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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난임 명의 한세열 교수가 말해주는 임신 꿀팁

문영훈 기자

2024. 12. 18

정부가 부부당으로 한정돼 있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내년부터 아이당 지원으로 바꾼다. 난임 인구가 증가하며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것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아이를 안 낳는 세상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들을 돕는 한세열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장을 만났다.

‘난임 명의’ 한세열 강남차병원 교수

‘난임 명의’ 한세열 강남차병원 교수

합계출산율 0.72명(2023년 기준)에 불과한 저출생 대한민국. 하지만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18년 12만1038명에서 2022년 14만458명으로 약 16% 증가했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는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난임 4차 병원’으로 통할만큼 정평이 나 있다. 1986년 민간 병원 최초로 시험관 아기 출산에 성공했고, 1989년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 임신과 출산에 성공해 미국난임학회가 수여하는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그만큼 다른 지역이나 병원에서 아이를 갖는 데 실패한 부부들이 강남차병원을 마지막 종착역으로 선택하고 있다.

한세열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장은 강남차병원에서 1988년부터 난임 치료와 연구에 힘써 온 난임 1세대 전문의로 9000쌍이 넘는 난임 부부의 임신을 성공시킨 경력을 갖고 있다. 2012년에는 시험관 시술로 국내 최고령 57세 산모의 쌍태아 임신을 성공시킨 바 있다. 한 소장은 “의학의 발달로 나이가 많은 부부라 하더라도 건강한 임신과 건강한 태아 출산이 가능하다”며 “중요한 건 아이를 가질 의지와 노력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세열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장은 9000쌍이 넘는 난임부부의 임신을 성공시켰다.

한세열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장은 9000쌍이 넘는 난임부부의 임신을 성공시켰다.

어느 정도 임신을 시도해보고 병원을 찾는 게 좋은가요.
임신 준비를 시작하면 57%는 3개월 내에 자연 임신을 합니다. 6개월 정도 지나면 72%, 1년이면 85%가 임신하게 됩니다. 그래서 통상 ‘난임’은 1년 내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여성 기준으로 35세 이상은 6개월 내 임신이 안 된다면 검사를 받길 권합니다. 또 골반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를 한 경우엔 먼저 검사를 받아본 뒤에 임신을 시도하는 걸 권장합니다.

난임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보통 여성 측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55%, 남성이 문제인 경우가 35%입니다. 나머지 10%가 상세불명의 난임이라고 해서 원인을 모르는 경우죠. 이때 적절한 방법을 제시하는 게 저희들이 하는 역할이고요.

남자 쪽 문제는 주로 어떤 경우인가요.
남성의 경우엔 정액검사만 해보면 결론이 나오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편입니다. 정액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 해방인 거죠. 문제는 보통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정자 생성이 안 되는 경우죠. 이럴 때는 모세포에서 정자를 줄기세포 개념으로 채취해 노력을 해보기도 하는데 사실상 쉽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는 정자 기능에 이상이 오는 겁니다. 정액이 항체를 갖고 있어서 순간적으로 운동성을 상실한다든가, 정계정맥류 등의 비뇨기질환으로 운동성이 떨어지기도 하죠. 마지막으로는 정자가 나오는 길이 막혀 있는 경우입니다.

정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인가요.
정자에 영향을 주는 독성 물질과 자주 접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나 같은 화학 희석제, 방사능, 살충제가 대표적이죠. 또 고열의 환경에서 일을 하면 정자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평소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중 정자에 문제를 일으키는 건 담배입니다. 니코틴이 정자 운동성을 떨어뜨리거든요. 그래서 난임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꼭 담배를 끊으라고 권합니다. 금연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까진 안 하지만 내쫓는 의사분들도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또 최근에 몸을 만들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맞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정자 생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성의 경우 어떤 이유로 난임이 되나요.
여성은 배란이 안 되거나, 난관이 막혀 있거나,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경우로 요약됩니다. 여성의 난임 요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이 난관 문제입니다. 대부분 후천적인 영향인데 복강이나 난관 수술, 골반염 등이 요인이죠. 그래서 이러한 수술 경험이 있다면 임신을 시도하기 전에 병원을 찾아 가임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가임력을 높이는 습관이 있나요.
가임력을 높이는 습관보다는 피해야 하는 게 있죠. 앞서 언급한 담배와 함께 술, 스트레스, 비만, 당뇨는 가임 5적으로 꼽힙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합니다.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뇌 중심체와 배란에 관여하는 중심체가 밀접하게 연관돼 가임력에 영향을 줍니다. 또 골반 부위 혈류를 막을 수 있는 의상은 피해야겠죠. 극단적인 다이어트 역시 임신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1960년 진료를 시작한 차병원은 남임 치료이 메카로 불린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와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에 있는 차바이오뱅크 모습.

1960년 진료를 시작한 차병원은 남임 치료이 메카로 불린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와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에 있는 차바이오뱅크 모습.

2023년 기준 초혼 평균 연령은 남성 34세, 여성 31.5세로 10년 전과 비교해 남성은 1.8세, 여성은 1.9세 증가했다. 이에 따라 냉동 생식세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졌다. 사유리, 솔비, 장도연, 김재중 등 연예인들 역시 생식세포를 냉동한 경험을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털어놓고 있다. 정부도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난자와 정자 동결 비용 지원을 포함했다. 차병원은 1999년 세계 최초로 난자은행을 만든 선구자 역할을 했다.


