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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유모차가 아니라 행복을 끄는 기분이에요”

19년 만에 찾아온 기적, 난임을 극복한 신동석·유경희 부부의 이야기

이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6. 03. 16

50여 차례의 시험관 시술과 4번의 유산. 숫자로는 담기지 않는 시간이지만, 두 사람은 그 시간을
고통이 아니라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신동석·유경희 부부가 부모라는 이름을 얻기까지는 19년이 걸렸다. 유경희 씨는 20대에 결혼해 마흔세 살에 엄마가 됐다. 결혼 직후만 해도 아이 셋을 키우는 단란한 가정을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4번의 유산과 수십 차례의 시험관 시술이 이어졌고,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하루 종일 아이들 곁에 있었던 유경희 씨에게 ‘자신의 아이를 품는 일’은 유독 멀게만 느껴졌다. 밖에서 유모차만 봐도 눈물이 쏟아지던 시간이 쌓였지만 부부는 멈추지 않았다. 남편 신동석 씨는 매번 병원에 동행했고, 긴 시간 끝에 아이가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삶은 비로소 다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임신 유지 역시 순탄치 않았다. 혈전이 잘 생겨 태아에게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는 난치성 질환인 ‘항인지질 항체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혈전을 막기 위한 주사를 매일 스스로 놓아야 했다. 허벅지와 배에 멍이 사라질 날이 없었지만 경희 씨는 그 시간을 아이와 연결된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고통보다 컸던 건 아이가 숨 쉬고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유엘이가 태어난 지금, 집안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두 사람의 대화는 대부분 아이 이야기다. “오늘은 조금 더 오래 잤다” “표정이 어제랑 다르다” 같은 사소한 말들이 하루를 채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아이이기에 작은 변화도 크게 다가온다고 부부는 말한다. 오전 햇살이 거실 창으로 스며들 무렵이면 유경희 씨는 자연스럽게 유모차를 끌고 집을 나선다. 집 근처 공원이나 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