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영화 ‘군체’로 돌아온 전지현
전지현이 긴 공백을 깨고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군체’로 스크린에 복귀해 흥행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전지현이 11년 만에 영화로 컴백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를 통해서다. 그간 전지현은 ‘북극성’ ‘지리산’ ‘킹덤: 아신전’ 등 드라마로는 간간이 시청자들을 찾았지만 스크린에는 긴 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군체’ 개봉 직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반갑다”는 것이었다. “꼭 한 번쯤 작업해보고 싶던 연 감독에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 반가웠고, 무대 인사를 돌며 관객들과 직접 만나니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반가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지현은 ‘군체’에서 정의감 넘치는 생명공학과 교수 권세정 역을 맡았다. 정체불명의 생물학적 테러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감염자들(좀비)과 맞서고, 고립된 생존자들과 살아서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역할이다. 전지현은 권세정 역할에 대해 “특별한 인물로 보이기보다 관객이 곧 권세정이라고 느껴지게끔 연기하려 했다”면서 “교수라는 캐릭터 설정에 맞게 좀비물이지만 액션 동작도 최대한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추후 연 감독과 제대로 된 액션물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그에게 ‘군체’ 촬영 소감과 향후 활동 계획을 물었다.

(인터뷰 시점 기준) 아직 손익분기점까지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아요(웃음). 업계 관계자의 눈으로 보시기에도 재미가 있는지, 잘될 것 같은지 오히려 제가 물어보고 싶어요.
-11년 만의 복귀작으로 ‘군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연상호 감독님 작품을 다 봤어요. ‘저런 역할은 내가 하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감독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고 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나 너무 재밌어서 어렵지 않게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고요. 감독님의 세계관이 마냥 편안하지 않고, 색깔로 따지면 어두운 측면이 있잖아요. 처음에는 ‘사람 연상호도 비슷하려나’ 하고 긴장했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너무나 유머러스하고 재밌는 분이더라고요. 현장에서 ‘이래서 배우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감독님과 작업을 하는구나’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특히 재밌었나요.
좀비의 설정이 좋았어요. 기존의 좀비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통제 불능의 상태였다면, ‘군체’의 좀비들은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군집한 무리로서 움직임을 보여주잖아요. 연 감독님이 현대 사회에서 본인의 사유를 AI에게 양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좀비라는 장르물 안에 재치 있게 담아내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영화를 안 했나요.
의도적으로 안 해야지, 했던 건 아니에요.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할 기회가 드라마에 비해 현저히 적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드라마나 시리즈 위주로 활동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이렇게 연 감독님 작품을 만나게 된 게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에요.
-권세정 캐릭터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연기로 어떻게 해석했는지 들려주세요.
혼란 속에서 인간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잖아요. 그런 때 자기 지식을 나누고 상황을 헤쳐나간다는 점에서 권세정이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생존자 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움직이는 것에 대해 관객을 이해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고요.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 “권세정이 중심을 잡아줘서 흐름이 자연스러웠다”고 평가해주시는데, 그렇다고 하면 어느 정도는 배역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서영철은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역할인 것 같아요. 가장 돋보이기도 하고, 캐릭터 중에 가장 서사가 많이 깔려 있어서 탄탄하게 표현할 여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절대 쉬운 배역은 아니에요. 눈을 가리고 움직인다거나 좀비들 전체를 컨트롤하는 어려운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낼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교환 씨 색깔대로 매력 있게, 색다르게 잘 그려낸 것 같아서 ‘역시’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구교환 씨와 케미가 좋아요. 촬영하며 많이 친해졌나 봐요.
촬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구교환 씨였어요. 그러다 보니 대화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죠. 그리고 교환 씨 성격 자체가 워낙 유쾌하고 상황을 재밌게 만들려고 하는 면이 있어요. 저도 심각한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라, 서로 죽이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죠(웃음).
-전 부인 권세정(전지현)과 현 부인 공설희(신현빈)의 협력 신은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요.
