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빅뱅 지드래곤이 7년 만에 신곡을 냈다. 각자의 길을 걷던 투애니원은 함께 해외 투어를 떠났다. 쏟아지는 가요계 반가운 소식을 듣다가 유튜브에서 ‘탑골 가요’ 추억 여행을 떠났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지드래곤과 정형돈의 ‘무한도전’을 지나 ‘X맨’에 이르렀을 때 추억의 걸 그룹 쥬얼리가 등장했다. 2000년대 중반 ‘Queen of 당연하지’로 불리던 이지현의 활약상을 모은 쇼츠였다.
1998년 아시아 최초의 한일 합작 걸 그룹 ‘써클’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가 2001년 쥬얼리로 재데뷔해 본격적인 인기를 얻은 이지현은 여전히 연예인으로 살고 있다. 다만 개인 유튜브 채널 속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 좀 결이 다르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마네킹 앞에서 로드를 말고, 가장으로서 식당 창업을 고민하며 국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지현이 운영하는 채널 ‘이지 바이브(EASY VIBE)’는 ‘체험 삶의 현장’이자 ‘무한도전’ ‘슈퍼맨이 돌아왔다’이다. 두 아이와의 일상, 운동하는 모습, 여러 도전을 하며 겪는 좌충우돌 등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과 프랜차이즈 브랜드 ‘국수천왕’의 모델이 되어 지면광고 촬영 모습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어렵지 않은, 좀 쉬운 콘텐츠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많은 분이 쉽게 들어와서 쉽게 보시라고요. 처음에는 ‘게리롱 푸리롱’ 음원을 발표하면서 제작 과정을 찍고 공개하기 위해 채널을 개설했어요. 그 후 또 어떤 콘텐츠를 다루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제 관심사를 담기 시작했죠, 작가도 없고 매니저랑 둘이 기획해 매니저가 저랑 상의하며 촬영, 편집까지 다 해요. 그러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이는데, 그래도 둘이 하는 것치곤 잘하지 않나요? 하하.
날것의 느낌이 ‘도전’이란 콘셉트와 잘 어울려요. 미용, 마라톤, 창업 등 하나같이 쉽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던데요.
요즘은 마침 좋은 제안이 와서 국수 가게 창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체험해보고, 정보를 드리는 콘텐츠를 하고 있어요.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말이 있잖아요. 해보니 정말 힘들어요. 일단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해요. 각 식당마다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으로 연구해 내놓잖아요. 홍보 방식도 신선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손님이 확 몰려드는 시간에는 진짜 혼이 쏙 빠지는 느낌이에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된 일이더라고요.
아이들과 국숫집 모델을 해본 소감은요. 엄마가 진짜 식당을 차리길 바라나요.
아이들이 지면광고 촬영은 처음이라 얼어붙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잘 마쳤어요. 아이디어도 내고 즐거워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식당을 연다고 하면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엄마랑 더 오랜 시간을 같이 있고 싶어 해요. 3학년인 우경이는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엄마, 어디야? 집에 있어?”부터 확인하거든요. 내가 좀 더 아이들 옆에 있어줘야 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우리 집 가장이잖아요. 조급한 마음도 들고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아무래도 식당을 한다면 제가 직접 운영해야 하니까 고민할 부분이 많아요. 일단 집에서 왔다 갔다 하려면 살고 있는 동네에 여는 게 편한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 둘러보고 있어요. 그래도 이번에 좋은 경험을 해봤어요. 계속 고민 중이에요.
그래서 미용사 자격증에도 도전하는 건가요.
미용사 자격증 따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제 주변에 준비하는 분들 보면 한 번에 패스한 경우는 1∼2명 정도고 기본 서너 번 떨어지더라고요.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았을 거예요. 미용학원 선생님이 저보고 아이들도 혼자 키워야 하고 다른 일도 해야 하는데 미용까지 사서 고생한다고 말씀하세요(웃음). 그래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 실기만 여섯 번째 도전 중이지만 응원이 정말 힘이 돼요.
