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콘서트를 통해 \'젠틀맨\'의 안무를 첫 공개한 싸이.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인기를 끈 싸이(36·본명 박재상)의 신곡 발표는 한 편의 영화처럼 긴장감이 있었다. 싸이는 4월 12일 자정 신곡 ‘젠틀맨’을 세계 1백19개국에 동시 공개했다. 세계 언론은 이 소식을 앞다퉈 전했고, ‘젠틀맨’은 발표되는 순간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싸이는 이어 이튿날 오후 6시 30분 신곡 발표 기념 콘서트 ‘해프닝’을 열었다. 뮤직비디오와 젠틀맨 안무를 팬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기 위해서다. 같은 날 오후 9시에는 뮤직비디오가 유튜브(www.youtube.com)에 공개됐다.
싸이는 콘서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신곡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부담을 안 가지려니 더 부담되더라”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신곡 공개 뒤 첫 공연을 한국에서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도 받았다. 한국 가수가 한국에서 신곡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제목이 ‘젠틀맨’일까.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스타일’이라는 단어는 전 세계 공통어더라. 어느 나라에서든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쓰고, 똑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그런 단어를 찾다 ‘젠틀맨’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내 언론 및 외신을 포함해 2백여 매체가 참석했다. ‘강남스타일’ 이후 싸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신곡과 뮤직비디오 공개 직후 ‘강남스타일’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는 평과 중독성 있다는 평이 팽팽하게 맞섰다. ‘젠틀맨’의 흥행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싸이는 “1보 전진할지, 2보 전진하기 위해 1보 후퇴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노래가 기호에 맞든, 그렇지 않든 또 한 번 한국어로 된 노래로 해외에 노크를 하는 것이니 많은 응원 부탁한다”며 신곡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1 장르 : 싼티 나는 클럽 음악
‘젠틀맨’의 장르는 일렉트로닉이다. 업비트 템포였던 ‘강남스타일’과는 달리 템포를 다소 늦췄다. 싸이는 신곡에 대해 “내 스타일대로 싼티를 냈다. ‘젠틀맨’은 클럽 음악이다”라고 콘셉트를 소개했다.
‘젠틀맨’은 싸이와 작곡가 유건형이 공동으로 작곡하고, 싸이가 작사를 했다. 싸이는 “유건형과는 ‘연예인’부터 같이 일하고 있다. ‘왜 같이 하느냐’가 아니라 ‘그냥 같이 계속하는 사이’”라며 두 사람 사이의 끈끈한 우정을 설명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대중이 원하는 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행복해하는 걸 보면 저도 행복하거든요. 저는 좋게 말하면 대중의 기호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나쁘게 말하면 대중의 눈치를 많이 보는 작곡가입니다(웃음).”
2 가사 : ‘알랑가 몰라’외국인 입에 찰싹 붙는 한국어
‘강남스타일’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오!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중독성 강한 가사. 싸이는 “이번에는 우리말 중에 좀 된 발음이 덜한 쉬운 말을 찾았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합창하기 쉬운 ‘알랑가 몰라’나 ‘말이야’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쉬운 단어를 흥얼거리기 쉽도록 철저히 계산해 작사·작곡한 것은 싸이의 영민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아임 어 마더, 파더, 젠틀맨’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다. ‘욕설을 순화했다’ ‘말 그대로 엄마, 아빠, 신사라는 뜻이다’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싸이는 “듣기 나름”이라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3 뮤직비디오 : B급 장난 대거 포함, 방송 부적격 판정도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에 앞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뮤직비디오를 작업하며 폭소하는 사진이 싸이의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 의자 빼기, 어린아이 공 빼앗아 차기 등 뮤직비디오 속 싸이의 행동은 전래동화 속 놀부와 비슷하다. 신사답지 않은 신사를 재치 있게 표현한 싸이식 코미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뮤직비디오 속 장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남녀노소가 즐기기에는 수위가 높고 장난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KBS가 뮤직비디오 도입 부분의 주차 금지 시설물을 발로 차는 장면이 공공시설물 훼손에 해당한다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리자, YG엔터테인먼트는 “KBS의 의견을 존중하며, 재심의를 받기 위해 내용을 수정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4 춤 : 싸이식으로 재해석한 ‘시건방춤’
‘강남스타일’의 ‘말춤’에 이어 싸이가 선택한 ‘젠틀맨’의 흥행 코드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이다. 싸이는 ‘젠틀맨’ 안무에 시건방춤을 넣으면서 이 춤을 처음 만든 야마앤핫칙스 측에 저작권료를 지불했다. 안무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음에도 정식으로 리메이크하겠다는 뜻에서였다고 한다.