전 부인, 현 부인이라는 관계가 편하지만은 않잖아요. 그럼에도 서로 다른 상황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촬영하면서 의외의 든든함이 생기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부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해주시는데, 그것도 ‘군체’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 요소인 것 같기도 해요.
-시나리오와 완성된 영화에 차이는 없나요.
서사가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연 감독님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캐릭터를 중시하셨던 듯해요. 저도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한눈팔 새 없이, 금방 읽었거든요. 관객분들 사이에서도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사실 촬영도 빠르게 진행되긴 했어요. 제가 가장 놀랐던 건 첫날, 첫 신에 이미 좀비가 나왔다는 거예요.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빨랐나 싶었죠(웃음).
-영화 속 비주얼이 비현실적이라, 혼자만 반사판 특혜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웃음). 안 그래도 좀 억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어요. 촬영에 몰입하다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말 그대로 청바지에 흰 티만 입고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런 오해 또한 영화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느껴져서 감사해요.

이렇게 극장 문화가 바뀌었는지 몰랐어요. 그동안 관객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없었는데, 무대 인사를 통해서 관객분들과 만나고 그 분위기를 느낀다는 게 참 뜻깊고 새롭더라고요. 그리고 무대에 서 있으면 생각보다 객석의 관객분들 얼굴이 잘 보여요. 지창욱 씨나 교환 씨에 비해 저를 응원하는 스케치북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더 잘 보이기도 하고요(웃음). 처음에는 ‘고양이 귀를 해달라’ ‘강아지 귀를 해달라’는 요청이 뭔지 몰라서 창욱 씨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군체’를 계기로 웹 예능 ‘핑계고’에도 출연했어요. 예능 촬영은 어땠나요.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가 작품 홍보 말고는 딱히 없는데, 저도 오랜만에 영화를 하다 보니 기회가 닿은 것 같아요. 저는 예능을 정말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평소 즐겨 보던 ‘핑계고’에 나가게 돼서 신나기도 하고, 잘하고 싶다는 의지도 불타고 그랬어요. 결과적으로는 능력 부족으로 아쉽게 끝난 것 같지만요(웃음). 작품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앞으로도 당연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이 있어요.
-칸영화제에 다녀온 소감은 어떤가요.
칸은 영화인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꿈의 장소에 ‘군체’ 팀이 다 같이 가서 온전히 분위기를 느끼고 즐길 수 있어 좋았어요. 무엇보다 도시 전체가 파티 분위기라서 매일매일 흥분된 상태로 지냈던 것 같아요. 기분도 좋고 그걸 받쳐주는 칸의 날씨라든지, 모든 것이 잊히지 않아요. 칸 입성이 배우의 최종 목표라고는 절대 할 수 없지만, 자주 가고 싶은 욕심은 생기더라고요(웃음).
-연 감독과 작업은 상상한 대로였나요. 몸을 쓰는 촬영이 많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그런 걱정을 해주시는데, 저는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연 감독님처럼 자기 세계관이 확실하고 색깔이 뚜렷한 분들은 딱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그 부분에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고, 또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죠. 그런 점이 좋아서 감독님한테 “차기작이 어떻게 되시냐”고 물으며 현장에서 계속 얘기를 나눴어요(웃음). 그러면서 든 생각이, 감독님은 정말 소재가 무궁무진하시더라고요. 어제는 분명 A라는 소재를 들었는데, 오늘은 B를 얘기하시고, 내일은 또 C를 말씀하세요. 앞으로도 작품화하고 싶은 소재가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
-‘연니버스’에 함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인가요.
저는 하고 싶습니다(웃음). 연 감독님께서 다음으로 준비하는 작품이 아마 액션물인 것 같아요. 그 작품에 대한 얘기도 나눴어요. 그래서 내심 좀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니버스’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을지요.
