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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선수 김민지 “운동, 방송 활동 다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운동, 방송활동 다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입력 2022.12.08 10:00:01

실력만큼이나 외모도 뛰어난 육상계의 아이돌 김민지 선수. 이제야 막 자신의 매력을 찾아가기 시작한 그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제가 생각보다 러블리하네요.”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본 김민지 선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말은 ‘내가 너무 예쁘다’는 자화자찬, 흔히 말하는 ‘자뻑’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발견한 듯한 흥분에 더 가까웠다.

김민지 선수는 흔히 말하는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인기를 얻은 케이스다. 본업이 육상선수인 그는 트랙을 달리는 모습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돼 큰 인기를 얻었다. 인기 걸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를 닮았다는 이유로 ‘육상계 카리나’로 불리기도 한다.

외모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그의 뛰어난 달리기 실력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그가 트랙에서 뛰는 모습이 찍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민지 선수는 2018년 제98회 전국체전 400m·400m 허들 금메달, 2019년 제99회 전국체전 400m 금메달, 2020년 제100회 전국체전 400m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회 취소와 고질적인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수시로 메달권에 들었다.

이미 육상계에서는 주목받는 인물이었기에 ‘벼락 스타’라는 수식어는 적절치 않은 셈이다. 이제 막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그와 평범한 선수에서 전국체전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여정,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평범한 선수에서 전국체전 챔피언으로

김민지 선수의 주 종목은 400m와 400m 허들. 그는 둘 중 “허들에 더 자신있다”고 말했다.

김민지 선수의 주 종목은 400m와 400m 허들. 그는 둘 중 “허들에 더 자신있다”고 말했다.

요즘 근황에 대해 알고 싶어요. 비시즌 기간인데 좀 여유로운가요.

평소 같으면 비시즌 기간에는 쉬고 여행도 갈 텐데 소속사가 생기면서 일정이 많이 생겼어요. 배부른 소리죠(웃음). 회사에서 지원해줘 재활도 열심히 하고 있고, 피부과도 다니고, 방송 준비도 하고 있어요.

부상 상태는 어떤가요. 다음 시즌에는 경기장에서 김민지 선수를 볼 수 있을까요.

네. 재활치료사가 만져보시더니 금방 좋아질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육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키가 큰 편이 아니었는데 중학교에 가면서 확 컸어요. 제 키를 보고 체육 선생님이 육상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셨죠. 시작은 했지만 중학교에서는 평범했어요. 학교 안에서만 해도 저보다 빠른 친구가 많았거든요. 근데 제가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이기고 싶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원래 평범한 선수였다니 놀라운데요. 기록 단축을 위해 각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저는 대학에 진학하고 성적이 오른 케이스예요. 고등학교 때도 열심히 안 한 건 아닌데 성적이 잘 안 나왔어요. 요즘은 기록 단축을 위해 식단 관리를 좀 혹독하게 하고 있어요. 성인이 된 뒤 마시기 시작한 술도 끊었어요. 시즌이 4월부터 10월인데 이 기간에는 철저하게 금주하는 편이에요.

평소 훈련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많은 분이 달리기 선수니까 훈련할 때도 그냥 무작정 뛰기만 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웃음). 육상은 밸런스, 코어, 근육량이 다 받쳐줘야 해요. 그래서 월수금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랑 허들, 피치(자세) 같은 기본기 훈련을 하고요. 화목토는 인터벌 훈련을 많이 해요.

일주일에 6일이나 운동한다고요.

그렇죠. 일요일만 쉬죠. 중학교 때부터 해오다 보니 선수들은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400m, 400m 허들이 주 종목인데 어떻게 고르게 됐나요.

제가 키가 큰 편이라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인 400m가 더 유리해요. 스타트가 좀 늦어도 보폭이 커서 다른 사람보다 더 멀리 갈 수 있거든요. 400m 선수는 대체로 키가 큰 편이에요.

둘 중 선호하는 종목이 있다면요.

저는 허들을 더 좋아해요. 허들은 기술이 부각되는 종목인데,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래서인지 경기 끝나고 영상을 보면 제가 남들보다 더 빨리 지나가더라고요. 허들은 자신 있는 종목이에요.

징크스나 루틴이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경기 전 루틴이 있지는 않아요. 징크스는 있어요. 시합 전날 좀비에게 쫓기는 꿈을 꾸면 기록이 잘 나오더라고요. 꿈속에서 몸이 풀려서 그런가(웃음). 그래서 좀비 꿈을 꾸고 싶어 자기 전에 좀비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봐요. 그런다고 꿈에 나오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안 좋은 징크스는 손을 데면 기록이 안 나와요. 고등학교 때 제가 무조건 1등 하는 시합이었는데, 전날 찌개 뚝배기에 손을 데고 완전 망쳐버렸어요. 그 이후로 시합 기간에는 고데기도 안 써요.

경주 때 선글라스를 늘 착용하던데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선글라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불편하죠. 시야가 어두워지니까요. 2019년 즈음 비바람이 불던 날 콘택트렌즈를 끼고 달렸는데 눈에 빗물이 들어가서 렌즈 하나가 빠지고 앞이 안 보인 적이 있어요. 뛰다가 멈췄죠. 코너를 못 돌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선글라스를 쓰기 시작했어요. 웃긴 건 한번 안 쓰고 시합을 뛰었는데 그 영상이 찍혀서 제가 유명해진 거예요. 제가 봐도 아주 예쁘긴 하더라고요(웃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영상을 다시 보는데 제 얼굴이 가려져 있으면 슬플 것 같아 이제는 벗고 뛰려고 해요.

