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결혼식을 올린 지누(35·본명 김진우)와 김준희(30)는 소문대로 ‘초절정 닭살 커플’이었다. 인터뷰 중에도 서슴없이 스킨십을 나누고, 입이 닳도록 서로를 칭찬하는 모습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얼마나 행복한지를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연애할 때부터 결혼해서까지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고 하니,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의구심(?)마저 든다.
먼저 두 사람에게 “결혼하고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묻자 김준희는 ‘가족이 생긴 것’, 지누는 ‘아침마다 준희와 침대에서 장난치고 노는 것’이라고 답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가 이혼해 결혼 전까지 엄마와 단둘이 지냈다는 김준희는 ‘오빠 같고, 아빠 같은’ 남편이 생겨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자란 지누 역시 오랫동안 부모가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내기는 마찬가지였다고.
“남편은 유일하게 저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성격이 괴팍스럽고(?) 변덕도 심한데 남편은 지금까지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어요. 제가 아무리 말도 안되는 걸로 트집을 잡아도 다 받아줘요. 제가 잘못했을 때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짚어주지만 그것 또한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아요. 남편 같은 사람은 처음이에요(웃음).”
95년 가요계에서 활동하며 얼굴을 본 적이 있는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친구들 모임에서 10년 만에 재회, 사귄 지 딱 1년째 되는 날 결혼식을 올렸다. 모임에서 김준희를 보고 첫눈에 느낌이 왔다는 지누는 “10년 전 서로 가수로 활동할 때 만났어야 했는데, 그때 결혼을 했다면 지금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5월 연예계 ‘닭살 커플’ 계보에 오른 지누·김준희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고.
“데이트 시절 뭐든 ‘나도, 나도’하며 맞장구쳐준 남편, 알고 보니 귀여운 사기꾼이었어요”
모임에서 처음 만난 날 먼저 전화번호를 물은 이는 지누였다. 첫 데이트 때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안했다는 두 사람은 ‘통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준희는 자신이 하는 말에 뭐든 “나도, 나도” 하며 맞장구를 치는 남편이 신기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축하할 일이 있다”며 그를 한강 둔치에 있는 배 카페로 데려간 지누는 “오늘이 김준희 팬클럽 창단식”이라고 말한 뒤 “앞으로 영원한 너의 팬이 되겠다”는 고백을 했다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연애 초반에 제 말에 맞장구를 칠 수 있었던 건 미리 인터넷으로 저에 대한 정보를 찾아냈기 때문이래요. 하지만 전 그게 더 기분 좋아요. 저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한 모습이 가상하고, 귀여운 사기꾼이잖아요(웃음).”
‘귀여운 사기꾼’이라는 말이 겸연쩍은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한참을 까르르 웃는 두 사람. 결혼 프러포즈는 ‘팬클럽 창단식’보다 더 로맨틱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지누가 “35년 동안 찾아 헤맨 나의 반쪽을 이제야 만났다”며 김준희 손에 반지를 껴준 뒤 “결혼하자”고 말한 것. 김준희는 생각지도 못한 프러포즈에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꿈꿔오는 순간이잖아요. 지금도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설레고 행복해요. 그런데 한 가지, 그때 남편이 무릎을 꿇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워요(웃음). 션 오빠는 (정)혜영 언니한테 무릎까지 꿇고 프러포즈를 했거든요.”(김준희)
“안 그래도 다음 날 (양)현석 형한테 프러포즈했다고 자랑하니까 형이 가장 먼저 ‘무릎 꿇었냐?’하고 묻는 거예요(웃음). 아무래도 프러포즈를 다시 한번 해야 하려나 봐요.”(지누)
권위적이지 않고 친구처럼 다정한 남편을 “설탕 같다”고 말하는 김준희. 하지만 그도 가끔은 남편이 이해 안 될 때가 있다고 한다. 지누의 낙천적인 성격 때문인데, ‘빨리 빨리’가 입에 붙어있는 자신과 달리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조급해하지 않는 남편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고.
“분명 큰일인데 남편은 그냥 ‘허허’거릴 때, 도대체 저런 여유가 어디서 나오나 싶다니까요. 어린 시절 미국에서 자라서인지 일반적인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김준희)
“얼굴 찡그린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아무리 안 좋은 일이 닥쳐도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고요. 저희 둘의 성격이 정반대라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것 같아요.”(지누)
지누는 김준희에게 ‘동료 가수 션의 아이를 훔쳐오자’고 농담할 정도로 아이를 좋아한다고.