정말 기회가 생기는 대로 (영화를) 많이 하고 싶어요. 사실 흥행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것 같거든요. 작품이 좋아서 선택했지만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동안 작품을 선택할 때 더 신중을 기했던 것 같고요. 이제는 좀 편안하게, 내려놓고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긴 하죠. 그런데 모르겠어요. 특히 영화는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관객분들이 봐주실 작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건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과도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전지현이라는 브랜드가 흥행에 큰 지분을 차지하기도 하잖아요.
최근에 어떤 분이 “권세정의 피 묻은 외투를 따라 사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참 기억에 남기는 해요. 그러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면의 상황이나 분위기도 심각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관객분들이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면 저라는 배우에게 어떤 상업적인 포인트가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이런 게 일정 부분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도 같고요. 배우에게는 자꾸 보고 싶고 궁금한 면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해요. 제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지만요.
-해외 감독과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나 계획도 있나요.
계획은 아직 없어요. 예전에는 기회가 되면 해외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해서 배우가 가진 마켓 파워와 스펙트럼을 넓히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K-콘텐츠의 입지나 위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 같아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시기가 됐죠. 그래서 지금은 한국 배우로서, 한국 작품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차기작은 드라마 ‘인간X구미호’예요. 이번에도 일반적인 사람 캐릭터는 아니던데요.
그동안 땅에 붙어서 사는 사람 연기를 거의 안 했어요. 일부러 그런 역할만 선택한 건 아닌데, 공교롭게 그렇게 됐죠. 감사한 건 그런 역할들이 저를 좀 더 특별해 보이게끔 해준 측면이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구미호 캐릭터 연기도 재밌게 즐기고 있어요. 앞으로 나이가 들면서는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드릴 기회도 충분히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제공 쇼박스 앤드크레딧
#전지현 #군체 #연상호 #여성동아
전지현이 긴 공백을 깨고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군체’로 스크린에 복귀해 흥행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전지현이 11년 만에 영화로 컴백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를 통해서다. 그간 전지현은 ‘북극성’ ‘지리산’ ‘킹덤: 아신전’ 등 드라마로는 간간이 시청자들을 찾았지만 스크린에는 긴 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군체’ 개봉 직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반갑다”는 것이었다. “꼭 한 번쯤 작업해보고 싶던 연 감독에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 반가웠고, 무대 인사를 돌며 관객들과 직접 만나니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반가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지현은 ‘군체’에서 정의감 넘치는 생명공학과 교수 권세정 역을 맡았다. 정체불명의 생물학적 테러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감염자들(좀비)과 맞서고, 고립된 생존자들과 살아서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역할이다. 전지현은 권세정 역할에 대해 “특별한 인물로 보이기보다 관객이 곧 권세정이라고 느껴지게끔 연기하려 했다”면서 “교수라는 캐릭터 설정에 맞게 좀비물이지만 액션 동작도 최대한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추후 연 감독과 제대로 된 액션물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그에게 ‘군체’ 촬영 소감과 향후 활동 계획을 물었다.

지난달 영화 ‘군체’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전지현.
“감독님 작품 속 캐릭터 늘 욕심났어요”
-‘군체’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어요. 기분이 어떤가요.(인터뷰 시점 기준) 아직 손익분기점까지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아요(웃음). 업계 관계자의 눈으로 보시기에도 재미가 있는지, 잘될 것 같은지 오히려 제가 물어보고 싶어요.
-11년 만의 복귀작으로 ‘군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연상호 감독님 작품을 다 봤어요. ‘저런 역할은 내가 하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감독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고 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나 너무 재밌어서 어렵지 않게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고요. 감독님의 세계관이 마냥 편안하지 않고, 색깔로 따지면 어두운 측면이 있잖아요. 처음에는 ‘사람 연상호도 비슷하려나’ 하고 긴장했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너무나 유머러스하고 재밌는 분이더라고요. 현장에서 ‘이래서 배우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감독님과 작업을 하는구나’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특히 재밌었나요.
좀비의 설정이 좋았어요. 기존의 좀비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통제 불능의 상태였다면, ‘군체’의 좀비들은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군집한 무리로서 움직임을 보여주잖아요. 연 감독님이 현대 사회에서 본인의 사유를 AI에게 양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좀비라는 장르물 안에 재치 있게 담아내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영화를 안 했나요.
