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은 투자자들에게 ‘축제의 해’였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국내외 주식이 크게 올랐고,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했다. AI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이 파티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2026년 시장의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곽유정 대표를 찾았다. 중앙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투자 정보 제공 기업 ‘JW인베스트’ 대표로 머니투데이방송, 이데일리TV, SBS Biz 등에서 경제 전문 패널로 활약해왔다. 또 ‘오늘 시작해도 늦지 않은 주식 공부’ ‘읽으면 돈이 되는 반도체주 투자지도’ 등 투자 관련 저서를 통해 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곽 대표는 “2026년 증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AI 산업 흐름을 보되, 차세대 주도 섹터인 2차 전지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겨워도 주목해야 할 AI
2026년도 한국 증시의 가장 큰 키워드는 무엇인가요.여전히 ‘AI’입니다. AI가 만드는 파생 투자 포인트가 매우 많아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어지면서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NVIDIA)뿐 아니라 연관성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또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원전을 짓는 데만 10~15년이 걸리죠. 그 공백 동안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신재생 에너지 저장 장치인 ‘ESS’ 관련주가 부상하고 있어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앞으로 더 주도권을 가져갈 기업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AI 슈퍼사이클 초기에서 중반부까지는 SK하이닉스가 앞섰지만, 중반부터는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큽니다. 2025년 SK하이닉스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납품하며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2025년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를 앞질렀습니다. 또 약점이던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테슬라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 소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의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깐부 회동’ 이후 젠슨 황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로봇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반도체 호재가 맞물린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외국 증권사에는 2026년 삼성전자 목표가를 16만 원까지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2026년 코스피 5000 시대가 올까요.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에는 경계가 필요합니다. 사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도 2026년 이후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되고요. 또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의 전망이 긍정적으로 예측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4600~4800까지는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상반기 이후로는 증시의 난도가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첨단 산업은 사이클이 짧아요. AI 슈퍼사이클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평균 사이클이 5년인 점을 고려하면 초반 3년이 지나면서 실적 피크아웃 우려로 인한 조정장이 올 확률이 높습니다.


2025년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치킨집에서 ‘깐부 회동’을 가졌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일본과 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이 중국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중국이 반도체 자립화에 더 속도를 낼 수 있고, 이는 우리 반도체 기업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현재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감도 올라간 상태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만해협에 물류 병목이 생기면 글로벌 물류 대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반도체 제조회사)가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망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대외 변수도 꼭 지켜봐야 합니다.
한국의 AI 관련 기업을 볼 때 참고할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여전히 약한 편입니다. 특히 AI 칩은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요. 각국이 AI 칩 자립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반도체 산업을 전반적으로 키우기 위해 K-칩스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요. 또 비상장 회사인 리벨리온, 퓨리오사AI 같은 국내 기업들이 AI 칩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책 방향과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성장 흐름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2025년 11월 3일 코스피가 422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차 전지 사이클 온다
2026년 가장 유망하다고 보는 섹터는 무엇인가요.저는 ‘2차 전지’ 산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2023년 가장 높게 떠올랐던 섹터였지만 이후 2년간 강한 조정을 받았죠. 이런 과도한 낙폭 이후에 바닥(하락하던 주가가 멈추고 상승으로 전환할 때의 최저점)을 잘 잡아나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이슈가 있는데도 유망하다고 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전기차 캐즘(제품이 소수의 얼리어답터 단계를 넘어 일반 대중 시장으로 넘어갈 때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성장세가 둔화되는 현상),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로 인해 2차 전지 투자에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저장해야 하고, 이 역할을 맡는 핵심 인프라가 바로 ESS입니다. ESS의 중심 기술이 바로 2차 전지고요. 중국의 리튬 공급·생산 조절로 리튬 가격도 반등 중이고, 2차 전지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기업들도 이제 적자를 탈출해나가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2차 전지 섹터를 고려해보세요.
개별 종목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이 있을까요.
실적이 가장 중요한데요. 전문가의 말에 의존하기보다 재무제표 흐름을 직접 확인하세요. 재무제표에서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성장 추세를 살펴보면 됩니다. 특히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 흐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가가 과거의 최고점에 비해 현재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기업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례를 들어주신다면요.
2차 전지 소재 기업 SKC를 꼽아볼 수 있는데요. SKC는 2차 전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동박(구리를 얇게 펴서 만든 막)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전기차 캐즘으로 적자를 냈습니다. 그런데 2025년 3, 4분기부터 ESS가 부상하면서 동박 사업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요. 또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가 유리 기판 양산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또 의료 AI 기업인 씨어스테크놀로지 역시 올해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주가 상승이 가팔랐습니다. 결국 실적으로 증명되는 기업을 찾는 게 핵심입니다.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추천 방법이 있다면요.
‘톱다운 방식(큰 구조에서 세부 요소로 나누어가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우선 전반적으로 시장이 순환하는 메커니즘을 읽고 주도 섹터를 파악합니다. 그 후 주도 섹터에서 파생되는 업종들의 흐름을 지켜보며 순차적으로 수혜 종목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개별 종목에서 시작되는 ‘보텀업 방식’보다 더 직관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개별 종목을 고를 때는 실적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거죠.

2026년에는 취하지 말 것
환율 상승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졌어요.환율이 1800원을 넘어설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환율을 주식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은 어느 정도 안정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외환 당국에서 환율을 조절하기 때문에 너무 비관적으로 예측하는 것도 합리적이진 않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도 연쇄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정부 역시 환율 급등을 방치할 수 없어요. 그래서 환율은 ‘단순 가격’이 아니라 물가, 경기, 투자심리가 얽힌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요.
주식 투자는 위험자산에 속하죠. 초심자의 행운으로 무리해서 매매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는데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분산하는 것이 투자의 기본입니다. 정석적인 방법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30%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주식시장 활황기에는 전체 자산에서 최대 40%로 늘려가면 되고요. 또 주식시장 불황기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20%로 낮추는 게 좋습니다. 특히 “누가 이 종목으로 수익을 봤다더라”는 이야기에 현혹돼서 투자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해야 합니다. 저평가 우량주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내공을 키우기 위해 직접 투자 경험을 쌓으셔야 합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해주신다면요.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분산 투자, 분할 매수·매도 같은 기본 원칙을 꼭 지키세요. 2026년 초반까지는 초보 투자자들도 비교적 편하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는 데 힘써보세요. 주도 섹터의 사이클은 3~5년, 대세 사이클은 10년 주기로 반복되기 때문에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옵니다.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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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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