“외국 활동에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처럼 안무 포인트가 많은 곳이 드물다는 거죠. 그래서 이 춤들을 재해석해 외국에 알리는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춤의 주인들이 재조명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거고요. 다음에는 우리나라의 좋은 노래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할 겁니다. 굳이 새로운 창작물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좋은 것들을 해외에 계속 소개할 생각입니다.” 시건방춤에는 포인트 안무인 ‘꽃게춤’이 숨어 있다. ‘젠틀맨’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꽃게춤은 옆으로 통통 튀면서 추는 춤으로, 옆으로 걷는 게의 특성을 살린 안무다.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크랩 댄스’라는 영어 안무명도 마련해뒀다는 후문이다.
5 출연진 : 절친 ‘무도’ 멤버부터 제2의 ‘싸이걸’ 가인까지
뮤직비디오에는 진짜 신사라면 결코 하지 않을 B급 장난이 가득하다. 이 장난에 참여한 대표 카메오는 ‘강남스타일’에서도 호흡을 맞춘 절친 ‘무한도전’ 멤버들이다. 그들은 싸이의 ‘SOS’에 선뜻 참여 의사를 밝혔다. 엘리베이터 속 싸이의 장난에 곤혹스러워하는 유재석, 함께 의자 빼기 장난을 하며 ‘진상 댄스’를 추는 정형돈, 유리 뒤에서 홀로 ‘저질 댄스’를 추는 노홍철, 민망한 포즈로 붙어 ‘불장난 댄스’를 추는 박명수와 정준하, 독특한 캐릭터로 열정적인 춤을 추는 하하, 대머리임에도 목욕탕에서 머리를 말리며 빗질하는 길은 움직임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포미닛 현아에 이은 두 번째 ‘싸이걸’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이다. 만우절 날 싸이의 섭외 전화를 받아 거짓말인 줄 알았다던 가인은 흔쾌히 출연에 응했다. 지난해 솔로곡 ‘피어나’를 통해 섹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인은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도 현아와는 또 다른 농염한 모습으로 등장해 화제를 낳았다. 이 밖에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3’ 우승자 최소라가 수영장 비키니 신에 출연했다. 뮤직비디오 초반 4명의 할아버지는 연기 경험이 있는 보조 연기자다.
1 2 3 4월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해프닝’콘서트 현장. 흰색에 흰 야광봉을 든 팬들 사이로 싸이가 날고 있다. 이날 무대는 싸이의 지휘 아래 한국과 미국의 제작진이 꾸몄다고 한다. 4 절친 유재석이 싸이를 위해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뮤직비디오에는 볼일 급한 유재석을 괴롭히는 장난 외에도 다양한 B급 장난이 가득하다. 5 제2의 싸이걸, 가인은 이번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해외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속 두 사람 사이의 술병은 그가 모델로 있는 하이트 진로의 참이슬과 드라이피니시다. 6 싸이 신곡 발표 기자회견. 국제 가수답게 국내외 2백여 언론 매체가 참석했다.
6 장소 :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는 어디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장소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다. 그 이어 바로 뒤 공부하는 여학생을 엉덩이 만진 손으로 괴롭히는 장면은 옛 서울시청사를 개조해 개관한 서울도서관 세계자료실에서 촬영했다. 싸이와 댄서들이 벽면에 설치된 거대한 책장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장면 역시 서울도서관의 ‘생각마루 계단’에서 촬영했다. 싸이가 화장실이 급한 유재석을 놀리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마구 누르는 장면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촬영했다. 싸이와 정형돈이 의자에 앉으려는 여성을 골탕 먹이는 장면 또한 이곳에서 촬영했다. 싸이가 포장마차에서 나와 꽃게춤이 포함된 시건방춤을 추는 곳은 마포대교 아래다. 다이빙대에서 미녀들과 함께 물속으로 튕겨나가는 신은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 수영장에서 촬영했다.