생식세포를 냉동하는 데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난자은행을 만들 당시만 해도 냉동 생식세포에 관한 관심이 적었어요. 2016년이 돼서야 난자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죠. 정자와 난자를 얼리는 선택을 하는 데는 2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평균 결혼 연령이 상승하면서 출산을 미리 준비해두기 위함이죠. 또 하나는 항암 치료 등을 앞두고 생식세포를 냉동하기도 해요. 치료가 끝난 뒤 출산을 하기 위해서죠.

난자는 몇 개를 얼리는 게 적당한가요.
과배란을 통해 35세 이하는 한 사이클에 10개, 40세는 6개 정도를 보관할 수 있어요. 난자은행을 가장 많이 찾는 35~38세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20개의 난자를 보관하면 80% 가능성으로 임신이 된다고 봐요. 그래서 그 정도는 권유해드리는 편이죠.

가능하면 어릴 때 난자를 냉동하는 게 좋은가요.
여성의 경우 35세 이전에는 난자 10개만 있어도 1명의 정상 아이를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40세가 되면 30개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나이에 따라 급격하게 난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숫자가 필요한 거죠. 그리고 35세를 기점으로 기형아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양수 검사를 해서 확인하기를 권합니다. 40세가 지나면 난소 기능이 저하돼 임신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젊은 분들도 난자 냉동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자도 냉동해야 하나요.‌
남자의 경우 정자 냉동 여부가 태아에게 주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정자 역시 분명 나이가 들면 운동성이 감소하긴 하지만 50세까지는 가임력의 변화가 크게 없다고 봅니다.

냉동 기간이 길면 세포가 손상되기도 하나요.
세포가 손상되는 일은 없습니다. 기간보다는 세포를 얼릴 때와 해동 과정에서의 테크닉이 더 중요합니다.


한 소장은 “냉동 생식세포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임신 방법은 사람의 손이 타지 않는 자연 임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본적으로 정자가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배란이 되고, 자궁과 난관이 깨끗하다면 자연 임신을 권한다. 산모의 나이가 어리다면 특히 그렇다. 병원에서는 난포를 관찰해 정확한 배란일을 알려주는 것에 집중하지만, 산모의 나이가 많고 자연 임신이 힘든 경우에는 인공수정과 시험관 등 시술을 통해 임신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건강한 몸만들기보다 중요한 건 시기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은 어떻게 다른가요.
산모가 나이가 많거나 빠른 임신을 원할 때는 인공수정으로 도움을 드립니다. 인공수정을 했는데도 임신이 안 될 경우 시험관 시술로 넘어가게 되죠. 시험관 시술은 그러니까 저절로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에 선택하는 겁니다. 또 남편의 정자 중 쓸 수 없는 정자가 많거나 아내의 난관 또는 나팔관이 막힌 경우에는 반드시 시험관 시술이 필요합니다.

부작용은 없나요.
모든 인공적인 시술에는 부작용이 뒤따릅니다. 우선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하려면 과배란 유도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과자극이 발생하면 난소과자극증후군이라고 해서 복수가 차고 혈액이 응고돼 환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약물로 조절하며 이를 예방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과거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되는 경우는 적습니다.
두 번째는 다태아가 생기는 거죠. 특히 컨트롤이 어려운 인공수정의 경우 다태아 임신 확률이 높습니다. 시험관 시술은 12% 정도의 확률로 다태아가 생깁니다. 한꺼번에 많은 아이를 임신하면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문제는 산모 건강에 부정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아기가 2명이면 부작용도 2배가 되는 거죠. 몸에 부담이 많거든요. 임신중독증, 임신성당뇨병 등의 합병증과 조산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시험관 시술의 경우 산모의 연령 등을 고려해 배아의 수를 통제하는 겁니다.

난임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있나요.
과거엔 난임의 원인이 여성에게만 있다는 오해가 컸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다만 노력을 통해 가임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오해입니다. 그래서 병원을 찾지 않고 운동해서 몸을 만든다거나 임신이 잘된다고 알려진 약을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성의 가임 능력은 시간에 따라 증가할 수 없어요. 그래서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병원에 오면 가임력은 더 떨어진 후일 수도 있습니다. 임신 가능성을 우려한다면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시기가 더 중요하군요.
임신에 좋다고 알려진 약재가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 의지한다고 임신이 되는 건 아닙니다. 신체 건강 역시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하면 임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시기입니다. 시기가 빠를수록 좋죠.

정부의 난임 지원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애를 많이 쓴다고 생각해요. 난임 관련 시술비를 지원해주는 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아이를 갖고자 하는 의욕을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의욕이 낮은 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죠. 결국은 사회적인 뒷받침이 돼야 하는 문제고요. 또 자녀를 갖고 가족을 이루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아이가 있는 분들이 둘째를 원하기도 해요. 그만큼 육아가 힘들지만 보람 있다는 의미겠죠.

난임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대개 2가지를 많이 걱정하십니다. ‘내가 이 나이에 임신할 수 있을까’와 ‘아기를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정상일까’ 하는 거죠. 우선 한국 난임 시술이 굉장히 발전돼 있어요. 자기만 의지를 갖고 노크하면 도와줄 사람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시작했으면 해요. 기형아에 대한 우려 역시 유전학적 검사가 발달돼 있어서 문제 될 건 없어요. 대신 중요한 건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한세열 #난임 #강남차병원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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