의도적으로 안 해야지, 했던 건 아니에요.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할 기회가 드라마에 비해 현저히 적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드라마나 시리즈 위주로 활동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이렇게 연 감독님 작품을 만나게 된 게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에요.
-권세정 캐릭터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연기로 어떻게 해석했는지 들려주세요.
혼란 속에서 인간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잖아요. 그런 때 자기 지식을 나누고 상황을 헤쳐나간다는 점에서 권세정이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생존자 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움직이는 것에 대해 관객을 이해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고요.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 “권세정이 중심을 잡아줘서 흐름이 자연스러웠다”고 평가해주시는데, 그렇다고 하면 어느 정도는 배역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지현은 ‘군체’에서 생명공학과 교수 권세정 역을 맡았다.
“유쾌한 구교환, 촬영 내내 죽 잘 맞았죠”
-구교환 씨가 맡은 서영철 캐릭터는 특이점이 있는 빌런 같아요.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일단 서영철은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역할인 것 같아요. 가장 돋보이기도 하고, 캐릭터 중에 가장 서사가 많이 깔려 있어서 탄탄하게 표현할 여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절대 쉬운 배역은 아니에요. 눈을 가리고 움직인다거나 좀비들 전체를 컨트롤하는 어려운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낼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교환 씨 색깔대로 매력 있게, 색다르게 잘 그려낸 것 같아서 ‘역시’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구교환 씨와 케미가 좋아요. 촬영하며 많이 친해졌나 봐요.
촬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구교환 씨였어요. 그러다 보니 대화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죠. 그리고 교환 씨 성격 자체가 워낙 유쾌하고 상황을 재밌게 만들려고 하는 면이 있어요. 저도 심각한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라, 서로 죽이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죠(웃음).
-전 부인 권세정(전지현)과 현 부인 공설희(신현빈)의 협력 신은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요.
전 부인, 현 부인이라는 관계가 편하지만은 않잖아요. 그럼에도 서로 다른 상황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촬영하면서 의외의 든든함이 생기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부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해주시는데, 그것도 ‘군체’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 요소인 것 같기도 해요.
-시나리오와 완성된 영화에 차이는 없나요.
서사가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연 감독님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캐릭터를 중시하셨던 듯해요. 저도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한눈팔 새 없이, 금방 읽었거든요. 관객분들 사이에서도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사실 촬영도 빠르게 진행되긴 했어요. 제가 가장 놀랐던 건 첫날, 첫 신에 이미 좀비가 나왔다는 거예요.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빨랐나 싶었죠(웃음).
-영화 속 비주얼이 비현실적이라, 혼자만 반사판 특혜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웃음). 안 그래도 좀 억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어요. 촬영에 몰입하다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말 그대로 청바지에 흰 티만 입고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런 오해 또한 영화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느껴져서 감사해요.

‘군체’ 속 권세정은 감염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인물 서영철(구교환)을 데리고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달라진 극장 문화에 ‘고양이 귀’ 배웠어요”
-무대 인사 때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어요.이렇게 극장 문화가 바뀌었는지 몰랐어요. 그동안 관객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없었는데, 무대 인사를 통해서 관객분들과 만나고 그 분위기를 느낀다는 게 참 뜻깊고 새롭더라고요. 그리고 무대에 서 있으면 생각보다 객석의 관객분들 얼굴이 잘 보여요. 지창욱 씨나 교환 씨에 비해 저를 응원하는 스케치북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더 잘 보이기도 하고요(웃음). 처음에는 ‘고양이 귀를 해달라’ ‘강아지 귀를 해달라’는 요청이 뭔지 몰라서 창욱 씨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군체’를 계기로 웹 예능 ‘핑계고’에도 출연했어요. 예능 촬영은 어땠나요.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가 작품 홍보 말고는 딱히 없는데, 저도 오랜만에 영화를 하다 보니 기회가 닿은 것 같아요. 저는 예능을 정말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평소 즐겨 보던 ‘핑계고’에 나가게 돼서 신나기도 하고, 잘하고 싶다는 의지도 불타고 그랬어요. 결과적으로는 능력 부족으로 아쉽게 끝난 것 같지만요(웃음). 작품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앞으로도 당연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이 있어요.
