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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닮아가는 부부

5년 만에 드라마에서 부부로 호흡 맞추는 이영범·노유정 부부

“서로 성격이 많이 달라 다툼도 있었지만 12년간 함께 살며 오누이처럼 닮아가네요”

글·민선화 / 사진ㆍ정경택 기자

2006. 01. 04

탤런트 이영범과 개그우먼 노유정 커플이 KBS 새 어린이 드라마에서 부부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지난 2000년 종영된 SBS 시트콤 ‘LA 아리랑’에서 극 중 부부로 나와 코믹 연기를 펼친 후 5년 만이다. 결혼 12년 차에 접어든 이들 부부를 만나 실제 결혼생활과 남매의 교육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5년 만에 드라마에서 부부로 호흡 맞추는 이영범·노유정 부부

탤런트 이영범(44)과 개그우먼 노유정(41) 커플이 5년 만에 부부연기를 선보인다. 지난 12월 초 첫 방송된 KBS 어린이 드라마 ‘641가족’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부부로 출연 중인 것. 지난 2000년 막을 내린 SBS 시트콤 ‘LA 아리랑’ 이후 두 번째 동반 외출이다.
“그동안 교통방송 라디오와 교양 프로그램에는 출연해왔지만 연기는 ‘LA 아리랑’ 이후 처음이에요. 큰아들 성찬이(11)와 딸 채린이(6) 모두 어느 정도 자라서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최근 몇 년 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노유정은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으로 인해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반면 남편 이영범은 아내와 극 중 부부로 출연하는 것이 “불편하고 어색하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아내가 혹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신경 쓰이고 매일 보던 사람이랑 연기하려니까 어색하기도 해요. 하지만 아내가 그동안 연기를 무척 하고 싶어했어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인데다 동기생인 탤런트 이재룡, 배종옥 등이 연기하는 걸 보면 자극을 받나 봐요. 그러던 중에 이번 배역이 들어와서 ‘우린 패키지니까!’ 하면서 흔쾌히 수락했죠. 제 입장에서는 아내를 위한 배려 차원의 출연이었는데… 글쎄요, 아내는 어떨지(웃음).”
옆에서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노유정은 “모처럼 출연인데 상대배역이 남편이라서 불만”이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했다.
“제가 처음에 작가한테도 그랬어요. ‘아이, 좀 바꿔주지… 이럴 때 한번 다른 남자를 만나보는 거지’라고요. 사실 그렇잖아요? 남편은 그동안 부인도 많이 바뀌고 애인도 많이 바뀌었는데 저는 기회를 안 주니….”
그러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노유정의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 드라마 촬영으로 늘 바빠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남편을 앞으로 촬영장에서 항상 볼 수 있어 좋다고 기자에게 살짝 말한 것.
“저도 매일 집에서 아이들 엄마로만 보다가 촬영장에서 만나니까 아내가 새로워 보이더라고요. 종종 데이트하는 기분도 들고요. 더군다나 우리 아이들이 보는 어린이 드라마라서 촬영할 때도 더 재밌고 좋아요.”

애정표현 잘 못하는 남편과 애교 많고 활발한 아내
5년 만에 드라마에서 부부로 호흡 맞추는 이영범·노유정 부부

올해로 결혼 12년 차에 접어든 두 사람은 연기자와 개그우먼의 결혼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커플. 이들 부부는 방송국 로비에서 우연히 만나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스키장에 놀러갔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아내는 스키를 잘 타는데 저는 완전 초보였어요. 그런데 동료 연예인들이 간다니까 그냥 따라간 거죠. 제가 크리스천이라서 그런지 아내가 식사할 때마다 기도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이더라고요. 또 연애할 당시 제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그때 아내가 자신의 일처럼 슬퍼하고 위로해줬어요. 그런 배려와 마음 씀씀이에 끌려 결혼하게 됐죠.”
이에 아내 노유정은 남편 이영범의 첫인상에 대해 “나이답지 않게 참 순수해보였다”면서 “10년 넘게 살다 보니 서로 닮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제 성격이 밝고 활달한 편인데 조용하고 내성적인 남편과 살다 보니 변하더라고요. 다들 제가 꽉 잡고 살 것 같다고 말하는데 아이 아빠 눈이 이만큼 커지면 왜 그렇게 제가 낮아지는지…(웃음). 그런 게 인연이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행복을 얻기까지 이들 부부도 한때는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혼자 몰래 도장을 꺼내서 스케치북에 몇 번을 찍었는지 모른다”며 농담을 던진 노유정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한집에서 산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5년 만에 드라마에서 부부로 호흡 맞추는 이영범·노유정 부부


