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꾸민 거실.
일곱 살, 다섯 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결혼 9년 차 김성철·이은미 부부는 3년 전 경기도 동탄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분양 당시 부부의 선택은 아파트 내부 골조에 석고 마감만 한 상태로 분양하는 마이너스 옵션. “결혼 후 여러 번 청약에 도전했었어요. 그 덕에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도 꽤 많이 둘러보았죠. 공간 구성은 물론이고 구조, 마감재 등이 모두 다른 곳들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내부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힘들었어요. 그때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만약 분양을 받게 되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해 가족의 생활 패턴과 용도, 취향에 맞는 집으로 직접 설계하자고 말이죠.” 마이너스 옵션이란 건설사가 골조 공사, 외부 마감 및 미장 공사, 전기·설비 공사 등 기초적인 부분만을 완료한 후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마감재와 빌트인 가구, 주방·조명 기구 등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분양가를 할인해준다. 마이너스 옵션의 가장 큰 장점은 인테리어 권한을 입주자에게 온전히 넘긴다는 것. 그 덕에 불필요한 ‘철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입맛에 꼭 맞는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문도 달리지 않은 골조만 갖춘 집이라 비교적 자유롭게 내부 디자인을 할 수 있었어요.
팬트리 공간까지 할애해 넓게 확장한 현관. 중문 옆에 마련한 건식 욕실과 같은 마감재를 사용해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난다(왼쪽). 우드 창문, 타일, 컬러 수전 등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을 더한 건식 욕실.
가장 좋았던 건 저희 가족의 쓰임에 맞게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었던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저희 집은 수납공간이 다른 집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어요. 이전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수납공간이 많아지는 만큼 살림살이의 양도 늘어나더라고요. 자꾸 짐을 늘리는 것을 바라지 않아 꼭 필요한 만큼만 수납공간을 만들었고, 살림살이의 양도 그에 맞춰 조절하고 있어요.”
경계를 허물어 유니크한 공간 구성
대면형으로 설계한 주방. 살림살이를 자꾸 늘리고 싶지 않아 주방 상부 장을 과감하게 없앴다.
김성철·이은미 부부 집의 관전 포인트는 현관이다. 130㎡(약 39평) 동일 평수 아파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넓은 현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그보다도 현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톤 다운된 하늘색과 흰 타일, 우드 프레임 창문의 조합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공에 앞서 디자이너 실장님들께 몇 가지 요청 사항을 전달했는데, 그중 하나가 ‘집의 첫인상인 현관이 밝고 환했으면 좋겠다’였어요.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굳이 욕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게끔 현관 옆에 손을 닦을 수 있는 건식 세면대 배치도 부탁드렸고요.” 시공에 참여한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 임지혜 실장은 ‘환하고 넓어 보이는 공간’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현관을 디자인했다. 팬트리 몫의 공간을 적당히 할애해 현관을 넓히고 옆으로 건식 욕실도 만들었는데, 현관에 쓰인 마감재의 비밀이 여기에 숨어 있다. “연결된 두 공간의 경계가 명확한 것보다, 마치 한 공간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을 때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비록 성격이 다른 공간이지만 현관과 건식 욕실에 동일한 마감재를 사용한 것이 이런 이유죠.”
짙은 우드 필름으로 마감해 아늑한 느낌을 극대화한 침실.
이 집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부부 침실이다. 문을 열면 바로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느 집과 달리 이들 부부의 침실은 중문을 열고 복도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구조. “부부 침실만큼은 다른 기능 없이 수면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리된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침실 전체를 짙은 우드 필름으로 마감한 것, 매립 등 없이 벽등만 설치한 것 모두 아늑한 침실 분위기를 위해서였어요. 굳이 복도를 만든 것도 수면 환경 조성과 무관하지 않아요. 복도 덕에 침실 공간의 구분이 명확해졌고, 드레스 룸과 부부 욕실을 이용할 때도 침실을 거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어 서로의 숙면에 방해가 되지 않으니 말이죠.”
호텔 같은 우리 집
가족 모두가 애정을 가지는 장소이자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르는 가족실. 다이닝 룸, 공부방, 서재 등 활용도가 높은 공간이다.
김성철·이은미 부부 가족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가족실’이다. 주방 옆에 위치하던 알파룸을 활용해 만든 가족실은 다이닝 룸으로,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부부의 서재로 폭넓게 사용된다. “아이들에게 독서방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마련한 공간이에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가족실처럼 쓰이고 있네요. ‘모이자’ 하는 것도 아닌데, 늘 여기에 모여 있게 되더라고요(웃음). 테이블과 책장으로만 이루어져 심플하지만, 활용도가 꽤 높은 이곳은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이자 동시에 저희 부부가 ‘만들기 참 잘했다’ 생각하는 공간 중 하나예요.”
발랄한 분위기의 딸아이 방. 딱 아이 때만 누릴 수 있는 소품과 가구들로 방을 채웠다.(오왼쪽) 아기자기한 소품 덕에 생기 있고 트렌디한 욕실이 완성됐다.
이 집의 포인트로 컬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현관과 욕실의 포인트 부자재부터 가족실의 조명, 아이들 방의 벽지와 소품에 이르기까지 이들 부부의 집에서 컬러는 인테리어 수준을 끌어올리는 핵심 키워드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 만큼 딱 이때만 누릴 수 있는 아이스러운 아이템으로 아이방을 꾸며주고 싶었어요. 몇 년 후 바꿔줄 것을 생각해 붙박이 가구 대신 이동식 가구를 선택하고, 교체가 쉬운 벽지와 소품 위주로 방을 채웠죠. 아기자기한 포인트 요소는 제 취향이기도 해요. 집안 곳곳에 컬러 부자재와 소품 등을 딱 포인트가 되게끔 설치했는데, 공간 전체에 생기를 주는 것 같아 매우 만족해요.” 일곱 살 딸아이가 아파트 이름을 본떠 ‘풍경 호텔’이라 부른다는 김성철 · 이은미 부부의 집. 좋은 호텔에서 묵었던 경험이 여행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는 데 큰 역할을 하듯, 이 집에서 지내는 순간순간이 가족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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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