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모습으로 하늘에서 편안하게 있을 거라고 믿어요.”
지난 2월24일 밤 9시경, ‘맥도널드’ 아저씨로 유명한 탤런트 김명국(45)의 아들 영길군(8)이 백혈병으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영길군은 오랜 항암 치료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면서 폐에 생긴 곰팡이균으로 인해 호흡곤란을 겪어오다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그의 유해는 2월26일 인천 연안부두 앞바다에 뿌려졌다.
영길군이 떠난 지 열흘째 되던 지난 3월5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고 김영길군의 추모제가 있었다. 하늘도 영길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일까, 3월인데도 눈이 내렸다. 부인 박귀자씨(41)와 딸 소슬양(12), 그리고 친지들과 함께 참석한 김명국은 입술이 부르트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영길이가 생전에 떡볶이와 순대를 그렇게 먹고 싶어 했는데, 병원에 있는 동안 주지 못해 너무 안타깝고 미안했다”며 떡볶이와 순대를 가지고 왔다는 그는 아들이 뿌려진 바다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유람선에 올랐다.
“저는 일하느라 영길이와 함께 한 시간이 적어요. 아내가 늘 곁에 있었죠. 영길이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요.”
“영길이는 떠났지만 앞으로도 백혈병 앓는 아이들 위해 노력할 것”
더욱이 그는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 촬영 때문에 아들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고 한다. “2월22일 부안으로 촬영을 떠날 때 영길이가 좋아하던 소품용 칼을 가져다주기로 약속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그는 아들의 영정 사진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2000년 3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영길군은 한때 완치 판정을 받기도 했지만 2003년 5월 재발, 항암 치료를 다시 받아왔다.
그의 부인 박씨는 “지난해 2월 제대혈을 기증받아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고 경과가 좋아져 영길이를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비록 한 달가량 하루 2시간씩만, 그것도 엄마 박씨의 등에 업혀서 다닌 것이 전부였지만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영길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바로 앞으로 이사까지 했다고.
“의사 선생님은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보냈어요. 영길이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학교에 처음 가던 날 영길이가 ‘엄마, 친구들한테 나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지 마’ 그러는 거예요. 아프고 수술하고 그랬던 게 얼마나 신경이 쓰였으면 그런 말을 할까 싶어 가슴이 저렸어요.”
그러다 재발 판정을 받고, 다시 입원했다.
“암세포가 약을 이겨내니까 점점 더 강한 약을 써야 했지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죽기 얼마 전에 영길이가 ‘나 언제까지 치료받아야 되냐’고 처음으로 물어보더라고요. 자기도 버티다 버티다 한계점에 온 것을 느꼈나 봐요.”
오후 4시가 되자 유람선이 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추모제가 시작되었다. 박씨는 영길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뒤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고, 옆에 있던 김명국도 꾹꾹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어 그들은 가져온 떡볶이와 순대를 마치 영길이에게 하나하나 먹여주듯 바다에 조심스럽게 던졌다.
영길군의 영정을 닦고 있는 누나 소슬양(왼쪽사진). 영길군이 좋아하던 떡볶이와 순대를 영길군의 유해가 뿌려진 바다에 하나씩 던지는 김명국 부부.
“골수이식 수술도 못 받아보게 하고 이렇게 그냥 보낸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박씨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는지 바다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우리 영길이 따뜻한 병원에만 있다가 차가운 바다에 있어 추워서 어쩌지”라고 하자 옆에 있던 딸 소슬이가 말없이 자신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서 박씨의 손에 껴주었다. 이날 소슬이는 시종일관 의젓하게 엄마 아빠를 챙겼다.
추모제가 끝나고 배가 다시 선착장을 향해 방향을 돌렸을 때, 김명국은 “예전엔 사람들이 ‘자기 애가 아프니까 저러는 거지’라고 생각할까봐 골수 기증 홍보도 떳떳하게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떳떳하게,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영길이는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남아 있는 아이들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골수를 기증함으로써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거예요. 아내도 하루빨리 아픔을 털고 일어나 아픈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합니다.” 김명국씨 부부의 바람처럼 영길군이 이 세상에서 한 점의 빛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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