미용실을 열게 된다면 이번에도 아이돌 출신 최초 아닌가요.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링을 받기만 하다가 해줘야 하는데 자신 있으세요.
그런가요? 많이 받아봤으니까 그만큼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더 많이 배워야겠지만요. 배움에 끝이 없어요. 너무 어려워서 누가 미용을 해보고 싶다 하면 추천하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미용학원 수강생들 다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웃음). 대신 힘들게 노력하는 만큼 자격증을 취득해놓으면 몹시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원래 꾸미는 데 관심이 있나요.
제가 의외로 꾸미는 걸 귀찮아해요. 털털한 성격이라 그나마 옷은 신경 써서 입고 그것 말고는 크게 챙기질 않아요. 운동할 때도 예쁜 운동복 챙겨 입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냥 집히는 대로 입고 운동만 해요. 그런데 미용은 굉장히 디테일한 작업이더라고요. 손님을 예쁘게 해주는 직업이다 보니 완성한 머리를 봤을 때 뿌듯한 마음도 들고요. 그래서 더 공부하게 되는, 신기한 매력이 있어요.
하하하. 운동을 정말 좋아해요. 저한테 운동은 호흡과도 같은 거예요. 운동을 안 한 날은 몸이 찌뿌둥하고 하루를 흥청망청 보낸 것 같아 찝찝해요. 그래서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며칠 뒤에는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합니다. 요즘 미용 연습하랴, 육아와 살림하면서 마라톤 연습까지 어찌어찌 다 해내면서 살고 있어요.
하루가 너무 바쁘겠는데요.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아이들 등교 준비부터 시작해요. 그다음 방송 일이 없는 날은 미용학원으로 출근해요. 오후 3~4시쯤 집에 와 우경이 간식 먹여 학원 보내면 서윤이(첫째 딸)가 오고, 서윤이 보내면 우경이가 오죠. 운동은 아이들이 학원에 간 사이 틈틈이 해요. 저는 ‘홈트’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운동하다가도 아이들이 “엄마” 부르면 달려갈 수 있잖아요. 각자 일과 마치고 저녁에 모이면 다 같이 밥 먹고 저는 집안일하다가 미용 연습을 좀 더 하고요. 아이들 숙제 봐주고 씻기면 벌써 잘 때예요.
매니저의 제보에 의하면 쉴 틈 없이 움직이면서 식단 관리도 한다면서요.
운동을 하니까 아무래도 단백질을 많이 먹게 돼요. 벌크업까진 아니더라도 근육이 회복해야 하잖아요. 닭 가슴살이나 달걀, 수육은 기본적으로 매일 식단에 들어가고 삶은 콩, 청국장, 당근주스 등을 골고루 챙겨 먹으려 노력해요. 아이들 먹는 거 같이 먹기도 하고요. 제가 원래 많이 찌는 타입은 아닌데 그래도 관리를 안 하면 30대 후반부터는 티가 확확 나더라고요. 그래서 식단도 챙기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마라톤대회에 나갈 정도면 자기 관리 수준을 뛰어넘는 것 아닌가요.
마라톤은 제가 좋아서 하는 운동이에요. 지금 한 1년 정도 했는데 거의 중독 수준이에요. 달리기가 굉장히 매력 있더라고요. 뛰고 나면 가슴속에 뭉쳐 있던 해결 안 된 무언가가 해소돼요. 그 쾌감을 느끼고 싶어서 힘들고 지쳐도 다음 날 또 뛰러 나가고 하다 보니 5km 뛰던 게 10km가 되고, 지금 20km까지 뛰게 됐어요.
알려졌다시피 이지현은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했다. 공황장애를 앓을 만큼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걸 그룹 1호 돌돌싱’이라 불려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난 10월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출연했을 때도 탁재훈이 “돌돌싱 선배님”이라 장난을 걸었지만, 이지현은 “사는 게 한 치 앞도 모르겠더라”며 웃어넘겼다.
