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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trend #convenience_store

편의점 털어보기

editor 정희순

2017. 03. 08

작다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마트도 누르고 백화점도 이긴 편의점 신상 털기.

최근 ‘편의점 음식’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연예인들이 팀을 이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여러 음식들을 조합해 ‘꿀 조합 레시피’를 찾는다는 콘셉트의 3부작 파일럿 방송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편의점 마니아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결국 정규 편성을 확정 지었다. 편의점이 아예 프로그램의 기획 전면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 그간 여러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에선 편의점 음식을 소재로 한 코너가 종종 있었다. 그만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이 대중성을 가지게 됐으며 이제는 우리나라 식문화의 한 획을 긋는 코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건 국내 편의점 업계에선 먼 나라 이야기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비롯한 주요 유통업체들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편의점은 폭풍 성장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편의점업계 Top 3로 불리는 CU, GS25,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순 매출(공시 기준) 합계는 총 14조2천4백80억원. 이는 백화점 상위 3사인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보다 2조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점포 수를 보유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작년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고,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19%,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두 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산하의 코리아세븐도 16.7% 증가세를 보였다.

1989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편의점은 명칭 그대로 ‘고객에게 편의(Convenience)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소형 소매점’을 의미한다.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 등 기존의 소매점과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 편의점 시장에는 CU, GS25, 세븐일레븐 외에도 미니스톱, 365플러스, 포시즌, 스토리웨이, 씨스페이스, 위드미 등의 프랜차이즈 회사가 존재한다. 사단법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수만도 총 3만4천여 개로 2013년에 비해 9천 개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홀로족의 스위트홈 편의점

편의점 산업 성장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1인 가구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식품과 생필품 등을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소량 구매가 확산된 것이다. 1인 가구 입장에서는 차를 타고 멀리 나가 많은 상품을 구매해야 이익인 대형 할인점 대신,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은 편의점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몰의 성장이 대다수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편의점은 오히려 특수를 누렸다. 굵직한 온라인 쇼핑몰과 제휴를 맺는 이른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발 빠르게 실행했기 때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이를 가까운 편의점에서 수령할 수 있는 픽업 데스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몰에서 상품을 주문하고도 집에서 제품을 수령할 사람이 없는 홀로족은 편의점의 픽업 데스크 서비스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편의점은 많은 점포 수를 토대로 하는 근린성에 바탕을 두고 내 일을 대신해줄 이가 없는 홀로족들을 위해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12월 기준 프랜차이즈형 편의점 6개사에서 전기·전화·휴대전화 요금 및 각종 세금 수납이 가능한 점포의 비율은 90%가 넘는다(사단법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 편의점이 은행 및 관공서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2년에는 편의점에서 안전 상비 의약품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은 약국의 기능까지 분담하게 됐다. 최근에는 주요 편의점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터넷 은행 전용 편의점 론칭까지 논의되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 ‘세련된 동네 가게’ 정도로 여겨졌던 편의점이 이제는 현대인의 생활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 편의점 3파전

#최초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올림픽 선수촌점’은 1989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생긴 편의점이다. 당시 편의점은 한국 사회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서구화 분위기가 확산되는 시점에 나온 선진적 유통채널이었다. 서비스도 잡화와 먹거리 중심으로 이뤄졌다.

#최초의 이동형 편의점
2009년 업계에서 최초로 CU(당시 훼미리마트)가 트럭을 개조한 이동형 편의점을 선보였다. 지역 축제, 행사장은 물론이고 긴급 상황 시 ‘재난물류센터’로 변신해 ‘찾아가는 편의점’을 실현하고 있다.

#최남단 편의점
상주인구가 20~30명에 불과한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도 편의점이 있다. 인구는 적지만 마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매년 40만 명을 웃돌기 때문. GS25 마라도포구점과 마라도점이 있는데, 최남단 편의점은 마라로 101번길에 위치한 마라도점이다.



편의점의 변신

지역에 따라, 편의점의 콘셉트도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 동네엔 없고, 그 동네에만 있는 이색 편의점을 모았다.


#호텔 편의점
편의점이 필요하지 않을 것만 같은 특급 호텔에도 편의점이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 GS25 프리미엄급 편의점 ‘파르나스타워점’이 생긴 것. 실내장식부터 조명, 색상, 소재까지 모두 별도로 제작한 럭셔리 편의점이다. CU 역시 오는 3월 서울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 서울 지하 1층에 입점해 명품 등 고급 브랜드 상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노래방 편의점

젊음의 거리 서울 홍대 지역에는 노래방과 편의점을 합친 ‘노래방 편의점’이 있다. 일반 노래방에서 한정된 종류의 음료와 먹거리를 제공한다면 ‘CU럭셔리수노래연습장점’에선 좀 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콘셉트에 맞춰 매장 곳곳에 네온사인과 미러볼을 설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구치소 편의점

2011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짧은 면회 시간에 마실 수 있는 음료 매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조속한 출소를 기원하며 두부를 대신한 두유가 잘 팔린다고.

