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커리어 개발. 일 잘하기로 소문난 각 업계 ‘언니’들이 성공적인 사회생활 노하우를 전한다. 업무를 성과로 잘 연결하는 법,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법, 일과 삶 사이에서 덜 방황하는 법을 조언한다>
‘LG 최초의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윤여순 전 LG아트센터 대표. 그는 10여 년 전 LG에서 퇴임한 뒤 리더십 코치 겸 강연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 대신 계속해서 기업 등 현장과 소통하며 일하기로 한 건 2가지 때문이다. 인사(HR) 전문가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적인 리더십’을 현실에 더 적용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것을 ‘여성 후배들’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자신은 ‘여성 최초’라는 척박한 길을 걸었지만, 후배들은 여러 한계를 넘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문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
윤 전 대표는 미국에서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1995년 40세의 나이에 LG인화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상무와 전무, LG아트센터 대표까지 역임한 화려한 커리어의 소유자다.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던 커리어를 완성한 비결에 대해 그는 “구본무 전 회장님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오늘날 온라인 강의의 시초인 ‘사이버 아카데미 시스템’을 사내에 구축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이 필요하다’는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아니었다면 발탁되기 어렵던 게 당시의 시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윤 전 대표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일단 열망을 갖고 견디라”고 말한다.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이 변하고 있고, 자신 또한 변화에 보탬이 될 테니 불안과 패배감에 빠지기보다 하루하루 성장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보기를 권한다. 기업과 사회가 조만간 여성과 더불어 지내는 법을 알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여 년을 기업인으로, 10여 년을 리더십 코치로 활동해온 윤 전 대표에게 ‘성공적인 여성의 직장 생활’에 관해 들었다.

네, 기업 리더들은 늘 고민이 많으니까요. 경쟁이 치열한 곳이잖아요. 성과 압박이 크고, 성과를 내려면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하죠. 사실 이 2가지를 동시에 하기란 쉽지 않아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영 현장에서 구성원들을 가르치고 육성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관련해서 그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저도 기업 임원을 지냈으니 그들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 알기도 하고요.
주로 ‘코칭 리더십’을 교육한다고요. 그것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LG에 있을 때 리더십 개발 업무를 굉장히 오랫동안 담당했어요. 그때 ‘과연 리더십이 개발되고 있는 걸까’ ‘내가 거기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면 인사 업무는 다른 부서와 달리 ROI(투자 성과) 같은 가시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프로그램이 만족스러웠느냐는 설문조사 결과 정도가 전부죠. 그래서 책도 읽고, 석학도 만나보고, 해외 리더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어떤 리더십이 좋은 리더십인가를 늘 찾아다녔어요. 그러던 중에 만난 게 코칭 리더십이에요. 사실 내용을 보면 새로울 게 없어요. 리더는 구성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고를 유도하고 피드백을 주는 코치가 돼야 한다는 거예요. 잘 듣고, 질문을 건네고, 인정과 칭찬을 곁들이라는 거죠. 그런데 그 기본이야말로 사람의 능동성과 잠재력을 끌어낼 방법이더라고요. 퇴임하고 나서 이걸 마음껏 펼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코치가 돼서 리더들을 이끌기도 하고, 그들이 다시 가서 구성원들에게 적용해볼 수도 있도록요. 꽤 긴 시간을 투자해서 코칭 자격증까지 땄죠.
최근 코칭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라떼는 말이야’ 하는 불만들이 아무래도 많아요(웃음). MZ세대는 동기 부여가 잘 안되고 자율성도 떨어진다는 얘기들을 하죠. 그런데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요. 자기 관점에서 비판하고 평가 내리기 바쁘면 관계가 좋아질 수 없고, 그 말인즉 사람 관리가 안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물어요. “그 구성원이 가진 개성과 강점이 무엇이냐”고요. 대부분 선뜻 대답을 못 해요. 그러면 유심히 관찰하고 먼저 칭찬을 건네보라고 숙제를 내주죠. 그렇게 해서 한 분이 자기 후배에게 “내가 보니까 너는 이런 강점이 있는 것 같아. 이번 프로젝트는 너의 그런 점을 살리면 성공할 수 있을 듯한데, 네 생각은 어때?”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 후배가 울컥해서는 이후에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그 프로젝트에 정말 열심히 참여하더라는 거예요. 이렇게 관계가 풀리면 성과가 날 수밖에 없어요.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에 비해 공감 능력이 뛰어나요. 협업에도 특화돼 있죠. 물론 남성 중에도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 있지만,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특별히 쉽게 할 수 있는 분야라는 뜻이에요. 코칭은 구성원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 하죠. 이런 점에서 아직도 기업에 여성 리더 혹은 여성 임원 비중이 적은 현실에 아쉬움을 느껴요.