엄마가 여유를 찾는 동안 딸 서윤이와 아들 우경이도 한 뼘 자랐다. 3년 전 방송에서 ADHD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우경이는 수학 영재로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으며, 참는 것에 익숙하던 서윤이는 원하는 걸 요구하고 외모에 관심 많은 영락없는 그 또래 사춘기 소녀다. 이지현은 두 아이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쥬얼리 외모 담당’으로서 무대에서 반짝일 때와는 또 다른 행복을 만끽하는 요즘.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반짝이는 그녀를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진 않을까.
쥬얼리 멤버들은 잘 지내나요.
다들 각자의 삶이 바쁘고 가정들이 있어서 자주는 못 만나는데 그래도 연락은 하고 지내요. 정말 신기한 게 한 번씩 모이면 스스럼없이 지내던 과거의 우리를 그대로 현재로 옮겨다 놓은 느낌이에요.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웃음).
쥬얼리로 다시 모이거나 솔로로 활동할 계획은 없나요.
글쎄요. 예전처럼 앨범을 내고 활동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물론 팬들이 혹시나 찾아주신다면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유튜브 속 모습을 보면 연예인이 되지 않았어도, 뭘 해도 성공했을 것 같긴 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뭘 하나 잘한다 싶은 특별한 재주가 딱히 없어요. 다만 제가 봐도 성실함 하나는 갖고 있는 듯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열다섯 살에 데뷔했으니까요. 당시에는 제가 어리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어머나, 내가 그런 나이에 사회에 나와 세상을 알기도 전에 직접 부딪혀가면서 어른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성실함은 원래 타고난 면인가요, 아니면 살다 보니 길러진 건가요.
길러진 듯해요. 어렸을 때는 성실하지 않았거든요. 우리 멤버들이 더 잘 알아요. 항상 핑계 대고 한쪽 구석에 가서 쉬는 그런 뺀질이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살면서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환경에 맞춰 변한 거예요.
이지현 씨에게 아이들이 미친 영향이 크지 않을까요. 엄마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가 있잖아요.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엄마니까, 아이들을 키워야 하니까.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아이를 단순히 양육하는 게 아니라 잘 키우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되는 듯해요.
‘이지 바이브’를 보니 우경이의 변화가 놀랍더라고요.
저도 이 아이가 그때 그 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변했어요. 심지어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더 애교가 많고 사교성도 좋아요. 원래 이런 아이인데 제가 한창 음…. 우경이가 예민하고 친구들과 다른 면이 도드라지게 나타났을 때 대응을 잘하지 못했어요. 엄마의 부족으로 그때 우경이가 좀 많이 힘들고 표출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건 아닌가 싶어요.
그때는 진짜 하느님만 붙들고 기도하고 말씀 듣고 그걸로 버텨내던 시기였어요. 마음에 여유가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유치원에서 아이가 수업하지 않고 나간다거나 어떻게 했다는 지적을 자꾸 듣다 보니 ‘우경이는 왜 그럴까, 왜 다를까, 왜 잘 못 할까’ 그런 시선으로만 바라본 거예요. 그런데 제가 우경이만의 방식으로 바꿔서 아이를 대하고 우경이도 노력하다 보니 진짜 변하더라고요. 아니, 변했다기보다 아이 본래의 모습을 찾은 거겠죠. 제가 몰라서 자꾸 아이를 다그쳤어요. 아이 성향에 맞게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야 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하니까 너도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자꾸 끼워 맞추려고 했어요.
SNS를 보니 얼마 전에 우경이가 수학 경시대회도 나갔다면서요.
아이가 수학을 잘해요. 저는 학원 외에는 집에선 공부하라고 안 시키거든요. 집에서는 하루 종일 친구 불러 놀고 게임해요. 이번에는 학원을 좀 빠져서 학원에서 주최하는 전국 경시대회에서 상을 못 받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성적이 잘 나오면 게임 아이템을 사주겠다고, 상금을 좀 세게 불렀어요(웃음). 그런데 이 녀석이 최우수상을 받아왔더라고요. 결국 아이템을 사줬어요. 차라리 장난감을 사줬으면 덜 아까울 텐데, 우경이는 갖고 싶은 게 오직 게임 아이템 하나뿐이에요. 단순해요.