뮤직비디오 속 피트니스센터와 댄서 1백여 명과 군무를 추는 장면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위치한 ‘원마운트’에서 촬영했다. 원마운트는 복합쇼핑몰로 주변에는 킨텍스와 3월 말 문을 연 엠블호텔이 있다. 뮤직비디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도로 역시 원마운트 근처 사거리다.
7 광고 : 게임부터 술까지 PPL 가득해도 OK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간접광고(이하 PPL)의 천국이다. 러닝머신을 뛰는 여성을 괴롭히는 장면 전에 잠깐 등장한 게임은 영국 킹사의 페이스북 기반 모바일 게임 ‘캔디 크러시 사가’다. 한 매체에 따르면 킹은 이 장면을 위해 1백만 달러(약 12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YG 측은 “해당 게임의 광고 계약 건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싸이는 자신이 광고모델로 있는 업체를 위한 자체 PPL도 끼워넣었다. 포장마차 신에서는 하이트 진로의 드라이피니시와 참이슬을 노출했다. 하이트 진로 측은 “콘서트는 후원했지만 뮤직비디오 PPL은 하지 않았다. 싸이 측이 광고주를 배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자발적인 싸이의 PPL로 하이트 진로는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를 얻었다. 싸이가 복사기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대는 장면에서도 역시 그가 광고모델로 있는 더블에이의 복사용지가 등장했다. 광고주를 위한 싸이 식 배려인 셈이다.
8 콘서트 : ‘백의 천사’ 싸이 무대 위를 날다
신곡 발표 기념 ‘해프닝’의 드레스 코드는 흰색이다. 싸이는 이에 대해 “발상의 시작은 다소 유치하지만 백의민족이라는 콘셉트였고, 그 후에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흰 옷을 입은 관객들에게 조명을 대면 반사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외국에서 유튜브로 공연을 볼 때 놀라는 것이 팬들의 단체 행동인데, 떼창, 떼춤 등의 향연을 연출하기 위해 색깔을 맞췄다. 그중에서도 흰색이 가장 강렬하지 않을까 해서 골랐다”며 드레스 코드 이면에도 철저한 계산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9 해외활동 : ‘젠틀맨’ 국내 활동은 콘서트가 마지막
아쉽게도 싸이를 당분간 한국에서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해프닝’ 콘서트를 ‘젠틀맨’의 국내 활동 시작이자 끝이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음악방송 차트에서 ‘젠틀맨’이 1위를 해도 싸이가 수상 트로피를 받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없다. 싸이는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스쿠터 브라운의 지휘 아래 4월 넷째 주에 출국해 미국에서의 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 스쿠터 브라운은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칼리 레이 젭슨 등을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운 연예기획자로 4월 18일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백 인’에 이름을 올렸다.
스쿠터 브라운은 싸이와 지난 ‘강남스타일’ 열풍 이후부터 친한 친구가 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쿠터 브라운은 싸이에 대해 “싸이는 단순히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한 곡만 성공한 가수)가 아니다. 5만 명 앞에서 콘서트를 열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칭찬했다.
10 기록 : 꿈에 그리던 미국 빌보드 1위 달성?
4월 20일 현재 ‘젠틀맨’의 유튜브 조회수는 1억7천 뷰에 달한다. 빌보드 차트 순위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게 된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활동 당시 7주 연속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1위 등극에는 실패했다. 당시 ‘강남스타일’은 높은 음원 다운로드 실적에도 라디오 방송 횟수에 밀려 마룬 파이브의 ‘원 모어 나이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존 빌보드 집계는 싱글 판매량과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유료 스트리밍과 1천여 개 미국 방송사의 방송 횟수를 합산해 이뤄졌기에 높은 유튜브 조회수와 많은 이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1위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빌보드 측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올 3월 둘째 주부터 ‘핫 100’에 유튜브 조회수를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젠틀맨’의 빌보드 1위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게 됐다. ‘젠틀맨’은 4월 18일 현재 ‘핫 100’ 차트 12위로 진입했다. 또한 싸이는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 두 곡을 올린 가수가 됐다.
|
||||||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