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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두고 아프리카 봉사활동 서영희의 아름다운 행보

글·이혜민 기자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2011. 04. 28

결혼 앞두고 아프리카 봉사활동 서영희의 아름다운 행보


“다른 사람들은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게 참 쉬워 보였는데 왜 난 높고 험난하기만 할까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자질이 없나,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지난해 말 대한민국영화대상 여우주연상 소감을 남겨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자극한 배우 서영희(31)가 5월의 신부가 된다. 5년 동안 알고 지내다 지난해 가을부터 교제를 시작한 동갑내기 회사원과 5월14일 화촉을 밝히는 것이다. 서영희에 따르면 예비 남편은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웨딩을 앞둔 예비 신부라면 그날의 꽃인 자신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 하지만 서영희는 피부 마사지를 받는 대신 남다른 선택을 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가서 9일간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그가 여느 신부와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무명 시절을 보내며 삶의 아픔을 보듬는 여유가 생긴 듯하다.
그는 지난해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오랜 세월 학대를 받다 못해 낫을 들고 복수에 나서는 김복남으로 열연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기자협회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독식하며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렇게 주목을 받기까지 자그마치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김복남 역을 맡는 데도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서영희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투자사 측에서 망설였기에 다른 여배우들이 거절 의사를 표시한 뒤에야 배역이 돌아왔던 것. 동국대 연극영화과 1학년 때 데뷔한 그는 영화 쪽에서는 우울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드라마 쪽에서는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서영희는 “20대 초·중반에는 죽고 싶을 때가 많았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결혼을 두 달여 앞둔 3월16일. 서영희는 비행기로 꼬박 16시간을 날아가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 도착해, 다시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치오자 마을로 갔다. 이곳에서 두 다리가 있지만 걸을 수 없는 4남매, 그레이스·치콘디·자말리·마테유를 만났다. “행여 나로 인해 아이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상기하게 될까” 걱정이었다는 그는 “다리도 성치 않은데 동생들 빨래해주느라 나이답지 않게 팔 근육이 생긴 큰딸 그레이스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말라위 어린이와 결연, 새로운 미래 열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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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더 좋지 않았던 건 4남매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게 아니라, 비위생적인 의료 환경 때문에 장애를 갖게 됐다는 거예요. 제대로 된 병원이 드문 말라위에서는 민간 산파가 출산을 담당하는데 마취도, 약도 없이 비위생적으로 수술하는 탓에 많은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다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인 건 4남매가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아 서영희는 그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병원을 찾아갔다고 한다.
“병원에 간다고 하면 겁먹기 마련인데, 이들 4남매는 아픈 다리가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도리어 기뻐하더라고요.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재활치료를 받으면 목발을 짚고 설 수 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자말리는 다리 신경이 손상돼 앞일을 알 수 없다고 하셨는데… 진작 병원에 데리고 왔더라면 이런 상황은 막을 수 있었겠죠.”
정든 인연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서영희. 그는 큰딸 그레이스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자 ‘굿네이버스’를 통해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마을을 떠나는 나를 보면서 목이 터져라 ‘지코모’(감사합니다)라고 외치던 아이들을 잊지 못할 거예요. 그동안에는 몰랐는데 병원이 한 사람의 앞날을 바꾸고,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중요한 곳이더라고요. 작은 후원이 모이면 이곳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줄 수 있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거북이처럼 걸어온 덕에 주위를 돌아볼 줄 알게 된 여배우 서영희. 6월부터 영화 ‘삼례여중축구부’ 촬영에 돌입하는 서영희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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