그래도 요구하는 게 명확하면 엄마가 아이를 상대하기는 쉽잖아요. 지금 5학년인 서윤이는 좀 다르지 않나요.
맞아요. 딸은 정말 요구하는 게 많아요. 키우는 도마뱀 밀웜부터 옷, 화장품 등 갖고 싶은 게 여러 가지예요. 요구하는 폭도 넓고, 자기가 다 검색해서 원하는 걸로 딱 사달라고 해요. 제가 봤을 때는 서윤이가 좀 성숙해서 사춘기가 일찍 온 듯해요. 옛날에는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응, 알았어” 그랬거든요. 이제는 눈 크게 뜨고 “엄마, 이건 이렇고 그건 아니야”라고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다 얘기해요. 그럴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속으로 ‘그래 너 잘났다’ 생각하기도 하죠(웃음). 그래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전문가 강의도 찾아보고 공부는 합니다만, 엄마도 사람이잖아요. 아이가 사춘기 때 하는 행동들을 하면 저도 모르게 확 올라와요. 안 그러려고 정말 많이 노력 중이에요.
서윤이와 우경이는 장래 희망이 뭔가요.
우경이는 수학 박사가 되겠다고 했다가 빌 게이츠처럼 되고 싶다고도 해요. 얼마 전 빌 게이츠 책을 읽었는데, 아이들에게 학교도 지어주고 기부하며 사는 모습이 감명 깊었나 봐요. 그러면서 어떨 때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도 하고요. 하하. 서윤이도 연예인, 파충류 전문 브리더, 수의사 등 꿈이 정말 많아요. 어느 날은 갑자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 “고깃집 아르바이트 시급이 얼마던데 거기서 일해보고 싶다” 하고요. 맨날 바뀌어요. 바뀌는 게 당연한 나이기도 하고요.
서윤이가 연예인으로 꿈을 굳히면 도와줄 의향이 있나요.
저는 연예인을 하더라도 서윤이가 좀 나중에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까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서윤이는 어느 정도 자아가 뚜렷해지고 나서 그때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래도 쥬얼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기도 한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예요. 아이들이 두 살 터울이다 보니 제가 힙시트를 해서 서윤이를 앞으로 앉히고 우경이는 아기띠로 뒤에 업고 다녔어요. 어느 날 거울을 딱 봤는데 두 아이를 앞뒤로 다 안고 업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더라고요. 이렇게 귀한 아이들이 나한테 오다니, 저는 엄마가 된 게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 같아요. 지금도 힘들 때면 말로는 “하루만 혼자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옆에 없으면 외로워요. 잘 때 양옆에 1명씩 셋이 같이 자는데, 1명이 친구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거나 교회 행사에 가서 자고 오는 날이면 한쪽이 허전하거든요. 저한테 아이들은 훈장 같은 존재예요. 아이들이 저를 더 멋진 엄마로 만들어줘요.
앞으로 더 빛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어떤 미래를 꿈꾸세요.
저는 좀 현실적이에요. 그냥 아이들이 잘 커서 각자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독립해 살고, 저는 미용실이든 식당이든 제 할 일 하다가 요양원에서 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절대로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열심히 모아둔 돈으로 요양원에서 얼굴도 예쁘고 인기 짱인 멋쟁이 할머니로 살고 싶어요.
너무 현실적인 거 아닌가요. 연애라든지 자신의 삶에서 좀 더 재미를 추구해도 되지 않을까요.