“저희 친정은 서로 하루라도 못 보면 큰일이 날 정도로 살갑고 가정적인 분위기예요. 근데 남편은 강원도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줄곧 독립적인 생활을 해 속정은 깊으면서도 표현을 잘 못해요. 하지만 세상의 모든 남자가 다 가정적이고 살갑다고 생각한 저로서는 남편에게 요구사항이 많을 수밖에요. 10년을 살아보고 나서야 ‘내 욕심이 너무 컸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요즘에 와서는 남편도 많이 가정적으로 변했어요. 피곤할 텐데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애쓰는 남편을 보면 고맙죠.”
자신을 아주 평범한 한국 남자라고 말한 이영범은 “속마음과 달리 애정표현하는 게 습관이 안돼 그렇다”며 변명을 한 뒤 “부모를 닮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로맨틱해지기로 했다”면서 허허 웃었다.
“아내 말처럼 독립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살갑지가 못해요. 장남 특유의 책임감과 자존심도 강하고요. 사실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도 자존심 때문에 먼저 사과를 못해요. ‘내가 잘못했지’ 싶으면서도 그냥 버티죠. 그러다 제 성격을 아는 아내가 먼저 와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 못 이기는 척 받아들여요. 어쩌다 아내 선물을 하나 사도 그냥 툭 던져주는 식인데 이젠 저도 로맨티시스트가 되도록 노력해야죠.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저처럼 하면 이성한테 사랑받겠어요?(웃음)”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예의범절 강조하는 엄격한 부모



두 사람에겐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성찬이와 여섯 살배기 딸 채린이가 있다. 부전자전이라고 아들 성찬이는 이영범의 성격을 똑 닮았다고 한다. 정 많고 속이 깊어 베푸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한다고. 이에 반해 딸 채린이는 호기심과 욕심이 많아 오빠가 하는 것은 뭐든지 따라 하고 배워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음도 정확하고 언어적인 감각이 뛰어나다고 한다.
“아들은 아빠를 닮아서 예능 방면에 재능이 있어요. 영어학원을 보내다가 지금은 마술학원에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요. 몇 년 뒤에 미국에 사는 친언니한테 아들을 보낼 생각인데 그때 영어 못하는 걸 마술로 커버하면 외국 친구들을 사귈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딸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해요. 특히 외국어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데 요즘은 중국어를 배워요. 딸아이와 구경삼아 중국어 학원엘 갔었는데 자기도 배우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전에 3~4군데 일반 유치원에 보냈는데 그때마다 딸아이가 적응을 못하고 안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거든요. 그런데 중국어 학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빠지고 집에서도 중국어를 중얼거릴 만큼 좋아해요.”
여느 엄마들처럼 노유정 또한 자녀교육에 열성적이다. 가정생활 패턴을 아이들 중심으로 맞추고 있는 그는 아이들에게 약속과 시간을 철저히 지키도록 강조한다.
5년 만에 드라마에서 부부로 호흡 맞추는 이영범·노유정 부부

10년 넘게 살다 보니 서로 닮아간다고 말하는 이영범·노유정 커플.


“엄마, 아빠가 늘 바쁘고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니까 아이들을 엄격하게 대하는 편이에요. TV도 주말에만 보게 하죠.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고, 어딜 가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공부는 못해도 괜찮은데 잘난 척하고 건방진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죠. 다행히 아직까지 아이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요. 아들은 동네에서 인사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을 정도예요.”
간혹 아이들이 예의 없게 행동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회초리를 들기도 하는데 그러기에 앞서 체벌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고 한다. 남매가 싸웠을 경우엔 오빠와 동생을 똑같이 야단친다고.
자녀교육은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남편 이영범은 “요즘 들어 아들이 나와 대화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 아들과 낚시를 하면서 부자간에 대화를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송일이 불규칙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 부족해요. 그런 저를 대신해서 아내가 아이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는 걸 보면 고맙죠. 아이들 교육은 부모가 확실한 기준을 정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 주위에서 듣는 정보도 많지만 그때마다 부모가 흔들리면 이것도 저것도 안될 것 같아서요.”
아내의 살림솜씨에 대해 질문하자, 노유정이 먼저 “아이들을 챙기는 것 빼곤 빵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옆에서 웃고 있던 이영범은 “검소하고 알뜰해 쇼핑할 때도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마저도 몇 번 생각한 후에 구입을 결정한다”고 칭찬하고 나섰다.
속정 깊고 편안한 남편 이영범과 애교 넘치고 똑소리나는 아내 노유정 커플.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10년 넘게 변함없이 사랑해온 두 사람이 드라마 속에서도 찰떡궁합만큼 멋진 연기 펼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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