만들어야죠.”
아직 만들어지지도,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지만 벌써부터 김지영·남성진 부부는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요즘 조기교육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그런 현실을 쫓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만약 아이가 연기에 재능이 있다면 밀어주고 싶어요. 연기자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을 든든히 지원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김지영의 말에 남성진 역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마디 덧붙인다. 김지영이 아이를 갖기 위해 계획한 1년의 휴식기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인데 아내가 ‘연기하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며 그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해 조금은 걱정이라는 것.
“배우는 어떻게 재충전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지금까지는 쉬면서 주로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다녔는데 그러지 못해 답답했거든요. 하지만 아이를 갖는 기쁨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가 주는 기쁨도 기쁨이거니와 아이를 키우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연기의 폭도 넓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김지영의 다부진 각오를 듣자 남성진도 “옆에서 더 챙겨줄게”라며 웃으며 말한다. 부부 둘만의 결혼생활도 좋지만 아이와 함께 살아갈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는 이들에게 하루빨리 예쁜 2세가 태어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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