연애 다 해봤고 재미없어요. 물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나중에 정말 좋은 분이 나타나면 연애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제가 꿈꿀 수 있는 미래는 그 정도인 것 같아요. 요즘은 특히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잖아요.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갖고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며 살지 궁금하고 고민도 되고요. 제가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대비를 해놓고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지현 #쥬얼리 #이지바이브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1998년 아시아 최초의 한일 합작 걸 그룹 ‘써클’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가 2001년 쥬얼리로 재데뷔해 본격적인 인기를 얻은 이지현은 여전히 연예인으로 살고 있다. 다만 개인 유튜브 채널 속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 좀 결이 다르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마네킹 앞에서 로드를 말고, 가장으로서 식당 창업을 고민하며 국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지현이 운영하는 채널 ‘이지 바이브(EASY VIBE)’는 ‘체험 삶의 현장’이자 ‘무한도전’ ‘슈퍼맨이 돌아왔다’이다. 두 아이와의 일상, 운동하는 모습, 여러 도전을 하며 겪는 좌충우돌 등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과 프랜차이즈 브랜드 ‘국수천왕’의 모델이 되어 지면광고 촬영 모습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미용사 자격증, 식당 창업… 끊임없이 도전하는 가장
유튜브 채널 이름 ‘이지 바이브’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어렵지 않은, 좀 쉬운 콘텐츠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많은 분이 쉽게 들어와서 쉽게 보시라고요. 처음에는 ‘게리롱 푸리롱’ 음원을 발표하면서 제작 과정을 찍고 공개하기 위해 채널을 개설했어요. 그 후 또 어떤 콘텐츠를 다루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제 관심사를 담기 시작했죠, 작가도 없고 매니저랑 둘이 기획해 매니저가 저랑 상의하며 촬영, 편집까지 다 해요. 그러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이는데, 그래도 둘이 하는 것치곤 잘하지 않나요? 하하.
날것의 느낌이 ‘도전’이란 콘셉트와 잘 어울려요. 미용, 마라톤, 창업 등 하나같이 쉽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던데요.
요즘은 마침 좋은 제안이 와서 국수 가게 창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체험해보고, 정보를 드리는 콘텐츠를 하고 있어요.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말이 있잖아요. 해보니 정말 힘들어요. 일단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해요. 각 식당마다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으로 연구해 내놓잖아요. 홍보 방식도 신선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손님이 확 몰려드는 시간에는 진짜 혼이 쏙 빠지는 느낌이에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된 일이더라고요.
아이들과 국숫집 모델을 해본 소감은요. 엄마가 진짜 식당을 차리길 바라나요.
아이들이 지면광고 촬영은 처음이라 얼어붙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잘 마쳤어요. 아이디어도 내고 즐거워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식당을 연다고 하면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엄마랑 더 오랜 시간을 같이 있고 싶어 해요. 3학년인 우경이는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엄마, 어디야? 집에 있어?”부터 확인하거든요. 내가 좀 더 아이들 옆에 있어줘야 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우리 집 가장이잖아요. 조급한 마음도 들고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아무래도 식당을 한다면 제가 직접 운영해야 하니까 고민할 부분이 많아요. 일단 집에서 왔다 갔다 하려면 살고 있는 동네에 여는 게 편한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 둘러보고 있어요. 그래도 이번에 좋은 경험을 해봤어요. 계속 고민 중이에요.
그래서 미용사 자격증에도 도전하는 건가요.
미용사 자격증 따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제 주변에 준비하는 분들 보면 한 번에 패스한 경우는 1∼2명 정도고 기본 서너 번 떨어지더라고요.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았을 거예요. 미용학원 선생님이 저보고 아이들도 혼자 키워야 하고 다른 일도 해야 하는데 미용까지 사서 고생한다고 말씀하세요(웃음). 그래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 실기만 여섯 번째 도전 중이지만 응원이 정말 힘이 돼요.
미용실을 열게 된다면 이번에도 아이돌 출신 최초 아닌가요.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링을 받기만 하다가 해줘야 하는데 자신 있으세요.
그런가요? 많이 받아봤으니까 그만큼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더 많이 배워야겠지만요. 배움에 끝이 없어요. 너무 어려워서 누가 미용을 해보고 싶다 하면 추천하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미용학원 수강생들 다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웃음). 대신 힘들게 노력하는 만큼 자격증을 취득해놓으면 몹시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원래 꾸미는 데 관심이 있나요.
