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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부터 치지 말고 마음의 문을 두드리세요”

interview - 최성애·조벽 부부에게 듣는 감정코칭이란?

글·김민지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1. 04. 12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이의 감정을 외면한 채 부모의 뜻대로 양육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최성애 박사와 조벽 교수 부부는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끌어주면 온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야단부터 치지 말고 마음의 문을 두드리세요”


“먼 미래의 목표에 아이를 끼워 맞추는 양육법은 그만둬야 합니다. 현재 아이의 감정이 어떤지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춰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조벽)
“모든 감정은 존재하는 이유와 역할이 있습니다. 그렇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이에게 알려주고 도와주는 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최성애)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공동 집필한 동갑내기 부부 최성애 박사(56)와 조벽 교수가 내린 감정코칭의 정의다. 교육심리전문가로 활동하는 최성애 박사와 전국 위(Wee·학생안전통합시스템)센터의 거점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감정코칭이야말로 자녀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가족 행복까지 찾아줄 수 있는 ‘마법’이라고 소개한다.
27년간 미국에서 거주하던 이들 부부는 2007년 영구 귀국했다. 조 교수가 안식년을 맞아 부산 ‘소년의 집(알로이시오 중·고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이 그 계기였다. 궁극적으로는 부부가 함께 꿈꿔온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들이 품어온 미래는 결혼 전 첫 만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교수는 처음 만난 최 박사에게 ‘은퇴 후 어떤 삶을 살 거냐’고 물었다. 최 박사는 망설임 없이 “사회로부터 외면받거나 버림받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 교수 역시 최 박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운명의 ‘짝’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심리학과 기계공학. 최 박사와 조 교수는 서로 전공 분야가 달랐지만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살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문제의 핵심엔 ‘무너지는 가족’이 있었다. 세계적인 부부치료 연구자로 알려진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소에서 2006년 가트맨공인치료사를 획득한 최 박사가 먼저 부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부부의 문제는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결국 최 박사와 조 교수는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선 훗날 부모가 될 자녀들의 교육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부부는 서울시 꿈나무 마을과 위센터 등에서 위급한 상황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정서지능’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됐다. 정서지능의 핵심은 감정인데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인지하고 조절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가트맨 박사가 세운 감정코칭의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다년간 수천 명의 아이들을 보면서 알게 된 결과였다”고 말했다.
“국내외 가정, 학교, 상담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감정이야말로 아이의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만 세워주면 아이뿐 아니라 부모까지 행복해지는 무수한 사례를 만날 수 있었죠.”
그러나 최 박사는 자녀에게만 일방적으로 감정코칭을 가르치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야 아이에게 제대로 된 감정코칭을 가르칠 수 있어서다.
“아이가 징징거리거나 울면 엄마도 짜증이 나죠. 이걸 그냥 숨기지 말고 이 감정이 어디서 왔나 곰곰이 따져보세요. 어쩌면 엄마 역시 어린 시절 부모에게 좌절감이나 무기력감, 감정에 대한 통제를 받고 자란 것일 수 있죠. 부모가 정리되지 않은 감정으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 감정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자신이 겪었던 문제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반복되는 거죠.”
조 교수 역시 부모의 감정코칭이 선행될 때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꺼냈다.
“가출을 일삼고 오토바이 절도까지 했던 학생이 있었어요. 부모가 센터로 와서 상담을 맡기려고 하는데 아이가 도통 말을 듣지 않는 거죠. 그런데 얘길 들어보니 부모도 위기 상황이었어요. 항상 싸우기만 하고 부부의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퍼부었더라고요. 결국 부모가 8차례 상담을 통해 감정코칭법을 배우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어요. 아이가 스스로 검정고시를 준비해 합격하는 등 확 달라진 거죠.”

아이의 감정은 받아주되 잘못된 행동은 수정해야

“야단부터 치지 말고 마음의 문을 두드리세요”


조 교수는 부모의 이성적인 판단으로 아이의 감정적 행동을 가르치려고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성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아이에겐 훈계나 잔소리로만 들리기 때문이다. 그는 감정코칭 기술을 이용해 “아이의 감정은 받아주되 잘못된 행동은 수정해주는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라도 먼저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에 알맞은 방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되도록 함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엄마는 하는데 아빠는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거든요. 절대적인 양육 시간이 많다고 아이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죠. 자녀와 정기적인 시간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 교수는 그런 면에서 자녀와 게임을 하라고 권했다. 부모와 하는 승패가 있는 게임을 통해 아이가 상처받은 것을 회복하는 힘도 기를 수 있다는 것. 또 게임의 규칙을 배우면서 규범의 중요성도 인식할 수 있다.
최 박사는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 아이가 행복해지는 길에 대해 고민해주길 당부했다. 결국 그것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것과 맞닿아 있다.
“시중에는 이렇게 아이를 키워서 성공했다는 육아집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건 하나의 개인 사례에 불과하죠. 부모의 목표나 성과에 맞춘 아이의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요. 아이의 겉만 보고 속을 읽지 못하면 헛된 환상에 빠질 뿐입니다. 위축돼 있고 불안한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 아이 마음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일반화된 이론을 가진 감성코칭 조언대로 아이의 ‘정서 통장’을 채우다 보면 큰 변화를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
부부는 이미 감정코칭으로 남매를 키워냈다. 지금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탁가정 형식으로 돌보며 또 다른 감정코칭의 수혜자를 길러내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하죠. 이렇듯 아이는 부모 행동의 결과입니다. 진정 아이를 위한 방식이 무엇인지 부모가 먼저 고민하고 깨달아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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