#편의점 앞 공연장

‘공연의 메카’인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앞 CU 편의점 앞에선 매주 월요일 오후 5시부터 거리 공연이 열린다. 앰프와 마이크, 조명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누구나 신청해 무대에 설 수 있다.

#세탁소 편의점
서울 용산구 산천동에 있는 한 편의점에선 세탁 서비스 이용도 가능하다. 편의점에 설치된 무인 보관함에 세탁물을 넣고 2~3일 후에 찾아가면 된다.

#자전거족 편의점

자전거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경기도 가평의 한 편의점에는 자전거 거치대와 공기 주입기를 설치해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밥 짓는 편의점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위드미 하남스타필드점에선 밥 짓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도시락 카페형 편의점은 기존에도 상당수 있었지만, 매장에서 조리한 반찬을 직접 선택해 도시락을 꾸리는 것이 차별점이다.

#클래식 편의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위치한 편의점 위드미는 클래식이 콘셉트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을 본뜬 부채꼴 모양의 매장에는 클래식을 들을 수 있는 청음 장비가 구비돼 있다. 해당 편의점에선 아티스트 연관 상품들도 함께 판매 중이다.

#짐 보관소 편의점

외국인 관광객과 클러버들을 겨냥한 짐 보관소편의점도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열었다. 24시간 언제든 저렴한 비용으로 가방을 맡길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이것이 베스트셀러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편의점업계 빅 3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각사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이었다. CU와 GS25는 얼음을 컵에 넣어 파는 PB 상품이 1위를 차지했다.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의 덕을 톡톡히 본 셈. 세븐일레븐에서는 즉석 원두커피 ‘세븐 카페’가 하루 약 12만 잔이 팔리며 판매 1위를 기록했다. 1위 외에도 10위권에 포진해 있는 제품 중 30~50%가량이 PB 상품이었다. 

본래 PB 상품은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의미한다. 중간 유통 단계와 마케팅비가 줄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게 책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편의점도 PB 상품 대열에 뛰어들었는데, 2010년 7백33개였던 편의점 업체당 평균 PB 상품 수는 2014년 12월 말 1천8백54개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사단법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 전문가들은 과거 PB 상품이 ‘낮은 가격’으로만 인식됐다면 요즘은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매출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BESTSELLER   (판매 수량 기준)    ⁎는 PB제품

세븐일레븐CUGS251세븐카페⁎델라페 컵얼음⁎유어스 아이스컵⁎2컵얼음진로 참이슬 후레쉬함박웃음 맑은샘물 2L⁎3진로 참이슬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진로 참이슬 후레쉬4빙그레 바나나맛 우유CU 미네랄워터 500ml⁎CAFE 25⁎5동아제약 박카스 F롯데칠성 레쓰비마일드빙그레 바나나맛 우유6롯데칠성 레쓰비마일드광동 제주 삼다수 500ml유어스 맑은샘물 500ml⁎
7광동 제주 삼다수 500mlBIG 델라페 컵얼음⁎동아제약 박카스 F8요구르트맛 젤리⁎카스 캔맥주 355ml광동 제주 삼다수 500ml9카스 캔맥주 500ml델라페 아메리카노⁎삼각김밥 참치마요네즈⁎10혜리 11찬 도시락⁎백종원 한판도시락⁎카스 캔맥주 500ml



# 편도족 환영!

지난해 편의점 3사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한 제품군을 살펴보면 생수, 커피, 도시락류를 꼽을 수 있다. 편의점에서 앞다투어 이들 제품군의 PB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이 때문.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도시락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5년 전에 비해 51.1% 증가했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은 3년간 70.4%의 매출액 성장을 기록하며 편의점 산업의 확장을 견인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편도족’도 등장했다.

GS25가 2012년부터 ‘엄마의 정성’을 콘셉트로 김혜자 도시락을 내놨다면, CU는 ‘집밥의 강자’ 백종원으로, 세븐일레븐은 ‘국민 여동생’ 혜리로 승부수를 던졌다. 편의점업계 빅 3의 도시락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지난해 이들 3사의 도시락 매출은 CU가 168.3%, GS25가 174.6%, 세븐일레븐이 153.2%씩 폭풍 성장했다.

현재 3사의 주력 도시락 상품 가격은 3천5백~4천5백원 선. ‘푸짐하면서 저렴한 가격’이 편의점 도시락의 매력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가성비’의 시대에 편의점 도시락이 각광을 받았다면, 이제는 ‘비프리미엄(B+)’ 시대다. 소비자에게 뭔가 다른 프리미엄을 제공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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