제가 의외로 꾸미는 걸 귀찮아해요. 털털한 성격이라 그나마 옷은 신경 써서 입고 그것 말고는 크게 챙기질 않아요. 운동할 때도 예쁜 운동복 챙겨 입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냥 집히는 대로 입고 운동만 해요. 그런데 미용은 굉장히 디테일한 작업이더라고요. 손님을 예쁘게 해주는 직업이다 보니 완성한 머리를 봤을 때 뿌듯한 마음도 들고요. 그래서 더 공부하게 되는, 신기한 매력이 있어요.
열다섯 살에 데뷔, 세상에 부딪히며 어른 돼
어쩐지 SNS에 운동하는 사진만 가득하더라고요.하하하. 운동을 정말 좋아해요. 저한테 운동은 호흡과도 같은 거예요. 운동을 안 한 날은 몸이 찌뿌둥하고 하루를 흥청망청 보낸 것 같아 찝찝해요. 그래서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며칠 뒤에는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합니다. 요즘 미용 연습하랴, 육아와 살림하면서 마라톤 연습까지 어찌어찌 다 해내면서 살고 있어요.
하루가 너무 바쁘겠는데요.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아이들 등교 준비부터 시작해요. 그다음 방송 일이 없는 날은 미용학원으로 출근해요. 오후 3~4시쯤 집에 와 우경이 간식 먹여 학원 보내면 서윤이(첫째 딸)가 오고, 서윤이 보내면 우경이가 오죠. 운동은 아이들이 학원에 간 사이 틈틈이 해요. 저는 ‘홈트’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운동하다가도 아이들이 “엄마” 부르면 달려갈 수 있잖아요. 각자 일과 마치고 저녁에 모이면 다 같이 밥 먹고 저는 집안일하다가 미용 연습을 좀 더 하고요. 아이들 숙제 봐주고 씻기면 벌써 잘 때예요.
매니저의 제보에 의하면 쉴 틈 없이 움직이면서 식단 관리도 한다면서요.
운동을 하니까 아무래도 단백질을 많이 먹게 돼요. 벌크업까진 아니더라도 근육이 회복해야 하잖아요. 닭 가슴살이나 달걀, 수육은 기본적으로 매일 식단에 들어가고 삶은 콩, 청국장, 당근주스 등을 골고루 챙겨 먹으려 노력해요. 아이들 먹는 거 같이 먹기도 하고요. 제가 원래 많이 찌는 타입은 아닌데 그래도 관리를 안 하면 30대 후반부터는 티가 확확 나더라고요. 그래서 식단도 챙기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마라톤대회에 나갈 정도면 자기 관리 수준을 뛰어넘는 것 아닌가요.
마라톤은 제가 좋아서 하는 운동이에요. 지금 한 1년 정도 했는데 거의 중독 수준이에요. 달리기가 굉장히 매력 있더라고요. 뛰고 나면 가슴속에 뭉쳐 있던 해결 안 된 무언가가 해소돼요. 그 쾌감을 느끼고 싶어서 힘들고 지쳐도 다음 날 또 뛰러 나가고 하다 보니 5km 뛰던 게 10km가 되고, 지금 20km까지 뛰게 됐어요.
알려졌다시피 이지현은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했다. 공황장애를 앓을 만큼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걸 그룹 1호 돌돌싱’이라 불려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난 10월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출연했을 때도 탁재훈이 “돌돌싱 선배님”이라 장난을 걸었지만, 이지현은 “사는 게 한 치 앞도 모르겠더라”며 웃어넘겼다.
엄마가 여유를 찾는 동안 딸 서윤이와 아들 우경이도 한 뼘 자랐다. 3년 전 방송에서 ADHD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우경이는 수학 영재로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으며, 참는 것에 익숙하던 서윤이는 원하는 걸 요구하고 외모에 관심 많은 영락없는 그 또래 사춘기 소녀다. 이지현은 두 아이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쥬얼리 외모 담당’으로서 무대에서 반짝일 때와는 또 다른 행복을 만끽하는 요즘.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반짝이는 그녀를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진 않을까.