관련해서 새 책을 내려고 집필 중이라고요.
이전 책 ‘우아하게 이기는 여자’는 직장인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삼았어요. 기업과 사회 시스템이 여전히 남성 위주로 움직이고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지만, “힘들어도 해낼 수 있어요” “우리 헤쳐나가 봅시다” 하면서 이전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으려 한 거죠. 그런데 점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제까지 여성들에게 각개전투로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해야 할까?’ 이번 책에서는 남성들과 함께 ‘여성이 있어야 조직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려 해요.
최근 저출생으로 인적 자원이 크게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동안은 줄줄 새어나가고 있던 여성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해야겠죠. AI의 등장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가치도 부각하고 있어요. 이때 공감, 경청, 관계 맺기, 협업 같은 인간적인 영역은 앞서 말한 것처럼 여성이 잘하는 분야예요. 많은 기업이 조만간 ‘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들과 잘 지내는 법’을 배울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여성들이 버티면 좋겠어요.
여성 인재가 새어나가는 대표적 예는 임신,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인가요.
한국 여성들의 교육 수준은 OECD 국가 중 1위예요. 여성 고학력자가 이렇게 많은 나라가 없죠. 그런데 이들이 실제로 일터에 나오는 비중은 20~30%밖에 안 돼요. 왜 그럴까요. 여성들이 출산 후 복귀하려고 할 때 이런 고민이 드는 거예요. ‘여성이 임원까지 쭉쭉 승진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데, 내 아이를 여기저기 맡겨가면서까지 한 몸 바쳐 일할 가치가 있을까?’ 한국의 여성 리더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예요. 이 수치는 제가 LG 임원일 때부터 똑같았어요. 멕시코보다, 일본보다 낮아요. 이런 자원 낭비가 없다고 봐요. 너무 아까워요.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면 국가 경쟁력이 훨씬 높아질 거예요.
‘워킹맘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나요.
커리어가 보장된다고 해도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제 경험상 워킹맘이라고 해서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건 결코 아니에요. 아이들은 엄마가 치열하게, 도전적으로 사는 모습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요. 지금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더 넓은 시야를 아이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그 질이 무조건 높은 것도 아니니, 너무 불안해할 필요 없어요.
여성들이 직장 생활할 때 갖추면 좋은 역량이 있을까요.
조직 관점에 빨리 눈을 뜨라고 말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나한테 너무 모질게 구는 리더가 있다고 해보자고요. 그러면 그 상황을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전체 조직 차원에서 바라보라는 거예요. 먼저 개인적인 감정과 분리해서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서게 된 능력, 강점을 배우면 좋겠죠. 그리고 그 사람의 리더십에 대해 나처럼 불만을 가진 구성원이 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러면 나는 같은 자리에 갔을 때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은지 연구하고 준비하는 거죠. 때로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너무 억울해하고 힘들어하면서만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이야 코칭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예전에는 저도 다른 리더들과 똑같았어요(웃음). 머릿속이 성과,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죠. 그때 너무 일 위주로 모든 것을 처리했구나, 사람을 먼저 보고 그 사람을 통해 일을 봤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그래서 저는 직장인 여성들한테 오히려 잘 쉬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특히 여성 리더들은 경쟁을 뚫고 승진하려고 정말 남들의 2배, 3배씩 일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결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 오히려 헤매기도 하고 우왕좌왕해요. 워킹맘들은 아이도 기르고 일도 해야 하는데 쉬는 건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 생각을 덜어내야 여유를 갖고 아이를 대할 수 있고, 직장에서도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안목이 트여요. 저는 직장 생활할 때도 지금도 영화, 전시 보는 것 정말 좋아해요.