-칸영화제에 다녀온 소감은 어떤가요.
칸은 영화인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꿈의 장소에 ‘군체’ 팀이 다 같이 가서 온전히 분위기를 느끼고 즐길 수 있어 좋았어요. 무엇보다 도시 전체가 파티 분위기라서 매일매일 흥분된 상태로 지냈던 것 같아요. 기분도 좋고 그걸 받쳐주는 칸의 날씨라든지, 모든 것이 잊히지 않아요. 칸 입성이 배우의 최종 목표라고는 절대 할 수 없지만, 자주 가고 싶은 욕심은 생기더라고요(웃음).
-연 감독과 작업은 상상한 대로였나요. 몸을 쓰는 촬영이 많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그런 걱정을 해주시는데, 저는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연 감독님처럼 자기 세계관이 확실하고 색깔이 뚜렷한 분들은 딱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그 부분에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고, 또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죠. 그런 점이 좋아서 감독님한테 “차기작이 어떻게 되시냐”고 물으며 현장에서 계속 얘기를 나눴어요(웃음). 그러면서 든 생각이, 감독님은 정말 소재가 무궁무진하시더라고요. 어제는 분명 A라는 소재를 들었는데, 오늘은 B를 얘기하시고, 내일은 또 C를 말씀하세요. 앞으로도 작품화하고 싶은 소재가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
-‘연니버스’에 함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인가요.
저는 하고 싶습니다(웃음). 연 감독님께서 다음으로 준비하는 작품이 아마 액션물인 것 같아요. 그 작품에 대한 얘기도 나눴어요. 그래서 내심 좀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니버스’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을지요.
“당분간 해외보다 한국 작품에 집중할래요”
-앞으로는 영화 찍는 텀을 줄여서 더 자주 출연할 생각도 있나요.정말 기회가 생기는 대로 (영화를) 많이 하고 싶어요. 사실 흥행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것 같거든요. 작품이 좋아서 선택했지만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동안 작품을 선택할 때 더 신중을 기했던 것 같고요. 이제는 좀 편안하게, 내려놓고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긴 하죠. 그런데 모르겠어요. 특히 영화는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관객분들이 봐주실 작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건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과도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전지현이라는 브랜드가 흥행에 큰 지분을 차지하기도 하잖아요.
최근에 어떤 분이 “권세정의 피 묻은 외투를 따라 사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참 기억에 남기는 해요. 그러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면의 상황이나 분위기도 심각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관객분들이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면 저라는 배우에게 어떤 상업적인 포인트가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이런 게 일정 부분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도 같고요. 배우에게는 자꾸 보고 싶고 궁금한 면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해요. 제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지만요.
-해외 감독과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나 계획도 있나요.
계획은 아직 없어요. 예전에는 기회가 되면 해외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해서 배우가 가진 마켓 파워와 스펙트럼을 넓히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K-콘텐츠의 입지나 위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 같아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시기가 됐죠. 그래서 지금은 한국 배우로서, 한국 작품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차기작은 드라마 ‘인간X구미호’예요. 이번에도 일반적인 사람 캐릭터는 아니던데요.
그동안 땅에 붙어서 사는 사람 연기를 거의 안 했어요. 일부러 그런 역할만 선택한 건 아닌데, 공교롭게 그렇게 됐죠. 감사한 건 그런 역할들이 저를 좀 더 특별해 보이게끔 해준 측면이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구미호 캐릭터 연기도 재밌게 즐기고 있어요. 앞으로 나이가 들면서는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드릴 기회도 충분히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제공 쇼박스 앤드크레딧
#전지현 #군체 #연상호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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