쥬얼리 멤버들은 잘 지내나요.
다들 각자의 삶이 바쁘고 가정들이 있어서 자주는 못 만나는데 그래도 연락은 하고 지내요. 정말 신기한 게 한 번씩 모이면 스스럼없이 지내던 과거의 우리를 그대로 현재로 옮겨다 놓은 느낌이에요.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웃음).
쥬얼리로 다시 모이거나 솔로로 활동할 계획은 없나요.
글쎄요. 예전처럼 앨범을 내고 활동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물론 팬들이 혹시나 찾아주신다면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유튜브 속 모습을 보면 연예인이 되지 않았어도, 뭘 해도 성공했을 것 같긴 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뭘 하나 잘한다 싶은 특별한 재주가 딱히 없어요. 다만 제가 봐도 성실함 하나는 갖고 있는 듯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열다섯 살에 데뷔했으니까요. 당시에는 제가 어리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어머나, 내가 그런 나이에 사회에 나와 세상을 알기도 전에 직접 부딪혀가면서 어른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성실함은 원래 타고난 면인가요, 아니면 살다 보니 길러진 건가요.
길러진 듯해요. 어렸을 때는 성실하지 않았거든요. 우리 멤버들이 더 잘 알아요. 항상 핑계 대고 한쪽 구석에 가서 쉬는 그런 뺀질이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살면서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환경에 맞춰 변한 거예요.
이지현 씨에게 아이들이 미친 영향이 크지 않을까요. 엄마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가 있잖아요.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엄마니까, 아이들을 키워야 하니까.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아이를 단순히 양육하는 게 아니라 잘 키우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되는 듯해요.
‘이지 바이브’를 보니 우경이의 변화가 놀랍더라고요.
저도 이 아이가 그때 그 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변했어요. 심지어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더 애교가 많고 사교성도 좋아요. 원래 이런 아이인데 제가 한창 음…. 우경이가 예민하고 친구들과 다른 면이 도드라지게 나타났을 때 대응을 잘하지 못했어요. 엄마의 부족으로 그때 우경이가 좀 많이 힘들고 표출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건 아닌가 싶어요.
“두 아이 앞뒤로 업고 안은 나, 내 인생 가장 빛났던 순간”
가정사로 7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을 즈음은 사실 지현 씨도 누굴 보살피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시기잖아요.그때는 진짜 하느님만 붙들고 기도하고 말씀 듣고 그걸로 버텨내던 시기였어요. 마음에 여유가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유치원에서 아이가 수업하지 않고 나간다거나 어떻게 했다는 지적을 자꾸 듣다 보니 ‘우경이는 왜 그럴까, 왜 다를까, 왜 잘 못 할까’ 그런 시선으로만 바라본 거예요. 그런데 제가 우경이만의 방식으로 바꿔서 아이를 대하고 우경이도 노력하다 보니 진짜 변하더라고요. 아니, 변했다기보다 아이 본래의 모습을 찾은 거겠죠. 제가 몰라서 자꾸 아이를 다그쳤어요. 아이 성향에 맞게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야 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하니까 너도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자꾸 끼워 맞추려고 했어요.
SNS를 보니 얼마 전에 우경이가 수학 경시대회도 나갔다면서요.
아이가 수학을 잘해요. 저는 학원 외에는 집에선 공부하라고 안 시키거든요. 집에서는 하루 종일 친구 불러 놀고 게임해요. 이번에는 학원을 좀 빠져서 학원에서 주최하는 전국 경시대회에서 상을 못 받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성적이 잘 나오면 게임 아이템을 사주겠다고, 상금을 좀 세게 불렀어요(웃음). 그런데 이 녀석이 최우수상을 받아왔더라고요. 결국 아이템을 사줬어요. 차라리 장난감을 사줬으면 덜 아까울 텐데, 우경이는 갖고 싶은 게 오직 게임 아이템 하나뿐이에요. 단순해요.
