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대한민국은 또다시 ‘연인’ 열풍으로 휩싸일 전망이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에서 감각적인 사랑을 그린 김은숙 작가·신우철 PD 콤비가 ‘연인’ 시리즈 3탄 ‘연인’으로 3타석 흥행을 예고하고 있는 것. 박신양·전도연 주연 영화 ‘약속’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희곡 ‘돌아서서 떠나라’를 극화한 이번 드라마에서 이서진은 조폭 강재, 김정은은 성형외과 의사 미주로 등장한다.
고아 출신으로 조직의 ‘넘버 투’가 된 강재는 부상을 당해 미주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미주와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한편 강재를 라이벌로 여기는 보스의 아들 세연(정찬)이 미주를 사랑하고, 강재의 첫사랑 유진(김규리)이 강재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면서 네 사람의 사랑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전작인 드라마 ‘다모’ ‘불새’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2년 만에 조직폭력배로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서진(33)은 “그동안 강한 남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기다려왔다”며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화면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면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에서 미주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강재를 ‘보조개 두목’이라고 저장해놓는데, 사실 저는 웃는 모습이 제 이미지와 잘 맞지 않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밝은 캐릭터보다는 어둡고 아픔이 있는 캐릭터에 더 관심이 가요.”
드라마에서 조직폭력배로 등장하는 만큼 액션신 촬영도 많다고 한다. 그는 날렵한 몸놀림을 위해 몸무게를 3kg 정도 감량했고, 조폭의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는 문신을 등 전체에 그려넣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또한 드라마 초반 김정은을 유괴한 상대 조직을 보트로 추격하는 장면은 대역 없이 그가 직접 연기했다고 한다.
“사실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났어요. 빠른 속력으로 달려야 했기 때문에 충돌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었거든요. 이틀에 걸쳐 촬영을 했는데 현지 스태프들과 호흡이 잘 맞아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김정은의 코믹한 애드리브 때문에 NG 많아
‘연인’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이서진과 김정은.
촬영장에서는 김정은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와 코믹한 행동 때문에 NG가 많이 난다고 한다. 김정은이 먹다 남은 빵을 소품으로 활용하고, 엽기적인 표정을 지어보일 때면 그 역시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고. 그는 “상대 여자 연기자가 엉뚱하고 재미있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웃었다.
‘다모폐인’(드라마 ‘다모’의 열혈팬들을 일컫는 말)을 양산한 장본인인 동시에 ‘연인 시리즈 3탄’의 주인공인 그는 박신양, 김주혁에 이어 흥행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다. 원작의 주인공을 새롭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 또한 부담감으로 다가올 법하지만 그의 반응은 의외로 무덤덤하다.
“영화 ‘약속’에서 박신양씨가 연기한 상두와 ‘연인’의 강재는 전혀 다른 인물이에요. 상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쳤지만, 강재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의 마음에 답하기는커녕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변해가는 자신을 보며 힘들어하죠. 언제나 일이 먼저라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를 이용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김은숙 작가가 만든 남자 주인공 중에서 가장 나쁜 놈일 거예요(웃음).”
이번 드라마에서는 ‘애기야’ ‘이 안에 너 있다’ 등 여심을 설레게 하는 대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우직함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예정인데, 그는 “평소에 무뚝뚝한 사람이 가끔 한 번씩 잘해주면 그게 더 감동적이지 않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무영검’ 이후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그는 쉬는 동안 연기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연기와 비교하며 공부를 했다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아 드라마 ‘다모’에 함께 출연한 하지원과 같은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하지원의 개인 트레이너 역할도 해줬다고 한다. 한편 하지원이 ‘연인’과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KBS ‘황진이’에 출연 중이어서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경쟁자가 됐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서로 많이 격려해줬어요. 지원씨는 뭐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잘할 거라 믿어요. 운동도 한번 가르쳐주면 선수처럼 열심히 해요. 근육이나 운동하는 모양이 꼭 남자 같다니까요(웃음).”
남자답고 반듯한 이미지로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올 겨울 어떤 색깔의 사랑을 보여줄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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