#윤여순 #LG #커리어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출처 ‘유퀴즈 온 더 블록’ 유튜브 채널 캡처 교보문고

윤 전 대표는 미국에서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1995년 40세의 나이에 LG인화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상무와 전무, LG아트센터 대표까지 역임한 화려한 커리어의 소유자다.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던 커리어를 완성한 비결에 대해 그는 “구본무 전 회장님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오늘날 온라인 강의의 시초인 ‘사이버 아카데미 시스템’을 사내에 구축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이 필요하다’는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아니었다면 발탁되기 어렵던 게 당시의 시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윤 전 대표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일단 열망을 갖고 견디라”고 말한다.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이 변하고 있고, 자신 또한 변화에 보탬이 될 테니 불안과 패배감에 빠지기보다 하루하루 성장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보기를 권한다. 기업과 사회가 조만간 여성과 더불어 지내는 법을 알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여 년을 기업인으로, 10여 년을 리더십 코치로 활동해온 윤 전 대표에게 ‘성공적인 여성의 직장 생활’에 관해 들었다.

윤 전 대표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하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조언을 전한 바 있다.
“여전히 코칭 리더십 강의하며 지내요”
요즘도 기업에서 리더십 강의를 하고 있나요.네, 기업 리더들은 늘 고민이 많으니까요. 경쟁이 치열한 곳이잖아요. 성과 압박이 크고, 성과를 내려면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하죠. 사실 이 2가지를 동시에 하기란 쉽지 않아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영 현장에서 구성원들을 가르치고 육성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관련해서 그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저도 기업 임원을 지냈으니 그들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 알기도 하고요.
주로 ‘코칭 리더십’을 교육한다고요. 그것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LG에 있을 때 리더십 개발 업무를 굉장히 오랫동안 담당했어요. 그때 ‘과연 리더십이 개발되고 있는 걸까’ ‘내가 거기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면 인사 업무는 다른 부서와 달리 ROI(투자 성과) 같은 가시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프로그램이 만족스러웠느냐는 설문조사 결과 정도가 전부죠. 그래서 책도 읽고, 석학도 만나보고, 해외 리더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어떤 리더십이 좋은 리더십인가를 늘 찾아다녔어요. 그러던 중에 만난 게 코칭 리더십이에요. 사실 내용을 보면 새로울 게 없어요. 리더는 구성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고를 유도하고 피드백을 주는 코치가 돼야 한다는 거예요. 잘 듣고, 질문을 건네고, 인정과 칭찬을 곁들이라는 거죠. 그런데 그 기본이야말로 사람의 능동성과 잠재력을 끌어낼 방법이더라고요. 퇴임하고 나서 이걸 마음껏 펼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코치가 돼서 리더들을 이끌기도 하고, 그들이 다시 가서 구성원들에게 적용해볼 수도 있도록요. 꽤 긴 시간을 투자해서 코칭 자격증까지 땄죠.
최근 코칭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라떼는 말이야’ 하는 불만들이 아무래도 많아요(웃음). MZ세대는 동기 부여가 잘 안되고 자율성도 떨어진다는 얘기들을 하죠. 그런데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요. 자기 관점에서 비판하고 평가 내리기 바쁘면 관계가 좋아질 수 없고, 그 말인즉 사람 관리가 안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물어요. “그 구성원이 가진 개성과 강점이 무엇이냐”고요. 대부분 선뜻 대답을 못 해요. 그러면 유심히 관찰하고 먼저 칭찬을 건네보라고 숙제를 내주죠. 그렇게 해서 한 분이 자기 후배에게 “내가 보니까 너는 이런 강점이 있는 것 같아. 이번 프로젝트는 너의 그런 점을 살리면 성공할 수 있을 듯한데, 네 생각은 어때?”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 후배가 울컥해서는 이후에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그 프로젝트에 정말 열심히 참여하더라는 거예요. 이렇게 관계가 풀리면 성과가 날 수밖에 없어요.