그래도 요구하는 게 명확하면 엄마가 아이를 상대하기는 쉽잖아요. 지금 5학년인 서윤이는 좀 다르지 않나요.
맞아요. 딸은 정말 요구하는 게 많아요. 키우는 도마뱀 밀웜부터 옷, 화장품 등 갖고 싶은 게 여러 가지예요. 요구하는 폭도 넓고, 자기가 다 검색해서 원하는 걸로 딱 사달라고 해요. 제가 봤을 때는 서윤이가 좀 성숙해서 사춘기가 일찍 온 듯해요. 옛날에는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응, 알았어” 그랬거든요. 이제는 눈 크게 뜨고 “엄마, 이건 이렇고 그건 아니야”라고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다 얘기해요. 그럴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속으로 ‘그래 너 잘났다’ 생각하기도 하죠(웃음). 그래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전문가 강의도 찾아보고 공부는 합니다만, 엄마도 사람이잖아요. 아이가 사춘기 때 하는 행동들을 하면 저도 모르게 확 올라와요. 안 그러려고 정말 많이 노력 중이에요.
서윤이와 우경이는 장래 희망이 뭔가요.
우경이는 수학 박사가 되겠다고 했다가 빌 게이츠처럼 되고 싶다고도 해요. 얼마 전 빌 게이츠 책을 읽었는데, 아이들에게 학교도 지어주고 기부하며 사는 모습이 감명 깊었나 봐요. 그러면서 어떨 때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도 하고요. 하하. 서윤이도 연예인, 파충류 전문 브리더, 수의사 등 꿈이 정말 많아요. 어느 날은 갑자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 “고깃집 아르바이트 시급이 얼마던데 거기서 일해보고 싶다” 하고요. 맨날 바뀌어요. 바뀌는 게 당연한 나이기도 하고요.
서윤이가 연예인으로 꿈을 굳히면 도와줄 의향이 있나요.
저는 연예인을 하더라도 서윤이가 좀 나중에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까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서윤이는 어느 정도 자아가 뚜렷해지고 나서 그때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래도 쥬얼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기도 한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예요. 아이들이 두 살 터울이다 보니 제가 힙시트를 해서 서윤이를 앞으로 앉히고 우경이는 아기띠로 뒤에 업고 다녔어요. 어느 날 거울을 딱 봤는데 두 아이를 앞뒤로 다 안고 업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더라고요. 이렇게 귀한 아이들이 나한테 오다니, 저는 엄마가 된 게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 같아요. 지금도 힘들 때면 말로는 “하루만 혼자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옆에 없으면 외로워요. 잘 때 양옆에 1명씩 셋이 같이 자는데, 1명이 친구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거나 교회 행사에 가서 자고 오는 날이면 한쪽이 허전하거든요. 저한테 아이들은 훈장 같은 존재예요. 아이들이 저를 더 멋진 엄마로 만들어줘요.
앞으로 더 빛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어떤 미래를 꿈꾸세요.
저는 좀 현실적이에요. 그냥 아이들이 잘 커서 각자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독립해 살고, 저는 미용실이든 식당이든 제 할 일 하다가 요양원에서 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절대로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열심히 모아둔 돈으로 요양원에서 얼굴도 예쁘고 인기 짱인 멋쟁이 할머니로 살고 싶어요.
너무 현실적인 거 아닌가요. 연애라든지 자신의 삶에서 좀 더 재미를 추구해도 되지 않을까요.
연애 다 해봤고 재미없어요. 물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나중에 정말 좋은 분이 나타나면 연애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제가 꿈꿀 수 있는 미래는 그 정도인 것 같아요. 요즘은 특히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잖아요.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갖고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며 살지 궁금하고 고민도 되고요. 제가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대비를 해놓고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지현 #쥬얼리 #이지바이브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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