전망 좋은 언덕 위에 자리한 신혼집은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모던 스타일로 꾸몄다고 한다. 김준희가 결혼 전부터 직접 인테리어를 도맡아 했는데, 꼼꼼한 성격 때문에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서야 공사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조명, 액자 등의 소품도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두 사람이 손잡고 을지로와 강남고속터미널 상가를 돌면서 함께 골랐다고.
두 사람은 집안일도 함께 나눠 하고 있다. 한 사람이 식사준비를 하면 다른 한 사람은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면 빨래를 도와주며 소꿉장난하듯 역할 분담을 한다는 것.
“제 특기 중 하나가 ‘빨래 돌리고 도망가기’예요. 그러면 남편이 알아서 빨랫줄에 옷을 널어주죠. 어떨 때는 남편이 전화해서 ‘너 또 빨래 돌리고 도망갔지? 하면서 볼멘소리를 하기도 해요(웃음).”
스스로 요리가 취약부분이라고 말하는 김준희는 결혼하기 전 요리학원을 꾸준히 다닌 결과 지금은 한식과 일식은 어느 정도 맛을 낼 줄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요리 솜씨는 여전히 지누를 당해내지 못한다고. 지누는 종종 특별식을 만들어 지쳐있는 그에게 감동을 안겨준다고 한다.
현재 YG 패밀리 소속 가수들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지누의 최근 활동에 대해 묻자, 김준희가 먼저 나서서 “음악 프로듀싱뿐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직접 촬영하고 후배 가수의 앨범재킷 사진도 찍어줬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또한 웹 디자인 실력도 뛰어나 ‘YG 패밀리’ 로고도 그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아내의 자랑에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는 지누는 “현석이 형 밑에서 직장생활하느라 지누션 앨범을 낼 시간이 없다”며 웃었다.
김준희는 지난 5년 동안 압구정동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해온 경험을 살려 5개월 전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했다.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쇼핑몰을 오픈하고 한 달 만에 1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그는 당시 예상 밖의 결과에 겁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처음 34평에서 시작한 사무실이 지금은 두 개의 층으로 넓어졌고, 사업 규모도 초반에 비해 세 배 정도 늘었다고.
“아르바이트하는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건데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자리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주문이 계속 들어오니까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결국 쇼핑몰 오픈하고 한 달 만에 잠깐 스톱을 했어요. 그러는 동안 직원 수도 늘리고 배송 관련 시스템도 다시 정비했죠. 남편도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 회사 스폰서이자 홍보·마케팅 이사예요(웃음).”
옷 디자인부터 직원관리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지내는 아내를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는 지누. 그는 “사업도 좋지만 무엇보다 준희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준희를 처음 만났을 때는 ‘천생연분’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돈까지 잘 버는 요즘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농담을 했다.
“신혼의 달콤함 더 누리고 싶어 임신은 내년으로 미뤘어요”
신혼의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있는 두 사람은 2세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나이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갖고 싶지만 현재 벌여놓은 사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아이 욕심은 잠시 접기로 한 것.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신혼의 달콤함을 좀 더 누리고픈 마음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지누는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본다고.
“얼마 전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션 오빠네 집에 놀러 갔는데 남편이 귓속말로 ‘우리 하음이(션의 딸) 훔쳐오자’고 하는 거예요(웃음). 평소 아이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아이가 좋은가 싶더라고요. 내년으로 미룬 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의 사랑을 뺏길 것 같아요(웃음).”
아이 얘기가 나오자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 지누는 “엄마 아빠를 닮은 하나의 생명체가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다”고 말하며 마냥 행복해했다. 그에게 “아이가 태어나면 아내와 아이 중 누가 더 예쁠 것 같냐”고 묻자 그는 “그건 사과와 오렌지 중 어떤 게 더 맛있냐는 질문과 같다”며 웃음으로 넘겼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지누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미국 LA에 있는 시집에 다녀왔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집안 행사를 치른 김준희는 초반에 다소 긴장했지만 편안하게 자신을 맞아준 시부모와 친척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장모로부터 예쁨을 받는 건 지누도 마찬가지. 두 사람이 사귀는 동안에도 어머니와 자주 만나 미리 사위 대접을 받았다는 그는 “준희가 장모님의 센스를 닮았다”며 자랑했다.
“옷도 잘 입으시고 연세가 있으신데도 미모가 남다르세요. 쿨한 성격도 준희와 비슷하고요.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처갓집에 들르면 아들처럼 챙겨주시고 예뻐해주셔서 늘 감사하죠(웃음).”
평생 서로에게 ‘베스트 프렌드’가 돼주기로 약속했다는 지누·김준희 부부. 해질 무렵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가장 부럽다고 말하는 두 사람은 “나이들수록 더욱 로맨틱하고, 서로에게 매력적인 커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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