“여성의 공감·협업 능력 빛 볼거예요”
여성들이 이런 리더십에 적합하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요.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에 비해 공감 능력이 뛰어나요. 협업에도 특화돼 있죠. 물론 남성 중에도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 있지만,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특별히 쉽게 할 수 있는 분야라는 뜻이에요. 코칭은 구성원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 하죠. 이런 점에서 아직도 기업에 여성 리더 혹은 여성 임원 비중이 적은 현실에 아쉬움을 느껴요.

윤여순 전 대표의 책 ‘우아하게 이기는 여자’.
이전 책 ‘우아하게 이기는 여자’는 직장인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삼았어요. 기업과 사회 시스템이 여전히 남성 위주로 움직이고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지만, “힘들어도 해낼 수 있어요” “우리 헤쳐나가 봅시다” 하면서 이전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으려 한 거죠. 그런데 점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제까지 여성들에게 각개전투로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해야 할까?’ 이번 책에서는 남성들과 함께 ‘여성이 있어야 조직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려 해요.
최근 저출생으로 인적 자원이 크게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동안은 줄줄 새어나가고 있던 여성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해야겠죠. AI의 등장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가치도 부각하고 있어요. 이때 공감, 경청, 관계 맺기, 협업 같은 인간적인 영역은 앞서 말한 것처럼 여성이 잘하는 분야예요. 많은 기업이 조만간 ‘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들과 잘 지내는 법’을 배울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여성들이 버티면 좋겠어요.
여성 인재가 새어나가는 대표적 예는 임신,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인가요.
한국 여성들의 교육 수준은 OECD 국가 중 1위예요. 여성 고학력자가 이렇게 많은 나라가 없죠. 그런데 이들이 실제로 일터에 나오는 비중은 20~30%밖에 안 돼요. 왜 그럴까요. 여성들이 출산 후 복귀하려고 할 때 이런 고민이 드는 거예요. ‘여성이 임원까지 쭉쭉 승진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데, 내 아이를 여기저기 맡겨가면서까지 한 몸 바쳐 일할 가치가 있을까?’ 한국의 여성 리더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예요. 이 수치는 제가 LG 임원일 때부터 똑같았어요. 멕시코보다, 일본보다 낮아요. 이런 자원 낭비가 없다고 봐요. 너무 아까워요.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면 국가 경쟁력이 훨씬 높아질 거예요.
‘워킹맘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나요.
커리어가 보장된다고 해도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제 경험상 워킹맘이라고 해서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건 결코 아니에요. 아이들은 엄마가 치열하게, 도전적으로 사는 모습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요. 지금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더 넓은 시야를 아이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그 질이 무조건 높은 것도 아니니, 너무 불안해할 필요 없어요.
여성들이 직장 생활할 때 갖추면 좋은 역량이 있을까요.
조직 관점에 빨리 눈을 뜨라고 말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나한테 너무 모질게 구는 리더가 있다고 해보자고요. 그러면 그 상황을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전체 조직 차원에서 바라보라는 거예요. 먼저 개인적인 감정과 분리해서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서게 된 능력, 강점을 배우면 좋겠죠. 그리고 그 사람의 리더십에 대해 나처럼 불만을 가진 구성원이 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러면 나는 같은 자리에 갔을 때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은지 연구하고 준비하는 거죠. 때로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너무 억울해하고 힘들어하면서만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해요.

“워킹맘도 충분히 좋은 엄마 될 수 있죠”
회사 생활에 후회되는 점도 있나요.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맞췄나요.지금이야 코칭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예전에는 저도 다른 리더들과 똑같았어요(웃음). 머릿속이 성과,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죠. 그때 너무 일 위주로 모든 것을 처리했구나, 사람을 먼저 보고 그 사람을 통해 일을 봤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그래서 저는 직장인 여성들한테 오히려 잘 쉬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특히 여성 리더들은 경쟁을 뚫고 승진하려고 정말 남들의 2배, 3배씩 일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결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 오히려 헤매기도 하고 우왕좌왕해요. 워킹맘들은 아이도 기르고 일도 해야 하는데 쉬는 건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 생각을 덜어내야 여유를 갖고 아이를 대할 수 있고, 직장에서도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안목이 트여요. 저는 직장 생활할 때도 지금도 영화, 전시 보는 것 정말 좋아해요.
#윤여순 #LG #커리어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출처 ‘유퀴즈 온 더 블록’ 유튜브 채널 캡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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