레이스에서 가장 자신 있는 구간은 어딘가요.

저는 마지막 100m를 제일 좋아해요. 선수들은 달리면서 옆 사람을 체크하고 계산하거든요.

그 짧은 순간에도 옆을 돌아보는군요.

네. 옆을 보고 ‘이 사람이 지쳐가고 있다’ ‘지금 따라가면 오버 페이스다’ 이런 걸 생각하면서 달려요. 저는 독특한 게 상대방이 지쳐 있는 걸 보면 더 힘이 나더라고요. 마지막 100m 구간은 정신력 싸움인데, 결승선까지 쥐어짜서 앞으로 치고 나가면 쾌감이 엄청나요.

트랙 복귀해 챔피언의 건재함 알리고 싶다

김민지 선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인생 샷’으로 가득하다. 사진마다 많게는 수만 개의 ‘좋아요’가 쏟아진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이런 사진들은 한 번에 나오지 않는다. 철저한 설정,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이 모든 수고를 감내하는 촬영자의 헌신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김민지 선수는 “(진천군청 소속) 언니들이 사진 찍을 때마다 힘들어한다”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진에 대해 연신 “사람들이 저를 이렇게 좋아해줘 신기하다”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큰 키에 어딜 가나 주목받을 만한 외모, 허스키한 저음의 목소리,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성격. 여러모로 대중 앞에 서는 직업에 어울릴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김민지 선수는 비교적 최근에야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 알아차린 듯했다. 운동선수로서 훈련에만 매진하다 보니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일까.

김민지 선수는 지난 10월 추성훈, 김동현 등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엔터테이너가 여럿 소속돼 있는 ‘본부ENT’와 계약을 체결했다. 연예인 소속사와의 계약이다 보니 앞으로도 그를 트랙에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현재로서는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는 육상과 방송을 병행하는 데 예상되는 어려움, 앞으로 대중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고 싶은지를 물었다.

어렸을 때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별로 관심이 없었죠. 그러니 연예계에서 활동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소속사가 생기면서 난 기사 제목이 “김민지 진짜 연예인 됐다!”였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내가 정말 다른 길로 접어드는구나.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어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됐고요.

소속사가 생기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제 MBTI가 P예요. 계획을 잘 못 세워요. 소속사에서 스케줄 관리를 다 해줘서 너무 감사하고 편리해요. 또 제가 유명해지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섭외가 쏟아지다 보니 어디를 가야 하고 어디를 안 나가야 할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많이 난처했는데 소속사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시더라고요. 복지도 너무 좋고요.

높아진 인기를 체감할 기회가 있었나요.

트랙에 섰을 때 제 이름이 불리면 관중의 환호가 확실히 남달라요(웃음). 얼마 전에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제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흔들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진천에서는 많이들 알아보시는데 서울에서는 아직이에요. 운동복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으면 알은체하시는데, 사복 입고 돌아다니면 잘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앞으로는 사복을 입어도 절 알아보시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면 육상 성적이 떨어질 거란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코치님이 많이 걱정하세요. 하지만 코치님도 아시죠.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단 걸요. 그래서 우려하면서도 잘해보라고 말씀하세요. 저도 이전부터 선수 이후 생활을 생각해봤는데 뚜렷한 대안이 없었거든요. 겁도 많이 났죠. 육상이 비인기 종목인 데다가 갈수록 선수도 줄어서 지도자가 상대적으로 너무 많아지는 상황이거든요.

육상 종목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 같네요. 육상계를 위해 기여하고 싶은 바가 있나요.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직접 와서 보시는 분이 많이 안 계세요. 중계로만 보면 저희가 되게 느린 것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막상 와서 보면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직접 보신 분들은 대체로 그렇게 말씀하세요. 많은 분이 경기장에 오시면 좋겠어요. 그러다 응원하는 선수가 생기고,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많이 와주세요.

‘육상계 카리나’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카리나 씨는 너무 예쁘잖아요. 제가 그분을 닮았다고 하니 감사하죠. 에스파 팬들께 죄송하기도 하지만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네요.

아이돌 육상 대회에 해설위원으로 출연했는데, 방송은 잘 맞던가요.

방송 이틀 전에 섭외가 와서 정신없이 준비했던 기억이 있어요. 급하게 출연자분들 얼굴 외우고(웃음). 잘할 것 같은 아이돌을 제가 너무 잘 맞춰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같이 출연한 분들도 너무 잘해주셨고요. 걱정 많이 했는데 실제로 방송에 나가서는 잘했던 것 같아요.

실전 체질인가 보네요.

네. 저는 육상 기록도 연습 때보다 대회에서 더 잘 나와요. 처음 두각을 나타낸 대회에서도 코치님은 연습 기록을 보고 3등 정도 할 거라고 예상하셨대요. 그런데 갑자기 1등을 해버린 거죠.

연예계에서는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은가요.

우선은 예능이요. 연기도 해보고 싶네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어요.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일단은 부상을 털고 트랙에 복귀해서 제 건재함을 알리고 싶어요. 1등 육상선수이면서 연예계 활동도 잘하는, 2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목표예요. 지금까지 힘들었던 기억은 잊고 앞으로는 밝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절 많은 분이 좋아해줬으면 기쁘겠네요.

#김민지선수 #육상계카리나 #김민지진천군청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본부ENT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22년 12월 7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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